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37)
관존 이강진 (137)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십니까?”
송두이가 히죽 웃으며 하는 말에 이어동은 미간을 찡그렸다.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애초에 돈놀이는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잖아. 연 일 할로 한다고 네놈이 그렇게 약속했기에 내 눈감아 준 거였어. 그런데 월 일 할? 지금 장난해?”
“아따, 우리 형님, 많이 화나셨나 보네. 하지만 저희는 딴 놈들보다는 훨씬 양심적입니다. 딴 놈들은 열흘에 1할을 받는다니까요.”
“광주에 너희 말고 딴 조직이 얼마나 된다고. 있다 해도 다들 잔챙이잖아. 왜 정리 안 하지?”
“정리해도 하루 자고 나면 새 조직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깁니다. 저희도 고달픕니다. 그리고 다들 우리한테 못 빌려서 안달입니다. 사실 돈이 필요 없어도 빌립니다. 우린 채무자한테 보호비도 받지 않으니까요. 다들 좋다고 하는데 형님께서 이리 화내시면 저 섭섭합니다.”
“섭섭해? 죽고 싶은 거냐?”
“죽다니요. 이제야 좀 먹고살 만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형님에게도 섭섭지 않게 해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어동은 안색이 변하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 네놈이 나를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라뇨. 제가 이리 버는 것도 다 형님 몫을 챙겨 드리려고 그런 거라는 거죠.”
순간 이어동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야! 내가 얼마나 받았다고!”
“달에 은자 다섯 냥이 뉘 집 개 이름입니까? 형님, 포도청에서도 달에 은자 두 냥밖에 못 받으시잖아요.”
“이…… 이……!”
이어동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당했다.
처음에는 물론 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돈도 아닌 현물, 그러니까 은자가 아닌 소고기나 백미는 괜찮다고 몰래 놓고 가다시피 한 물건들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그런 현물이 어느새 은자로 바뀌었고, 지금은 그게 당연하게 되었다.
이놈이 그걸 가지고 협박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송두이는 제 본성을 참지 못하고 언젠간 나쁜 짓을 할 거야. 하지만 본관은 어느 정도의 수준 내에서는 눈감아 줄 것이다. 그런 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니까. 하지만 너는 다르다. 네가 왈패들 사이에서 구른 놈과 같아서도 안 되고. 그래서 확인해야 했다.
강진이 자신에 대한 시험을 끝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장은 분명 놈에 대해 경고했다. 그런 만큼 자신이 더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황이 그렇게 변해 버렸다.
“이놈!”
이어동은 참지 못하고 송두이에게 달려들었다.
“어이쿠, 형님! 말로 하십시다, 말로.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이어동의 공격을 송두이는 여유롭게 피하며 놀리듯이 말했다.
강진에게야 변권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신세지만 나름 철권이라고 알려진 그다. 포졸, 그것도 아직 애송이인 이어동의 주먹을 맞을 그가 아닌 것이다.
쿠당탕탕!
이어동은 달려든 힘을 주체 못해 탁자를 넘어트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며 다시 송두이에게 달려들었다.
“같이 죽자, 이놈!”
“허허, 형님도 이제 살 만하실 텐데 같이 살아야지요.”
송두이는 그를 진정시킬 속셈으로, 이어동이 달려드는 기세를 이용해 그를 밀어냈다.
쿠당탕탕.
이어동이 나가떨어지자 송두이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거 보십쇼. 형님만 다친다니까요. 그러니까 진정하시고 이놈 말을…….”
순간 송두이의 안색이 굳었다.
“형님?”
송두이는 급히 이어동에게 달려가 그를 안아 일으켰다.
“형님.”
그러다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려 갔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만, 이어동이 넘어지면서 탁자 모서리에 정수리를 부딪친 것이다.
“형님!”
송두이는 크게 소리치며 이어동을 살폈다.
‘숨이…… 끊어졌다…….’
이어동을 안은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쩌지?’
잔머리만큼은 최고라 자부하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두려웠다.
평상시라면 애송이 포졸 하나 죽은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놈은 그 괴물이 자신에게 붙여 둔 놈이다.
‘말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송두이는 그 괴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작은 일도 허투루 넘어가는 일이 없으며, 원한은 절대 잊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괴물이 원한을 가지고 있던 사내 하나를 말려 죽이지 않았던가.
“안 돼! 이제야 살 만해졌는데!”
송두이는 울부짖었다.
“아니야! 나는 이제 신의현의 찌끄러기 따위가 아니야. 광동 흑사회의 제일 수장이다. 쉽게 당하지 않아!”
호기롭게 외쳐 봤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상대는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혈붕파의 고수들을 홀로 괴멸시킨 괴물이다. 광동 제일 흑사회가 아니라 천하제일 흑사회의 우두머리라 해도 안 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송두이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이어동의 시체를 처리해야 했다.
* * *
“늦었군.”
사내의 말에 강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했다면 빨리 왔을 거야. 왕부가 방해했다고.”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설마 직접적으로 우리가 왕부와 부딪치기를 바랐던 건 아니겠지.”
“뭐, 이제 와 필요 없는 소리지, 그건?”
강진이 손을 내밀며 하는 말에 사내는 종이 뭉치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가 보라고.”
사내는 강진을 한번 노려보고는 사라졌다.
“여기에 목숨을 걸었던 건 너희만이 아니야.”
강진은 문서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영감, 그 짧은 시간에 잘도 해냈군. 대단해.”
강진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문서들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통해야 하는데.”
강진은 중얼거리며 신형을 날렸다.
그가 향한 곳은 커다란 개봉에서도 커다란 저택이었다.
쾅!
장정 키의 두 배는 됨 직하고, 두께는 어른 팔뚝만 한 저택의 대문이 부서져 나갔다.
“누구냐!”
저택의 호위 무사인 듯한 사내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강진을 포위했다.
“대사농 어르신을 뵈러 왔다. 광동 태수 나리께서 보낸 전령이니 그리 전하면 알 것이다!”
무사 중 하나가 급히 안으로 들어갔고, 강진은 기다렸다.
‘여기서 태수의 도움을 받게 되네. 대사농이라…… 일을 벌여 주기에는 충분한 직책이지. 그들도 흥할 테니 보답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잠시 후 안에 들어갔던 무사가 나왔다.
“무기는 내놔라.”
강진은 아무 저항 없이 검을 내놓고 무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두 시진 후.
강진은 그들의 정중한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서문우람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객잔으로 향했다.
“어디 다녀온 거야?”
서문우람의 물음에 강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곧 세상과 하직할지도 모르니까. 별거 아닌 것도 새삼스러워지더군.”
서문우람은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미안하다. 너를 관여하게 하려던 건 아닌데.”
“그러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든가.”
서문우람은 대답 없이 강진을 직시했다.
“알아, 안다고. 바꾸려면 진작 바꿨겠지. 그렇게 보지 않아도 돼.”
“미안하다.”
“아냐. 네 덕분에 나도 착한 일 좀 하는 거지. 대신 부탁 하나만 하자.”
“뭘?”
“만의 하나라도 황제를 직접 보게 되면, 절대 그와 눈을 마주하지 마.”
“용안을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용안이고 사안이고, 절대 그를 정면으로 보지 마. 무조건 시선은 바닥을 향해라.”
“고개도 들지 말란 말이냐?”
“고개는커녕 몸도 일으키지 마. 절대 네가 어떤 놈인지 보이지 마.”
서문우람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내가 어떤 놈인데?”
“가진 건 쥐뿔도 없는 게 고개만 빳빳이 세우는 놈이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놈이랄까?”
“뭔 소리냐, 그게?”
“세상에 둘도 없는 충신인 척하지 말란 말이다.”
“…….”
“그러니까, 네가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놈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보이지 말란 말이다. 지금 그렇게 보였다간 너는 반드시 죽는다.”
서문우람은 강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충신이라는 걸 보이면 죽는다니, 무슨 말일까?’
생각은 많았지만 서문우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에는 정말 순진하다고 할 정도로 말하고 행동하지만, 또 어떤 일에는 그 어떤 늙은이보다 더 교활하고 생각이 깊은 강진이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렇게 할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아도, 너도 권력을 잡게 되면 이해할 거야.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알았대도. 걱정하지 마.”
“네가 그럴 놈이 아니니까 걱정하는 거지. 내가 옆에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청을 넣어 볼까? 너도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강진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돼. 그가 정말 황제라면 지금의 날 재수 없게 생각하게 될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는구나.”
“난 네 행동도 이해 못 해. 죽을 줄 알면서도 찾아가는 꼴이라니.”
서문우람은 강진의 손을 꼭 잡았다.
“혹시…… 나한테 뭔 일이라도 생긴다면…… 동생들 부탁한다.”
“내 마누라는 내가 챙겨. 그리고 잊지 마. 너는 황제를 만나는 순간 배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소인으로 보여야 한다는 걸.”
“그래, 반드시 그렇게 하마.”
강진은 확인하듯이 서문우람을 보고는 그와 함께 황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서문우람을 황궁에 들여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의시켰다.
“잊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나도 내 목숨 귀한 줄은 안다.”
“그리고…… 만의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무조건 네가 한 것이 맞다.”
“그건 또 뭔 소리냐?”
강진은 서문우람에게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서문우람이 황궁으로 들어가자, 강진은 중얼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