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63)
관존 이강진 (163)
함정
“젠장!”
횃불을 들고 달려오는 포졸들을 보고 강진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방문을 걸어 잠갔다.
쾅! 쾅! 쾅!
“열어! 안 열어!”
사정없이 문을 두들기며 소리치는 포졸들의 목소리에 강진은 정해걸과 시체를 보았다.
‘함정이구나!’
강진은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걸 깨달았다.
차라리 관복을 입고 정문으로 정정당당하게 들어왔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복면을 하고 검은 무복을 입고 있다.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침입한 미친놈으로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이대로 잡히면 모두 자신이 뒤집어쓰게 된다.
“젠장!”
강진은 다시 한 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급히 주변을 살폈다. 나갈 통로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진의 눈으로도 방 안에 특별한 장치나 틈이 벌어져 있는 통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강진은 정해걸을 향해 소리쳤다.
“나가는 통로는 어디야?”
정해걸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자였다.
그도 알았다.
이 상태로 포졸들에게 발견되면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골치 아픈 일들은 모두 눈앞의 복면인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머리를 굴린다는 거지?”
정해걸의 속내를 짐작한 강진은 그대로 정해걸의 사타구니를 움켜잡았다.
“평생 고자로 살고 싶은 거지?”
“으으…….”
“나가는 통로는 어디지?”
“없……다. 나가려면 다른 길로…….”
“웃기지 마. 비밀 통로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문을 가지고 있는 놈이 통로를 만들지 않았다고?”
강진이 움켜잡은 손에 그대로 힘을 주자, 정해걸은 크게 비명을 질러 댔다.
“부숴!”
“빨리 도끼 가지고 와!”
정해걸의 비명에, 밖에 있던 포두들이 급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말 안 해?”
강진은 손에 힘을 더 주었지만 정해걸은 눈동자가 돌아갈 정도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극광 사건에 대해 의심을 살 바에는, 그리고 저 시체를 설명할 바에는 고자가 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 새끼…… 그냥 터트려라. 내 이 복수는 반드시 할 것이니!”
정해걸은 독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어차피 그의 즐거움은 색이 아니라 다른 것에 있었다. 색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가진 다른 것에 말이다.
그 열망에, 정해걸은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을 수 있었다.
“그래? 그럼 해 보든가.”
강진은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
견뎌 낼 수 있는 고통을 넘어서자, 정해걸은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한 채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강진은 쓰러진 정해걸의 머리를 그대로 짓밟을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결론을 내린 일이었다. 놈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죽은 아이들에게 했던 약속도 지킬 것이다.
쾅! 쾅! 쾅!
강진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소리와 함께 사정없이 흔들리는 문을 보았다.
빠져나갈 길이 없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건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당황과 후회 따위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중요한 건 앞으로 어찌할지 생각하고 실행하는 거였다.
“차라리 놈의 호위 무사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고 빠져나갔을 것이다.
자신들이 호위하는 고용주가 이딴 놈인지 모르는 것도 죄니까. 그리고 돈을 받고 고용된 이상, 그게 직업인 이상 그런 각오쯤은 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문을 부수고 있는 사람들은 포졸이다.
직업상 나서게 된 것이지만 그들도 포졸들 아닌가? 게다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순된 기준을 갖다 대었지만 강진에게는 그게 당연한 거였다. 최소한 그들은 자신의 편이었으니까.
‘통로가 조금만 컸으면 좋았을 텐데.’
성인 두 명이 어깨를 맞대고 간신히 들어올 정도의 폭이었다. 힘으로 물리치고 나간다면 그들의 부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별수 있나? 나중에 보상해 주는 수밖에.’
자신의 편이었던 놈들이지만 그것도 자신이 안전할 때에나 챙겨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광주 포도청 놈들이라 다행이야.’
자신의 직속 부하가 아니라는 걸 위안 삼으며, 강진은 소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시체에 다가가 잠시 고민했다.
‘아깝긴 하지만…… 아니, 미안하긴 하지만, 땅에 묻힐 팔자는 안 되나 보네. 나중에 위령제라도 올려 주지. 그런 걸로 위안이 된다면 좋겠지.’
한도의 혼과 직접 의사소통을 했고 귀마와 일전을 펼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과 귀신은 믿지 않는 강진이었다.
그런 게 있다면 신은 이 시체를 이리 만든 놈이나 정해걸 같은 놈을 세상에 풀어 놔서는 안 되지 않는가 말이다.
“크게 위묘도 세워 줄게. 그럼 이만.”
강진은 양손에 천단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리고는 그대로 시체를 후려갈겼다.
치이이이!
시체는 괴이한 소리를 내며 분해되기 시작했다.
만의 하나를 위한 조치였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시체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위한 조치.
두드드드.
극성의 천단공으로도 뼈를 완전히 분해시킬 수는 없었는지, 바닥에 뼛조각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진은 그 뼈들을 모아 천에 싸 품에 넣었다.
“그럼 가 볼까?”
강진은 실수로라도 밖에 몰려 있는 포두들과 포졸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진기의 운용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었다.
포졸들이 쏟아졌고, 강진은 그대로 그들을 잡고 던지고 당겨 밀치고 밀어내며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른 내력의 운용은 강진의 우려와는 달리 포졸들에게 큰 부상을 입히지 않았다.
그렇게 통로를 벗어나려는 순간, 강진은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쌔애애애!
포두들은 절대 낼 수 없는 파공음을 내며 자신의 어깨를 노리고 오는 칼 한 자루.
천단공 일 단의 내력으로도 포졸들이 다칠까 봐 극한으로 제어하고 있던 강진이었다. 하지만 저 칼은 최소 천단공 칠 단의 운용, 거기에 손에 쇠붙이를 들고 있어야 막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맨손이 아니라 말이다.
강진은 그대로 뒤로 몸을 눕히고는, 급히 천단공을 끌어 올려 박수를 치듯이 양손을 부딪쳤다.
타아아앙!
양 손바닥으로 칼 면을 잡았음에도 칼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푸웁!”
강진은 구 단의 천단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칼의 기세를 죽였지만, 이내 속이 뒤집어짐을 느꼈다.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른 내공이었지만, 무방비한 상태에서 너무 급격히 극성으로 끌어 올린 탓이었다.
강진은 가슴과 손의 통증도 잊은 채 팔을 뒤틀었다. 그리고 그 여력을 몰아 바닥을 구르며 뒤로 물러났다.
“쿨럭!”
그리고 선혈을 토하며 상대를 보았다.
상대도 복면을 하고 있었다.
* * *
“헉헉!”
숨을 헐떡이며 달리고 있는 사람은 정 총관이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는 이제원이 있었다.
정 총관 정도의 고수가 호흡이 고르지 않은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흔하지 않은 일은, 이제원이 혼수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이었다.
정 총관은 달리는 것을 멈췄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했다.
‘도대체 누가 있어서?’
사흘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만큼 무림맹의 천라지망은 촘촘했고, 추적자들의 추적을 떨쳐 낼 어떠한 상황도 허용되지 않았다.
정 총관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의 하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제원이 직접 나선 일이었다. 준비하고 기다리지 않았다면 천라지망에 가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계획에 구멍이 있었던가?’
아니었다.
살무방은 무림맹을, 그리고 그들의 주축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경시한 적이 없었다.
사실 살무방의 전력으로는 그들 중 어느 한 세력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다. 숫자는 둘째 치고, 살무방의 무인들은 대부분 암살에 특화된 고수들이었다. 그렇기에 이십 년을 넘게 계획을 세운 것이다.
‘신교나 추밀원에서 새어 나갔는가?’
위험함을 알면서도 신교와 추밀원을 끌어들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무림맹을 완벽하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왜?’
정 총관은 살무방에서 새어 나갔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살무방은 제각기의 이익이 아닌 피의 복수로 맺어진 관계였기 때문이다.
정 총관은 계속 생각했지만, 신교나 추밀원에서 이 계획을 망칠 까닭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건 그들에게도 큰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의심할 곳도 없으니 정 총관은 더 답답해졌다.
새로운 적이 누군지 알아야 대처도 할 수 있는데 적이 될 만한 자가 없었다.
피유우우웅!
그때 정 총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죽 하나가 떠올랐다.
‘젠장!’
조금 숨을 돌릴 만하면 어김없이 폭죽이 터졌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추적자들이 나타났다.
‘주인어른,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방법이 없다 하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 총관은 얼마 남지 않은 진기를 끌어모으며 발에 힘을 주었다.
“헉헉!”
잠시 쉬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듯, 그의 숨은 순식간에 다시 턱 끝까지 차올랐다.
* * *
“이대로 두고 보실 생각입니까?”
우사의 물음에 선유는 미간만 찡그렸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아무 소득 없이 그냥 돌아가야 합니다. 오천군들은 벌써부터 무림맹과 교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습니다.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명령을 바라는 듯한 우사의 물음에 선유의 입이 열렸다.
“우리 쪽은 아니지?”
“감히 교주의 명령 없이 그런 일을 벌일 만한 자는 없습니다. 우리 쪽은 아닙니다.”
“그럼 추밀원 쪽인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별로 없어서 그럴 확률은 적습니다.”
선유는 잠시 갈등했다.
교의 이익 때문에 살무방의 제안을 수락하긴 했으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자신도 무공을 익힌 자들이 싫다는 것!
무림 최대 세력의 수장이자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그가 할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그래서 신교의 고수들에게도 금족령을 내린 것이다.
추밀원도 비슷한 사정일 터.
나라 입장에서 무림인의 득세는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어디서 계획이 어긋났는지 모르지만, 무림맹은 이 계획을 만들었던 이제원을 쫓고 있었다.
그가 사라지면 계획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나설 수도 없었다.
어디서 잘못됐는지도 모른 채 움직이다가는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물론 신교에는 싸우라고 하면 좋아라 할 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은 그들의 책임자였다. 또 전대 교주와 했던 약속을 어길 수도 없었다.
선유는 고민했다.
그 시간 선유와 비슷한 고민을 추밀원의 부사 남궁우진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새어 나간 건가? 우리 쪽은 아니지?”
“우리 쪽은 아닙니다.”
부관의 대답에 남궁우진은 다시 물었다.
“그럼 누구야? 신교 쪽인가?”
“그쪽도 당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싸울 준비를 하고 있긴 한 것 같은데……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확실치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어영부영 대답을 못 하는 부관을 보며 남궁우진은 숨을 토해 냈다.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가다가는…….”
안다.
살무방이 주도적으로 벌인 일이고, 그들이 사라지면 계획도 사라진다.
‘통할지 모르겠군.’
관존이 잠적한 후 무림에 추밀원의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아직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일단은 변화를 줘야지. 어쩌면 신교는 우리가 먼저 나서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남궁우진은 부관을 향해 명령했다.
“특수대 전원을 투입한다. 주의할 건, 그들을 구한다기보다는 변화를 일으키는 거다. 그걸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눈치채면 이 계획에 의심을 품을 테니.”
“네.”
부관이 힘찬 대답과 함께 막사 밖으로 나갔다.
‘괜한 일을 벌이는 걸까?’
이미 명령을 내렸음에도, 남궁우진은 확신하지 못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