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38)
관존 이강진 (138)
서문우람은 황제를 만나기 위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검문을 받았다. 내시들은 항문까지 철저히 확인한 후에야 그를 데리고 어디론가 움직였다.
“폐하께서 하문하시기 전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공공.”
서문우람의 대답에 내시는 입을 열었다.
“폐하, 시어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들라 하라.”
내시의 눈짓에 서문우람은 허리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굉장히 컸다. 황제는 족히 삼십 보는 되는 거리에서, 거대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어사 서문우람, 황제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서문우람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갖다 대고는 소리쳤다.
황제는 일어나란 소리도 하지 않은 채, 미간을 찡그리며 문서만 쳐다봤다. 그러고는 짜증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 모든 게 자네가 조사한 일인가?”
“그러하옵니다, 폐하.”
“모두 사실이란 말이지?”
“한 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소신의 목을 치옵소서.”
황제는 기분이 나빴다. 아니, 짜증 나고 귀찮았다.
그 대상은 망나니짓보다 더한 짓을 한 동생보다는, 눈앞에 있는 서문우람이었다.
‘장원이었다면 멍청한 놈은 아닐 터인데. 어쩌면 방에 들어앉아 책만 주야장천 외운 멍텅구리일지도.’
물론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그 누구든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사지를 찢어 죽이고도 남을 벌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대상이 같은 어미의 배에서 태어난 친동생이다.
황족은 많지만 믿을 수 있는 황족은 많지 않았다.
조명호는 믿을 수 있는 동생이었다. 황제에게는 그 사실이 중요했지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방법으로 이 사실을 알았다면, 넷째 동생을 데려다가 엄히 꾸짖고 감시인을 붙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시어사를 통해 정식으로 올라온 보고였다. 그건 기록에 남는단 소리였다.
물론 사관들을 교체하고 그 틈을 이용해 은근슬쩍 뭉개 버리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만만치 않은 심력을 소비하는 일이었다.
결국 황제의 눈에, 서문우람은 아주 곤란한 문제를 가지고 온 놈에 불과했다.
‘이걸 어찌한다?’
황제는 다시 한 번 못마땅한 눈빛으로 서문우람을 보았다.
그 역시 자신의 죄를 아는 양 고개는커녕 눈동자조차 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황제의 분노를 조금은 가라앉혀 주었다.
저렇게 자신을 두려워하고 섬기는 자가 이곳에 왔다는 것부터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 터. 자신에게 정말 충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왔으리라.
‘봐주고 싶지만…… 그래도 사안이 너무 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황제의 눈에는 살기가 피어올랐다.
덮어야 했다. 귀찮고, 정치생명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덮어야 했다.
“그만 물러가라. 내 다시 부를 때까지.”
황제의 명령에 서문우람이 무릎 꿇은 상태로 뒤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폐하!”
밖에서 황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황제의 목소리에 밖에 있던 내시가 보고했다.
“추밀원부사 남궁우진입니다, 폐하.”
내시의 보고에 황제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저놈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것인가? 쓸데없는 일.’
아무래도 시어사가 가져온 일이 추밀원의 귀에도 들린 듯했다.
하긴 황족과 고위 관리들의 감찰이 추밀원이 하는 일이니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나 아무리 신뢰하는 추밀원부사라 해도 안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황제가 물러가라 소리치려는 순간, 남궁우진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긴급을 요하는 일입니다.”
황제가 마지못해 허락하니 남궁우진이 성큼성큼 달리듯이 걸어오며 황제에게 뭔가를 바쳤다.
“대사농이 첩보 하나를 입수했는데 그 진위를 알 수가 없다 하며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소관이 보건대 시급을 다투는 일인 것 같아 이리 알현을 요청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을 떠는가?”
“그 전에 잠시 저자와 대화를 해도 되겠사옵니까?”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우진은 서문우람을 향해 외쳤다.
“나중에 보고한 이 내용이 모두 사실인가?”
서문우람은 강진의 충고를 생각하며, 황제와 눈빛을 마주하지 않으며 고개를 들었다.
‘저건!’
그리고 놀란 눈으로 남궁우진을, 정확히는 그의 손에 들린 종이 뭉치를 보았다.
눈에 익숙했다. 강진이 손에 들고 있던 붉은색의 종이 뭉치였다.
“무조건 맞다고 하는 거야. 궁금해하지 마.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
강진과 헤어질 때 그가 신신당부했던 말 중의 하나였다.
뭔지 궁금했지만, 강진은 그렇게 말해 버리고는 사라졌다.
“묻지 않는가? 이게 자네가 확인한 거냐는 말이네!”
남궁우진의 추궁에 서문우람은 대답했다.
“맞습니다. 소관이 모두 확인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시어사감이 아닌 대사농의 손에 이것이 있었지?”
서문우람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사천을 빠져나와 이곳까지 당도하는 데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이 한목숨이야 죽으면 그만이지만 전란은 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친우 한 사람에게 넘겨주어 후사를 대비했습니다. 허나 약속된 장소에 나오지 않아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자네는 대사농과는 무슨 관계인가?”
“동향 사람일 뿐 관계는 없습니다. 또한 그분의 아들이 광동 태수인지라 일단 대사농께 바치라 하였습니다.”
“자네가 시어사감에 보고한 내용에는 이 내용이 없었다.”
“필사본을 만들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만 친우의 무예가 고강하여 저보다는 그가 살아나올 확률이 높았기에 그에게 맡긴 것뿐입니다.”
몇 가지 의심이 남긴 했지만 남궁우진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그는 급히 황제를 보며 말했다.
“사천왕 조명호가 역모를 꾀하고 있나이다. 신 남궁우진, 폐하께 이 일을 조사할 전권을 내려 주시길 청하나이다!”
남궁우진의 말에 황제는 크게 놀랐다.
언제나 조용히 일을 처리하던 남궁우진이 흥분하여 시어사를 추궁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이 역모이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것도 믿을 수 있는 동생이 말이다.
딴 신하가 이딴 말을 지껄였다면 불호령이 떨어졌겠지만 그는 자신의 오른팔이자 왼팔이며, 자신의 검이었다.
놀라긴 서문우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강진의 당부대로 행동하고는 있었지만 역모라니.
조명호가 미친 황족임은 맞으나 역모의 증거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강진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당장이라도 강진에게 따져 묻고 싶은 서문우람이었다. 하나 역모가 거론된 이상 자리를 뜰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저자를 당장 하옥하라!”
아니, 그 전에 남궁우진이 서문우람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황궁 시위들이 몰려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서문우람은 시위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 *
황궁에 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서문우람이 갇힌 곳은 황궁에서도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장소의 방 한 칸이었다.
밖은 네 사람의 시위들이 지키고 있고 생리 현상도 방 안에서 해결해야 했지만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 시위들의 행동과 말은 정중했고, 식사도 죄인에게 주는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서문우람은 그 방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서문 대인.”
그렇게 갇혀 있은 지 이레, 시위 하나가 문을 열며 말했다.
“나오십시오.”
시위는 서문우람을 데리고 황궁을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중히 모시라는 부사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서문우람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시위를 따랐다.
시위는 서문우람을 데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정자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서문우람을 가두라 명한 추밀원부사 남궁우진이 있었다.
“서문 대인을 모셔 왔습니다, 부사 나리.”
“수고했네.”
시위가 고개를 숙이고는 왔던 길로 돌아가자 남궁우진은 서문우람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추밀원부사 남궁우진이라고 합니다.”
추밀원부사라면 서문우람의 상관인 시어사감보다 훨씬 높은 직급. 서문우람은 급히 마주 포권했다.
“서문우람입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결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궁 대인, 저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문우람의 대답에 남궁우진은 그럴 거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로서는 서문 대인도 조사를 해야 했습니다. 사천왕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믿을 수 없었으니까요.”
서문우람은 대답이 궁했다. 아는 게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시위와 함께 정자로 오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강진아!”
서문우람은 깜짝 놀라며 오고 있는 사람을 불렀다.
“고생했다.”
강진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서문우람에게 말을 건네고는, 이내 남궁우진을 보며 말했다.
“남궁 대인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라 할 게 있겠습니까? 두 분이 목숨을 걸고 알리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뻔했는 것을요. 그럼 두 분이 이야기 나누십시오. 한 시진 후 폐하께서 서문 대인을 만나기로 하셨으니 그 전에 끝내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강진이 허리를 숙이며 포권을 하자 남궁우진도 마주 예를 하고는 정자를 내려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남궁우진이 사라지자마자 서문우람이 물었다.
“어찌 된 일이긴. 너나 나나 목숨 부지했다는 소리지.”
“그게 뭔 소리냐고.”
“사천왕부가 반란을 꾸몄다는 소리지.”
“뭐라고? 왕야가 말이냐?”
“왕야는 무슨. 어린애한테 욕정이나 품는 미친놈이지.”
“말 딴 데로 돌리지 말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사천왕부가 무슨 반란을 꾸며? 내가 조사했을 때는 그런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진은 서문우람을 잠시 보다 입을 열었다.
“걸린 목숨이 많았어. 너나 나는 물론이고 당가 놈들과 사천에 남겨진 죄 없는 관리들. 그들을 살려야 했다.”
“설마……!”
남궁우진은 뭔가를 깨달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단한 노친네야. 그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완벽하게 일을 꾸미다니. 뭐, 그럴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에 거래를 한 거지만.”
“지금 거짓 역모를 꾸몄단 말이냐?”
“그럼 다 죽을까?”
“강진아!”
“그리 놀란 척하지 마. 너도 눈치는 챘을 거 아니야? 내가 죽을 걸 뻔히 아는 일을 할 리가 없잖아.”
서문우람은 일단 놀란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며 강진도 아무런 말 없이 기다렸다.
“다 말해 줘,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한참 후에야 서문우람이 입을 열자 강진이 말했다.
“너를 만나기 전에 당문과 충돌이 있었다. 그때 내가 잡혔다면 너와 나만 죽는 걸로 모든 게 묻혔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잡지 못했어. 그 상태로 갔다면 그들의 죄악도 만천하에 알려졌을 테지.”
거기까지는 서문우람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죄인을 스스로 처단한 것까지 말이다.
“집안의 죄인을 처단했지만, 왕부의 죄악이 드러나면 그 당가의 변태 일도 다시 거론될지 모르지. 아니, 그 전에 왕부가 당가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어. 그래서 그 당문의 노친네랑 거래를 했다, 거짓 역모를 꾸미기로.”
“지금 그게…….”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그건 네 생각이지. 너는 이해 못 하겠지만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자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거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 높이 날 수 있는 날개를 달 기회를 놓칠 리가 없잖아.”
서문우람이 따지듯이 물었다.
“그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다고?”
“너는 아직 가져 보질 못해서 몰라. 원래 사람은 아는 것만 보이는 거야.”
“그러니 네가 설명해 보란 말이다.”
“갑자기 멍청이가 된 거냐? 역모야. 역모를 밝혀냈는데 그들에게 이익이 없을 것 같냐?”
서문우람은 뭔가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역모란 단어는 너무나 엄청나 사고를 정지시켰다. 그래서 자꾸 역모를 잊는다. 하지만 역모를 기억한다면…….
“그들은 일등 공신이 되겠군. 그러면 네가 가지고 있던 그 종이 뭉치가…….”
“맞아. 그게 바로 너와 당문이 밝혀낸 역모의 증거지.”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황실에서 역모라 단정 지었단 말이냐?”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아는 것만 보인다는 거야. 황제에게 역모의 진위는 중요한 게 아니야. 그 단어가 세상 밖으로 튀어 나왔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 역모자가 세력이 있는 황족이라면 더더욱 말이지.”
“…….”
“물론 증거는 필요했지. 다만 세세히 준비할 필요는 없어. 단지 사실만을 만들어 내면 돼. 의심은 사실에 근거해서 일어나는 거니까. 황제의 명령 없이 군사가 움직였다는 것, 그 미친놈이 종종 종적을 감춘다는 그 사실들 말이지.”
“그건 어떻게?”
“그래서 당가의 그 노친네가 대단하다는 거다. 사천의 둔병들을 움직였으니까. 뭐, 크게 움직인 것도 아니고 관할 지역을 벗어나게만 한 거지만. 듣기로는 그 정도는 일도 아니라더군. 장수들이 당가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던가? 또 그 미친놈이 미친 짓거리를 할 때에는 누구 눈에 띄면 안 되잖아. 이거야말로 자승자박이지.”
“단지 그것만으로…….”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로가 아니라, 그게 중요한 사실인 거지. 물론 이 일에는 고위 관리가 나설 필요도 있었지.”
“그럼 그래서…….”
“맞아, 대사농. 알지, 광동성 태수의 부친? 그 노친네도 똑똑하더군. 이 일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금방 알아챘지. 잘되면 공신, 일이 잘못되어도 자신은 단지 첩보 하나를 얻었지만 역모에 관련된 일이라 추밀원과 상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으니까 밑져 봐야 본전인 일. 안심하고 끼어들었지.”
서문우람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상이 있을 터이고…….”
“그 노친네는 상보다는 황제의 신임을 노리고 있겠지. 여기는 그게 전부 아닌가?”
서문우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은 아주 미약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한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알았다면 협조했겠어?”
“그렇지 않았겠지…….”
“맞아. 너는 너무 꽉 막혔으니까.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 성격은 아니니까.”
“그래도 역모는……. 죄 없는 자들이 너무 많이 죽을 거다.”
강진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까 뭐라고 했어? 황제는 역모란 단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걸 원하지 않아. 그 미친놈과 그 측근만 제거하면 조용해지는데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설마 그 미친놈과 그 곁에 있는 놈들을 걱정하는 건 아니겠지?”
“……추밀원은? 그리 간단한 조작에 속아 넘어갈 리 없을 텐데.”
“속아 넘어갔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알고도 속아 줄 수는 있지. 내가 만든 건 커다란 몇 가지 사실뿐이었지만 네가 가져온 증거는 진실이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추밀원은 사천왕부를 제거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들이 하는 게 그런 거잖아.”
서문우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강진은 계속 말했다.
“추밀원도 네가 하는 일과 비슷하지? 하지만 추밀원은 일 처리를 달리했을 거야. 너처럼 대놓고 보고하는 대신, 황제도 모르게 그들을 제거했을 거야. 그들은 황제만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니까. 그래서 속아 넘어가 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
“미친놈이었잖아. 죽일 놈이었고. 그런 놈을 죽이는데, 덩달아 다른 놈들도 혜택을 받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결국에는 우리도 살았으니 말이지.”
서문우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만 산 게 아니지. 제대로 일이 터졌으면 목 날아가는 관리들도 많을걸. 그들도 다 우리가…….”
서문우람은 신 나게 자신의 행위를 자랑하고 있는 강진을 보았다.
강진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이었다. 거기에 결단성과 잔인함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서문우람은 단 한 번도 강진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진이 처음으로 두려워졌다.
자신이 그의 뜻에 반해도, 절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만!”
서문우람은 소리쳤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강진에게 말했다.
“난 너를 잃고 싶지 않다!”
“뭔 소리냐, 그게?”
“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강진은 더더욱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