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04)
관존 이강진 (104)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 난 그동안 뭘 한 거지?”
석패는 어느샌가 자신의 가슴에 검을 겨누고 있는 강진을 보며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자루의 도끼를 젓가락질하는 것처럼 다룬다는 석패였다. 신체는 타고났고, 오행심법의 다섯 가지 기운을 두루 익혀 내가공부 쪽에서도 성취가 있어 교내에서 백 위 내에 든다는 고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실력이 느는구먼. 갑자기 배가 아파 죽겠네.”
그런 그가 강진의 백 초를 받아 내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내일은 또 달라질걸.”
“그때까지 나는 놀고? 기다려라, 그 건방진 면상을 짓이겨 줄 테니까.”
석패가 주먹을 내밀며 하는 말에 강진은 피식 웃었다.
강진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의 무인들은 꾸밈이 없었다.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정중히 포권을 하고 선수를 양보하고, 그런 예도 없었다.
대놓고 싸움을 걸고, 이기면 이겼다고 우쭐하고 졌으면 졌다고 다음에 두고 보자면서 빠진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성격도 달랐지만 공통된 게 있다면 모두 고수라는 것.
광인은 살행검과 오행심법을 익혔고, 강진은 그를 제압하기 위해 살행검과 오행심법이 뭔지 알아야 했다. 그래서 선유는 다섯 고수를 뽑아서 그의 상대로 붙였다.
살행검 또는 오행심법을 익힌 고수들.
처음 그들을 상대할 때 강진은 그들을 이기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진의 승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
강진은 더 이상 미루지 않아도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살행검이 어떤 검인지 알았고, 오행심법이 어떤 심법인지 느꼈다. 이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강진은 다섯 고수에게 인사를 한 후 곧바로 곽노를 찾았다.
“사부, 다 된 것 같아요.”
“자신 있냐? 도와줄 사람도 없다.”
곽노가 생각한 방법은 광인과 친분이 있던 자라면 환영하지 않을 게 뻔하기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강진이 살행검과 오행심법을 알아야 했고.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파악했어요. 위험할 일은 없을 거예요.”
곽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진과 함께 광인에게로 갔다.
“조심, 또 조심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자신이 없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곽노는 쇠창살 안으로 들어가는 강진을 보면서도 걱정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이봐.”
쇠창살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지나가는 개를 부르듯 광인을 불렀다.
한쪽 구석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광인이 강진을 보았다.
“오래 기다렸지? 한판 붙어 보자고.”
광인이 좀처럼 반응이 없자 강진은 바닥에서 작은 돌덩어리를 집어 그에게 던졌다.
“오늘은 왜 그렇게 늘어져 있어? 예전처럼 발광을 해 보라고.”
돌덩어리를 맞은 광인은 그제야 눈을 치켜뜨며 강진에게 다가왔다.
부우웅.
그러고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워어어어!”
“빠르구나!”
광인이 달려오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자, 강진은 살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광인은 성난 폭풍처럼 강진에게 마구 주먹질을 해 댔다.
규칙도 없고, 발경도 없었다. 그저 미친놈의 주먹질뿐이었다. 다만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이렇다면 그리 고생할 필요는 없었는데.’
곽노에게는 여유롭게 대답했지만 살짝 긴장했던 강진이다. 살행검과 오행심법을 사용하는 무인들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광인은 그것들을 동시에 익혔다고 했는데, 지금 그의 공격은 단순한 주먹질이라 강진은 김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강진은 슬쩍 곽노를 한번 보며 말했다.
“어찌 됐든 맞자. 맞아야 정신이 든다고 했으니.”
광인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곽노가 생각한 방법은 참으로 단순하고 무식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처럼, 일단 그를 개 패듯이 패자고 했다. 미쳤지만 고통은 느낄 것이고, 발광할 때마다 고통이 오면 함부로 발광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게 곽노의 생각이었다.
강진은 곽노의 생각을 충실하게 실행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빠아악! 빠아악!
순식간에 광인의 머리통으로 몽둥이가 두 번이나 날아와 후려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번에 기절할 정도의 강도였지만, 광인은 조금의 주춤거림도 없이 계속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단단하네.”
강진은 중얼거리며 손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빠악! 빠악! 빠악!
강진은 광인의 머리만 집중적으로 쳤지만, 광인은 계속 주먹을 휘두를 뿐이었다.
“철두공이라는 게 있다던데, 그거라도 익힌 거야? 쇠몽둥이로 바꿔야 하나? 충격이 없어 보이네.”
수십 차례 머리를 가격했지만 광인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진이 든 몽둥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력을 주입해야 한다는 건데. 그러다 뒈지면 어떡하지?’
강진은 처음으로 맞는 사람을 걱정해야 했다.
목적은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지 죽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끄떡없는 광인을 보며 강진은 몽둥이에 이 할의 내력을 담기로 했다.
빡!
시원한 타격음을 들으며 강진이 계속해서 몽둥이질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씨이이이!
순간 가슴을 파고드는 광인의 주먹.
약간 방심했다고는 하나 피할 수 없는 주먹은 아니었음에도, 강진은 그 주먹을 맞고야 말았다.
퍼어어억!
타격음과 함께 강진이 뒤로 물러났다.
“강진아!”
옆에서 곽노가 놀라 외치는 소리에 강진은 대꾸 없이 광인에게 달려들었다.
“죽으면 죽으라지!”
강진은 크게 소리치며 오 할의 내공을 실어 광인을 공격했다.
휘이익!
“피해?”
광인이 몽둥이를 피하자 강진은 못마땅한 듯이 더더욱 세차게 몽둥이질을 시작했다.
마음먹고 덤벼드니 일방적이었다.
구타라고 할 정도로, 강진은 광인을 수백 대 이상 가격했다. 하지만 아까의 여유는 사라졌다.
‘분명 오행의 기운이지?’
순간순간 뻗는 주먹에는 오행의 기운이 숨어 있고, 종종 살행검의 묘리까지 숨겨져 날아왔다. 일방적으로 때리고는 있었으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결국 강진이 칠 성에 가까운 내력을 끌어 올리고서야 광인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더는 함부로 주먹을 뻗고 몸을 들이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구타는 더더욱 심해졌고, 광인의 행동은 위축되어 갔다.
“우어어어!”
마지막에는 본능적으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접어 바닥을 뒹굴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더 패요?”
그런 광인을 보고 강진이 곽노에게 물었다.
“패야지. 살려 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패야 한다.”
강진은 진지하게, 열심히 광인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 * *
“정말 이게 효과가 있겠습니까, 어르신?”
강진의 구타로 광인은 몇 번이나 혼절했고, 그때마다 의원이 와서 그를 치료해야 했다.
의원에게서 전신에 멍이 들었다는 보고를 들었는지 선유가 직접 와서 걱정스레 물었다.
“맡기기로 하지 않았나? 보는 나도 편치는 않아. 하지만 내가 아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네. 고통에 대한 학습 말이네.”
선유는 눈앞에서 광인이 강진에게 오뉴월 개처럼 맞고 있는 걸 보며 말했다.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못 할 짓이지. 또 자네가 강진이보다 훨씬 강한데, 손 잘못 써서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
“맡겼으니 맡기게. 이제 강진이만 보면 주춤거리는 게, 사람을 알아보고 있어. 내 생각이 맞다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끄집어낼 걸세. 말을 하는 것 말일세.”
곽노의 말에 선유는 한숨을 쉬며 앞을 보았다.
빡! 빡! 빡!
강진은 정말 인정사정없이 광인을 때리고 있었다.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치는 광인을 악착같이 따라붙으면서 말이다.
“우어어어! 우어어어!”
그때 변화가 일어났다.
광인이 선유를 보더니 슬픈 듯이 울며 이쪽으로 달려온 것이다.
“어디를 가? 네 상대는 나야.”
강진은 광인의 뒤를 따르며 몽둥이질을 했고, 광인은 더더욱 슬피 우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는 선유를 향해, 쇠창살 밖으로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곽노가 말했다.
“강진아, 그만!”
강진이 몽둥이를 거두자 곽노가 선유를 보며 물었다.
“자네를 알아보는 것 같지 않은가?”
선유도 신기한 듯이 광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광인의 손을 움켜잡았다.
“우어어어어!”
광인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가 봐도 안쓰러워할 장면이었지만, 선유는 오히려 얼굴에 기쁨을 잔뜩 나타냈다.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자신을 알아본 것이다.
그를 누구보다 아꼈던 자신을 알아보고 도움을 청한 것이다.
“문점아, 나를 알아보겠냐?”
“우어어어어.”
“그래, 나다. 알아보는 것이냐?”
광인은 계속 울부짖으며 선유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곽노가 선유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손을 놓게.”
“네?”
“손을 놓으래도.”
곽노는 선유를 잡아당겨 손을 떼놓고는 멀찌감치 물러나게 하며 소리쳤다.
“강진아, 쳐라!”
강진의 몽둥이질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우어어어어!”
광인은 또다시 쇠창살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각이 지나자 곽노가 선유에게 말했다.
“다가가 보게.”
선유가 쇠창살에 다가가자 광인이 선유에게 달려오며 손을 뻗었다.
선유가 손을 잡아 주었고, 곽노가 소리쳤다.
“그만!”
강진이 손을 놓고, 일각을 그렇게 있다가 다시 곽노가 선유를 떼어 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진의 구타.
곽노는 이 과정을 열 차례 이상 반복시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