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58)
관존 이강진 (158)
‘시파, 여기서 나를 어찌하려고!’
송두이가 용기를 내 고개를 들자 강진이 웃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웃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물음이 나왔다.
“어동이 네가 죽인 거 맞지?”
“그게…….”
송두이가 우물쭈물하자 강진이 구진호를 보며 말했다.
“이놈이 죽였다고 말하면 이놈은 구 대장 편이 되는 거고,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면 내 편이 되는 겁니다.”
“허허, 본관에게 살인범을 넘겨주려고 하시는 겁니까?”
구진호는 과장된 웃음을 터트리며, 벌벌 떠는 송두이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송두이는 죽을 지경이었다.
‘개새끼!’
송두이는 강진의 이중 함정에 치를 떨었다.
죽였다고 말하면 언젠가 반드시 강진이 자신을 죽일 테고, 죽이지 않았다고 하면 구진호를 배신하게 되는 것이다.
송두이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구진호가 분명 복면을 박살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강진은 마치 오랜 친분을 쌓아 온 사이인 것처럼 주거니 받거니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둘 다 미친 새끼인 게 확실했다.
구진호도 분명 자신을 살려 둘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럴 바에는…….’
송두이는 애초에 줄을 갈아탄 이유처럼 구진호에게 붙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가 죽인 건 아닙니다. 그놈이 혼자 난리 치다가 넘어져 죽은 겁니다.”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죽인 건 아니지만 시체는 네놈이 처리했다는 거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강진은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진심으로! 네놈이 내 사람일 때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고민해 줬을 것이다. 사람은 겁을 먹었을 때 종종 실수라는 걸 하니까.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네놈을 위해 내가 그런 고민을 해 줘야 하나?”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송두이에게 다가갔다.
“왜…… 왜 그러십니까?”
송두이는 공포의 소리를 내며, 도와 달라는 눈빛으로 구진호를 급히 쳐다보았다.
“이 대장님.”
구진호가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우드드드드드드드득!
“으아아악!”
누가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눈 한번 깜빡할 그 시간은, 강진이 송두이의 관절이란 관절은 전부 비틀어 놓기에는 충분했다.
구진호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 강진은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살인범은 아니더라도 시체를 함부로 유기한 놈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놈은 제가 데려가 관아에서 심판을 받게 하도록 하지요.”
“손을 과하게 쓰신 건 아닙니까?”
“시체를 유기한 놈입니다. 이 정도로 제압은 해 둬야 도주의 염려가 없지요.”
강진은 송두이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말했다.
“뭐, 사실 본관의 소양이 부족한 이유도 있습니다. 어떤 흉악한 놈이 내 밑의 사람을 다치게 하는 바람에 화가 좀 나 있는 상태라.”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있었지요. 그러니 이 정도는 눈감아 주시길. 그런데 본관도 그 흉악한 놈의 사람을 괴롭힐까 하는데, 과연 그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군요.”
구진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다음에 또 그러면 저도 이 대장님을 돕도록 하지요. 세상에 그런 놈이 있을 줄이야.”
강진은 구진호를 뚫어지게 보다 말했다.
“본관도 누군가에게 손을 쓰기 전에 살펴보는 게 있습니다. 조건에 부합되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까?”
순간 구진호의 안면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두고 보는 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구 대장의 조언을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그 조언이 맞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맞을 겁니다.”
“그럼.”
강진은 구진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송두이의 머리를 움켜쥔 채 몸을 돌렸다.
저벅저벅. 스윽스윽.
그렇게 문에 이르는 순간 강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 흉악한 놈이 구 대장을 노릴 수도 있으니까요.”
구진호는 손을 흔들며 강진을 배웅했다.
“끙!”
강진이 사라지자마자 구진호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신음을 토했다.
‘대단한 살기야.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말이지.’
구진호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살려 둔 건 잘한 건가?’
고순을 살린 채로 제압하기 위해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 내상이 가치가 있었던 듯했다.
“어떻게 참고 있을까?”
구진호는 한주먹에 송두이를 때려죽이지 않은 강진의 인내에 감탄했다.
‘쉽지 않았을 텐데. 나처럼 몰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구진호는 곧바로 의문을 부정했다.
참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런 게 있다면 자신이 진작 했을 것이다.
‘아니, 참을 이유가 없어서 고민하지 않은 건가?’
구진호는 이 문제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어찌 됐든 이러니 내가 반하지 않을 수 없지.’
구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한 번씩 폭발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게 언제가 될까?’
구진호는 내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옆에 있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평생 세상을 혼자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구진호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매는 계속해 들어왔고, 은근히 접근해 들이대는 여자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 줌의 가치도 없는 것들!’
구진호는 그런 여자들이 오히려 역겨웠다.
물론 겉으로는 친절한 미소와 정중한 말투로 거절했지만, 그만큼 더 역겨웠다.
다 필요 없었다.
‘그만 있으면 돼!’
구진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 * *
광주, 아니 광동성에서 한때 염왕채를 놓던 자들과 인신매매를 업으로 삼던 사람들은 벌벌 떨며 자신들만의 은신처로 몸을 꼭꼭 숨겼다.
근 닷새 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던 놈이 서른이 넘었고, 그들 중 몸이 성한 상태로 돌아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드시 어디 한군데 병신이 되어 돌아왔으니 다음은 자신 차례가 아닐까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누구?”
그들을 공포로 떨게 한 장본인 강진은 온몸을 떨고 있는 사내 하나를 보며 되물었다.
“생명매매(生命賣買)라는 놈입니다.”
“뭔 이름이 그리 노골적이야? 그런 이름이라면 금방 알려졌을 텐데 왜 너만이 그 사실을 알까?”
“이름이야 그놈이 그렇게 불리길 원했으니까요. 또 철저하게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거래를 하는 놈이니까요. 그리고 엄청나게 강합니다. 예전에 전보당 놈들이 생명매매를 쳤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모두…… 모두…….”
“목이 날아갔나?”
“아닙니다. 모두 다른 곳으로 팔려 갔습니다.”
강진은 좀 이상함을 느끼며 물었다.
“인신매매하는 놈이 사람을 잡아 파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겁을 먹는 거냐?”
“그게…… 생명매매가 전보당 놈들을 스윽 한번 보니까,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자기들 목을 잡고 난리를 떨었다고 합니다. 정말 끔찍했다고 했습지요. 그러다가 생명매매가 다시 손을 휙 저으니 똥개처럼 엎드려 그를 따라갔다고 했습니다.”
사내의 설명에 강진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눈길 한번에 쓰러져 죽으려 하고, 손짓 한번에 개처럼 변했다?’
들은 적이 있다. 신교 고수들과의 대화 중에 우연히 나온 이야기.
‘신체를 수련하는 무공과는 달리 정신만을 수련한다고 했다. 그럼 이놈, 신교의 사람인가?’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 정신무공이 있다 하더라도 교주 선유가 이런 짓에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리 없었다.
강호에 대한 지식이 짧은 강진은 그런 대법들이 신교 이외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단은 잡고 봐야 할 터!’
강진은 사내를 보며 물었다.
“그놈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저도 잘……. 소인이 고리를 놓고 담보로 사람을 취급하긴 했으나 그냥 근처 포주들에게나 넘겼지…….”
사내가 우물쭈물하자 강진은 그를 내보내고는 잠시 고민하다 몸을 일으켰다.
강진은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궤짝으로 다가가 그 위에 앉으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렇다네. 이거 어떡하지?”
“…….”
“어떤 놈이 선수만 치지 않았다면 충분히 정보를 캐낼 수 있었는데 말이야.”
강진은 궤짝을 손으로 톡톡 치며 말을 이었다.
“안 그러냐?”
“으…… 죽여…… 죽여 주십시오…….”
궤짝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궤짝을 보다가 뚜껑을 열었다.
“으…….”
거기에는 얼굴이 발목에 닿아 있는 상태로 굽혀져 있는 송두이가 들어 있었다.
“너에게 딱 맞춘 관인데 조금 작나?”
“죽여…… 죽여…… 죽여만 주시면…….”
송두이는 애원을 하고 싶었으나 갈라진 목에서 터지는 목소리는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죽여…… 죽여 주…….”
강진은 송두이가 다시 궤짝 뚜껑이 닫힐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소리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잊지 말아야지. 아니, 네놈도 알고 있잖아, 본관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어떤 관리가 약속했다고 왈패를 정말 흑사회 두령으로 만들어 줘?”
“제……발, 제발…….”
“하지만 본관은 정말 네놈을 광주 흑사회 두령으로 만들었다. 선만 넘지 않으면 평생 그 자리 해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본성은 어디 가지 않는구나?”
“으으, 나리…….”
“시끄럽게.”
강진은 그의 아혈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좀 안타까워. 네놈이 날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놈인 줄 진작 알았다면 그 본성 따위도 고쳐 놨을 텐데. 감히 딴생각 따위는 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놨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워.”
“…….”
“하지만 어쩌냐? 이미 일은 터진걸. 어동이의 억울한 죽음은 풀어 줘야 하지 않겠냐? 본관의 명령에만 충실한 놈인데 내가 몰라주면 안 되지.”
송두이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까딱까딱하기 시작했다.
“이야기했잖아, 지금 와서 네놈이 죽였는지 아니면 정말 놈이 제풀에 넘어져서 죽은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진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눈치가 그리 빠른 놈이 진실을 말할 기회를 왜 놓친 거냐? 그리고 왜 놈을 찾아가 내 머리를 시끄럽게 했던 것이냐?”
“…….”
“그리고 나를 알았다면 그놈도 알았어야지. 비슷하지 않더냐? 그래도 나는 내 입 밖에 꺼내 놓은 말은 지키는데, 놈도 그렇더냐?”
송두이는 말을 하고 싶었다.
후회하고 있다고, 자신이 정말 죽을죄를 지었고, 죽고 싶다고. 정말 그렇게 외치고 죽고 싶었다.
강진은 두 눈이 터질 듯이 붉어지고 있는 송두이를 보며 물었다.
“죽고 싶냐? 내게 너에게 그런 정을 베풀어 줘야 할까?”
송두이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반드시 죽어야 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강진은 그의 아혈을 풀어 주며 말했다.
“네놈의 운을 보자. 생명매매에 대해 알고 있다면 죽는 거고, 알지 못하면 넌 계속 산다. 내가 확실하게 살려 둔다!”
송두이가 미친 듯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강진은 옆에 서서 들었다.
“그게 다냐?”
“알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제…….”
순간 송두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제 자신을 죽여야 할 그의 손이 궤짝의 뚜껑을 잡고 있었다.
“약속이…….”
쾅!
강진은 궤짝의 뚜껑을 닫았다. 그러고는 가볍게 어깨에 걸머졌다.
어깨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숨만 쉬어도 터져 나갈 듯한 궤짝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리라.
강진은 즐거워졌다.
이제야 제대로 어동이의 넋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관절을 뽑고 궤짝에 가둔 건 벌로는 너무 가볍지 않은가 말이다.
흔들흔들.
궤짝의 진동이 더 커졌다.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궤짝에 입을 대고 말했다.
“본관은 약속을 지킨다. 죽여 준다니까. 저 뒷산에 버려 주마. 거기서 그냥 굶어 죽어라. 운이 좋으면 산짐승이 죽여 줄 수도 있을 거야.”
이 얼마나 좋은가?
송두이에게 벌을 줌으로써 어동이의 넋을 위로하고,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는 걸로 곽노와의 약속도 지킬 수 있었다.
상쾌한 기분에 강진의 미소가 더 짙어지는 순간,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았다.
“여긴 어쩐 일이야?”
미소를 지운 강진은 방금 전까지와 다른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문우람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