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46)
관존 이강진 (146)
함정
“뭐라고? 또?”
수하의 보고에 송두이는 인상을 확 일그러트렸다.
“네, 형님, 이대로 두고 보다가는 삼분의 일이 놈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애들 다 모아. 싸그리 모아. 한 명도 남기지 마!”
송두이의 외침에 사내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움직이시는 겁니까?”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럼 해야지.”
강진에게 의심받고, 정 포두가 눈 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시기였다. 함부로 흠잡힐 일을 할 때가 아니었지만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또 새로운 조직이 하나 생겼구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한 달 만에 광주 사업장 중 이 할이 넘어갔다. 이대로 그냥 지켜보기만 하다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이 커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송두이는 그렇게 왈패들을 끌어모았다.
광동성 흑사회 중에서는 최고 조직답게, 한 시진도 채 되지 않아 이백여 명의 왈패들이 모였다.
“형님, 정말 지금 치러 가실 겁니까?”
송두이는 수하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소리 질렀다.
“지금 시간 따지게 됐냐!”
왈패들 사이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영업시간에는 싸우지 않는다는 것.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누가 먹든 밥그릇은 깨지 않는 게 그들의 규칙이었지만, 지금은 바로 그 특별한 경우다.
“그놈 어디 있냐?”
“천안객잔에 있습니다.”
“시파! 또 이가장의 사업장이냐!”
천안객잔은 이가장의 사업장이었다. 지금 시간에 쳐들어갔다가는 분명 강진의 귀에 들어갈 터였다. 애초에 복면파라 부르고 있는 놈들을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했던 건, 항상 이가장의 사업장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뉘미! 버는 돈의 팔 할은 전부 바치고 있으니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물론 그 팔 할이라는 돈은 공식적으로 내보이는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것이고, 비밀리에 벌어들이고 있는 돈은 모두 자기 주머니에 들어왔지만.
강진과 포두들만 모르면 되는 일.
께름칙하지만 송두이는 호기롭게 마음먹으며 수하들에게 둘러싸여 천안객잔으로 쳐들어갔다.
“아이고, 지금 시간에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오면 장사는 어찌 하라고!”
천안객잔을 관리하는 사내가 그들을 먼저 발견하고 앞을 막았다.
“손해는 나중에 보상해 주지.”
철권파의 사내 중 하나의 말에 관리자가 외쳤다.
“그건 둘째 치고, 손님들도 많단 말일세!”
“걱정하지 마. 누가 보통 사람인지 우리 같은 사람인지는 잘 아니까.”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하던 관리자는 결국 물러나며 말했다.
“우리 작은주인이 누구신지는 잘 알고 있겠지? 책임은 온전히 자네들이 져야 하네.”
그 말에 송두이는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하지만 이미 뽑은 칼이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자신을 얕잡아 보는 수하들이 생길 것이다.
“쳐라!”
송두이가 별 대답 없이 짧게 하는 말에 이백에 가까운 철권파의 왈패들이 천안객잔으로 쳐들어갔다.
왈패들은 닥치는 대로 탁자와 의자를 발로 차 가면서 호기롭게 들어갔지만, 이내 김이 빠지고 말았다.
“어서 와. 이렇게 얼굴 보는 건 처음이지?”
안을 지키고 있는 건 고작 둘. 그것도 하나는 어린애였다.
그런 어린애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하는 말에 왈패들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웃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송두이였다.
그 아이는 정확히 자신을 보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송두이는 복면을 한 사내를 보았다.
체구가 컸다. 강진보다 훨씬 컸다.
‘정말 그가 벌인 일이라면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되잖아.’
복면인이 강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강진이 벌인 일이라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송두이의 불안을 없앴다.
“뭣들 하느냐! 잡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하게 소리친 이유는,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불안함이 있어서일까?
여하간 송두이의 명령에 왈패들은 복면인에게, 그리고 사내아이에게 달려들었다.
‘학습 능력이 없을 거라더니…… 그 말이 딱 맞군.’
고순은 복면 안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한 달 가까이 수십에 가까운 왈패들을 상대했지만 이런 하수들을 상대하는 건 익숙해지지 않았다.
주먹을 휘두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주먹을 휘두른다.
별다른 초식을 쓰는 것도, 그렇다고 내력이 소진되는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휘두른 것만으로도 대자로 뻗는 왈패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몇 명이 남으면 도망칠 것이다.
그게 싸우면서 알게 된 수순.
“튀어라!”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이백이나 왔음에도 고작 오십여 명을 때려눕혔을 때 송두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상대가 아님을 알고도 숫자를 믿고 몇 명 남을 때까지 달려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우두머리라고 상황 판단이 빠르군.’
고순은 그대로 송두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앞에 있는 놈들이 없어야 놈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빠바바바바박!
순식간에 대여섯을 때려눕히는 사이 송두이와 그를 둘러싼 왈패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객잔 밖으로 나온 고순은 신법으로 송두이를 잡으려 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왠지 창피했다.
‘뭐, 놈에게는 겁만 주라고 하셨으니까.’
고순은 추격을 그만뒀다. 그러고는 쓰러진 왈패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놈들 치우는 게 더 일일 것 같군.”
* * *
송두이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야말로 뭐 빠지게 달렸지만,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의 뒷덜미가 잡혀 바닥에 내팽개쳐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뉘미, 나는 왜 그런 걸 배우지 못했을까?’
억울했다.
그도 단순하게 주먹질이 아닌 그 무공이라는 걸 배웠다면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익히고 남들에게 지지 않을 강함을 가질 자신이 있었다.
이십 년을 넘게 주먹질을 해 왔고, 몸에 살이 붙을까 봐 그렇게 열심히 단련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도망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나도 무공을 배울 테다. 모아 둔 돈을 전부 써서라도 배우고 말 테다. 돈이면 죽은 사람도 부린다는데, 무림인 하나 매수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일단 살아야 도모할 수 있는 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혀끝에서 맴돌 때에야 송두이는 달리는 것을 멈췄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지듯이 누워 숨을 골랐다. 고개를 슬쩍 돌려 보니 자신을 따라온 놈들은 열이 채 되지 못했다.
그렇게 사내들이 숨을 어느 정도 골랐을 때쯤, 수하 하나가 말했다.
“형님, 그놈, 보통 놈이 아닙니다.”
“이 병신아! 누가 그걸 모르냐?”
“대형이 있지 않습니까? 제깟 놈이 아무리 날고뛴다고 해도 대형이라면…….”
빠악!
송두이는 수하의 뒤통수를 갈기며 소리쳤다.
“누가 그걸 모르냐고!”
수하가 움찔하며 고개를 숙이자 송두이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주둥이들 닥치고 있어. 방법 좀 생각하게.”
수하가 말한 대형이란 강진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인지 알아야 말이라도 꺼내 볼 거 아냐!’
이어동의 죽음 때문에 굉장히 곤란해질 것 같았지만, 강진은 의외로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송두이는 그게 너무 이상했다. 여태 봐 왔던 그 괴물은 절대 이렇게 넘어갈 놈이 아니었다. 그래서였다, 오늘 본 그 두 번째 괴물은 어쩌면 강진이 보낸 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말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사업장을 뺏기는 걸 보고도 안 하면 의심을 살 텐데……. 어떡한다냐?”
이래도 의심을 받고 저래도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뉘미, 그 새끼는 왜 그렇게 어이 없이 죽어 가지고.’
송두이는 죽은 이어동을 향해 욕을 하는 한편, 어떻게 할지 밤새 고민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게 더 의심스러울 거다. 도움을 청하는 게 의심을 덜 받을 테지.’
밤새 고민한 송두이는 결정을 내리고 정 포두를 찾아가 강진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찾아가고도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함부로 자신을 찾았다고 더 맞을지도 모른다.
‘제발 내 생각이 틀리길!’
송두이는 불안감 하나가 틀리길 간절히 바랐다.
* * *
“행복아, 행복하냐?”
강진은 행복이를 안고 높은 나무 끝자락에 서서 입을 열었다.
“너는 아빠 잘 둔 거다. 어떤 아빠가 이렇게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여 줄 수 있겠냐? 빨리 커라. 내가 혼자도 올라오는 방법을 알려 주마.”
나무 위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행복에게는 바람 한 점 닿지 못했다. 갓난아기는 바람을 쐬면 큰일 난다고 우려를 나타내는 미영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장담하며 데려온 딸이었다.
“히. 히.”
순간순간 히죽 웃는 행복의 얼굴을 보며 강진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역시 너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럴 줄 알았다. 나도 그랬거든. 이 아빠가 무공을 배운 것도 하늘을 날고 싶어서였으니까.”
강진은 꼭대기 위해서 널뛰기 뛰듯, 나뭇가지와 함께 흔들거리며 행복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느새 품에서 잠이 든 행복을 보며 강진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냐? 뭘 이리 많이 자냐?”
품에서 그리고 팔에서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
그 작은 움직임을 한참을 즐기던 강진은 몸을 띄워 바닥에 내려왔다. 착지하면서도 행복을 안은 손은 작은 미동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강진은 행복을 안은 채로 미영에게로 갔다.
“자요?”
미영이 작은 목소리로 묻는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곤하면 좀 쉬어. 내가 더 볼 수 있으니까.”
“당신도 피곤하실 텐데 제게 주세요.”
아닌 게 아니라 요새 밤에 두 번은 기본적으로 일어나야 했다. 배에 거지가 들었는지, 그 작은 몸으로 얼마나 먹을 걸 밝히는지 밤마다 젖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진은 그게 조금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미영보다 더 빨리 일어나 우는 행복이를 안고 달래는 건 강진이었다.
“됐어. 산모는 푹 쉬어야 한다더라. 더 쉬어. 깨면 또 당신을 찾을 텐데.”
“미안해요.”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쉬라고.”
강진의 핀잔 아닌 핀잔을 들으며 미영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던 미영이다. 강진의 두려움이 뭔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자상한 아빠였다.
그렇게 잠깐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행복이 자신의 품에 안겨 젖을 찾고 있었다.
“잠시 몸 좀 풀고 올게.”
강진은 미영에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쉬었으니 몸을 움직여야 할 때였다.
전용 수련장이 되다시피 한 뒷산 공터에서 강진은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행복을 안고 난 후에는 조급함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느긋한 것도 아니지만,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 여유와는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절정 고수의 딸보다는 천하제일인의 금지옥엽이라는 호칭이 더 근사하지.”
이상한 쪽으로 목표 설정을 두며 강진은 천천히 내기를 끌어 올렸다.
강진은 얼마 전 부친과 싸웠을 때의 감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아버지 앞에서는 잘난 척했지만, 그때 그의 능력은 분명 구 할 이상이 운이었다. 다시 하라면 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지금 수련은 그 움직임을, 그 기감을 찾기 위해서였다.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자신감과 함께 말이다.
손을 내밀고 진기를 보냈다. 몽둥이가, 포승줄이 그리고 검이 번갈아 그 손에 들어왔지만 강진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한 호흡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 한 호흡은 수십 번의 칼질을 하고도 남을 시간.
찰나라는 시간도 늦다. 생각하는 순간 움직여야 한다.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백 번 시도를 해서 고작 한 번씩 성공했다.
그 감각만 익히면 성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옴을 느끼며 강진은 고개를 돌렸다.
“뭘 그리 열심히 하냐?”
“소 사부.”
소양풍이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보지도 않고 떠나셨어요?”
“네놈이 갑자기 두 사람을 맡기는 바람에 일 처리가 꼬였잖냐. 보자마자 따지냐?”
“따지긴요. 반가움의 표시죠. 이제 일은 다 마무리하신 거예요?”
“정리 다 했다. 귀마 그놈, 주화입마 빠질 뻔한 걸 돌려놓느라 진이 다 빠진 것 같다. 네놈이 저지른 일인데 왜 뒤처리는 내가 하는지.”
“그게 왜 제가 저지른 일이에요? 사부가 우둔하게 남의 계략에 빠져서 제가 도와 드린 건데.”
소양풍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일을 꾸몄는지 찾느라 애먹었지.”
“찾으셨어요?”
“찾았지.”
“누군지 몰라도 이제 애 좀 먹겠네요.”
“그래, 애 좀 먹을 거다. 그런데 곤란한 게 있다.”
“뭔데요?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거면 도와 드릴게요.”
“아주 곤란해. 정말 아주!”
소양풍이 인상을 찌푸리며 하는 말에 순간 강진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이군요.”
“맞다. 그 계략을 꾸민 곳이 살무방이라는 곳이라더구나. 그리고 그 흔적을 쫓다 보니 너를 만날 수밖에 없더구나.”
강진의 표정이 굳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