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30)
관존 이강진 (130)
“환영광림(歡迎光臨).”
고급 객잔이 맞았다.
점소이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객잔에 들어설 때부터 입구에 쭉 늘어선 여종업원들이 크게 소리치며 일행을 맞았다.
강진은 익숙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가장 좋아 보이는 자리인 창가 중앙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쫓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눈에 뜨이는 자리는 피해야 했지만, 강진은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강진은 강호 초출이나 다름이 없다. 자신의 능력만을 믿는 신출내기. 다만 그 능력이 워낙 막강하니 웬만한 걸로는 약점이 되지 않을 뿐이었다.
여하간 강진이 익숙하게 자리에 앉자 우람이나 아일 형제도 엉거주춤 주변을 둘러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여종업원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교육을 잘 받았는지 내색하지 않았다. 사실 이곳에서 무전취식하는 놈들의 말로가 어떤지 잘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지만.
“뭘 드시겠습니까?”
강진은 차림판도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들을 몇 가지 시켰다. 오면서 제대로 된 음식점을 보지 못해 이번엔 제대로 먹어 줄 생각이었다.
“다른 분들은?”
“소면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저도…….”
서문우람을 비롯한 아일 형제들이 우르르 소면을 시키자 종업원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움직였다.
“가르쳐야 할 게 산더미구나. 제대로 먹어야 제대로 힘을 쓰는 거다.”
강진이 피식 웃으며 아일 형제에게 하는 말에, 서문우람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다. 다 너처럼 살 수는 없어.”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래서 너는 안 가르쳐. 그리고 다 나처럼 살 수는 없어.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사는 순간, 나처럼 사는 사람들은 좀 더 다르게 살고 있을 거야. 이건 단순한 사실이라고.”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나 비싼 놈이오 할 정도로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들이었다.
“먹자.”
강진은 소면을 앞에 두고 있는 일행에게 한마디 하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같은 탁자에 앉아서 누구는 소면을 먹고 누구는 소면 수백수천 그릇 값의 요리를 먹고 있다.
서문우람은 피식 웃으며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강진이 배려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저런 놈이었고, 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아마 스스로가 잘 먹어야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그러니까 스스로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방법을 실행하고 있는 것뿐이리라.
아일 형제들은 강진이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점에서 소면을 먹는 것도 굉장히 좋았다. 소면이긴 하지만 고명이 풍부하게 올려져 있어 입은 충분히 즐거웠다.
일행이 부지런히 음식을 먹는 사이, 입 짧은 강진이 먼저 젓가락을 놓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는 양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자신의 배가 부르니 나름 배려라는 것도 생겼다.
“이것도 좀 먹어 봐. 살을 붙이고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는 음식들이다.”
강진은 요리 몇 가지를 아일 형제에게 내밀었고, 그들은 생전 처음 보는 맛에 신 나게 손을 움직였다.
그 조그만 몸에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강진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객잔을 쓱 둘러보았다.
“음!”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는, 배를 톡톡 치며 소화라도 시키겠다는 듯이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그만 먹어라. 그러다 배 터질라.”
서문우람도 진작 식사를 마치고 아일 형제들을 보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처음에는 동생들 먹이는 것 같아 흐뭇하게 바라봤지만,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가 올챙이배처럼 뽈록 튀어나오자 한마디 한 것이다.
“그래, 그만 좀 먹어라. 한바탕할 것 같으니까.”
강진도 한마디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무슨 일이야?”
서문우람이 놀라 묻는 말에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자객이라는 거 재미있네. 이리 옆에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뭔 소리야, 자객이라니?”
서문우람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객잔에는 여섯 무리가량의 손님이 있었다. 모두 이런 곳에 출입할 만한 차림에 생김새까지 말쑥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객이란 소리를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뭔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그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말이야. 우람아, 네가 돈이 많다고 치자. 친구를 만났다고 치자. 밥을 먹어야 한다고 치자. 그러면 어디로 가겠냐?”
“그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겠지…….”
“맞아, 그럴 거야. 나야 좀 특별하지만, 보통 있는 사람들도 사내들끼리는 이런 곳에 오지 않아. 여기서 밥을 먹을 돈이면 유흥가나, 아니면 좀 싸고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간단 말이지.”
강진은 씩 웃으며 손님들을 둘러보았다.
“물론 예외인 경우가 있긴 해. 곁에 여자가 있어 그 여자에게 과시하고 싶어 할 때 말이지. 하지만 이곳에 여자가 있냐?”
서문우람이 보니 모두 사내들이다.
“연기력은 기가 막힌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야. 차라리 좀 식도락을 즐기는 척이라도 했으면 속아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아니면 관심이라도 좀 보이든가. 자기는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게 점잖은 척 먹고만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안 그런가?”
마지막 물음은 서문우람을 향해 하는 말이 아니었다.
강진은 물음을 던짐과 동시에 몸도 날리고 있었다.
스르릉.
여섯 무리의 손님들, 도합 열일곱의 사내들의 품에서 무기가 뽑혀 나왔다.
십칠 대 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스윽. 스윽.
한번 쓸 때마다 어른 키만 한 범위의 먼지가 쓸려 가고 있었다.
스윽. 스윽. 스윽.
하지만 정 총관은 딱 빗자루 범위로 계속 마당을 쓸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서안으로 갈 거라는 소주의 연락에 급히 사람을 보냈지만 찾지 못했다.
‘내가 갔어야 했어.’
하지만 몸을 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인은 낙양에 가 있었고 그사이 상단의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 했다. 그런데 근래 상단의 물건을 노린 도적들의 습격이 잦았다. 그 탓에 상단에 무인들을 배치하고 표국을 고용하고 낭인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살무방의 무인들을 동원하면 쉽게 정리될 일이었지만, 그들은 대규모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대계를 얼마 남기지 않았으니 약간의 위험이라도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정 총관은 움직이지 못하고, 서안에 몇몇 무인들을 급히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향아라도 곁에 있다면 안심했겠지만…….’
향아는 곽노와 함께 귀주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왜 소주에게서 떨어졌는지 뭐라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자유의 몸이었고, 또 곽노와 함께라는 사실은 모든 걸 설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젠장. 요새 들어 되는 일이 없네.’
빗자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흠칫.
애꿎은 바닥에 화풀이를 하던 그의 손이 멈췄다. 그러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이건 또 뭐야?’
뭔가 희끗해 보였던 그건 침입자였다.
눈에 살기가 이는 순간, 정 총관의 몸이 일그러지더니 안채 쪽으로 밀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급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흉내조차 못 낸다는 이형환위였다.
하지만 정 총관은 그 움직임마저 느리게 생각되었다. 생각하는 순간 그곳에 가 있지 못함에 화가 폭발했다.
주인이 없고 소주가 없는 집이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 작은마님이라 불러야 하는 미영과 배 속의 아기.
정 총관은 다행히 늦지 않았다. 침입자는 안채를 염탐하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는 중이었다.
정 총관은 크게 소리치며 단칼에 도륙 내고 싶었지만 소리 내지 못했다.
안에 있는 사람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집에 있음에도 미영과 배 속의 아기를 지키지 못하면 주인과 소주의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정 총관은 단숨에 침입자에게 접근해 단 한 수에 그를 혼절시켜 버렸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십 년 전 먹은 것까지 모조리 알아낸 후 갈가리 찢어 죽여 주마.’
정 총관 그는 절정의 고수였고, 침입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
놈들은 강했다.
물론 자신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지만, 미리 눈치채지 못했다면 힘들었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넷이나 되었다.
그 탓에 강진은 어쩔 수 없이 그들 중 반 이상을 죽여야 했고, 아일 형제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눈으로 봐야 했다.
그나마 대담한 성격의 아일이 급히 두 동생의 눈을 가렸지만, 그 자신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터.
아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제야 왜 서안까지 오면서 별 시답잖은 놈들이 자객으로 나섰는지 알 수 있었다. 그놈들은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용도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여기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단 말이겠지?’
왕부다. 전방은 왕부가 고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계획을 바꿔야 할까?’
서안에서 물길을 이용해 움직인다는 건 너무 뻔히 보이는 수다.
‘아니야. 어차피 목적지를 알고 방해가 계속될 거라면. 차라리 빠르게 가는 것이 낫다.’
결정한 강진은 배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배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있는 건 사람들이 많이 타는 정기 여객선밖에 없었다. 그런 배를 타면 자신들을 노릴 틈이 많아질 것이다.
‘전방이라…….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군. 탈 수밖에 없게 만든다라…….’
돈은 자신도 제대로 쓸 줄 안다.
문제는 수중에 돈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가의 사업장을 찾으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당장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놈들이다. 계속 움직여 줘야 했다.
‘차라리 육로로…….’
다시 물길을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상황은 똑같았다. 빈틈은 많이 보이겠지만 차라리 한정된 공간에서 싸우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있었더라도…….’
강진은 처음으로 돈이 궁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