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51)
관존 이강진 (151)
놈
“제대로 꺼내. 뼈들을 섞이게 할 셈이냐?”
정 포두가 다른 포두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고, 강진도 뒤에서 그것들을 지켜보았다.
“후우.”
길게 뿜어져 나오는 한숨.
분노로 본능을 누르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누르는 건 원치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
“늦었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했다.
“당신은?”
“이렇게 또 뵙는군요, 이강진 대장.”
상대의 인사에도 강진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나도 뜻밖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왜 여기에?’
강진은 잠시 생각하다 곧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구룡무관의 소관주라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구 공자라 불러 드릴까요?”
알게 모르게 적의가 느껴지는 강진의 대답에 구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 전 이곳 포도대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강진은 속으로 다시 한 번 놀라며 물었다.
“그럼 신임 포도대장이라는 사람이 당신이란 말씀입니까?”
“네. 원하지도 않은 환영식 때문에 이 대장이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별말씀을요. 이런 사건만 아니었다면 저도 축하해 드렸을 겁니다. 아니, 광주 포도청에 부임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대장의 명성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신의현은 물론이고 성내의 치안도 무척 좋아졌다고 태수 나리께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더군요.”
구진호의 말처럼 광동 태수는 이강진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진이 처음 찾아가서 했던 장담처럼 광동성의 치안은 다른 그 어떤 성보다 좋아졌으며, 사천 역모 사건의 논공행상에 그의 부친도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강진은 명예는 물론이고, 황실포두라는 지위 없이도 광동성의 흑사회를 장악할 수 있었다.
“이거, 이 대장의 업적을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요. 그런데 오자마자 극광 사건이라니. 꼭 시험받는 느낌입니다.”
강진은 구진호의 말에 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진호의 말이 결국 이 사건은 내 사건이니 너는 그만 손 떼라, 하는 의미처럼 들린 것이다.
“아! 잘 모르시나 본데 저는 관할을 초월해 사건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구 대장이 혼자 이 사건을 맡을 필요는 없지요.”
“황실에서 직접 황실포두라는 명예로운 관직을 내렸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 능력이 모자라면 이 대장님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하지요.”
이강진은 확신했다. 구진호는 자신에게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강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극광 사건이라, 빨리 처리할수록 좋을 겁니다. 몰랐다면 모를까 제가 사건 현장을 확인하였으니 계속 진행하도록 하지요.”
구진호가 뭐라 말하려 하자 강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구 대장은 이제 막 부임하셨으니 현 내의 사정을 알아야 할 것이 많으실 겁니다. 이 건은 제가 처리할 테니 굳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그럴 수야 있나요?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은 엄연히 제 책임인걸요. 이 대장님이 이리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니 고맙게 받겠습니다.”
말 몇 마디로 자신이 주관하는 사건이라 확정한 구진호는, 강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시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런, 이런. 정말 미친놈이로군. 도대체 누가…….”
구진호는 시체를 확인하며 분노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진은 그런 구진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바빠서, 그리고 눈에 띄지 않아 잠시 잊었던 사실이 생각났다. 놈이 자신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이 말이다.
‘무슨 생각인 거냐, 내가 너를 알고 너도 나를 아는데 그 위선은?’
강진은 구진호가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걸 보며 생각했다.
‘흥분했지?’
강진이 속으로 그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구진호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어떤 놈인지, 정말 미친놈이로군요.”
‘숨길 생각이라면 제대로 숨기든가!’
“잡아서 개작두에 목을 날려도 모자랄 놈입니다.”
‘그리 화를 내면서도 눈은 웃고 있잖아?’
“이 미친놈! 빨리 잡아야겠습니다.”
‘무슨 생각인 거냐? 눈이 웃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생각하고 말했다. 그리고 공통된 생각 한 가지.
‘이 짓, 네가 한 거지?’
* * *
강진은 산을 내려오자마자 객잔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원래라면 광주 포도청에서 일 처리를 했겠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임 포도대장은 자신이 뭘 하건 십 할 협조했지만 놈은 그러지 아니할 것이다.
아니, 협조를 한다고 해도 강진은 놈과 같은 장소를 쓸 생각이 없었다.
‘놈은 용의자다!’
아니, 강진은 이미 그를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포두, 나 포두, 아니 당직 포두들 전부 불러들여.”
강진의 명령에 정 포두가 조심스레 물었다.
“전부 말입니까?”
“이 사건이 먼저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증거 따위는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본능에 충실한 미친놈이었다면 그 많은 시체가 발견되기 전에 발각되었을 테니까.
아니, 놈은 똑똑하다.
똑똑하니까 전시에 급제하고 포도대장이 된 것이다.
그래도 강진이 나섰다는 걸 알았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의 범죄를 점검할 터였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 했다. 그 한 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려면 놈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해!’
강진은 다시 이가상단의 상두 하나를 찾아가 구진호의 행적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하지만 상두는 뜻밖의 말을 했다.
“소주, 구룡무관의 소관주는 전시 준비로 계속 개봉에 있었습니다. 최소 일 년 안에는 광주로 돌아온 적이 없습니다. 그 전의 행적을 조사하라 하시면 조사하겠습니다만.”
“그게 사실입니까?”
“구룡무관은 광주제일세력입니다. 소주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항상 관찰하고 있는 곳입니다.”
일 년이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사건 현장의 시체 더미에는 죽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시체도 있었다.
강진이 왠지 모를 허탈감에 빠질 무렵, 구진호도 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이게 다입니까?”
“네. 성내에서 신의현 포도대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무척 유명한 사람이니 봤다면 벌써 소문이 났을 겁니다.”
구룡무관은 광동성 제일세력이긴 했으나 정보 수집 쪽으로는 취약하다. 기본적으로 무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이 아닌 광주만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관원은 많고, 거기에 딸린 식솔들, 그리고 무관이 있음으로 해서 먹고사는 사람도 많다. 무관들이 연합하기까지 했으니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긴 개봉에 있었다 했지. 그 일 때문에 태수가 그를 총애한다고 했고.’
그럼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구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극광 사건이란 말이지?’
재미있었다.
시체 숫자로 봐서는 범인은 자신과 같은 경지에 이르렀음이 분명했다.
“마흔셋이라면, 절제의 미학을 모르는 놈이군. 거기에 애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될 놈이야. 하긴, 그가 그처럼 무절제해 보이지는 않았어.”
구진호는 확신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를 품격 떨어지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니. 그에게 미안해지는걸.”
그때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다.
‘그가 아니라면…… 그는 지금쯤 나를 의심하고 있겠네. 하하하, 맞아. 그는 나를 의심하고 있을 거야.’
구진호는 흥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재미있어 미칠 것 같았다.
‘그도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자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에게 질색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에게 승부욕 같은 걸 보였던 사람이다.
‘아마 나보다 더 빨리 잡으려 하겠지?’
구진호는 강진과 경쟁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와 어울리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지겨운 책을 다시 펴고 전시에 급제한 것도, 그와 어울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재미있잖아. 그 어떤 살인보다 더 말이야!’
그보다 더 빨리 범인을 잡아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좋은 생각인 건가?’
어쩌면 그가 자신의 능력에 질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내게 자신과 어울릴 만한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닌가?’
구진호는 이강진보다 더 빨리 범인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 * *
무림, 아니 천하를 진동시키는 소문 하나.
신도 지선양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그의 무덤은 바로 낙양에 있었다.
무인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신도 지선양에 관한 소문이 반만이라도 사실이라면, 그가 남긴 것을 얻는 자는 단숨에 무림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무림인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헛소문이라고 치부했기 때문이다.
정말 무덤에 관한 단서를 누군가 발견했다면, 그 누군가는 이리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지 않았을 터였다. 무엇보다 근 오십 년 사이 일어난 무림혈사는 모두 비급과 보물이 가득한 장소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많은 무림 수뇌부는 이번도 누군가의 계략일 거라 생각하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합리적으로 헛소문이라는 걸 안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 소문을 믿고 움직인다면 의심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