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10)
관존 이강진 (110)
파앙!
순간 검은 연기가 폭발하자 강진은 천단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몸을 보호했다.
치이이!
천단공이 만들어 낸 호신강기에 주변에서 타는 소리가 들리자 강진은 그곳에서 몸을 빼내었다. 다행히 검은 연기는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이놈!”
집안의 어른이자 대주가 죽은 걸 본 당문의 무인들이 분노하며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암기로는 강진을 어찌할 수 없었다. 결국 독을 풀어야 했지만, 웬만한 독으로는 안 되었다.
그렇다면 극독을 풀어야 하는데, 이곳은 성도의 중심부. 자칫하다가는 독이 성에 퍼져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고, 일이 그렇게 되면 당문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자신들이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다른 곳도 아닌 사천의 성도다. 현 두 개만 넘으면 본가가 있는데 자신들이 용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설사 자신들이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극독은 풀 수가 없었다.
물론 가문에는 적당한 범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무명독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무명독을 쓰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했고,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는 그만한 실력자가 없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건 범위가 작은 대인용 독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강진을 제압할 수가 없었다.
써걱.
뼈 잘리는 소리가 들리며 당문 무인들의 손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인이, 특히 손을 써야 하는 당문의 고수가 손을 잃는다는 건 죽는 것과 다름없다.
손을 잘린 무인들은 어떻게든 강진과 함께 자폭이라도 하려는 듯 장포를 벗고는 검은 연기를 뱉어 냈다.
하지만 이미 그 연기가 어떤 것인지 안 강진은 그때마다 신법을 전개해 멀찌감치 물러났다.
“이곳을 탈출한다!”
그렇게 일각이 채 되기도 전에 스무 개가 넘는 손이 떨어지자 당문 무인들 중 하나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무인들은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강진은 팔방으로 신법을 전개하며 빠져나가는 무인들을 뒤쫓았다.
원래는 모두 손을 잘라 곽노를 중독시킨 죄를 벌하고 해독약을 얻어 낸 후 사정을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자폭하고 다른 놈들이 도망가자 손만 잘라 낼 수가 없었다.
‘어차피 죽일 놈들!’
곽노를 중독시키고 아무 죄가 없어 보이던 관인을 죽게 만든 놈들 중 하나였다.
강진은 순식간에 도망치는 무인들을 잡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어. 다만 사정을 알아보고자 해서 손을 잘랐던 것뿐.’
이유가 있었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강진은 사람을 죽였다는 걸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바탕 소란에 관병들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며 소란을 피우자 강진은 급히 죽은 무인의 품을 뒤져 그의 소지품 전부를 꺼냈다.
“거기 누구냐!”
그때 관병 몇몇이 다가오는 걸 보고는 강진은 곧바로 몸을 숨겼다.
* * *
‘뭐가 뭔지 알아야지.’
강진은 당문 무인의 품을 뒤져 가지고 온 소지품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독 쓰고 암기 쓰는 놈들답게 암기와 작은 약병들이 수십 병이었다.
암기는 버리고 약병들을 모아 확인했지만, 약병에 이름표 같은 것이 붙어 있지는 않았다. 그저 병의 색깔만 다를 뿐인지라 곽노가 뭐에 중독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다 들고 가?’
강진은 직접 이것들을 가지고 귀주로 갈까 생각했다. 독마라는 사람이 있으니 곽노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것들이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가 직접 가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태수의 신변을 확보해야 했다. 놈들 중 하나가 빠져나갔으니 소식은 이미 전해졌을 터, 또 고수들이 몰려올 터였다.
강진은 사람을 시켜 보내기로 하고 방을 나와 객잔 주인을 찾아 내용을 말했다.
“이걸 귀주로 말입니까?”
작은 상자와 자신을 번갈아 보며 묻는 객잔 주인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렵나?”
“귀한 물건이라면 표국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표사분이 있는데 그분에게 연결해 드릴까요?”
“약재야. 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꼭 전해 줘야 할 물건이지. 믿을 만해?”
“사천에서는 성도 표국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귀주성이라면 정기 표행이 있으니 그리 비싸지도 않습니다.”
“아니, 이것만 빠르게 보내면 돼.”
“그러면 비쌀 텐데요. 따로 인원을 꾸려야 할 테니.”
“상관없다고 그래. 그리고 정말 돈 될 만한 것은 아니니 발 빠른 자를 통해서 보내면 될 거야.”
객잔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점소이를 불러 속닥였다. 점소이는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무기를 찬 중년 사내와 함께 돌아왔다.
강진은 상자와 함께 금 열 냥짜리 전표와 은 한 냥을 그들 앞에 꺼내며 말했다.
“그 전표는 의뢰비이고 이 은자는 중개 비용이다.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나?”
전표를 보자 객잔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표사 역시 놀란 표정으로 강진에게 말했다.
“내용물이 약재고 목적지가 귀주라고 했는데 금 열 냥은 너무 많소. 황금으로 결제한다면 반 냥이면 충분…….”
강진이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표국은 물건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 열 배의 위약금을 물어낸다고 들었다. 그래서 금 열 냥이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백 냥을 물어야 할 테니 더 신경 쓰겠지.”
표사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며 말했다.
“이런 큰일은 내가 결정할 수가 없소. 표두 어른에게 보고를 해야 하오.”
강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뭔 말을 하려는 순간 누군가 들어오며 물었다.
“전 표사, 뭔 일인가?”
표사는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국주 어르신.”
들어오는 이는 성도 표국의 주인이자 사천성에서 이름난 고수 절강검 이명계였다.
이명계는 표사로부터 내용을 전해 듣고는 전표를 확인했다. 그는 전표가 진짜라는 걸 확인하고는 강진에게 물었다.
“약재라 하셨소?”
“정확히는 약이 들어 있는 병들이야. 하지만 영약 같은 것이 아닌 건 확실하니 노리는 사람도 없을 거야.”
“내용물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명계는 상자를 열었다. 그러고는 병을 하나씩 들어 살피기 시작했다.
“뭘 그리 보는 거지? 그 병에 모두 금이 들어 있다고 해도 열 냥은 안 돼.”
강진의 말에 이명계는 병을 내려놓으며 확인하듯이 물었다.
“이걸 귀주 인화로 보내면 된다는 거지요?”
“그래. 가능하겠나?”
“가능합니다. 계약서를 쓰지요.”
“필요 없어. 나중에 제대로 전하지 못한 걸 확인하면 내가 직접 찾아갈 테니.”
충분히 협박처럼 들릴 만한 말이었지만 이명계는 별 표정 없이 말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이건 가지고 가도록 하지요.”
“오늘이라도 당장 출발해 줬으면 해. 가능한가?”
“돈을 받았으니 그리해야겠지요.”
이명계와 표사가 사라지자 강진은 곧바로 관청으로 달려갔다.
관청에 가 보니 어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숫자의 관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태수의 근처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강진의 잠입을 눈치챌 관병은 없었다. 그렇게 강진은 태수의 집무실에 무사히 접근했다.
“아직인가?”
“아침 일찍 보냈으니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는 도착할 겁니다.”
“무림인은 천 리 길도 하루 만에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이었나 보군.”
“저희가 연락을 보내는 시간도 있으니까요.”
강진이 집무실 지붕에서 보니 태수와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다시 보내게. 고수라더니…… 스물이 별 소란도 없이 죽었어. 고수가 아니라 어디서 허드렛일하는 놈들을 보낸 게 아닐까?”
“그건 아닐 겁니다. 사천에서 당가의 영향력이 지대한 건 태수 나리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들도 관련된 일이니 일을 허투루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저 시체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태수는 보좌관에게 역정을 내며, 손을 자꾸 장포에 비벼 댔다. 땀이 나는 듯했다.
‘초조해? 안절부절못해?’
강진은 태수의 행동을 보며 그가 무림인들에게 협박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 역시 한패였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다.
‘그런데 태수가 저렇게 안절부절못할 일이 뭐가 있지?’
그리고 태수의 행동에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어찌 됐든 저녁이 되면 알게 되겠지.’
당장이라도 태수를 잡아 자초지종을 캐묻고 싶었지만 관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태수와 보좌관을 끽소리 못하게 제압하지 못할 건 없지만, 직위가 직위이니 하루 종일 찾는 사람이 많을 터. 모두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그를 찾지 못한다면 한바탕 난리가 날 터였다.
강진은 날이 저물고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날이 저물었다.
퇴청하는 관원들이 많았지만 상당수의 관병들은 여전히 관청을 순찰했다.
태수가 퇴청할 때를 기다렸지만, 그도 불안했는지 나가려 하지 않았다. 아마 당문의 고수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찾는 사람은 드물겠지.’
강진은 결정 내리고 몸을 움직였다.
집무실을 중심으로 여덟 명의 관병이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강진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자객보를 이용하여 마지막 관병의 혈을 짚었을 때에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강진은 관병들을 똑바로 세워 경계를 서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확인하고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태수는 하루 종일 신경 써서 피곤했는지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강진이 자객보를 사용하지 않고 코앞까지 갔음에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강진이 태수의 아혈을 짚자 그제야 태수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자 경악 어린 표정으로 강진을 보았다.
“일단 맞자.”
태수가 제압을 당했거나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 걸 확인했으니 강진은 거칠 게 없었다.
그의 자존심을 죽이기 위해서, 그리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단 때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퍼억!
‘요새 들어 하도 때리니까 요령이 붙네.’
왠지 몽둥이가 손에 착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강진은 계속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렇게 눈 몇 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대의 몽둥이를 맞은 태수는 몸을 마구 굴렸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의문과 애원이 동시에 어린 눈빛으로 강진을 쳐다보았다.
“볼 거 없어. 아직 더 맞아야 하니까.”
태수는 미칠 지경이었다.
신음 소리라도 나면 좋겠건만 이놈의 목구멍은 뭐에 막힌 것처럼 소리 자체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콧소리조차 불가능했다.
“그냥 맞아. 다 맞고 이야기하자.”
강진은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