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54)
관존 이강진 (154)
추적
곽노는 행복이를 안은 채로 집으로 돌아오며 고민했다.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건가?’
강진을 설득했다 안도했지만 오면서 다시 생각하니 실수를 한 것 같기도 했다.
“사부는 뭔가를 죽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이해가 가지는 않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따르는 겁니다. 그걸 따르면…… 뭐랄까, 그냥 만족스러운 겁니다. 남들이 저를 떠받들고, 대단하다고 보는 건 기쁘니까요. 그 기쁨을 위해 이유 없이는 죽이지 않는 거지요.”
“고치는 게 아닙니다. 선택이지요.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하는 것. 쉽지는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아도 그 하나를 얻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말이죠.”
“안 됩니다. 그게 교주에게도 좋습니다. 낌새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내가 그놈을 죽이게 될 테니까요. 이상하게 듣지 마세요. 그냥 그런 겁니다. 이유는 설명 못 합니다. 그걸 설명할 수 있다면 제가 이렇게 참으며 살지 않아도 되니까요. 교주가 말했던 천살성은 그런 겁니다.”
‘왜 갑자기 생각난 걸까?’
신교에서 강진이 선유에게 했던 말들.
‘설마…… 실수한 건가.’
곽노는 불안해졌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왜 잘못인지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사실 누가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태어나는 것이지, 설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곽노는 그 방법을 몰랐다.
나름 잘 설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때의 말을 곱씹어 보면 강진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왜 잘못인지 이해 못 하고 있었다.
그냥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했기에 따른다고 했다. 고치는 게 아니라 선택이라고 했다. 살인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참는 거라 했다.
그렇다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참고 있다는 것.
그런 상태에서 외부에 자극이 있다면?
정말 살인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더 참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강진도 그것을 걱정하기에 그런 고민을 자신에게 털어놓은 것 아니겠는가?
곽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곁에 있어야 해!’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핑계야 만들면 되지만…… 지금 와서 그런다면 그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이 된다.
‘곽노야, 곽노야! 좀 더 신중히 생각했어야지!’
곽노는 스스로를 책망했다.
차라리 신의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강진이 집을 오고 가며 일을 한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신과 이제원이 아니라도 행복이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놈이니 살기를 중화시킬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광주에는?
자신도, 이제원도, 미영이도 그리고 행복이도 없다.
‘아, 이걸……!’
순간 곽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신의현에 있는 그 누구와도 다른 관계인 한 사람이 말이다.
“미영아!”
곽노는 그에게 서신을 쓰기 위해 미영을 부르며 집으로 달려갔다.
* * *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
구룡무관의 관주 구태성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구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무림 혈사가 모두 욕심 때문에 벌어졌음을 잊으셨나 보군요.”
“그거야…….”
“누군가 시간을 두고 조사한 일도 아니고, 갑자기 퍼진 소문입니다. 진위가 의심스럽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했지만 마교와 추밀원이 움직였다고 하는구나. 헛소문이라면 그들이 움직였겠느냐?”
구진호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전 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인 게 더 의심스럽습니다.”
“무림맹도 움직였다는구나. 만의 하나 소문이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줄을 대서…….”
“정말 소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마교와 추밀원 그리고 무림맹이 나섰는데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무림맹에 협조해서…….”
미련이 남은 듯한 구태성의 말에 구진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버님, 만의 하나 사실일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라 만의 하나 누군가의 함정일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구룡무관이 광동성에서 제일이 될 수 있었던 건 그 전에 기존 세력들이 욕심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광동제일 구룡무관의 관주인 구태성이지만 아들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구룡무관이 광동제일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들의 조언이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서였다.
구진호는 여전히 아쉬운 표정의 구태성을 보며 말했다.
“아버님이 원하신다면 어느 정도 무사들을 파견하지요. 하지만 전력을 다해서는 안 됩니다. 예전 화산의 문제가 계속 마음에 걸리니까요.”
“지선양의 무덤과 그 일이 무슨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버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고수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화산 검성을 잡을 수 있는 고수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 일을 해결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난 지선양의 무덤이라……. 무림맹은 그걸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지나친 비약 아니겠느냐?”
“확신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끼어드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구룡무관은 이대로 둬도 강해질 겁니다.”
구태성은 납득하면서도, 아들이 꼬박꼬박 구룡무관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무관을 이을 생각은 없는 거냐? 관리가 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렇게가 좋습니다. 무관을 물려받을 손자는 낳아 드릴 터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하.”
구진호는 그렇게 대답하고 구태성에게 예를 올린 후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쪽밖에 없지?’
화산 검성의 일을 구진호는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건을 본 사람도, 그리고 증거도 없지만 방금 했던 말처럼 고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벌일 만한 세력은 아비의 구룡무관을 제외하면 딱 한군데밖에 없었다.
이가장.
처음에는 구진호도 그들을 단순한 상인 가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이가장의 하나뿐인 후계자에게 흥미를 느끼고 직접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남들도 알 수 있는 사실들뿐이었다.
그는 금력과 더불어 무력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만한 상단에 호위 무사들이 있는 건 당연했지만, 그 무력이 너무 엄청났다. 그리고 그 무력은 정말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지 않는다면 볼 수가 없었다.
구진호는 꾸준히 그들을 조사했다. 그리고 알아냈다.
‘평범한 상인들은 아니라는 거지.’
이강진에게도 그리고 그의 가문에도 흥미가 갔다.
‘거기에 몇 년 전부터 낙양에 힘을 쏟고 있었지. 천하를 상대로 하는 상단이긴 하나 낙양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다. 그게 뭘 뜻하겠어?’
구진호는 거처로 들어갔다.
오룡삼봉이라는 쓸데없는 명예 덕분에 얻은 게 있다면 무림맹의 수뇌부와 안면을 트게 되었다는 것.
지선양의 무덤에는 별 흥미가 없지만 아비의 무관도 무림맹과 함께한다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구진호는 무림맹의 수뇌부가 흥미를 가질 만한 몇 가지 사실과 가설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서찰 하나를 만들어 하인에게 넘겨주고는 기지개를 폈다.
‘다시 놈을 잡는 데 집중해야지.’
* * *
“젠장, 성급했어.”
처음 접한 극광 사건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제일 확실하고 쉬운 방법을 놓쳤다.
‘모른 체하고 사건 현장에서 매복했다면, 놈이 감히 나를 어찌 발견할 수 있었겠어?’
후회가 되었다.
사건 현장을 그대로 두고 그 자리에 매복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놈이 자신을 뛰어넘는 무공을 가지지 않은 한, 무조건 잡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강진의 짜증을 정 포두가 키웠다.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없어?”
강진이 인상을 찌푸리자 정 포두의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항상 여유가 있고, 확인만 철저히 할 뿐 일의 방식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대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극광 사건은 매일같이 보고를 받으며 성과가 없으면 미칠 정도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대장님, 정말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데 외부인도, 그렇다고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피해자를 알아보는 부모들도 없었고요.”
“어디서 구멍 낸 건 아니고?”
“절대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대장님!”
정 포두가 정말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강진의 인상은 더더욱 찡그러졌다.
벌써 보름이 지났음에도 놈에 대한 단서는 잡지 못했다.
자신이 놈이라면 했을 짓거리들을 전부 확인했음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정말 철두철미하거나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대장님, 광주 포도청과 협조를…….”
정 포두가 조심스레 꺼내는 말에 강진은 은근한 눈빛으로 물었다.
“놈들은 뭐 알아낸 게 있대?”
“특별한 게 없나 봅니다. 그쪽 대장 나리도 달달 볶아서 포두들도…….”
“그 말은 나도 달달 볶고 있다는 소리네.”
“그건 아닙니다.”
정 포두가 급히 하는 말에 강진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나가 봐. 생각 좀 하게.”
포두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자 강진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一.놈이 철두철미한 놈이라고 치자. 나만큼 똑똑한 놈이라고 생각하자.
二. 본능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하게, 어떤 사실도 드러내지 않고 처리한다고 치자.
三. 그래도 나라면 이 정도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
四. 나라면 가능하겠지. 나는 신법, 자객보를 익혔으니까. 또 그런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잠깐만!’
순간 강진의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왜 범인을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미친놈이 둘이라면? 아니, 죽인 놈은 하나라고 하더라도 놈을 돕는 방수가 있다면?’
강진의 머릿속이 가정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一. 뭐든 이유가 있다.
二. 놈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살인을 한다.
三. 다만 놈은 어린아이이기만 하면 되기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四. 하지만 방수는?
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든세 명의 어린아이들과 원한을 가질 리 없을 테니 이유는 당연히 돈이다.
六. 그래, 놈은 찾을 수 없더라도 방수는 찾을 수 있다.
七. 방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제 생각할 건 방수가 무엇을 도왔는가이다.
살인은 돕지 않을 것이다. 그 미친놈은 그 재미를 방수와 나누지 않을 테니까.
그럼 시체를 처리하거나, 아이를 납치해 오는 것.
“정 포두!”
강진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던 정 포두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대장님?”
“실종 신고를 한 부모들 중에 피해자가 자기 아이라고 확인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지?”
“네.”
강진은 머릿속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는 말했다.
“피해자는 실종된 아이들이 아니야. 그러니 당연히 찾을 수가 없었던 거야!”
“대장님, 정확히 무슨 뜻인지…….”
정 포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자 강진이 다시 말했다.
“우리는 실종 신고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려 했지만, 애초에 피해자들은 실종된 아이들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
“우리가 정리하기 전에, 고리대급업하는 놈들이 인신매매도 하지 않았나?”
“그렇습죠. 담보물이었으니…….”
순간 정 포두도 강진의 말뜻을 깨닫고는 소리쳤다.
“고리대금업을 했던 놈들, 다 잡아들이겠습니다!”
“똥주먹부터 불러와!”
똥주먹은 송두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지금은 고순이 흑사회를 관리하고 있지만, 그 전에 관리했던 것은 그이기에 강진은 송두이부터 데리고 오라 한 것이다.
찝찝하긴 했으나 일 처리는 확실한 녀석이니 놓친 놈은 없었을 터였다.
“지금 당장 끌고 오겠습니다.”
정 포두가 달려 나가자 강진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단서를 잡은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