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16)
관존 이강진 (116)
반격
“찾아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당문오수 중 하나인 당문효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십여 명의 당문 무인들이 시체를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갔다.
“어떤 놈이…… 감히 어떤 놈이…….”
당문효는 자리에 주저앉아, 이미 싸늘히 식은 조카의 시체를 안았다.
독을 연구하다 그만 생식의 기능을 잃어버린 당문효가 자식처럼 여기던 조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그에게, 자기가 책임지고 숙부의 제사도 지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농담을 건네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약초와 독초를 채집하다가 죽을 아이가 아니었다.
“어떤 새끼인지 모르지만 잡히면 반드시 찢어 죽이고 말리라!”
당문효는 살기를 펄펄 날리며 중얼거리더니 크게 숨을 내쉬었다.
냉정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복수도 할 수 있다.
당문효는 당건리의 시체를 살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 일 검에?’
가슴에 길게 나 있는 상처. 암기 주머니와 소매에 숨기고 있는 암기와 독에는 손을 댄 흔적조차 없었다.
그렇다는 건 암습을 당한 것이 아닌 정면에서 적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또 공격도 못 해 보고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당건리는 당문의 사람답지 않게 독과 암기보다는 직접 몸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당문에서 권각술로 녀석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당문효 배분의 고수들밖에 없었다.
그런 녀석이 단숨에 당했다.
‘쉽게 볼 놈이 아니다.’
당문오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답게 그는 빠르게 냉정을 찾았다.
‘잠깐…… 그렇다면!’
당문효는 급히 몸을 일으켜 내공을 실어 크게 소리쳤다.
“독수대는 돌아오라!”
당문효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독수대는 수색을 멈추고 돌아오라!”
문득 가슴 한편이 싸늘해졌다.
휘릭.
손목을 살짝 돌리는 순간 당문효의 오른손에는 수십 개의 철침이 잡혔고, 왼손에는 한 움큼의 누런 가루들이 잡혔다.
“이 소리를 듣는 사람은 돌아오라!”
당문효는 천천히 움직이며 다시 소리를 질렀지만, 자신의 목소리만이 울려 돌아올 뿐 돌아오는 대원들은 없었다.
부스럭.
그때 옆에서 수풀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고, 당문효는 소리 난 방향으로 손을 휘둘렀다.
씨이이잉!
바람이 불었고, 수풀들은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리는 색다른 소리.
폭. 폭. 폭.
‘맞았다!’
기대했던 비명은 아니었지만 당문효는 암기를 던진 수풀 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건호야!”
당문효 자신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의 암기를 맞고 오공에서 피를 흘리는 건 적이 아닌 독수대 소속의 무인이었다.
당문효가 급히 당건호의 시신을 드는 순간,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나는 한눈팔 상대가 아니야.”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보다 먼저 목에 닿는 뭔가가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목이 떨어진 당문효의 시체를 밟으며 나타나는 이는 강진이었다.
‘당문오수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별거 아니네.’
강진은 철검을 한번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는 검집에 꽂았다.
“흐음.”
사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했다.
사방 오십여 장 내의 당문 독수대 무인 십여 명이 모두 검에 목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상쾌해. 놈들을 다 잡으면 더 상쾌한 냄새가 나려나?”
강진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당가가 있는 방향으로 신법을 전개했다.
* * *
“젠장!”
당문오수 중 하나인 당문효와 독수대를 전멸시킬 때는 별거 아닐 줄 알았다.
세가에서 나오는 무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그 숫자가 서른이 넘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별거가 되었다.
일급 비상령이 떨어지고 철저하게 다섯 명씩 조를 이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다섯뿐이라면 그냥 사냥감이 될 뿐이지만, 그 다섯 명 근처에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조가 다섯 개씩 있었다.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한 번은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모습을 드러냈다가, 순식간에 암기 세례를 받고 황급히 몸을 빼내기까지 했다.
암살을 해야 하는데 접근 자체가 쉽지 않으니 내내 주변을 빙빙 돌다가 도망치는 일만 반복해야 했다.
물러나야 했다.
별 방법 없이 계속 주변만 맴돌다가는 자신이 당할 확률도 있었다.
강진은 미련 없이 물러나기로 했다. 하지만 완전히 손을 뗀 건 아니었다.
당문이 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팔자 좋은 유람객 행세를 하며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사천을 주름잡고 있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당문과 멀리 떨어져 있다 하나 들리는 이야기는 많았다. 대부분 당문의 무인들이 나쁜 놈들을 제압하고 사람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놈들 원래 나쁜 놈들 아니었나?’
강진이 아는 당문은 나쁜 놈들이었다.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자 관아에 독까지 뿌린 놈들이었다.
강진은 젓가락을 천천히 놀리며 주변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 두 사내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어왔다.
“태수 어르신이 있는 관청에 독을 뿌린 나쁜 놈들이 있는데 당문의 무인들이 치료해 줬다는구먼.”
“역시 당문이야! 이제는 관병들까지 도움을 받는구먼.”
“그런데 태수 나리는 구하지 못했다는구먼.”
“아이구! 태수 나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건가?”
“그래. 그 독을 뿌린 놈들이 태수를 살해했다는 모양이야.”
“그런 쳐 죽일 놈이!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나라에서 새로운 태수를 보내 주겠지.”
“우리 태수 나리 같은 분이 어디 있다고. 이거 일 났구먼! 하여간 좀 살 만하면 이런 사달이 난다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에 강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태수가 죽은 목숨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의 안위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으니 사천 태수도 좋은 놈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강진은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형장들, 사천 태수 나리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소?”
사천 사투리가 전혀 섞이지 않은 목소리에, 두 사내는 경계의 눈빛으로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웃는 얼굴로 뚜껑도 열지 않은 술병 한 자루를 그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는 유람객이라오. 그런데 혼자서 마시려니 심심해서 형장들과 어울려 보려 했을 뿐이니 그렇게 보지 마시오.”
두 사람은 여전히 약간의 경계심을 비쳤으나, 강진이 자리를 옮기고 먹을 걸 잔뜩 시키고는 혼자 떠벌리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입들을 열었다.
그들의 말은 이랬다.
사천 태수는 무슨 선량한 관리는 아니었지만 기본은 지켜 나름 괜찮은 관리였고, 당문은 이 지역의 자랑이자 많은 나쁜 놈들을 혼내 주는 훌륭한 가문이라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진은 속으로 고민했다.
그들이 괜찮고 훌륭하면 안 된다.
그들이 정말 그렇다면 자신은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태수와 당문이 누군가를 죽이고 묻으려 했던 이유를 잘 아는 강진이었다.
‘아흔아홉 가지 착한 일을 했다 하더라도 한 가지 용서 못 할 짓을 했다면 나쁜 놈이지. 아니, 누군가에게는 나쁜 놈이다.’
애써 그리 생각했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런데 당문에 중요한 손님이 온다면서?”
“그렇다네. 무슨 신의라고 하던가? 하여간 천금을 주고 초대하는 사람이라던데.”
두 사람은 강진의 기분과 상관없이 계속 떠들어 댔고, 강진은 주의 깊게 들었다.
“저는 그럼 이만 가야겠습니다. 두 분의 술값도 제가 대신 내 드리겠습니다.”
“어이쿠! 초면에 그렇게까지…….”
“아닙니다. 두 분 덕분에 무료하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이게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강진은 연신 고마움을 표하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술값을 내주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무슨 신의라?’
강진은 빙그레 웃었다.
며칠 후.
사천에 사는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당문의 무인들이 한군데 모인 걸 처음 봤다.
그들은 한 노인을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의 풍모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도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행차를 구경했지만 그들 중 강진은 없었다. 그 시간 강진은 당문 본가의 담벼락을 넘고 있었다.
‘당하는 건 한 번이면 족하지.’
강진은 당문의 뻔한 수작에 웃음이 났다. 사람을 꾀는 훌륭한 방법이었고, 알면서도 일단 건드려 볼 만했으나 강진은 건드리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면 몰래 데리고 왔겠지,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고. 그렇게 소문을 내려면 그만한 말을 할 자들에게서 나오게 하든가. 나를 잡고 싶어 무리수를 뒀어. 덕분에 나는 이리 편하게 들어왔지만.’
사실일지도 모르나 강진이 봐서는 십중팔구 거짓 계책이 분명한 일을 꾸미느라 강진에게 숨어들 기회를 주었다.
본가 주변에는 당씨 성을 지닌 사람들만 사는 마을이 있고 각종 기관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강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는 수련과 듣는 수련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육감, 자객보는 사람들과 기관의 함정을 피해 그가 본가에 숨어들 수 있게 해 주었다.
본가에 스며든 강진은 일단 탈출로를 살폈다.
신법에 자신이 있었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이미 한 번 그들에게 죽을 뻔했다.
자신이 빠져나갈 길의 지형과 건물 등을 확인한 강진이 다음에 한 일은, 이 안에서 가장 큰 전각으로 숨어드는 것이었다.
가장 큰 곳인 만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결정적 한 방을 날려 줄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전각 대들보에 올라간 강진은 몸을 누였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