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48)
관존 이강진 (148)
“소 사부, 감사합니다.”
“뭐가?”
“아버님을 믿어 주셔서요.”
소양풍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 낳더니 철들었구나. 감사할 줄도 알고. 그런데 틀렸다.”
“네?”
“네 부친을 믿는 게 아니라 너를 믿는 거다. 사문이 네 것이라 했으니 책임지겠다는 뜻 아니겠냐?”
“그런 거였어요?”
소양풍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 한마디로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은 네가 더 잘 알 터. 사람이 적으니 돈도 많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네가 하는 걸 지켜봤던 건, 그 말을 바라서였던 것 같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제가 책임집니다.”
“애 낳더니 정말 많이 변했어. 가련다.”
“네? 벌써요?”
“너를 믿으니 준비해야 할 것 아니냐. 다른 녀석들에게도 주의를 줘야 하고.”
강진은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으로 말렸다.
“그래도 조금 더 머무르다 가시지. 사부가 소 사부랑 한잔할 수 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행복이도 좀 봐주시고요. 빨리 가서 좋을 것도 없잖아요.”
“정리하면 돌아오마. 그때는 사람들도 데리고 올 것이다. 이제 네가 책임진다고 하니 귀주보다는 여기가 더 낫겠지.”
나중에라도 발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 듯이 하는 말에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번 사형도 꼭 데리고 오세요. 사형 대접해 준다고 하면 좋아할걸요.”
“그 빌어먹을 놈, 아무리 가르쳐도 늘지가 않아. 딴 무공이라도 가르쳐야지. 그래도 명색이 제자라는 놈이 어디서 맞고 다니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살 곳을 준비해 둘까요?”
“그래, 좀 넉넉하게. 솔직히 내가 돈 버는 능력은 없다 보니 항상 궁하게 산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은 소양풍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이제 놈을 잡으러 가 볼까?”
정 포두에게 보고를 받았지만 소양풍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터였다.
강진은 신법을 전개해 광주로 달렸다.
밤이 돼서야 광주에 도착한 강진은 정 포두를 만나 그간의 과정을 제대로 전해 들었다. 그리고 송두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원이라 하기에는 작으나 광주에서 흔치 않은 크기의 집으로 들어가니, 미리 연락받은 송두이가 기다리고 있다.
“대장 나리!”
송두이가 잽싸게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일단 맞자.”
강진은 붉은 몽둥이를 꺼내 송두이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감히 우리 집안의 사업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퍼억!
“영업시간에 행패를 부렸다면서?”
빠악!
“네가 얼마나 나를 얕잡아 봤으면 그런 패악을 저지르는 거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묵직한 타격음이 들렸다.
맞은 데 또 맞고 또 맞아 신체 한 부분이 붉게 부풀어 오르자 강진은 그제야 매질을 멈추며 말했다.
“거기다 사업장까지 뺏겼다면서? 잘하는 짓이다. 쉽게 먹으니까 다 네 것 같지? 목에 힘 좀 주고 애들을 부리니까 네가 막 뭐라도 된 것 같지? 그게 네 거냐? 네 거야?”
“아닙니다, 나리. 살려 주십시오. 소인, 분수를 알고 있습니다.”
송두이는 울부짖으며 강진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강진은 가볍게 송두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그거 몰랐다면 네가 아직까지 살아 있었을까?”
송두이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말했다.
“그놈, 보통 놈이 아니었습니다. 무림인이었습니다.”
“너보다 강하면 무림인이냐?”
“정말입니다. 수하들이 주먹 한 방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때린 것보다 더 아팠냐?”
“그게…….”
강진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뭐야, 그럼 상대도 안 해 보고 도망쳤다는 거냐? 영업시간에 우리 사업장에 쳐들어와 놓고는, 주먹 한번 휘두르지 않고 튀었다는 거야?”
“그게…… 척 봐도 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수하들이 정말 한 방에 나가떨어졌습니다.”
송두이의 변명에 강진은 싸늘하게 말했다.
“그래도 한 조직의 수장이 간이 그리 작아서야. 아무래도 네게 맡기지 못하겠구나.”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손 떼라고. 그런 쥐 발톱의 때만도 못한 담을 가지고 조직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어?”
“나리!”
송두이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강진을 불렀다.
“저를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소인, 나리의 명령이라면 지옥불이라도 마다 않고 뛰어든 소인을 말입니까?”
“내가 언제 그런 황당한 명령을 내렸냐? 솔직히 네가 한 건 별로 없잖아. 이놈 처리해 주십시오, 하면 이놈 처리하고, 저놈 처리해야 합니다, 하면 저놈 처리했으니까 내가 다 한 거지.”
“나리! 정말 억울합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제 능력 밖의 일일 뿐입니다. 주먹 한 방을 못 견딜 것 같은데 어떡합니까? 나리께서 제게 무공 한 초식이라도 전해 주시고 이리 쫓아내신다면 억울하지나 않겠습니다. 하지만 나리께서는 그런 것도 없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따지는 거냐?”
강진의 호통에 송두이는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가 아는 강진은 괴물이었다. 일에 있어서는 인정과 사정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확실하게 챙겨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송두이는 세상의 모든 억울함을 혼자 느끼는 것처럼 외쳤다.
“이치가 그렇다는 겁니다. 나리께서는 상벌이 확실하신 분이라고 소인에게 이야기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송두이, 벌받을 만한 짓을 한 적이 있습니까? 그런 적이 없는데 왜 벌을 주십니까?”
강진은 피식 웃었다.
“말 잘하네. 철권이 아니라 철설이라고 해도 되겠어. 혓바닥이 아주 단단해서 할 말이 없게 하네.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이런 말 들은 적 있어? 돈이 움직인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고 말이야.”
“네?”
“돈은 어디에 꽁꽁 숨겨 놔도 그 흔적이 남아. 너 다른 곳으로 딴 주머니도 찬 흔적이 있네.”
송두이는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혓바닥은 강진이 말한 것처럼 굳건했다.
“그건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포졸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모두 이 포졸에게 줬습니다.”
강진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러고는 송두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래, 그렇게 말하는 게 좋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거지?”
송두이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혹시 이 포졸이 죽었습니까?”
강진은 송두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에게도 배워야 할 게 있네.’
전혀 흔들리지 않는 송두이의 눈을 보며, 강진은 순간 흔들렸다.
정말!
어쩌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완전히 의심을 풀 수 없었던 건, 이어동과의 첫 만남이, 그의 순박한 웃음이 생각나서였다.
강진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좋아, 네가 그렇게 충성을 했다니 상을 줘야지. 기회를 주마. 그놈을 찾아가. 그리고 그놈에게 한 번이라도 주먹질을 해서 너의 근성을 보여라. 그럼 또다시 광동성 흑사회 수장으로 만들어 주지.”
“나리! 그놈과 일대일로 붙으면 저 정말 죽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누가 죽어? 내가 뒤를 봐주겠다. 그래도 겁나?”
송두이는 순간 흠칫하며 되물었다.
“대장 나리께서 뒤를 봐주시겠다고요?”
“그래. 네놈이 죽지는 않게 해 주겠다.”
“그래도…….”
“설마 그놈이 나보다 더 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놈하고 사생결단 내겠습니다. 제가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대장 나리께서 약속해 주셨는데 제가 뭐가 겁나겠습니까?”
강진이 약속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송두이는 약속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뻔한 수작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약속하마.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어디냐, 그놈이 있다는 곳이?”
“아직도 천안객잔에 있습니다. 모실까요?”
“가자.”
강진의 말에 송두이는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애들 모아라. 오늘 그 복면 쓴 새끼 작살을 내고 말 거다!”
빠악!
순간 강진은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말했다.
“지금 너 같은 놈들한테 내가 뒤 봐준다고 소문낼 생각이냐? 너랑 만나는 것도 내 품위가 떨어지는데 지금 누구를 데려갈 생각인 거야!”
“소인이 생각이 짧았습니다.”
“조용히 너하고 나만 가는 거야. 그 복면이란 놈도 혼자라면서.”
“옆에 애새끼가 하나…….”
빠악!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아, 정말 너한테 이 사업을 맡겨야 하는 거냐? 애한테도 겁먹는 놈한테?”
“겁먹은 게 아닙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다시 한 번 올라가는 강진의 손을 보며 송두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천안객잔으로 향했다.
밤이 깊었기에 1층에는 중년의 점소이 하나만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톡. 톡.
점소이는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이 새끼가 영업시간에 처자빠져 자고 있네. 우리 애들이 있을 때는 또릿또릿하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던 놈이. 일하기 싫지?”
“아이고, 철권 나리!”
중년 사내가 송두이를 보며 급히 허리를 숙였다.
송두이는 강진을 보며 말했다.
“저희가 관리할 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다시 관리를 하게 되면 종업원들도 빠릿빠릿한 놈들로만 채워 넣겠습니다.”
송두이는 마치 자신이 없으면 이렇게 게을러진다는 걸 강조하듯이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다시 점소이를 보며 말했다.
“그 복면 쓴 새끼 여기 있지? 나오라고 해라.”
“구 나리 말씀이십니까?”
“구 나리? 그놈 성이 구가였냐? 그리고 나리? 여기가 누구 구역인데 나리라는 소리가 나와? 너 정말 죽고 싶은 거냐?”
점소이가 한껏 겁을 먹고 벌벌 떨 때 강진이 말했다.
“잡소리 그만해라. 그리고 여기가 네 구역이냐?”
송두이는 잽싸게 웃으며 말했다.
“말이 그렇다는 소리지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송두이는 점소이에게 다시 한 번 복면인을 데려오라 말하고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