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53)
관존 이강진 (153)
‘내가 놈이라면?’
강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진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통제하는 그 본성을 얕보지 않았다.
그것이 통제를 벗어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혈붕파 놈들을 통해 이미 경험했다.
一.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는다.
二. 내가 놈이라는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三. 놈은 내가 아니다. 그것을 전제로 두어야 한다.
四. 평범하게 생각하자.
五. 놈은 살인마고 똑똑한 놈이다.
‘…….’
“젠장!”
강진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평범한 사람이 미친놈을 예측할 수는 없다. 예측할 수 있다면 놈은 미친놈이 아니다.
쾅! 쾅! 쾅! 쾅!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자 강진은 발만 구르며 애꿎은 땅에 화풀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마음을 진정시켰다.
“뭔 생각을 그리 하냐?”
“사부! 행복아!”
그때 곽노가 행복이를 안고 올라왔다.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얼른 행복이를 받아 안았다. 그러고는 추궁하듯이 말했다.
“찬 바람 맞아도 돼요?”
곽노는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찬 바람은 무슨! 따뜻하고 좋구먼.”
“백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안에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저기 북방이라면 그래야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여기는 따뜻하잖냐.”
“그래도 조심해야죠. 그런데 왜 사부가 안고 올라오세요? 미영이는 어디 가고?”
“좀 쉬라고 했다. 부쩍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유모를 구해야겠어요.”
“나 아직 거뜬하다. 나나 안사람도 있는데 굳이…….”
강진이 곽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안고 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사부도 예전 같지 않다고요.”
“뭐야? 그럼 내 걱정을 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강진은 곽노를 싹 무시하고는 행복이와 눈을 마주치더니 우르르 혀를 차며 얼러대기 시작했다.
곽노는 헛웃음을 내며 말했다.
“허! 고얀 놈. 이제는 나보다 행복이란 말이지.”
“당연한 소리를 입 아프시게.”
강진의 대답에 곽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바닥을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뭔 일인데 땅을 이리 잔뜩 팠냐? 무공 수련하는 거냐?”
“그런 게 아니라……. 사부.”
“왜?”
“고민되는 게 좀 있어요.”
“이제 이 사부의 조언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이냐?”
그렇지 않아도 행복이 때문에, 그리고 포도청 일 때문에 자신과의 대화가 극히 적어진 강진이었다.
자신과의 대화가 없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으나, 이제 자신이 필요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은근히 섭섭했던 곽노다.
반색을 하고서는 빨리 말해 봐라! 하는 표정을 짓는 곽노를 보며 강진은 극광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곽노는 강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아이들의 시체 숫자가 여든세 구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폭발했다.
“거, 미친 새끼들 참 많다! 그런 놈은 잡아 죽여야지, 뭘 그리 걱정하냐?”
“미친놈 맞죠? 특별한 놈이 아니라?”
확인하듯이 던지는 강진의 물음에 곽노는 그의 걱정을 눈치챘다.
“이놈아! 어디서 그딴 놈하고 비교를 하려고 하냐?”
“저도 특별하잖아요.”
“그놈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미친 거야.”
“어떻게 다른 건데요?”
“하아!”
곽노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이미 내가 말한 적이 있다. 기억나지 않더냐?”
“모르겠는데요.”
“예전에 네가 이렇게 묻지 않았더냐? 동물을 죽이는 거하고 사람을 죽이는 게 뭐가 다르냐고.”
“그랬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냐?”
강진은 곧바로 대답했다.
“죽이는 것과 잡는 것의 차이를 알려 주셨죠. 그리고 이유가 있다고 했지요.”
“그래, 뭐든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너는 받아들였지.”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사부가 그렇다고 하시니까 그런가 보다 한 거였죠.”
“그래. 그렇다 치더라도, 그 미친놈이 아이를 죽이는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냐? 너는 이 미친놈을 이해할 수 있냔 말이다.”
곽노는 강진이 곧바로 부정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진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곽노는 오랜만에 가슴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설마 이해하는 거냐?”
곽노가 조심스레 묻는 말에 강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변했다고 느꼈다.
자신의 본능을 충실하게 제어하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자신은 그놈의 흥분을 엿본 것처럼 놈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건 놈의 선택이다.
자신은 대인이 되기 위해 억눌렀지만, 놈은 그런 마음이 없을 뿐이었다.
강진은 곽노를 보았다.
‘이 생각을 사부는 이해해 줄까?’
아니다.
사부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그놈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해해 주려고 노력은 할 것이다.
그렇게 강진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자, 곽노는 이미 그가 그 미친놈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주 망각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뜸했지. 그래서 깜빡한 게지. 깜빡한 게야, 이 녀석을.’
곽노는 그리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네가 언제부터 내 눈치를 봤다고 말을 못 하냐?”
“눈치는 누가 눈치를 봐요.”
강진이 뚱하니 하는 말에 곽노는 맞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거다. 네가 언제 남의 눈치 본 적 있냐? 놈을 이해하든 못 하든, 너는 네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다.”
“미친놈처럼 생각하란 말씀이세요?”
“못 할 거 뭐 있냐? 설마 네가 놈처럼 생각하면 너도 놈처럼 변할까 봐 두려운 거냐?”
곽노는 그대로 핵심을 찔러 왔다.
“뭔 생각을 하는 거냐? 정말 생각만으로 너도 놈과 같아지리라고 본 거냐?”
“…….”
“이놈아! 나도 머릿속으로는 황제가 돼서 수틀리면 다 죽이기도 하고, 어여쁜 처자들 수백 명과 무인도에 떨어져서 별의별 변태 짓을 다 한다.”
“…….”
“그렇게 생각했다고 나도 미친놈이 되는 거냐?”
“음, 그건…….”
“생각만으로도 벌을 받아야 한다면 천하에 죄인 아닌 놈 단 한 놈도 없을걸.”
강진은 곽노를 슬쩍 보며 물었다.
“사부도 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 안 하는 인간이 더 특별난 거라고 본다, 난!”
곽노의 말이 빨라졌다.
“하지만 난 생각만 하지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이 바로 그거다. 금수는 본능대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한다는 것. 너도 이 선택의 문제는 확실하게 이해하지 않았냐? 그런데 새삼스레 뭔 고민을 하는 거냐? 그것도 너처럼 이기적인 놈이.”
“그렇죠? 제가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 쓸데없는 생각이다.”
곽노는 강진의 품에 있던 행복이를 뺏듯이 안고는 말을 이었다.
“어이, 행복이 아비! 어떤 놈이 무슨 이유가 있어서 행복이를 해코지하려 들면 너는 아, 이놈이 이런 이유가 있지, 하며 가만 두고 볼 참이냐?”
강진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뜨였다.
“어떤 찢어 죽일 놈이 감히!”
“그래, 그거다. 그 찢어 죽일 놈이 수많은 사람의 아들딸들을 죽이고 있는 거다. 이해한다고 안 잡을 참이냐? 대인인 네가 말이다!”
강진은 콧방귀를 크게 뀌며 말했다.
“킁! 오랜만에 머리를 쓰려다 보니 저도 정말 미쳤었나 보네요.”
“그래. 지금 네놈 생각은 특별한 게 아니라 미친 생각이었다.”
강진은 스스로 크게 반성했다.
알고 있는 걸 간과했다.
결국에는 생각하고 선택하는 문제였다.
놈처럼 생각했다가 본능을 억누르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약속까지 했잖아. 반드시 잡아서 똑같이 죽여 준다고.’
강진은 곽노의 품에 있는 행복이를 보며 생각했다.
‘딸내미, 미안. 아비가 잠시 멍청했다.’
강진은 그렇게 스스로 반성하고 곽노를 보며 다시 물었다.
“이놈, 죽일 이유가 되겠지요?”
곽노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네가 직접 죽이려고?”
“조건에 해당되잖아요.”
“그 새끼가 너를 죽이려 했거나 너를 죽일 수 있는 그런 놈은 아니지 않냐?”
“사부도 아까 죽일 놈이라고 하셨잖아요.”
곽노는 당황했다.
물론 사건을 생각하면 죽일 놈이 맞다. 죽일 수만 있다면야 자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강진은 아니었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강진이 사람을 죽이는 건 피하는 게 좋다.
“그거랑 그거는 다른 거지. 그깟 미친놈 때문에 대인이 되는 걸 포기할 생각이냐?”
“죽일 놈 죽이는 것과 대인이 뭔 상관이 있다고요.”
“네놈이 포도대장이면서 법의 심판 없이 네 마음대로 죽이는 게 말이 되냐? 어차피 놈은 국법에 따라 처벌해도 죽을 놈 아니냐?”
“그렇죠. 그러니까 더 제가 죽여도 되는 거 아닌가요?”
곽노는 강진을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누구를 위해서?”
“그거야…… 모두를 위해서죠.”
“거짓부렁하지 마라. 너를 위해서잖냐. 네놈 화를 재우기 위해서.”
“결국에는 모두를 위해서인 거죠.”
곽노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울분을 느낀 게 너뿐이냐?”
“네?”
“놈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게 너뿐이냔 말이다. 모두가 놈의 죽음을 원한다. 그런 놈을 혼자 몰래 죽인다는 게 말이 되냐?”
“으음…….”
“국법대로, 절차대로 현령이 재판을 하고 놈의 죄를 널리 알리고, 개작두에 모두가 지켜보는 데에서 죽여야지. 그래야 보고 있을 또 다른 미친놈이 자제하지 않겠냐?”
“아! 사부 말이 맞네요.”
“무엇보다 그게 너에게 훨씬 이익이 되는 거다. 어차피 죽을 놈, 네가 양보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칭송할 게다. 미친놈을 잡은 대인으로서 말이지.”
곽노의 말에 강진은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