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18)
관존 이강진 (118)
‘이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다기에 밀실이 있을 줄 알았으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한 개의 통로에 좌우로 공간이 나뉘어 있는 구조. 마치 포도청의 감옥을 보는 듯했다. 다른 게 있다면, 쇠창살이 아니라 담을 쌓아 안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뿐이었다.
통로 끝에서는 무인 둘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귀 기울여 들어 보니 별 도움이 안 되는 사적인 내용뿐. 강진은 조심스레 밀폐된 공간의 숫자를 세었다.
‘여덟 개라…… 뭔 연구를 그리 나눠서 하는 거지?’
강진은 눈을 감고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두 무인의 잡담 이외에 다른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말소리는 저놈들밖에 없는데…… 저기에는 사람이 또 있어.’
방음이 잘되어 있는 공간이어서인지 몰라도 그 이상은 듣기 힘들었다.
‘그렇다는 건, 밖에서 나는 소리도 안에서는 잘 들리지 않겠네.’
강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단 무슨 기관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모르니 저놈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강진은 검을 들었다.
그들이 기관 장치를 보이게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정도여도 안 된다. 적당한 크기의 소리가 필요했고, 강진은 검을 벽에 부딪침으로써 그런 소리를 내었다.
팅!
순간 두 무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하지만 별 심각한 표정은 아니었다. 지하의 밀폐된 공간이라 밀실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퍼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 무인은 확인차 서서히 통로를 걸어 강진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톡! 톡!
그리고 준비하고 있던 강진에게 그대로 점혈을 당해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려 했다.
강진은 급히 그들을 부축해 벽에 세워 두고는 조심스레 밀실 문들에 귀를 바짝 대 소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처음 네 개의 밀실은 비워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밀실에서는, 과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사람 소리는 아니었다.
약재를 가는지 사기그릇 부딪치는 소리와 여러 동물들의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러기를 한 시진째. 마침내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성공했습니다. 세 마리 모두 숨 몇 번 쉬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건 성공이 아니지. 우리가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해독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용할 수 있어.”
“해독약 쪽은 아직입니까?”
“반은 완성한 것이니 이제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지.”
“마교가 또 움직이고 있다던데, 숙부께서 만드신 독이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죽이는 독 만들기는 쉽다. 그 독에 맞는 해독약을 만들기가 힘들거나 불가능해서 그렇지. 해독약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너무 장담하지 말거라.”
“그래도 이렇게 소량으로, 이 범위에서 즉각적으로 발동할 수 있는 걸 숙부님이 만드신 것 아닙니까.”
“늦지 않아 다행이다. 아니, 가문에서 지원한 재원을 생각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숙부님을 방계라고 얕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여기에 숙부님이 이름을 지으실 테고, 그 이름은 가문에 영원히 남을 테니까요.”
“허허, 너무 설레발치지 말래도.”
“숙부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어르신들이 많이 기다릴 겁니다. 아까 오셨을 때 성공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크게 축하받고, 해독약은 푹 쉰 후에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능률이 더 좋아질 겁니다.”
“네가 나가고 싶은 게로구나. 하긴 벌써 두 달째 햇빛을 보지 못했으니. 그래, 며칠 쉬고 난 후에 계속하도록 하자꾸나. 그것부터 일단 잘 챙겨 둬라. 괜히 터지기라도 하면 이 밀실은 영영 못쓰게 될지도 모른다.”
강진은 귀를 떼고 문 뒤로 물러났다.
‘해독약이 없는 절독이란 말이지? 오냐, 독은 독으로 갚아 주마.’
강진은 그들이 만들었다는 그것으로 당문에 복수하기로 마음먹고는,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철컹.
두꺼운 쇠문이 열리는 순간 강진은 그대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꿈에서조차 이곳에서 기습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던 터라 그대로 제압당했다.
그들을 쓰러트린 강진은 밀실로 들어갔다.
순간 콧속을 찌르는 냄새에 강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악취는 아니지만 콧속을 자극하는 건 악취보다 훨씬 심했다.
강진은 급히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고는 안을 살폈다.
수많은 약재와 사기그릇과 병, 그리고 원숭이 수십 마리가 초점 잃은 눈으로 우리에 갇혀 있었다.
강진은 그것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색깔만 약간 다를 뿐인 단환들이 수십 종류. 그릇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 모르는 한 무용지물이었다.
강진은 제압한 두 사내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의 혈을 풀며 물었다.
“만들었다는 그거, 어느 거지?”
사내는 강진을 노려볼 뿐 침묵을 지켰다.
강진은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내 고문해서 견디는 사람을 몇 보지 못했어. 참으로 지독한 놈들이던데, 당신은 어떨까?”
강진은 사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의 마혈 근처를 건드렸다. 사내의 눈이 휙 돌아갔다. 그러고는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강진은 그를 내버려 두고 젊은 사내의 혈을 풀어 주었다.
“누구냐! 누군데 감히……!”
“감히 귀하신 당문 사람들을 괴롭히냐는 말이지?”
강진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중년 사내를 가리켰다.
“너도 저리 참을 수 있을까? 어차피 말하게 될 텐데, 고통받기 전에 말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젊은 사내가 이를 악물며 노려보기만 할 뿐 말이 없자, 강진은 손을 뻗어 그의 혈을 짚었다.
“으아아악!”
젊은 사내는 중년 사내처럼 비명을 참지 못했다.
뼈가 뒤틀리고 힘줄이 끊어지는 고통.
강진은 그들이 고통에 몸을 비트는 걸 한참이나 지켜보며 생각했다.
‘둘 중 누구라도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을 살려 주겠다고 할까?’
고통에는 장사가 없었다. 특히 비명을 질러 대며 몸을 흔들고 있는 젊은 놈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잠깐, 그것보다는……!’
강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먼저 말하는 놈을 살려 주겠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으마. 둘이 가족인 것 같은데, 인륜을 무시하게 할 순 없지. 가족이잖아. 서로를 지켜야 하잖아? 그러니까 둘 중 아무나 이야기하면 둘 모두 살려 주겠다. 믿어도 좋아. 나는 강한 만큼, 약한 놈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강진의 말에도 두 사내는 고통에 괴로워할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중년 사내는 고통을 잘 참았으나, 이내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고통을 느끼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독을 연구하느라 수십 년을 밀실에만 있던 사내에게 그럴 만한 체력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 정도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칭찬해 줘야 할 정도였다.
강진은 젊은 사내에게 말했다.
“말해. 너를 위해서 말하라는 게 아니야. 네 숙부라는 양반을 살려야 하지 않아?”
“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도 살리지 않겠다는 거야? 그거야말로 인륜을 무시하는 행동인데. 뭐가 됐든 일단 살려야 하지 않겠어?”
젊은 사내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흔들리는 척해야지.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잖아. 빨리 그 고통을 벗어나고 싶잖아. 여기 숙부를 살릴 수 있다는 변명거리까지 있는데 뭘 망설이지?’
누가 먼저 입을 열든 두 사람을 살려 주겠다고 한 건 바로 그걸 노린 것이었다.
스스로 변명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숙부가, 조카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볼 수 없었다는 변명. 협박보다 훨씬 잘 먹힐 거였다.
“말…… 말하…….”
젊은 사내는 결국 포기했다.
강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혈을 풀어 주려는 순간, 그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안 된다! 절대 안 돼!”
다 죽어 가던 중년 사내가 별안간 신음 하나 토해 내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밀실이 크게 울리고, 입을 열려던 젊은 사내가 절로 입을 다물 정도였다.
“네 숙부 죽는다. 마음먹은 것처럼 말해야지.”
강진이 젊은 사내를 구슬렸지만 늦었다. 이미 자살이라도 마음먹었는지 그는 몸부림치면서도 바닥에 머리를 내려치려 했다.
고통에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해 그조차도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강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
그러고는 탁자에 놓인 수십 가지의 단환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그러다 머리를 탁 치는 것이 있었다.
강진은 찌푸렸던 인상을 환하게 펴며 그들에게 말했다.
“좋아. 말하지 않는다면 한 가지씩 실험해 보면 되겠지. 이렇게 소량으로, 이 범위에서 즉각적으로 발동할 수 있는 걸 만들었다고 했지? 뭐, 던지면 터지는 게 있겠지. 그렇지 않아?”
순간 고통에 몸부림치던 사내들이 더 날뛰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고통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강진은 사내들의 혈을 풀어 주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야. 너희가 만들었다는 그게 어느 거지?”
중년 사내가 죽일 듯이 강진을 노려보다 말했다.
“그걸 알아서 뭘 할 작정이지?”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걸 알아 봤자 소용이 없네. 어차피 당문의 독을 당문에 쓸 생각이었으니 그냥 다 풀어 버리면 되는 거였잖아.”
“그게 무슨 독이지 알고? 그걸 쓰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죽는다!”
중년 사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강진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내가 바라는 바거든. 독을 만든 집안에 독을 쓴다는데 뭐 이상한 거 있어? 뭐, 너희가 만들었다고 하니 상을 주지. 그냥 여기 있다가 독이 사라질 때쯤 올라와. 그럼 너희가 만든 독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강진은 그들의 눈앞에서 수십 종류의 단환들을 챙겼다. 그러고는 쓰러진 그들의 위를 넘어 가려는 순간, 중년 사내가 소리쳤다.
“잠깐! 알려 주마! 알려 줄 테니 부탁 하나만 들어 다오!”
강진이 고개를 돌리자 중년 사내가 계속 말했다.
“여기서 쓰면 안 된다. 네놈이 우리 집안과 무슨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나, 그걸 다 터트리면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는 경우가 생긴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무슨 죄란 말이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무슨 죄냐고 묻지만, 너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사내들이 있다. 그럼 그들은 무슨 죄냐? 죄가 남녀노소를 따지는 건 아니잖아?”
강진이 다시 걸음을 옮기자 중년 사내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제발! 그걸 다 던지면 이곳뿐만이 아니라 마을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죽을 거다. 독을 던진 너도 절대 빠져나가지 못해!”
“나 힘 좋거든. 백여 장 정도 거리에서 던지고 빠지면 나는 괜찮지 않겠어?”
“뭐든 들어주겠다. 그러니 제발…….”
완전히 무너진 사내의 모습에 강진은 별안간 손에 든 단환들이 무겁게 느껴졌다.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버티던 사내가 저렇게 무너질 정도로 무서운 독이라는 소리였다.
‘여자들과 아이들이라…… 맞는 말이긴 한데…….’
당가 놈들을 죽일 생각만 했지 그들에게 딸린 식솔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좋아. 그럼 네놈들과 싸울 때만 사용하도록 하지.”
강진은 그의 앞에 단환들을 다시 늘어놓고는 물었다.
“어느 거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