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35)
관존 이강진 (135)
그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一. 죽일 놈만 죽인다.
二. 죽이지 않아야 할 놈은 죽이지 않는다.
三. 위 두 가지는 반드시 지킨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힘을 손에 넣은 후부터는, 마음 내키는 대로 죽였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재미밖에 주지 못했다. 마치 돈을 주고 산 창녀들과 관계를 끝낸 후의 느낌과 같았다. 분명 흥분하고 재미가 있었지만 끝내고 난 후에는 공허함만 느껴지듯이 말이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공허함을 없애 주지는 못했다.
사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죽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웃어 주고, 기대해 주고, 기뻐해 주는 아비가 그를 죽지 못하게 했다.
어미 없이 자신을 끼고 살았던 그런 아비를 위해 살아 줘야 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이렇게 재미없는 세상에 태어나게 한 아비를 원망해야 하는 걸까?
천륜이라는 것.
그래, 그게 있었나 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죽으려는 걸 포기했다.
바뀌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렇게 살기로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죽음을 부르는 공허함이었지만, 엄청난 지루함과 짜증도 죽음을 불렀다.
자신도 재미있어야 했다.
자신의 재미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그것 없이 무슨 이유로 산단 말인가?
하지만 끝도 없이 죽음을 유혹하는 공허함도 제거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 가지를 깨달았다.
모든 게 그에게는 너무 쉬워서였다.
돈만 주면 여자를 쉽게 안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일도 너무 쉬운 거였다.
어렵게 해야 했다.
하지만 뭘 어떻게 어렵게 한다는 말인가?
다시 고민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나를 죽이더라도 제대로 죽이기로 말이다.
죽는 그날까지 곱씹어도 괜찮을 만한 그런 추억이라면 공허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쉽게 죽일 대상은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어렵게 죽일 대상.
一. 기준을 세운다.
二. 그 기준에 맞는 놈을 찾는다.
三. 놈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四. 실행한다. 단,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게!
효과가 있었다.
욕구를 참는 건 괴로웠지만, 그 괴로움이 더한 환락을 가져다주었다. 시작, 과정을 거쳐 결과를 얻는 과정이 까다로우니 그 자체가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공허함을 주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기분이었다.
어렵게. 더 어렵게.
기준은 날로 높아 갔고, 과정은 더 치밀해졌다.
자신의 계획대로, 원하는 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많았다. 무공도 익혀야 했고, 글도 익혀야 했고, 별의별 잡기를 다 익혀야 했다.
재미가 있었다.
모두 쉽지만 그래도 목표란 게 있고 거기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란 생각이 지극한 만족감을 주었다.
그사이 원치 않던 명예도 얻었다.
명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들이 자신을 우러러보는 게 왜 좋은 건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목이 쏠리면 그에게는 좋을 게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는 싫어했지만 아비는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좋아했다.
이목이 쏠리는 건 싫지만,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좀 더 많은 수단을 가질 수 있었고, 수단을 가지니 더더욱 치밀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소모하고 있을 때 사람 하나를 만났다.
한눈에 알아봤다.
그와 같은 사람이었다.
사람에게는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색깔이 있는 법이고, 상대의 색은 그와 같았다.
그가 상대를 알아본 것처럼 상대도 그를 알아봤다.
상대는 질색한 듯 보였지만 그는 반가웠다.
상대는 그에게 승부욕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혼자 사는 세상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이였다.
상대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니, 대단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알려진 게 별로 없었고, 알려고 해도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 철저하게 상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포도대장이 되었다는 소리에, 놓았던 책을 다시 폈다.
그자와 어울리려면 비슷한 능력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그자가 포도대장이면 자신도 그렇게 돼 줄 것이다.
전시는 얼마 남지 않았다.
* * *
‘본 것보다 더 강하다!’
고순의 맹공에 강진은 네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며 검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피류류류류류류.
괴이한 파공음과 함께 그의 검이 다시 다가왔다.
‘또 막아야 할까? 피한다면?’
모험은 하지 않는다.
네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지만 처음 생각한 것처럼 막는 것이 옳다. 완벽하게 피한다 하더라도 저 괴이한 풍압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강진은 알지 못했다.
차아아아아아앙!
검을 쳐 내는 순간, 강진은 충격에 대비했다.
앞에서 느껴지는 압력에 아까처럼 걸음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이번엔 네 걸음은 아니었다. 두 걸음만 뒤로 물러난 후에, 밀려나는 힘을 비껴치며 몸을 회전했다.
‘낙양회검.’
강진은 반격했다.
검기가 쏘아져 나갔고, 고순은 피했다.
강진이 다시 회전하며 검을 휘두르니, 어느새 고순의 뒤에서 검기가 나타났다.
쏘아 낸 검기를 회수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강진은 그렇게 했다. 대신 내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러나 대가는 확실했다.
고순은 급히 몸을 돌렸지만 낙양의 기운은 그의 옆구리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낙양일해!
강진은 끝장을 내기로 하고 검을 휘둘렀고, 강렬한 기운이 고순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터지며 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강진은 검을 쥔 채로 먼지 폭풍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손에 느낌은 왔지만 상대는 고수였다. 충격은 컸을 테지만 숨은 붙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휘이이잉!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불었고 먼지를 앗아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피를 토하는 고순이 서 있었다.
그는 전신을 떨었다.
온 힘을 다해 저렇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리라.
“끝난 것 같은데?”
강진이 검을 겨누며 하는 말에 고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끝났다. 단전에 진기가 한 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순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살려 줄 수 있겠는가?”
순간 강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승부가 나고서 저런 말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말이 나온 것이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은 반칙이지. 그냥 죽어. 이미 서로 각오한 거잖아.”
고순은 눈을 떴다.
“나 말고, 내 딸아이 말이네.”
강진은 고개를 돌려 아일의 품에 안겨 있는 여아를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순을 보며 말했다.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나는 약속을 지켜.”
“그래서 하는 말이네. 살려 줄 수 있겠는가?”
“내가 왜?”
“왠지 자네라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강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고. 뭐, 그렇게 되어 줄 생각은 있지만 이건 별개의 문제지.”
“살려 주게. 그럼 죽어서도 은혜는 잊지 않겠네.”
“죽어서 어떻게 갚으려고? 나는 귀신을 믿지 않아.”
“그렇군.”
고순은 딸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아이였다. 자신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그것도 이제 끝인 듯했다. 결국 이렇게 될 거였다면 그렇게 사람들을 해치지도 않았을 터였다.
“야! 그건 반칙이라고!”
눈물을 흘리는 고순을 보며 강진은 소리를 질렀다.
대화는 별로 나누지 않았지만 그의 사정은 알 수 있었다.
돈을 위해 자신을 죽이려 했으니 그의 행위는 악하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가난했다. 어쩔 수 없이, 죽어 가는 딸을 살리기 위해 무공을 사용했을 터였다.
그래,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이유가 되나?
그에게는 이유가 되지만,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죽이지 않아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강진이 노성을 터트렸다.
“착하게 살려고 했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입 닥치고 그냥 강도질이라도 하지 그랬어?”
“…….”
“너는 그놈들보다 더 나쁜 놈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더 나쁜 놈이야! 돈 내놔 하는 게 훨씬 나은 거야. 재수 더럽게 나쁜 놈에게 걸린 거니까. 하지만 너처럼 그런 이유를 만들면 당하고도 기분 나쁘지. 어차피 돈을 위해 싸웠다면 상대에 대한 그 정도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자네 말이 맞아. 나쁜 짓을 하면서 용서해 달라고 하는 것이니…… 자네 말이 맞아.”
고순은 검을 움켜잡았다.
“사람이라면 그래야 하겠지…… 하지만 말일세…….”
고순은 검을 들었다.
“어떻게든 자기 자식은 살려야 해. 그게 아비라는 거라네. 사람이 아닌 아비.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라네.”
“그래, 차라리 그렇게 말하면서 싸워야지. 상대 기분 더럽지 않도록.”
강진은 검을 휘둘렀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기력을 사용하고 있는 고순이었다. 그에게 기적이란 없었다.
파앙!
그가 새우처럼 허리를 접으며 뒤로 날아가더니 바닥을 나뒹굴었다.
“퉤!”
강진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기분이 더러웠다.
그는 틀리지 않았다. 강적을 만나 최선을 다해 죽이려 했다. 상대 역시 그를 죽이려 최선을 다했다.
그런 싸움이었다.
상대에게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다면, 그에게도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자신은 이겼고, 상대는 졌다는 것이다.
‘나도 뭔가 좀 이상해진 게 분명해.’
원래라면 아무 고민 없이 죽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 흔들렸을까?
“아빠…….”
그때 아일의 품에 있던 여아가 깨어났다. 그리고 아빠를 불러 댔다.
‘뉘미!’
강진에게는 아비가 있었고, 곧 스스로도 아비가 될 예정이었다.
단순히 그래서였을까?
강진은 울부짖으며 아비를 찾는 여아를 외면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보며 말했다.
“이생단이라는 거, 약이지? 그거 내놔!”
“그건…….”
“살려 준다. 저기 쓰러져 있는 떨거지도 살려 주지. 저 아이의 목숨값으로는 꽤나 비싼 것 같은데?”
노인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 * *
전방의 그 늙은이는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황금 천 냥짜리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에는 철전 한 푼짜리 가치도 되지 못할 수도 있지.
맞는 말이다.
어떠한 것에 대한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전방에게 있어서 고순은 황금 천 냥의 가치를 지니는 이생단 하나겠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고순은 운이 좋았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이를 만났다.
“너는 이제 내 것이다. 나중에 뭔 변명을 해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잘 기억해. 나는 손해 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강진의 말에 고순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두 달은 누워 있어야 하는 중상을 입은 고순이었다.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 없는 몸이었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누워 있지도 못하는 고순을 보며 강진이 냉랭하게 말했다.
“누가 일어나래? 너는 이제 내 노예다. 내가 먹으랄 때 먹고, 자라고 할 때 자고, 싸라고 할 때 싸는 존재다. 너는 돈에 너를 팔아먹은 거야.”
돈에 팔아먹은 게 아니라는 건 강진 자신도 알고 있었다.
고순 같은 고수를 손에 넣을 수 있던 건 그의 딸아이 때문이다. 그 딸아이만 잘 보살피면 고순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믿어도 될 사람이다.
하지만 강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기준을 넘어선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고순을 살렸다.
살리지 말아야 할 놈을 살렸다. 그리고 그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많은 자들을 살렸다. 물론 그들 대부분 불구가 되었을 테지만, 강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까짓 것, 좋은 일 할 수도 있지, 하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강진은 간단한 사람이 아니다.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행위는 스스로 정해 둔 범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그것을 부정했다.
강진은 그 나쁜 기분을 고순을 함부로 대하며 풀고 있었다. 아니, 나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있었다.
‘쓸 만한 놈이잖아. 이번에 깨달았다. 한 손으로 열 손 막지 못한다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 그가 일단 일어나기만 하면 잔챙이 같은 놈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누워 있어.”
강진은 홱 밖으로 나가 버렸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니까요.”
옆에서 서문우람이 한마디 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강진아.”
“아, 귀찮아졌어. 갈 길이 급한데 급한 상처 치료한다고 이레를 버렸어. 그 꼬마 애 때문에 또 며칠을 버릴지 모르고.”
강진이 투덜거리자 서문우람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레 동안 사람 하나를 살릴 수 있다면 평생을 그렇게 보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무슨 성인군자라고. 남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왜 써? 나도 마음이 급하단 말이다.”
“출산이 언젠데?”
“모르지. 임신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언제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니. 어쩌면 이미 태어났을지도.”
“그래서냐?”
“뭐가?”
강진이 뭔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묻자 서문우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하여간 좋다. 이제 정화를 네게 맡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흥!”
강진은 대답 대신 콧방귀를 뀌며 몸을 홱 돌렸고, 서문우람은 그런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