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32)
관존 이강진 (132)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은 대인이다. 그리고 더 큰 대인이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도적질도 도적질이 아니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도적놈 돈을 도적질한다는 말이다.
아니, 표현이 잘못되었다.
나쁜 놈들을 패 주고 개과선천시켜 준 대가로 돈을 받는 게 뭐가 잘못됐는가?
자신으로 인해 나쁜 짓을 멈춘다면.
다음 생이라는 걸 믿지는 않았지만, 그런 게 정말 있다면 자신은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는가?
돌리고 돌려 합리화시키면 도적질이 아니라 착한 일을 하는 거였다.
맞다, 착한 일이다.
그래서였다, 강진은 가진 돈 은자 스무 냥을 모두 털어 사공에게 주고는 다음 선착장에서 배에 탄 사람들을 내리게 했다.
선객들은 투덜거렸지만 뱃삯을 환불해 주고 여태 타고 온 운임비는 받지 않겠다는 소리에 잽싸게 배에서 내렸다.
강진은 그도 모자라 사공 다섯 중 셋을 내리게 했다. 선객들이 없으니 배만 움직인다고 하면 사공 둘로도 충분하다는 소리에 내린 조치였다.
그 후 강진은 배의 이동 경로를 사공과 상의한 후에 배에서 내렸다.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배만 대시오.”
“사흘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되는 겁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마음대로. 대신 아무도 태우지 않고 장소와 시간은 반드시 지키시오. 그리고…….”
강진은 주변을 둘러보다 돌멩이 하나를 주워 들었다. 그러고는 강에 던지니 돌은 수면 위를 열 번 이상이 튕기면서 강 중앙까지 던져졌다.
사공이 내심 엄청난 팔 힘이라 감탄하고 있을 때, 다시 하나의 돌이 강에 던져졌다.
하지만 돌만 던져진 것이 아니었다.
강진이 날았다. 날더니 수면 위를 튕기고 있는 돌을 밟아 가며 강물 위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돌을 밟아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더니 다시 강가에 착지했다.
노인의 얼굴이 굳었다.
오랜 세월 사공 노릇을 하면서 무림인을 종종 보곤 했다. 그중에는 수적들도 오줌을 지리면서 물러날 정도로 강한 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물 위를 걷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강진은 굳은 노인을 보며 씩 웃어 주었다.
“나 이런 사람이오. 그리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약속만 제대로 지키면 노인의 손실액은 물론이고 이 배도 그냥 사서 노인에게 드리지. 단!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으음. 수적들의 분노 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요.”
“물…… 물론…… 그런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노인장이 일 처리가 확실한 것 같아 내 이런 기회를 주는 거지. 기회는 잘 오지 않는 놈이니 왔을 때 꽉 붙잡으시오. 노인장 손주들에게 용돈 쥐여 줘 가며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지가 이 거래에 달렸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 뼈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된 시간에 그 장소에 정확히 댈 테니.”
강진은 만족할 만한 미소를 짓고는 서문우람에게 말했다.
“애들 잘 데리고 있어.”
“무슨 생각이냐?”
“안전하게 갈 방법을 생각했잖아. 이거 다 참겠는데 측간에는 그리 많이 못 가겠다. 몸에 냄새 배겠어. 너는 이 기회에 마음 놓고 푹 쉬고 있어.”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강진이 하는 일이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녀석이긴 했지만 탈 낼 녀석은 아니었다.
“뭔 생각인지 모르지만 조심해라.”
“들어가 있어.”
강진이 노인에게 고갯짓을 하자 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님, 빨리 돌아오세요.”
아일 형제가 크게 손짓을 하며 떠나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던 강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방향은 배와 똑같았다. 강가를 벗어나 배가 조막만 한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긴 했지만 움직이는 방향은 똑같았다.
‘보통 놈들이 아닌데 내 눈에 있어야지.’
분명 그리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다.
수적들의 주머니를 털고, 더 나아가 수채를 터는 건 강진에게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하루는 걸릴 일.
전방이라는 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돈을 제대로 쓸 줄 알았고, 서안에 있는 전세를 낼 수 있는 배를 모두 잡아 뒀던 놈들이다. 단지 자신들을 여객선에 태우기 위해서였다. 여객선이란 건 정해진 장소를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배이니 계획을 세우기 좋을 것이다.
이제 저 여객선은 계획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테지만 조심해야 했다. 눈앞에 두는 방법이 제일 확실했다.
그렇다면 수적을 어떻게 터는가?
간단하다. 여객선보다 조금 앞서 나가며 수적들로 보이는 놈들을 먼저 잡으면 될 일이다. 감시도 하면서 계획대로 수적들을 교화시키고 대가를 받는다.
역시 자신은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강진은 여객선을 시야에 두고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 * *
“어떻게 알았을까요?”
당문비의 물음에 당태호는 인상을 찌푸리기만 했다.
자신들도 당한 게 있으니 대놓고 추궁은 못 하겠지만, 눈치는 챈 게 분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시간 싸움인가? 쫓는 척만 하지 말고 보호도 했어야 했던 건가?’
여차하면 자신들은 빠질 수 있다 생각했지만, 왕부가 자신들을 의심했으니 그냥 있지만은 않을 거다. 그러기 전에 손을 써야 했다.
하지만 가문의 힘으로도 왕부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자칫하면 역적으로 몰려 멸문당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준비는? 준비는 어느 정도 했어?”
한참의 침묵 끝에 당태호의 입이 열리자, 당문비가 급히 대답했다.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급조한 계획이라…… 먹혀들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끝났어. 일단 앞뒤만 맞으면 돼. 그거면 충분한 거야.”
당태호는 권력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앞뒤만 맞으면 되는 문제였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천에서 만드는 일이다. 할 수 있었다.
“절대 늦어서는 안 돼. 실수는 용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야. 그리고 놈을 쫓는 게 전방이라고?”
“네, 확실합니다.”
“좀 만나자고 해.”
“이미 연락을 넣었습니다만…… 연락 두절입니다.”
“그건 당연한 거잖아. 그런다고 그걸로 끝이야? 사천에서 우리가 못 찾는 게 어디 있어? 찾아! 그리고 어떻게든 내 눈앞에 데리고 와. 안되면 다른 성에 가서라도 책임자를 찾아 데리고 와! 놈들끼리는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당태호의 불호령에 당문비는 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가문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차라리 양쪽으로 손을 써야 하는가?”
당태호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그는 앉아서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가문을 이렇게까지 세울 수도 없었다. 당태호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 시간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은 광동에도 있었다.
“관리라…… 관리라……. 이거 참. 소주도 제대로 사정을 알려 줘야 어떻게든 손을 쓰지.”
정 총관은 고민하다 순간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소주도 모르는 일이다. 총명하신 분이니 알았다면 반드시 알려 주셨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관리가 있어 여기까지 손을 쓸 수 있는 거지?’
상단의 움직임이 위축되고 있었다.
성을 통과할 때마다 이가상단에 대한 물건만 검색을 강화하고 있었다. 물건의 양이 어마어마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지연 시간은 그대로 손해로 돌아왔다.
관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원래 가장 먼저, 그리고 빠르게 처리해 주던 관원들이 갑자기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인께서 돌아오셔야 할까?”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아니,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 준비가 한창이거늘…….”
정 총관은 주인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하기로 했다.
“이놈의 살수 새끼들, 모두 곤죽으로 만들어 주마.”
그건 살수들을 때려잡는 일이었다.
* * *
“나 참…… 돈이 궁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강진은 사내 하나를 패대기치며 중얼거렸다.
원래라면 때려잡을 놈들을 때려잡으며 몸도 상쾌하고, 나쁜 놈들을 교화시킨다는 뿌듯함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돈이었다.
두당 얼마? 하는 식으로, 강진의 눈에는 수적들이 움직이는 돈 덩어리로 보였다.
그건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깟 돈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위축이 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가면 돈 벌 방법부터 찾아봐야지. 이거야 쪽팔려서 힘이 나질 않아.’
한주먹에 하나씩 수적을 때려잡고 있는 강진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기분만은 그랬다. 그렇다고 수입이 짭짤한 것도 아니었다.
“아직 수금을 못 해서…….”
중간 두목급으로 보이는 사내가 모아 온 돈을 받으니 은 스무 냥도 되지 않았다.
‘이런 거지새끼들.’
이러다가는 약속된 시간 내에 뱃삯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몇 시진 남지 않았는데.’
강진은 계획을 약간 수정할 필요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너희 수채가 어디냐?”
“저기에 있습니다.”
빠악!
강진은 손가락질하며 대답하고 있는 사내의 뒤통수를 가격하며 말했다.
“그리 말하면 내가 아냐고. 얼마나 걸려?”
“한 시진 정도만 가면 됩니다.”
“거긴 돈 좀 있겠지?”
“돈은 채주께서 관리하시니…….”
강진은 잠시 고민했다.
강에 배라고는 이놈들 배밖에 없었고, 강가에는 사람이 다닐 만한 길은 없었다.
두 시진 정도는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강진이 입을 열었다.
“가자, 너희 수채로.”
“안내하겠습니다.”
뒤통수에 커다란 혹이 생긴 사내는 잽싸게 앞장서며 강진을 안내했다. 이건 배신이 아니었다.
‘이 새끼, 두고 보자.’
지금은 다 영업을 나갔다고 하나 수채에는 최소 오십여 명의 동료가 있다. 그리고 채주는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이 젊은 놈이 괴물 같은 신력을 발휘한다지만, 채주도 그만한 신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강진은 복수심에 불타올라 빠르게 움직이는 사내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진 후.
“살려만 주십시오.”
서안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흑봉채의 채주는 그야말로 구리 돈 한 푼 남기지 않고 강진에게 내밀었다.
“뒤져서 나오면 철전 한 개당 한 대다. 괜찮지?”
“그런 놈이 나오면 소인이 먼저 쳐 죽이겠습니다.”
“뭐, 그렇게까지야. 그럼 믿을게. 그리고 다른 약속도 믿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오늘부로 우리 흑봉채는 해산될 겁니다.”
“그래, 탐관오리 때문에 도적이 됐다는 네 한심한 변명을 믿어 준다고 해도, 그렇다고 그게 강도질을 해도 된다는 변명이 되지는 못해.”
“네. 대협의 말씀이 옳습니다.”
“좀 더 좋은 말을 해 주고 싶다만 본관은 바쁘니까. 앞으로 착하게 살아라. 그리고.”
강진은 눈앞의 돈 상자를 보며 말했다.
“웬만하면 전표나 금으로 좀 바꿔 두지. 들고 가기 귀찮게. 철전이 반이 넘겠네.”
강진은 채주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겨 주고는 상자를 집었다. 못해도 쉰 근은 넘어 보이는 상자였지만, 강진은 별 어려움 없이 한 손으로 잡고 수채를 내려갔다.
약속된 선착장에 도착한 강진은 배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배가 선착장에 닿기도 전에 상자와 함께 몸을 날려 올라탔다.
쾅.
돈 상자를 내려놓은 강진이 사공을 불렀다.
“노인장, 여기 약속한…….”
강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사공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 일행은?”
“그게…….”
사공은 입을 열지 못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