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26)
관존 이강진 (126)
전방
공야진.
사천 성도의 한량 중 하나였다.
철없고 가벼운 성격이지만 말쑥한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또 잡다하게 아는 게 많고 인복이 많은,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덕분에 그는 정말 쥐뿔도 없으면서 사천 성도에서는 나름 목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그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몇몇은 정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공전운.
사천 왕부의 잡다한 것들을 모두 책임진 사람이었다.
공야진은 공전운을 당숙이라 부르며 따랐다.
사실 촌수가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 성이 같은 본이라는 것만 중요할 뿐,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공전운도 그 사실을 알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공야진 그 자체만으로 봐서는 별 능력이 없는 인간이었지만 그런 자도 나름 쓸모가 있었고, 그 하나 거두는 건 그에게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승 집 개새끼의 위세는 고을 현령을 능가한다는 말이 있듯이 공야진은 그의 위세를 빌려 이제는 웬만한 관리들과도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공전운이 공야진을 석집현 현령에게 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약간 욕심은 부리지만 시킨 일은 곧잘 해내는 공야진이었기 때문이다.
공야진은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했고, 그에 대한 떡고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건 그 후 몇 달이 지나서였다.
왕부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고, 공전운이 바쁘다고 자신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만 알 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공야진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바쁘다는 공전운을 계속 찾아 대 간신히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당숙 어른, 공야진입니다.”
“들어와.”
공야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잽싸게 그 앞에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조카가 당숙께 인사 올립니다.”
“바쁘다고 했잖나.”
공전운이 인상을 찌푸리며 하는 말에 공야진은 빠르게 대답했다.
“제가 누굽니까, 당숙 어른의 말씀이라면 불구덩이 속으로라도 뛰어들 놈입니다. 꼭 말씀드려야 할 일 같아서 이리 찾아뵙습니다.”
공전운은 그제야 인상을 폈다.
공야진을 옆에 두는 이유 중 하나가 그가 제법 아부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의 아부를 들으면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무슨 일인데?”
“저기, 당숙 어르신께서 바쁘신 이유가 혹시 저번에 저를 석집현 현령에게 심부름 보낸 것 때문이 아닙니까?”
공전운은 주변을 둘러보며 공야진에게 매섭게 말했다.
“입조심하게.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자네에게 뭘 시킨 적이 없어. 자네가 그냥 알아서 한 것뿐이지. 목 달아나고 싶지 않으면 아무것도 입 밖에 내지 말게.”
“당숙 어른 앞에서 아니면 제 입은 천근입지요.”
“할 말이나 해 봐.”
“사람을 찾으시는 것 같은데…… 혹시 그 석집현에서 나타났다고 했던…….”
공전운이 안색이 확 변하며 물었다.
“뭐 알고 있는 거 있나?”
“그게…… 석집현 현령이 그때 그놈의 관등성명을 말해 준 적이 있습니다.”
“뭐라! 왜 그걸 지금 이야기해!”
공전운의 노호에 공야진은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게…… 그때 당숙 어른이 그냥 말만 전해 주고 오라고 하셔서…….”
공야진은 사안이 자신의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바닥에 처박으며 말했다.
“조카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됐고, 누구라고 하던가?”
“그게, 광동성 신의현의 포도대장이라고 하던데요……. 무슨 기찰포졸이라는 말도 있었고.”
“포도대장? 기찰포졸?”
공전운은 포도대장은 알지만 기찰포졸이라는 직위도 있나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가 되더라도 일단 잡아 오고 볼 일이었다.
“현령이 그렇게 말했다고?”
“네. 그러면서 잘 부탁한다고 제게 은전 조금 집어 줬습니다. 조카가 큰일인지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당숙 어른.”
공전운은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조금 늦었지만 단서를 잡았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때 공야진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당숙 어른, 누구를 찾고 계시는 것 같은데…… 조카가 그런 방면에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공전운의 시선이 다시 공야진에게 돌아갔다.
“돈만 주면 뭐든 해내는 사람들인데, 사람 찾는 것도 곧잘 해낸다고 하더군요. 혹시 필요하시다면…….”
“그런 놈들이 있어?”
“네. 관에서 찾지 못하는 사람도 그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맡기기만 하면 확실하게 처리한다고 합니다.”
“자네가 직접 아는 놈들은 아니고?”
“친구 녀석 중 하나가 그 사람들의 심부름을 해 주곤 합니다. 그래서 들은 게 있습니다.”
“그래?”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했다.
“누군가, 그 사람들은?”
잠시 후 공야진은 왕부를 벗어나 총총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 * *
“그거 저도 가르쳐 주세요.”
강진이 가면서도 끊임없이 손을 놀리는 모습에 아일은 그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바람 소리가 나더니 손 한번 뻗는 것만으로 길가에 있는 돌덩어리가 부서지는 걸 보고는 달라졌다.
아일이 자신에게 찰싹 붙으며 하는 말에 강진은 귀찮다는 듯이 밀어내며 말했다.
“가르쳐 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건 네가 못해.”
“왜요?”
“이 형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거든. 너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데?”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가르쳐 주세요.”
“이거 무척 힘든데. 나 같은 사람도 무척 힘들었다고.”
힘들었다. 그 지루함이 말이다.
“할 수 있어요. 가르쳐만 주세요.”
아일이 포기하지 않자 강진은 물끄러미 그를 보다 입을 열었다.
“하라는 대로 할 수 있냐?”
“그럼요.”
“그럼 내려.”
“네?”
“마차에서 내리라고. 그리고 너는 달려서 쫓아와.”
“달리는 거랑 형님이 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요?”
“나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배웠으니까 너도 그렇게 해야지.”
마차가 빠르게 가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 걸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내내 뛰어야 겨우 따라올 수 있다.
“싫어? 싫으면 말고.”
강진이 고민하는 아일에게 한마디 하자 녀석은 곧바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반쯤 뛰어 가며 마차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저도 할래요.”
아일이 뛰어내리자 아이, 아삼이 동시에 자신도 하겠다고 나섰다.
“아이는 해도 되지만, 아삼이 너는 안 돼. 빨리 뛰어도 못 따라온다.”
강진의 대답에, 아이는 신 나서 마차에서 내려 아일과 달리기 시작했고 아삼은 입술을 삐죽였다.
“아삼아, 좀 있으면 내가 무척 고마울 거다.”
강진은 아삼의 머리를 비벼 주고는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공.
선유라는 거대한 벽을 만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오룡삼봉이라는 그런 피라미들을 만났을 때와는 다른 벽. 소 사부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그런 벽.
할 게 생겼다.
강진에게 있어서 그건 큰 즐거움이었다.
무공은 재미있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 이른 후 흥미를 잃었다가 다시 흥미가 돌아왔다.
원래 무공은 재미가 있는데 이유가 생기고 승부욕도 생기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신교 고수들과의 대련도 그랬다. 자신의 승률이 훨씬 높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그들과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번 당문과의 싸움에서 크게 낭패를 당했을 터였다.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여유가 생겼다.
강진은 그 시간을 헛되이 쓸 생각이 없었다.
배운 걸 복습해 보고 아는 걸 다르게 시도해 봤다.
그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선유는 무공의 형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지만 또 그 형식에 철저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건 기본에 충실한, 끊임없는 반복 수련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지루한 반복 수련은 강진이 제일 싫어하는 거였다. 필요로 한다면, 그럴 가치가 있다면 할 수도 있지만 은연중에 그런 수련은 피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천하제일고수가 한 말이었다. 자신이 벽으로 느낀 상대가 한 말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 지루함마저도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같은 동작이지만 뭔가 새로웠다.
주먹 하나 내지르는 동작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수백 가지의 변초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미있어 미칠 지경이다.
물론 그런 반복 수련을 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이런 수련을 할 때는 반드시 지루함을 느꼈던 그다. 지금은 열흘이나 즐거우니, 그 이상도 즐거울 수 있는 거였다.
강진은 주먹을 내지르고, 검을 뽑아 보고 휘둘러도 보았다.
“강진아. ……강진아!”
서문우람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산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달리게 할 작정이냐?”
서문우람은 헐떡헐떡 마차를 따라오고 있는 아일을 보며 물었다. 아이는 언제 포기했는지 이미 마차에 탄 상태였다.
강진은 서문우람을 보며 물었다.
“쟤 달린 지 얼마나 된 거냐?”
“못해도 삼십 리는 달렸다. 저러다 죽는다. 타라고 해도 그냥 한다고 고집부리네.”
“삼십 리? 그럼 더 달려야 해.”
“얼마나?”
“나 할 때는 오십 리는 달린 것 같은데.”
서문우람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체력 좋은 어른도 오십 리를 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서문우람은 강진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걸 알기에 뭐라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가 오십 리를 달렸다고 하면 달린 거다.
강진은 아일을 보며 물었다.
“힘드냐?”
“네. 무지하게 힘들어요.”
“그럼 마차에 타.”
“그거 가르쳐 줄 거예요?”
“너도 들었잖아. 오십 리는 달려야 해.”
서문우람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마차 속도를 줄였다. 이렇게 하다가는 하루에 백 리 가기도 힘들다.”
“아! 정말 그러네.”
강진은 아일을 마차로 끌어 올리며 말했다.
“뭐, 내 사부가 엉터리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내가 좀 더 멋지게 가르쳐 주마.”
강진은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널브러지려는 아일의 몸을 주물러 줬다.
옛날 생각이 났다.
곽노도 그랬다. 자신이 쌩쌩해 보이면 안 해 주는 경우도 많았지만 곧잘 이렇게 주물러 주곤 했다.
‘지금쯤이면 사부도 출발했겠지? 후딱 처리하고 집에 가야지, 원.’
집이 그리웠다.
아버지도 보고 싶고 미영이의 살냄새도 맡고 싶었다. 그리고 태어날 아이도 기대가 되었다.
강진은 됐다 싶을 때쯤 손을 떼며 아일에게 확인하듯이 물었다.
“근데 이거 정말 재미없고 힘들어. 그래도 할 거야? 오늘 건 아무것도 아닌데.”
“할래요.”
“그럼 그러든가.”
강진은 별생각 없이 대답하고는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