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60)
관존 이강진 (160)
태양은 뜨거웠고, 바람은 잔잔히 불었다.
망망대해(茫茫大海) 가운데 배 다섯 척이 떠 있었다.
배의 규모는 컸다.
눈여겨봐야 할 건, 그 배들이 팔뚝보다 굵은 쇠사슬로 서로를 총총 옭아맸다는 것. 때문에 그 배들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움직이는 섬 같았다.
배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행색은 다양했다.
비단옷을 입고 있는 사람, 무명천에 이곳저곳 기운 흔적이 있는 옷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런 사람들 중 소수는 복면과 망사 천을 길게 드리운 모자를 쓰고 있었다.
배의 사람들은 그들을 구매자라 불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을 상품이라 불렀다.
‘이러니 내가 찾을 수가 없었지.’
구매자로 와 있는 강진은 복면 속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뒤졌음에도 생명매매라는 놈의 흔적을 찾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광동이긴 하나 이런 바다에서만 모습을 드러냈으니 흔적이 남을 리 없었던 것이다.
어떤 놈인지 머리를 잘 굴렸다.
노예시장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으니 뒤탈이 생길 리가 없다. 관군이 습격할 수도 없으며, 어설픈 협기를 부리다가는 노예매매선의 무사들에게 잡혀 고기밥이 될 터였다.
다섯 척의 중앙에 있는 배에 구매자들이 모이자 배 중앙에 있던 젊은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도 많은 구매자들이 모여 주셨고, 저희는 여러 구매자들의 만족을 위해 많은 상품을 준비해 뒀습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는 환한 표정으로 계속 외쳤다.
“다 아시겠지만, 처음 이곳에 오신 구매자들을 위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상품은 영구 구매를 하거나 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영구 구매는 경매로 진행되며,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대여가 가능합니다.”
청년은 오른쪽에 있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른쪽 배에서는 대여 상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여비는 매일 정산되는 것을 확인해 주시고…….”
청년은 왼쪽에 있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왼쪽 배에서는 영구 상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뒤처리를 원하시는 분은 저희가 알아서 해 드리고, 비밀은 반드시 엄수됩니다. 찝찝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용이 끝난 영구 상품을 구매자의 눈앞에서 처리하는 것을 보여 드립니다.”
청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 아래로 떨어지면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습니다. 모두 물고기 배 속으로 들어가게 될 테니까요.”
청년은 다시 앞쪽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품을 이용하다 지루하시면 저 앞에 있는 배로 오시면 됩니다. 따로 엄선한 상품들의 결투가 펼쳐지게 됩니다. 모두 대박 나시기 바랍니다.”
청년은 뒤쪽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품을 배에서 이용하지 않는 분들은 구매가 끝나면 곧바로 저 배를 이용해 돌아가시게 될 겁니다. 질문 있는 분 있으십니까?”
구매자들은 눈에 기이한 흥분을 담고 있을 뿐,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궁금할 필요도 없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설명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이번에는 딱 백 개의 최고급 상품만을 준비하였으니 모두 아낌없이 주머니를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사내의 말과 동시에 사내 몇 명이 몸을 움직였다.
그들은 한편에 몰려 있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 중 스물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을 잡았다.
특징이라고는 전혀 없는 청년.
청년은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끌고 가는 사내들에게 반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스물둘. 섬서 태생. 어릴 적에는 나름 수재 소리를 들은 듯하나 끈기가 없어서…….”
매매선 소속의 청년이 상품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하자 강진은 의아해졌다.
‘저런 설명이 왜 필요한 것일까? 이미 눈으로 보고 있는데.’
상품 설명이 계속되었으나 구매자들 중 누구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첫 번째 상품은 팔리지 않았다.
“두 번째 상품입니다.”
두 번째 상품이 중앙으로 나왔다.
처음 끌려 나왔던 청년과 별 차이가 없는 청년이었다.
“스물다섯. 하남 태생. 직업은 사냥꾼이었고…….”
그 순간 구매자들 중 한 명의 손이 들렸다.
“두 냥.”
구매자가 의사표시를 했지만 상품 설명은 계속되었다.
“근처 처녀 하나를 강제로 취하는 바람에…….”
“세 냥!”
“네 냥!”
구매자들의 손이 들리기 시작했다.
상품 설명이 여전히 계속되는 동안 구매자들은 연신 손을 들며 금액을 높여 갔다.
‘뭐지?’
강진은 이 상황이 궁금해져 팔짱을 낀 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도대체 첫 번째 상품과 두 번째 상품의 차이가 뭐지?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강진이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그의 옆에 있던 구매자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이십니까?”
남자라고 생각하기에는 뾰족한 목소리였지만 그렇다고 여자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목소리에 강진은 고개를 돌렸다.
“궁금하신 것 같아서요.”
대답하기 위해 진기를 이용해 목소리를 변조하는 순간, 강진은 상대도 목소리를 변조했다는 걸 깨닫고는 안면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복면을 쓰고 있기에 표정을 상대에게 들키지는 않았다.
“첫 번째 상품과 별다를 게 없는데 값이 많이 올라가는군요.”
“하하, 같은 상품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가치가 달라지는데, 하물며 저런 살아 있는 상품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어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상품이 가지고 있는 역사요?”
“저마다 취향이 있고 기준이 있지 않습니까? 상품이 어떤 것인지 알면 흥분이 배가되는 거지요. 사실 구매자들 중에는 여성분들도 많습니다.”
복면인은 상품을 턱짓하며 말했다.
“하남 태생의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냥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복면인은 속삭이듯이 말을 이었다.
“강간범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곳 구매자들 중에는 여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또 압니까? 어릴 때 강제로 범해져서 저놈을 이용함으로써 대리 복수를 하려고 할지도. 하남에서 사냥꾼에게 강제로 범해졌다면 저놈은 반드시 사야 할 놈이 되는 거지요.”
상품의 역사.
“그리고, 그래도 일반 사람보다는 죽일 놈을 죽이는 게 아무래도 위안도 되고 말이지요, 하하하.”
사내의 웃음소리와 동시에 강진은 순간 깨닫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 상품과 두 번째 상품의 다른 점.
취향과 기준.
그 두 단어만으로 모두 설명이 되었다.
이곳에 모인 구매자들은 정상적인 놈들이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놈들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부와 상의해서 정한 기준.
이 구매자들도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진은 이내 양쪽에 묶여 있는 배들을 보았다.
영구 상품과 대여 상품의 이용이 각기 다른 배에서 이뤄지는 이유도 알았다.
영구 상품을 처리한다는 것…….
이곳에서 죽인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기이한 흥분에 강진의 뒷목이 쭈뼛할 때, 복면인이 물어 왔다.
“취향이 어찌 되십니까?”
강진은 고개를 돌려 복면인을 봤다.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더 짜릿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강진은 순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남들의 이목을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복면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강진에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구매자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나오길 바라며, 벌거벗은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당신의 취향은 어찌 되십니까?”
“사실 저는 그런 쪽이 아니라 대여 쪽이죠.”
복면인은 상품들 쪽으로 턱짓을 하며 말했다.
“쓸 만한 계집이 꽤 있지 않습니까? 벌써부터 불끈해지는군요.”
“그런 쪽이 취향이면 제 취향은 왜 물으십니까?”
“하는 건 별로지만, 보는 건 재미있으니까요.”
“구경도 할 수 있습니까?”
“돈을 지불해야 하고, 상대가 거부만 하지 않는다면야 상관이 없지요. 혼자 즐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강진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복면인이 옆에서 계속 뭐라고 했지만, 강진의 눈은 상품이 아닌, 구매자도 아닌 자들을 향해 있었다.
‘저런 놈들이 몇이나 되는 걸까?’
강진은 선실 위, 진행자 측으로 보이는 노인 하나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반박귀진을 눈으로 보여 주는 고수였다.
여차하면 모두 쓸어버릴 생각으로 배에 올랐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하긴 미친놈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분명 정상인들도 배에 올랐을 것이다. 어쩌면 협의가 있는 고수가 오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란 드문 법이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계속 시장이 열린다는 건,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증거.
강진은 계속 구매자도 상품도 아닌 자들을 살펴보며,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만한 자들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방파 하나 세워도 되겠네.’
평범한 새끼는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무공을 배운 자들이다. 그중에서 일류라 불릴 만한 놈들은 열 정도, 절정이라 할 만한 놈은 둘.
강진의 시선이 다시 구매자들을 향했다.
‘이놈들도 잠재적인 적이지! 절대 내 편은 들지 않을 테니까!’
뒤가 구리기 때문에, 아니 자신들의 행위가 지탄받을 짓인 걸 알기에, 신분을 숨기기 위해 복면을 쓴 놈들이다.
그 탓에 쉽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고수라면 숨길 수 없는 기세라는 게 있다. 또 하지만 미친놈들의 기이한 분위기라는 것도 있다.
솔직히 강진의 감각으로도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느 분야든 극에 이르면 그에 걸맞는 냄새가 풍기기 마련이고, 구매자들은 나름 변태적으로 극에 이른 놈들.
‘뉘미. 내 눈으로도 볼 수 없는 게 있다니.’
어찌 됐든 수틀리면 다 쓸어버린다! 라는 방법을 쓸 수는 없었다.
육지라면 해볼 만도 했을 것이다. 여차하면 도망치면 되니까.
하지만 이곳은 바다다.
제아무리 강진이라 하더라도 육지에서 최소 이백 리는 떨어진 바다에서 몸을 빼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생명매매라는 놈은 도대체 누구지?’
강진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했다.
‘절정 고수로 보이는 노인? 아니면 천연덕스럽게 상품 소개를 하는 저 젊은 사내?’
강진은 가능하다면 이곳에 모인 모두를 때려잡아 자랑스럽게 우람이에게 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들과 동화되는 것이 낫다.
‘정신을 통제하는 대법을 익힌 놈이라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어.’
거기에 생명매매라는 놈은 사술을 익힌 자다. 겉모습으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는 사술을 익힌 자.
그렇게 생각하니 모두가 용의자가 되었다.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고, 강진은 계속 생명매매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백의 상품이 팔려 가기 시작했다.
팔리지 않은 상품은 마흔 정도.
그리고 구매자들은 그런 상품들을 대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변태적인 성욕을 풀고자 하는 이들.
강진은 그때까지 생명매매에 대한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다.
구매자들과 대여자들이 홀로, 또는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몇 번 더 와야 하나?’
강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처음 말을 걸었던 복면인이 말했다.
“그냥 돌아가실 겁니까?”
강진이 고개를 돌리니 그의 옆에는 대여한 상품 둘이 있었다. 젊은 여자와 열 살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여아.
강진은 여아를 보고는 눈이 뒤집어질 듯한 걸 참으며 말했다.
“생각 중입니다.”
“뭐, 괜찮으시다면 같이 나눌 의향도 있습니다. 돈은 받지 않기로 하지요, 하하하.”
‘개새끼!’
강진은 속으로 욕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제 취향은 그쪽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경매가 열렸던 배에서 복면을 쓴 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도 강진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구매자는 없었다. 상품을 대여하기 위해, 또는 구경을 하기 위해 거래 중이었다.
‘어떻게 하지?’
강진은 갈등했다.
싸우느냐 두고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 잡아 처넣어야 할 놈들이긴 하나, 배에 오른 목적은 생명매매. 찾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몇 번 더 배를 타야 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어느 쪽인지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갈등과는 달리 시선은 계속 왼쪽 배를 향하고 있었다.
맞다. 강진은 갈등하고 있었다.
보느냐, 보지 않느냐의 문제로 말이다.
결국 남은 구매자는 강진 하나뿐이었다.
인신매매선에서 일하는 자들의 눈이 자연스레 강진에게로 쏠렸다.
“손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상품을 소개하던 젊은 청년이 강진에게로 다가오며 물었다.
“돌아가시려고 한다면, 배가 곧 떠납니다.”
강진은 결정했다.
‘나는 즐기려는 게 아니야. 생명매매를 찾으려는 것이지. 그리고 이제 와서 돌아가겠다고 하면 의심을 사는 것이지.’
강진의 입이 열렸다.
“구경하려면 뭘 해야 하지?”
청년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이시군요. 누구의 소개로 오신 건지?”
“송두이.”
“송두이요?”
강진의 대답에 청년이 반문하며 약간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 주변에 있던 사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 거래한 지 얼마 안 돼서 잠시 생각 좀 했습니다.”
청년이 뒤로 손을 들어 사내들을 멈추게 하고는 말했다.
“어느 쪽에 취미가 있으신지? 싸움을 구경하려면 그냥 들어가셔도 됩니다.”
“왼쪽.”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약간 늦은 감이 있어서…… 금 한 냥은 주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진은 품에서 다섯 냥짜리 금원보를 꺼내 청년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물론.”
사내는 금원보를 손에서 던져 보며 무게를 가늠하더니 품에 넣고는 네 냥을 거슬러 주려 했다. 그때 강진이 다시 말했다.
“나머진 필요 없어.”
나머지 돈이 필요 없다는 말에 청년은 환한 표정을 지었다.
금 다섯 냥은 이곳에서도 큰 액수였다.
한 냥을 제외하더라도 네 냥이 고스란히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는 것이라 좋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모습에 강진에게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아주 안내인 하나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청년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건 필요 없고, 여기와 지속적인 거래를 하고 싶은데 책임자를 만날 수 있나?”
“저와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액수가 큰데 당신이 책임질 수 있나?”
“크다면 어느 정도……?”
청년이 말끝을 흐리며 묻는 말에 강진은 한 손을 쫙 펴며 말했다.
“일단 오백 냥으로 시작하지.”
“황금으로 말입니까?”
“보니 한번 열릴 때마다 금 이백 냥 정도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은 오백 냥이면 굳이 책임자를 찾을 필요가 없겠지.”
청년은 얼굴을 굳히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순간이었지만 강진은 이미 청년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선실 위에 있던 노인이었다.
청년이 말했다.
“확실히 그 정도의 액수라면……. 하지만 오늘은 안 계십니다. 말씀드려 놓겠습니다.”
“언제쯤?”
“다음 배에 오르실 때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은 자신이 직접 강진을 왼쪽 배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청년은 쇠사슬로 엮어 놓은 왼쪽 배로 훌쩍 몸을 날리고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좀 위험하군.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겠어.”
“아,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청년은 다시 중앙 배로 넘어오며 말했다.
“다음에는 대인이 이용하실 전용 다리를 놓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며 청년의 부축을 받아 왼쪽 배로 넘어갔다.
“이리로.”
청년은 강진을 안내하며 선실의 문을 열었다.
순간 비린내가 강진의 콧속을 찔렀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비린내와는 확연히 다른 그 냄새.
“흐읍!”
강진은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크게 심호흡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지 않은 그 향기.
강진은 상쾌한 듯 그 향기를 폐부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이건 공무다. 즐기는 게 아니야!’
벌써부터 흥분에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리지만 변명을 잊지 않았다.
선실 안은 객잔처럼 십여 개의 방이 있었다.
방문은 닫힌 곳도 있고 열린 곳도 있었다.
청년이 말했다.
“오늘은 만실이라 다행입니다.”
청년은 열린 방의 문 숫자를 세어 보며 말했다.
“여섯 곳은 그냥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닫힌 곳은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강진은 움직였다. 그리고 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