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40)
관존 이강진 (140)
“아버님, 다녀왔습니다.”
“서문우람이 아버님께 인사 올립니다.”
강진과 서문우람의 인사에 이제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자리를 권했다.
“잘 돌아왔다. 그리고 우람이는 늦게나마 장원급제한 거 축하한다.”
서문우람은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아버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전 노사께서 고생하셨지.”
이제원은 그리 말하고는 서문우람이 자신을 볼 때 다시 말했다.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내 진작 알았다면 힘써 도왔을 것이다.”
그 말에 서문우람은 슬쩍 강진을 보고는 대답했다.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셨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네 복이다. 또 네가 처신을 잘한 것이고. 가끔씩 네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과찬이십니다, 아버님.”
옆에서 강진이 심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반년도 넘게 보지 못한 아들이 여기 이렇게 있는데 어떻게 우람이에게 더 관심이 많으십니까?”
“그래야 너에게 정화를 줄 것이 아니냐?”
“당연한 이야기를. 이미 그 이야기는 다 끝냈습니다. 날만 잡으면 됩니다.”
강진의 대답에 이제원은 아들이 유해졌다고 느꼈다.
그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부자지간이고,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건 맞지만 이렇게 살갑게 말하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늙으면 변한다더니. 나도 달라지는 것인가?’
이제원은 강진의 저런 말투가 정겨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놀라며 말했다.
“그래, 너도 감투 하나 얻었다고?”
“감투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소자에게는 큰 힘이 될 자리이긴 합니다.”
“그래, 사내가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 곽 노사의 일이 있었다지만 여기서 벌여 놓은 일이 아직 마무리가 안 되었잖느냐.”
“이제는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그럼 너는 이만 나가 보거라. 이야기는 차차 하고.”
“우람이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네 혼인 문제를 처리해야지.”
“그 문제는 이미…….”
“자식의 혼사는 어른들이 해결할 문제다.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우람이는 아직 혼인도 안 했으니 제가 더 어른이지요.”
“많이 경망스러워졌구나, 이제 아비가 될 놈이. 네 처가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어서 나가 보거라.”
강진도 얼른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라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소자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아, 우람이도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버님.”
강진이 밖으로 나가자 이제원이 입을 열었다.
“부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느냐?”
“네, 아버님.”
“궁금한 게 많겠구나.”
“알고 싶지만 제가 알 필요가 없는 문제라면 알려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원은 물끄러미 서문우람을 보다 말했다.
“현명한 녀석이 더 현명해졌구나.”
“미리 도망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안다면…… 알아서 그것이 제 신념에 반하는 것이라면…… 아버님에게 죄를 지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강진에게도요.”
“알아도 문제 될 건 없지만, 그렇다고 좋을 것도 없다. 그냥 모른 척했으면 좋겠구나.”
“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강진이에게도 모른 척해야 합니까?”
“때가 되면 녀석도 알게 될 거다. 아니, 이미 의문을 품고 있을 게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감사합니다. 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서문우람이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를 숙이자 이제원이 다시 말했다.
“오해는 조금도 하지 않아도 된다. 네 신념에 반하는 일이 아니니. 나라에서 허락한 일이다.”
서문우람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국법에는 어긋날지도 모르겠지요. 역시 저는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강진은 정말 할 일이 많았다.
오면서 일에 우선순위를 정했지만 계획대로 진행하는 건 어려운 법이다. 또 강진이 한 가지 일을 진득하니 하는 성격이 아니라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진은 하나의 일은 반드시 지켰다. 그건 미영의 곁에 있는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강진은 돌아온 후 사흘이나 미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할 일도 많으실 텐데 여기 계속 계실 필요는 없어요.”
미영의 말에 강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천천히 해도 될 일이야.”
“그래도…….”
미영 역시 말은 그리했지만 속으로는 강진이 곁에 있었으면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달이 산달이다. 어미가 된다는 건 분명 기쁘고 감동할 만한 일이었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남편이 옆에 있어도 그럴진대 강진은 반년 이상을 곁에 없었다.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찌 조바심 내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미영은 현명한 여인이었다.
남편이 자신의 곁에 있는 건 좋으나 그건 자신만 좋은 것뿐이었다.
“할 일 많으시잖아요.”
“없대도.”
“정화 누이는 어쩌시려고요?”
미영의 물음에 강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신경 쓰여?”
“신경 쓰이는 건 아니지만, 정화 누이가 섭섭해할 겁니다. 아직 따로 찾아보지도 않으셨잖아요.”
“인사하면 됐지. 그리고 서문우람이 돌아왔으니 그들 남매도 정신없을 거야.”
“그럼 혼인은…….”
“내년 봄에나 치르겠지. 올해는 이 녀석이 태어나는 것이 우선이니까.”
미영은 미소를 지어 보이다 다시 물었다.
“아일 형제랑 고순 부녀는 어쩌시려고요? 집에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였으니 그들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당신이 신경 쓰지 않으면 같이 살면서도 겉돌게 되어 있다고요.”
“아일 형제는 눈치가 빨라서 걱정할 거 없어. 정아는 미아랑 잘 놀고 있다면서? 고순도 당분간은 정아 곁에 있으려 할 테고.”
“그들은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강진이 있었던 일들을 짤막하게 설명하자 미영이 놀라며 말했다.
“그러면 더더욱 신경을 써야지요. 특히 아이들은 당신의 생명의 은인이니 더더욱 그래야지요.”
“당신이 신경 쓰면 되지.”
“이 몸으로요? 그러지 말고 어서 나가요. 대신 저녁에는 꼭 제 옆에 있어 주세요.”
미영이 자신을 밀어내는 시늉을 하는 말에 그제야 강진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뭐, 당신이 그렇게 이해해 주니 그럼 일 좀 볼게.”
“설마 제가 이러길 기다리고 있었던 아니죠?”
강진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은 현명한 여자니까.”
“뭐라고요! 당장 이리 와요!”
“나가 볼게.”
강진이 재빠르게 방을 나가자 미영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정말 웃으시네.”
곽노에게 강진에 대해 철저히 교육받았던 미영이다. 그만큼 강진을 잘 알고 있었고, 그가 거짓된 미소를 짓는 걸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곽노는 남편이 갖가지 표정을 수만 번 연습했다고 했다. 상황과 때에 맞춰 자연스러운 표정을 할 수 있는 연습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옆에서 살 비비며 산 그녀는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강진은 진심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느낌만이 아니었다. 약간은 어색해 보였던 미소가 그 증거다.
“변해 가시는 거야.”
미영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장군이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시간 강진은 아일 형제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형님!”
후원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아일 형제가 강진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냐?”
“총관 아저씨 기다리고 있어요.”
“왜?”
강진이 묻는 순간 정 총관이 후원으로 들어왔다.
“소주!”
“정 총관, 나 때문에 정신없었지? 좀 자세히 말해 줬어야 했는데 그럴 상황이 되지 못했어.”
“별거 아닙니다. 주인어른께서 다 하셨지,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 총관한테 물을 말이 좀 있는데. 일단 이 녀석들이 할 만한 게 있을까?”
강진은 계획해 둔 것이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아일 형제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소주께서 식구로 받아들이셨으니 원하는 걸 이루게 해야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신경 쓰겠습니다.”
“아니, 계획한 건 있어. 당분간만 봐주면 돼.”
“그럼 그냥 놀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정 총관의 말에 강진은 아일 형제를 보았다.
빼빼 마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살이 좀 오르고 혈색도 좋은 게 여느 아이들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그럴까? 아일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강진의 물음에 아일이 약간 우물쭈물하다 대답했다.
“그냥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는 건가요? 일은 안 해도 되는 건가요?”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고. 노는 건 상관없지만 아일이 너는 나처럼 되고 싶다고 했으니 그냥 노는 건 안 돼.”
강진은 잠시 생각하다 정 총관에게 말했다.
“아이, 아삼이는 편한 대로 하게 하고, 아일이는 달리기를 시켜. 매일 저 뒷산까지.”
“그건 어른들도 쉽지 않을 겁니다, 소주.”
정 총관이 우려를 나타내자 강진이 아일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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