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2)
관존 이강진 (12)
“하지만…….”
“네 말이 맞다니까.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그렇단 소리야.”
왠지 서문우람이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한다는 생각에 강진은 자존심이 상했다.
一. 내가 틀린 건가?
二. 나는 틀리지 않았다. 맞는 말이잖아.
三. 그런데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것 같지?
四. 내가 또 보통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한 건가?
五. 아니야. 이건 분명 내 생각이 맞다. 놈은 괜히 나에게 신경질을 내는 거야.
六. 잠깐, 사람들이 우람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저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인 건가?
七. 그럼 나도 그렇게 생각해야 맞는 건가? 배우기 위해 왔잖아.
이해할 수 없는 일 때문에 강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색했던 식사 시간이 끝나자 서문우람이 강진을 집 밖으로 불렀다.
“왜?”
강진의 입술이 산만큼 튀어나온 걸 보고 서문우람은 웃으며 물었다.
“화났냐?”
“화가 난 게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아 그런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서문우람은 바닥에 주저앉더니 말을 이었다.
“너는 그런 이해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잖아.”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린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난 너를 부러워하지 않고, 너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아.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힘들지 않으니까.”
“그 희망이라는 것 때문에 말이냐?”
“그래. 묵묵히 내가 가야 할 길만 가면 다 해결되는 문제니까. 너는 너의 길을 묵묵히 가면 되는 거고.”
강진은 생각하다 말했다.
“그 길에 너를 배우는 것도 있다면?”
“네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는 거겠지. 너, 공부는 왜 하는 거냐?”
“나도 그걸 모르겠다. 다만 요새 느낀 게, 사람들은 무식한 사람보다 유식한 자에게 호의를 보이고 무식한 자보다 유식한 사람의 말을 더 주의 깊게 들어 준다는 정도?”
“그래. 그게 네가 공부하는 이유인 것처럼, 나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배우는 거다. 저마다 길이 다른 거야. 오늘 일도 그런 거고. 나는 그렇게 해야 할 위치고 너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도 될 위치. 그뿐인 거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강진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네 말이 더 어렵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물어보자.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배우면 유식해진다는 게 말이 되나? 도대체 공부를 해서 세상에 도움 되는 게 뭐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겠지.”
“그러니까 뭐가 더 나아지는 거냐고.”
“글쎄. 나는 그걸 알기 위해 더 공부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궤변이야. 공부를 하는 이유가 왜 공부를 하는지 알기 위해서라면 말이지.”
서문우람은 웃으며 말했다.
“네 말도 맞아.”
하지만 강진은 속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이 녀석에게 도대체 뭘 배워야 하는 걸까? 내가 오늘 녀석에게 배운 건…… 없다!’
그때 강진의 눈에 서문우람이 웃으며 하늘을 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도대체 녀석은 왜 웃는 건데? 뭐가 그리 좋아서?’
강진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곽노에게 화가 났다. 왜 이런 임무를 줘서 사람의 속을 터지게 하는지 말이다.
‘배우지 못하면 그냥 통째로 따라 하면 되는 거지. 일단 사람들이 녀석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까.’
강진은 그렇게 결론 내리며 서문우람에게 말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너를 배우기 위해 너와 같이하는 대가로 돈을 줄게.”
“학우끼리 무슨 돈이야.”
“너는 그렇게 배웠겠지만 난 이렇게 배웠다. 세상엔 공짜는 없다고. 이해하지 마. 난 배운 대로 할 거니까.”
강진은 품에서 은자 반 냥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야! 가져가! 이건 나를 모욕하는 거야!”
돈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었는데 왜 불같이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몰라, 그런 건. 그래도 오늘 하나 확실히 배운 게 있다. 이해 못 해도 내 갈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는 거. 네가 가르쳐 준 거니까 난 몰라. 간다.”
강진은 냅다 달리기 시작했고, 서문우람은 급히 은자를 들고 쫓아갔지만 단련된 그를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 * *
“오늘도 실패냐?”
폭포수에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곽노가 묻자 강진은 신경질을 팍 내었다.
“아! 좀 그만 물어봐요.”
“거봐라, 어렵지. 금방 할 수 있을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그러니까 좀 더 열심히 하지.”
강진이 폭발하려는 순간 곽노가 덥석 그를 안아 목말을 태웠다.
“원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몇 년 후에 성공해도 아주 빠른 걸 거야. 암, 그렇고말고.”
“치, 금방이라도 할 수 있을 것같이 말씀하셨으면서.”
“말이 그런 거지, 원래는 아니다.”
“몇 달 안에 성공할 테니 두고 보세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곽노는 강진을 그렇게 목말을 태우고는 꽤 커다란 공터로 향했다.
“이제 다른 거 하자.”
“어떤 거요?”
곽노는 강진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안력 훈련이다.”
“무슨 눈을 훈련해요? 그냥 보이는 건데.”
“잘 보이게 하는 훈련이다.”
“저 눈 좋아요.”
강진의 대답에 곽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눈이 좋은 것과 눈을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본다는 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의 팔 할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그만큼 착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무슨 착각요?”
“예를 보여 주마.”
곽노는 주변의 나뭇잎과 나뭇가지 등을 주워 모아 불을 피우고는 거기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넣었다.
잠시 후 돌멩이 하나를 나뭇가지로 빼내고는 강진에게 물었다.
“저 돌멩이를 잡을 수 있겠냐?”
“뜨거울 텐데 어떻게 잡아요?”
“거봐라. 만지지 않고도 저게 뜨겁다는 걸 안 이유는 눈으로 그 사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네가 그 전 과정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덥석 저 돌멩이를 잡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냐?”
“그건 그렇겠죠.”
“하지만 막상 집으면 저 돌멩이가 뜨겁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넌 그 말을 믿지 않겠지. 왜? 네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말이다.”
곽노는 말을 하며 돌멩이를 덥석 잡았다.
“봐라. 약간 따뜻할 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지는 않다. 이게 바로 눈의 착각이란 거다.”
“그럼 훈련하면 보지 않고도 저 돌멩이가 뜨거운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말씀이에요?”
“그렇지. 우린 바로 그걸 훈련할 거다. 거기다 사물을 잡아서 보는 훈련과 가장 중요한…….”
“으헥!”
강진은 사부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치려 하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짓이에요?”
“왜 그러냐?”
“사부가 방금 때리려고 했잖아요.”
“하지만 안 때리지 않았느냐?”
“안 때렸지만 때리려고 한 거잖아요.”
“그럴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네 지레짐작으로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물러난 거지.”
강진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이것도 착각이라는 건가요?”
“그렇지. 날 똑바로 봐라.”
곽노는 강진을 정면에 세워 두고서 미간 쪽으로 세차게 주먹질을 했다.
강진이 깜짝 놀라 다시 눈을 감자 곽노가 말했다.
“나는 널 때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니까. 왜 그렇게 눈을 감아?”
“그러게요. 다시 한 번 해 보세요. 이번엔 안 감을래요.”
강진이 준비를 하고 하는 말에 곽노가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
“아…… 왜 저절로 깜빡거려.”
강진이 자신의 눈을 비비며 하는 말에 곽노가 말했다.
“네가 내 눈을 한번 치려고 해 보렴.”
강진은 그대로 했고, 이번에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곽노가 주먹을 휘두르자…….
깜빡.
“아, 씨! 왜 이러지.”
“그게 당연한 거다. 네 스스로 때리려고 할 때에는 너는 맞지 않을 거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지만 내가 할 때는 그렇지 못한 거지.”
“그걸 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단 말씀이신 거죠?”
“그렇지. 이건 아주 기초적인 안력 훈련법이자 아주 중요한 문제인 거다. 이 사부가 전장에 있을 때 살 좀 베였다고 눈을 감았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할 것이다.”
“으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다. 어려운 건, 충격이 있을 때에도 눈을 감지 않는 훈련을 할 때지.”
강진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때리실 거예요?”
“눈으로 똑바로 보고 피하면 맞지 않는다. 맞는다는 두려움을 버리고 눈이 착각하지 않으면 맞을 일이 없어.”
“흠, 좋아요. 시작해요.”
“그럼 눈을 부릅뜨고 있어라.”
강진은 눈을 크게 뜨고 곽노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휙!
깜박.
휙!
깜빡.
훈련은 반복되었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나자 강진은 드디어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오! 됐어요, 사부.”
“그렇게 좋아할 일은 아니지. 원래 그렇게 되는 게 정상이니까. 문제는 지금부터다.”
곽노는 준비한 솜뭉치를 꺼내고 그걸 천 조각에 감싸 자신의 주먹을 감았다.
“이제부터는 정말 칠 거다. 물론 아프지 않게 칠 거지만 속도는 어느 정도 낼 거야.”
“피해도 되나요?”
“피해도 된다. 하지만 내가 치려고 하지 않았을 때에도 피한다면, 너는 그 벌로 팔굽혀펴기 열 개를 해야 한다.”
“알았어요.”
“그럼 좋아. 시작한다.”
곽노가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강진은 뚫어지게 그 주먹을 보다 머리를 살짝 숙여 피했다.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 계속.”
곽노가 열 번을 휘두르는 동안 강진은 용케 주먹을 피했고, 그다음 번에 곽노가 때리는 척할 때에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번엔 틀렸다. 팔굽혀펴기 해라.”
강진은 불평 한마디 안 하고 그대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열.”
잽싸게 열 번을 한 후 곽노의 정면에 섰다.
“시작한다.”
“네.”
곽노와 강진이 다시 휘두르고 피하고 팔굽혀펴기를 한 지도 한 시진째. 강진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곽노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되어서야 훈련은 끝이 났다.
“오늘은…… 헥헥, 아이고, 힘들어. 오늘은 끝이다. 이게 완벽히 적응되면 다른 방법으로 훈련할 거야.”
“네. 아이고, 팔 저려. 업어 줘요, 사부.”
“너는 이 사부가 불쌍하지도 않냐?”
“사부는 그냥 주먹만 휘둘렀지만 전 머리, 어깨, 무릎, 발, 손 다 썼다고요.”
“너는 아직 어리잖냐. 이 사부 몸뚱이는 늙어 빠졌다고.”
“그래도 업어 줘요. 지금 팔 아파 죽겠다고요. 다리도 뻐근하고.”
곽노는 바닥에 대자로 누운 뒤 말했다.
“나쁜 녀석 같으니라고. 그럼 좀만 쉬었다 가자.”
“네.”
강진도 똑같은 자세로 누우며 곽노를 불렀다.
“사부.”
“왜 그러냐?”
“같이 하는 거 재미있어요.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요.”
“그러냐?”
“네. 다음 수련도 이렇게 같이 하는 거면 좋겠어요.”
“알겠다. 연구해 보마. 하지만 내공 만드는 건 같이 못 한다. 지금도 비 오거나 날 추우면 뼈마디가 다 쑤시는데 찬물까지 맞을 수는 없잖냐.”
“그 정도는 봐 드릴게요.”
“인심 크게 쓰는구나. 고맙다.”
둘은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