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24)
관존 이강진 (124)
두려움
말한 적이 있지만 당태호는 똑똑한 사람이다.
똑똑했기에 두 번의 혈겁에 모두 관여되었으면서도 당문을 오대세가 중에서도 제일세가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가문이 한순간에 풍비박산 날 수 있음을 느끼고, 그는 정말 똥구멍에 불난 것처럼 뛰어다녔다.
다행히 적은 똑똑했다.
조금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 하고, 영리하게 움직였다. 당태호는 오히려 그 사실에 감사했다.
멍청한 적은 상대하기는 쉽지만 가끔씩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에 이상하게 멍청하면 멍청할수록 운이 따라붙는 것 같았다.
그럴 바에는 똑똑한 사람이 더 낫다.
똑똑한 사람이 좋은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자칫하다가는 둘 다 치명적일 수가 있지.’
똑똑한 사람은 가슴보다 머리가 앞선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싸우기 전에 타협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에게 운이 따라 줬다.
상류로 유혹하면 오히려 반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에 준비한 계책이었다.
아니, 사실 상대가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으니 판단력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 써 본 계책이다.
물론 상류에도 당가의 정예들이 지키고 있었고, 적이 인내하지 못한다면 걸릴 것이다.
귀찮고 시간을 잡아먹을지언정 손해는 보지 않는 그런 별 볼일 없는 계책.
그런 계책이 운 좋게 먹혀들었다.
걸려든 것이다.
사실 스스로도 믿지 않아 혼자 지키고 있었는데 적으로 짐작되는 그가 오고 있었다.
‘변명이 아니었구나.’
그를 본 것만으로도 가문의 사람들이 변명처럼 한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극도로 수련한 느낌이 드는 녀석이었다.
당태호는 다시 한 번 운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꼈다.
이곳에는 자신 혼자만 있었다. 그게 행운이다. 어설픈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가는 짐만 되었을 터였다.
순간 놈이 멈칫하더니 이쪽으로 향했다.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를.
당태호는 그대로 암기를 날리며 그의 앞으로 몸을 날렸다.
* * *
피이이이이이이이이잉!
타타타타타타타타타.
암기를 얼마나 빨리 날리는지 파공음이 길게 울려 퍼졌고, 강진의 검은 또 얼마나 몰아치는지 암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강진은 정신없이 암기를 막아 내면서도 당태호의 손에 집중했다.
어차피 암기를 날리려면 손을 써야 했고, 그것만 잘 보면 지금보다 배가 빠른 속도라도 막을 수 있었다.
순간 검은 물체가 희끗거렸다.
처음 보는 암기에, 강진은 집중했다.
파르르르르.
강진은 규칙 없는 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암기를 향해 검을 날렸다.
부웅.
그러다가 급히 뒤로 물러나며 연거푸 검을 휘둘렀다.
부웅.
암기는 눈이라도 달린 듯이 강진의 검을 피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저 속도로 날아오면서 자신의 검을 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파르르르르.
그런 암기가 더 추가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암기는 시전자가 내력을 전해야 하는 듯 당태호가 두 손을 뻗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강진은 그 규칙 없이 움직이는 암기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벤다.
부우우웅.
찌른다.
씨이이잉.
베고 찌르고 막아 본다.
이놈의 미친 암기는 검에 닿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검을 마구 휘두르며 몸을 뒤로 날렸지만, 당태호도 강진이 움직인 만큼 앞으로 다가오며 암기를 조종했다.
‘좋다! 어디 한번 해 보자!’
암기를 칠 수 없으면 공간을 친다.
강진이 천단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자, 검에서 푸른 기운이 물결치듯 솟아올랐다.
강진은 검을 휘둘렀다.
암기를 치는 게 아니라, 암기가 날아오는 공간을 베려 했다. 내력에 암기가 걸리길 바라면서 말이다.
‘검강! 미친…… 저 나이에 어찌!’
일이 이렇게 되자 놀란 건 당태호다.
당태호는 손을 마구 움직이며 암기가 검강의 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조종해야 했다.
‘낙양일해!’
콰아아아앙!
강진이 그사이에 허리를 크게 비틀어 다시 푸는 듯이 반대로 돌리자 광음이 들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풀이 검으로 휘말려 들며 검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진기가 달리기 전에 어떻게든 암기를 떨어트리기 위해 강진은 필사적으로 낙양검을 전개했다.
타아앙!
그 엄청난 힘에 하나의 암기가 산산조각 났고, 다른 한 개의 암기도 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당태호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검에 검강이 있듯이 암기에도 강기를 씌울 수 있다. 당태호는 그걸 하고 있었다.
강진과 당태호의 내력이 엇갈리고 묶이고 합쳐지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공간에는 미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내력의 대결.
강진의 패도적인 내공과 육십 년 넘게 수련해 온 당태호의 노련한 내력의 대결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이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진의 내공이 막강하다지만 상대는 당태호.
무공을 드러낸 적이 없어 그의 무공을 얕게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당가의 가주다.
그의 무공은 그의 경영 능력과 처세술만큼 강했다.
웃는 얼굴과 처세술에 무공이 가려져 있을 뿐, 그는 절정의 노고수였다.
그래서 이 순간 억울한 건 강진이 아니라 당태호였다. 고작 스물 정도로 보이는 어린놈과의 내력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현실이 말이다.
강진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당태호의 코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
둘 모두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 양측 모두 폐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당태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력의 기세를 멈출 수는 없었다. 한번 밀리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똑똑한 놈이니 제발 알아 처먹어라!’
당태호는 강진이 자신의 뜻을 알아채길 바라며 선천지기까지 끌어 올려 내력에 힘을 실었다.
‘제발!’
서로 밀어내는 힘에서 밀릴 수는 없지만, 한쪽에 기세가 더해진다면 방어적으로 전환할 수가 있게 된다. 미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죽자고 밀어낼 필요 없이 조금씩 내력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
당태호는 상대가 그걸 깨닫고 맞춰 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리기에는 강진의 실전 경험이 너무나도 짧았다. 몸을 쓰는 대결은 충분하나 이런 내력 대결은 경험이 거의 전무했다.
강진은 당태호의 내력이 더 거세지는 걸 느끼며 핏발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힘을 쓰느라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 올려 맞받아 버렸다.
‘이 미친놈아!’
당태호는 순간 그렇게 외칠 뻔했다.
이제 그들 둘 다 죽는 건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이렇게 죽어야 하나?’
용케 목숨이 붙어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리라.
그 순간이었다.
‘저런 괴물 같은 놈!’
자신이 밀어냈던 힘 그 이상의 힘이 강진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주 미약한 차이였지만, 노련한 당태호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당태호는 순간 상대의 내력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받치며 힘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 시간 강진도 죽음을 맛보고 있었다.
뭐, 어울리지 않게 착한 일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조금은 억울했다.
‘사부가 보고 싶네. 내 새끼를 밴 미영이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토록 걱정했던, 아니 두려웠던 자신의 핏줄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곽노도, 부친도, 미영이도 아니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니미! 저 영감탱이 때문에!’
억울함과 분노에 강진은 지금껏 자각하지 못했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당태호는 놓치지 않은 것이다.
‘어라?’
순간 강진은 상대의 기세가 줄어든 것을 느꼈다.
그가 멍청이가 아닌 이상 당태호가 내력을 줄였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이유도 알았다.
‘확! 그냥 밀어붙여?’
평상시였으면 이렇게 생각하기 전에 옳다구나 하고 당태호를 밀어붙였을 것이다.
분명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랫배를 간질이며 가슴을 조여 오는 시큰한 느낌에, 강진은 그러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새끼를 보지 못할 거라는 억울한…… 아니, 두렵지 않았던가?
그렇게 강진과 당태호는 내력을 천천히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후우!”
그리고 마침내 둘 사이의 경력이 사라지는 순간, 당태호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길게 호흡했다.
털썩.
강진 역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두려운 거였지. 겁이 난 거였어.’
온몸에서 힘이 쫙 빠졌다.
두렵다는 건…… 겁이 난다는 건…… 정말 두려운 거였다.
강진은 정말 그걸 두 번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