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08)
관존 이강진 (108)
충돌
그들의 인원은 모두 스물넷이었다.
열둘씩 나뉘어 밤낮으로 사천 태수인 전구방의 주위를 지켰다.
그들은 매우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비번인 무사들은 객잔에서 머무를 뿐 좀체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종종 나온다고 해도 화원을 산책하거나 다루에서 책을 읽는 수준이었다.
또 고수임에도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한번은 그들이 머무는 객잔에서 왈패들이 소동을 일으켰지만, 그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조용히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 강진은 그들이 어디서 한 수 제대로 배워 목에 힘주는 놈들이 아닌, 명문이라 불리는 곳에 소속되어 있는 고수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러면 아무것도 안 되잖아?’
그들의 말투, 움직임을 봐야 어떤 놈들인지, 어디 태생인지 대충 짐작이라도 할 터.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결국 강진이 생각해 낸 건 그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행위였다.
강진은 밤중에 관청에 잠입하여 일부러 그들의 앞을 천천히 걸었다.
“누구냐!”
태수 집무실을 지키고 있던 무인이 강진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강진은 별 대꾸 없이 소리친 무인을 보며 씩 웃어 주었다. 그러고는 유유히 걸음을 옮겨 집무실 주변을 벗어났다.
지키던 무인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강진을 따라오지는 않았다. 성동격서를 염두에 둔 것일 터였다.
그렇게 계속 강진은 그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들이 나오지 않아도 좋았다. 그는 그저 태수 전구방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된다.
그가 밖으로 나오면 뒤에 붙었고, 집무실에 들어가면 멀리서 그 집무실을 노려보았다.
그런 작업들은 강진에게 매우 따분한 일이었지만 효과는 아주 좋았다. 무인들은 점점 강진을 경계하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종종 관병들이 강진을 잡기 위해 왔지만 그때는 신법을 전개해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관병들이 강진을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내내 무인들이 움직여야 했다.
결국 방법은 성공했다. 대낮에 집무실을 노려보고 있던 강진에게 세 무인이 다가온 것이다.
강진은 그대로 신법을 전개해 관청 밖으로 도망쳤고, 무인들은 따라왔다.
“서랏!”
무인들이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강진은 여유롭게 고개를 돌리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은 하지 않아도 ‘네까짓 게 나를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분위기가 풀풀 날리는 그런 미소.
세 무인의 눈썹이 치켜뜨이더니 신법이 빨라졌다.
강진이 매복이 가능한 산 같은 곳으로 도망쳤다면 경계라도 했을 터이나, 그는 대로변을 따라 사람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매우 빠른 속도로 걷는 것처럼 보이는 강진과 무인들의 움직임에, 사람들은 신기한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들이 강진을 따라간 곳은 놀랍게도 객잔이었다.
객잔에 들어선 강진은 여유롭게 자리 하나를 차지했고, 무인들은 그의 속내를 짐작 못 해 입구에 우두커니 설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옵셔! 뭘 드릴까요?”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거. 좀 달렸더니 덥네.”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문을 하는 강진을 보는 무인들의 눈살이 점점 찌푸려졌다.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주문을 받고, 서 있는 무인들을 보고는 그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기 위해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세 분이십니까? 여기로 오십쇼.”
점소이는 그들을 안내하려다가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걸 깨닫고는 뭔가 싶어 쳐다보았다.
“내 일행이야. 음식은 이리로 갖다줘.”
강진의 목소리에 점소이는 활짝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앉지. 사람들이 다 당신들만 보는데.”
강진이 손짓하며 하는 말에 무인들은 서로를 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무인들이 강진의 주변으로 둘러앉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무인이 물었다.
“누구신가? 누구인데 태수를 감시하는 건가?”
강진은 씩 웃으며 반문했다.
“그런 당신들은 누구신가? 관원은 아닌 것 같은데 왜 태수 나리 주변에 있는 거지?”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뚫어질 듯이 강진을 노려보다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댔다.
“마지막으로 묻겠네. 누군가?”
“본관도 마지막으로 묻겠다. 자네들은 누군가?”
본관이란 말에 무인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고는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자신을 본관이라 했으니 그도 관인이라는 말이 되고, 현 상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관인이 태수 주변을 맴돌아서는 안 된다.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은 순간, 그들은 그대로 강진을 향해 손을 날렸다.
‘암기?’
강진은 의자에 앉은 상태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보았다. 희끗한 물체들이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오가는 것을.
사내들은 다시 손을 움직였고, 강진은 몽둥이를 마구 휘둘렀다.
팟! 팟! 팟!
몽둥이에 박히는 작은 은침들을 보며, 강진은 의자에 내려앉아 그대로 탁자를 걷어찼다.
탁자는 앞으로 쭉 밀려나며 앞에 있던 무인을 향해 움직였으나, 그는 한 손으로 탁자를 짚고 몸을 띄우고는 다른 한 손을 강진을 향해 뻗었다.
‘신기하네. 어디 있다가 날아오는 거야?’
손을 품에 넣지도 않았건만 그의 손에서 날아오는 은침을 보며, 강진은 신기해하면서 의자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러고는 의자를 잡고 그대로 일어나 휘둘렀다.
팟! 팟! 팟! 팟! 팟!
그 짧은 순간에 십여 개의 은침이 박히는 걸 보며 강진은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암기를 막기 위해 계속 의자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숨 한 번 들이쉴 시간에 수십 개의 은침이 의자와 몽둥이에 박혔고, 강진은 계속 뒤로 물러났다.
탁.
그리고 등에 벽이 닿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강진은 벽을 뒷걸음질로 밟아 가며 허공으로 크게 공중제비를 돌아 포위를 벗어나려 했다.
무인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썼지만, 강진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비록 몸을 띄우고 있었으나 눈을 감고도 곽노의 돌질을 피하던 그다. 거기다 그의 손에는 의자와 몽둥이가 있었으니 피하고 막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탁!
그리고 바닥에 내려앉는 순간, 강진은 무인들 중 하나를 향해 달려 나갔다.
이 모든 게 숨 서너 번 쉬는 사이 일어난 일.
객잔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싸움이 일어났다는 걸 깨닫고는 놀란 눈으로 싸우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진이 의자를 내세워 무인 하나를 압박하자, 그는 발을 들어 의자를 밀어내려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의자에 박혀 있는 침들 때문에 의자를 걷어찰 수 없었던 것이다.
옆의 두 사람이 급히 달려들었지만, 강진은 몽둥이를 휘둘러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며 의자를 끝까지 밀었다.
뒤로 물러나던 사내는 등에 벽이 느껴지는 순간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손을 꺼내자, 그의 손가락들에는 수십 개의 굵은 침들이 끼여 있었다.
강진이 곁눈질하니 옆의 사내들의 손에도 어느새 수십 개의 굵은 침들이 들려 있었다.
정말 손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자들이었다.
강진은 멈칫하며 말했다.
“그거 던지려고? 다른 사람들도 맞을 텐데?”
이번엔 사내들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이 다시 의자를 밀었다.
“악!”
결국 의자에 밀린, 정확히는 자신들의 침에 찔린 무인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다른 무인들의 손이 움직였다.
강진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강침들이 오고 갔다.
강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릎을 굽혀 탁자 밑으로 들어가 탁자를 그대로 뒤집어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탁탁탁탁탁탁!
침을 막은 것치고는 참으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야아아!”
구경하던 사람들도 그제야 자기들도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는 급히 몸을 탁자 밑으로 숨겼고, 몇몇 사람들은 밖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탁탁탁탁탁탁!
그들이 던지는 철침의 위력은 막강했다.
족히 한 치가 넘는 두께를 자랑하는 탁자였지만, 철침은 그것을 뚫고 침 끝을 강진에게 보였다.
‘대단하네. 이것도 무공이라고 봐야겠지?’
강진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암기를 막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중 몇 개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또 그것들이 그대로 날아가면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강진은 고민했다.
암기의 숫자는 한계가 있을 터이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놈들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죄가 없는 사람들이 다칠지도 모른다.
강진은 무시하려 했다.
침을 던진 건 자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승기를 놓쳐 가며 그들을 도울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진은 몸을 뒤로 날리며 침을 막아 내려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을 의아해하면서도 뿌듯해했다.
‘나는 대인이니까.’
급하게 몸을 날리느라 뒤로 바닥을 뒹굴었지만 사람을 살렸다는 생각에 강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뭐 하냐?”
그리고 자신을 위에서 보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향아!”
강진은 기겁을 하며 몸을 튕겨 일어나 날아오고 있는 암기를 막아 내었다. 동시에 한 사람이 강진이 놓친 암기를 튕겨 내며 곽노를 보호했다.
“나가! 빨리!”
강진은 크게 소리쳤고, 향아는 급히 곽노를 끌고 객잔 밖으로 물러났다.
강진이 그들의 안전을 위해 약간의 피해를 무릅쓰고 무인들을 향해 달려가자, 두 사람은 쓰러진 한 사람을 잡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강진은 그들을 추적하는 대신 급히 밖으로 나가 곽노를 살폈다.
“괜찮아요?”
곽노는 뭔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며 물었다.
“뭔 일이냐, 이게?”
강진은 향아를 보았고, 그녀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부야말로 여기서 뭐 하세요?”
“구경이나 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라면서. 여기가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왔지.”
강진은 쿵쾅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 흘린 몇 개의 암기를 막지 않았다면 곽노가 맞을 뻔했다.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이유로 무시했다면 뭔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것이다.
‘이게 두려움인가?’
강진은 여전히 쿵쾅이는 가슴을 다시 쓸어내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