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49)
관존 이강진 (149)
상대는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수. 뒤에 강진이 있다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 방에 죽는 건 아니겠지?’
저절로 아랫배와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찰나, 복면인이 나왔다.
송두이는 그를 보자마자 움찔했다.
‘이건 싸워 보지 않아도 아는 거야. 저 새끼는 졸라 강해. 그냥 강해.’
다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 복면인이 말했다.
“뭐냐, 그때 그냥 도망쳤던 새끼 아냐? 죽으려고 또 온 거냐?”
송두이는 고개를 돌려 강진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때는 내가 설사가 나서 말이지.”
“설사? 크하하핫, 변명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무슨 생각으로 이리 온 건지 모르지만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찝찝하던 찰나였거든. 아니, 그냥 내 밑으로 들어와라. 판관들이 전관예우인가 뭔가를 해 주는 것처럼, 나도 대우해 주마. 귀찮은 건 딱 질색이거든.”
“그게…….”
송두이는 솔직히 솔깃했다.
강진의 밑에 있는 거나 저놈의 밑에 있는 거나, 밑에 있는 건 똑같다. 다만 저놈은 관리가 아니니 강진의 밑에 있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송두이는 슬쩍 강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같이 무술을 하는 놈이고, 강진이 놈을 직접 보았으니 싸우기 전에 대충 이길지 질지 예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뭐 하냐, 너? 지금 간 보는 거냐?”
강진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하는 말에 송두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에이, 모르겠다. 그래도 아는 놈이 더 낫겠지.’
강진이 손 한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지옥을 맛봤던 송두이다. 아는 만큼 무섭다고, 그래도 강진보단 눈앞에 있는 복면인이 더 만만해 보였다.
“내년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 될 거다!”
송두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복면인에게 달려들었다.
“얼씨구, 방수를 데려온 모양인데, 저런 새파란 애송이보다 내가 더 만만해 보였다는 거네.”
복면인은 비웃음을 날리며 송두이의 주먹을 쳐 냈다. 그것도 새끼손가락 하나로.
송두이가 급히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아예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별로 힘도 주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돌려 버리자, 송두이는 제자리에서 몸이 돌아가며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아이고! 나리, 살려 주십시오!”
송두이는 넘어지자마자 죽는소리를 질러 댔다.
“이놈 보게. 누구한테 살려 달라고 그러는 거냐? 네놈 목숨은 내가 쥐고 있는데.”
복면인은 발을 들어 쓰러진 송두이의 얼굴을 그대로 내리쳤다.
“으아아악!”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순간, 송두이는 자신의 몸이 밑으로 쭉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어느새 강진의 옆에 누워 있는 것 아닌가.
“나리!”
송두이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강진을 불렀다.
“강하긴 하네. 한주먹이 아니라 한손가락으로도 너 죽겠다.”
강진은 복면인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송두이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주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복면인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진을 보며 흠칫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노려보기를 한참.
송두이는 손에 땀을 쥔 채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래도 들은 게 있어서 무림인, 그것도 고수들의 싸움은 종종 한 방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야아압!”
선수는 복면인이었다. 그는 별다른 준비 동작 없이 기합성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고, 강진은 그 주먹을 손등으로 밀어내며 반대쪽 팔꿈치를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부우웅! 우당탕탕!
순간 들리는 바람 소리에 송두이가 움찔하는 순간, 객잔 한편이 터져 나가듯이 부서졌다.
송두이는 부서져 나간 잔해를 보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설마 아까 날린 주먹으로…… 이게 장풍이로구나!’
송두이가 다시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두 사람은 치열하게 주먹과 손바닥을 주고받고 있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송두이는 탁자 밑으로 숨어 들어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주먹과 손바닥이 한번 휘둘릴 때마다 객잔이 부서져 나갔다. 더 놀란 건, 두 사람이 서로의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손을 몸으로 맞으면서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콰콰쾅!
순간 강진이 훅 뒤로 밀려난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손에 붉은 몽둥이 하나가 들렸다.
‘그래, 저 새끼는 주먹보다 저 몽둥이가 더 아파!’
송두이는 자신도 모르게 강진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복면인 입장에서는 강진 같은 방수를 데리고 온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터였다. 살려면 강진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빠악! 빠악! 퍼억! 퍼억! 쾅! 쾅!
뼈 부딪치는 소리, 살덩어리들 쳐 대는 소리 그리고 객잔의 집기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쓰러트리기 위해 수없이 손질을 했지만, 이렇다 할 결정타 없이 싸웠다. 그러다가 강진이 옆구리에 복면인의 주먹을 허용했다.
서늘함을 느끼는 순간, 송두이는 강진의 몽둥이가 복면인의 머리를 내려쳐 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 한 방 날려!”
송두이가 자신도 모르게 힘줘 소리를 지르는 순간, 복면인의 허리가 숙여졌다.
그건 무슨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복면인이 허리를 숙이고 그 탄력으로 한쪽 다리를 뒤로 휘둘러 강진의 정수리를 가격하는 그 장면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림이었다.
빠악!
엄청난 타격음이 들리며 강진이 그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꼬꾸라졌다.
송두이는 이 그림의 다음 장면은 복면인에게 죽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가? 눈치 하나만으로 광동 흑사회 최고에 올랐던 사람이다.
송두이는 쓰러진 강진의 옆에 전광석화처럼 무릎 꿇고 앉아 머리를 바닥에 찧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송두이가 대형을 모십니다!”
그리고 복면인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는 강진이 꼭 자신을 보는 것 같았지만, 죽은 놈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가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눈앞의 복면인.
“이 새끼 보게.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
복면인은 화가 난 목소리로 송두이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묘한 자세로 허공에 들린 송두이가 말했다.
“대형,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놈이 얼마나 강한 놈인지는 대형께서도 겪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대형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은 놈이지만 말입니다.”
복면인은 송두이와 강진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그를 내려 주며 말했다.
“이 새끼 뭐냐? 광동에 이런 고수가 있는 줄 알았다면 내 더 생각했을 텐데.”
“이 새끼가 광동에서 유명한 신의현 포도대장 이강진이라는 놈입니다.”
“이놈이?”
복면인은 놀란 듯이 말하고는 다시 중얼거렸다.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너 같은 놈이 어떻게 이런 놈 밑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거지?”
“간, 쓸개를 다 내놓아야 했지요. 그동안 우리 같은 흑사회의 조직원들이 얼마나 핍박을 받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대형께서 정리해 주셨으니 그런 날은 끝났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놈 말하는 거 보게. 네놈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겠구나.”
“앞으로 귀찮은 건 바로 이 송두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대형께서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 이 송두이가 뒷받침하겠습니다.”
복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배신자를 좋아하지 않아. 안면을 바꾸는 게 이리 빠른 네놈인데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어찌 알지?”
“살기 위해 그랬던 겁니다, 대형! 믿어 주십시오. 원하시면 손 하나를 잘라 대형에게 충성을…….”
“아! 그건 됐고. 포졸도 아니고 포도대장이나 되는 자를 죽여 놨으니 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잘 처리할 수 있겠어? 잘 처리하면 네게 기회를 줄 수도 있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겠습니다.”
“호오, 경험이 좀 있나 봐? 소문에 들으면 이놈이 있는 지역에서는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없다고 하던데.”
송두이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
“저 송두이입니다! 저만큼 이곳을 잘 아는 놈도 없을 겁니다.”
“그것만으로 믿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예전에도 능숙하게 처리했다는 증거라도 있다면 모를까.”
자신 있게 자신의 전력을 말하려는 순간, 송두이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잠깐만!’
송두이는 머릿속에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숨 한번 쉬는 시간에 그의 머릿속에는 수천 시진의 시간이 들어앉았다.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생소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겪는 감각은 아니었다.
자신의 목을 죄는 듯한 이 기분. 까딱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그대로 추락해 버린다는 그 사실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을 관통하는 의심.
그리고 사실 하나.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괴물 새끼가 한동안 잠잠했다는 그 사실 하나!
송두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내려 죽은 강진을, 아니 어쩌면 죽지 않았을 강진을 쳐다보았다.
“뭐야, 말을 하려다 말고?”
그때 복면인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송두이는 고개를 들어 복면인을 보았다.
하늘은 그에게 무재를 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상재를 준 것도 아니지만, 하나는 확실히 주었다. 좋게 말하면 육감,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보는 재주를 말이다.
송두이는 복면인의 묵직한 목소리에서 기이한 기대감을 읽었다.
‘나에게 기대할 대답이 뭔가?’
송두이는 머릿속으로 결정하고는 입을 열었다.
“증거라고 할 건 없습니다만…… 그래도 저보다 더 잘 처리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잘 처리하지 못하면 그때 대형이 저를 쳐 죽이셔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모험이었다.
복면인의 신뢰를 단숨에 살 수 있는 기회는 버렸지만, 그 기회를 버림으로써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함정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듣자 하니 포졸 하나가 죽어서 이놈에게 의심을 사고 있었다던데, 네가 처리한 거 아니었어? 그랬다면 믿고 맡길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이어진 복면인의 말에 송두이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자신은 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