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64)
관존 이강진 (164)
“누구냐, 넌?”
강진은 복면인을 보며 물었다. 상대가 대답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강진의 기대와 달리, 아니 예상한 대로 복면인은 별 대답 없이 칼을 겨눴다.
강진은 가슴이 끓는 듯한 통증을 눌렀다. 이대로 계속 진기를 운용하다가는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것 같았다.
‘일단 열 호흡 정도 운기할 수 있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텐데.’
판단은 빨랐고, 실행은 더 빨랐다.
강진은 그대로 몸을 뒤로 빼내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복면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칼을 겨눈 그 자세로 몸을 움직였다.
강진은 전력을 다해 신법을 전개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복면인은 처음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 잡은 사냥감이란 말이지?’
강진은 아랫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굴욕이었다.
복면인은 자신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음에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분명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이 말이다.
‘아니지!’
강진은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여유를 부린다고? 상대가 안된다 하나 포도청의 인원이 이리 많은데?’
그리고 깨달았다. 놈은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딱 그 거리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멀어진 순간, 금세 자신을 따라잡을 것이다.
문제는 강진 역시 포도청의 사람들과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필승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정체가 그들에게 밝혀지면 곤란했다.
‘변수가 더 많이 생기는 쪽으로!’
강진은 결정했고, 그 순간 강진의 신형이 홱 돌아갔다. 그러고는 그대로 복면인의 칼과 맞부딪쳐 갔다.
“헛!”
복면인은 강진이 도망치다 갑작스레 공격할 거라는 건 예상 못 한 듯했다. 헛숨을 뱉어 내며 급히 칼을 위로 쳐올렸다.
하지만 강진의 목적은 포도청 인원들이 득실대는 정가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
다음 수를 전개하지 않고 다시 돌아가니, 복면인은 황당한 눈빛을 하다 이내 자신도 다시 몸을 돌려 쫓기 시작했다.
강진은 되돌아가며 기가 막힌 생각을 해냈다.
강진은 달리면서 복면을 벗어 던졌다. 그러고는 정가의 집이 다시 눈에 보이는 순간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기다!”
포두들과 포졸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저놈이 흉수다! 잡아랏!”
소속이 달랐지만, 광주 포도청에서 강진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왜 관복이 아닌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관병들은 창을 잡고 강진의 뒤에서 달려오던 복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복면인은 그런 관병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는 관병들 중심에 서 있는 강진을 노려보았다.
“후욱!”
강진은 그사이 불순함이 극에 다다른 진기를 토해 내고는 새로운 공기를 마셨다. 그러고는 복면인을 마주 노려보았다.
관병들 사이로 섞여 들기 시작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다 죽을지도 모른다.
강진은 진심으로 그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리고 미안한 만큼 빠르게 내상을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아아아!”
복면인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귀가 떨어질 듯한 엄청난 성량의 고함.
그 탓에 관병들 대부분이 창을 놓치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젠장! 저런 방법도 있구나!’
강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내공을 담아 소리를 지름으로써 일반인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 비록 얼마 못 가 이명이 사라지고 창을 잡을 테지만, 복면인이 강진에게 날아올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강진은 주변에 관병이 떨어트린 창을 잡고는 복면인에게 맞섰다.
검이 있다면 좋겠지만, 가진 게 몽둥이밖에 없는 이상 그래도 쇠붙이인 창이 나았다.
옛날엔 무기로 봉을 쓰지도 않았던가?
차아앙!
강진은 별 기교 없는 곽노의 봉법으로 복면인의 칼에 맞섰다.
하지만 오 초도 못 가서 내장이 진탕됨을 느끼며 입에서 검붉은 피를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젠장!’
강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절대 쓰지 말라고 했는데…….’
소양풍은 강진에게 선천지기를 단련하고 사용하는 법을 알려 준 적이 있다. 천단공이 십 단에 이르려면 일정량의 선천지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선천지기를 보충하는 건 단전에 내공을 채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어렵기 때문에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도 주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퀘에에엑!”
강진은 단전의 기운을 모두 뽑아내 목에 꽉 찬 핏덩어리를 토해 냈다. 그러고는 선천지기를 끌어 올리려는 순간, 누군가 자신과 복면인 사이로 끼어드는 것을 느꼈다.
“이놈!”
듣기에는 아까 복면인이 지른 것과 비슷한 크기의 고함이었으나, 그 때문에 관병들이 애를 먹지는 않았다. 끼어든 사람이 우군이었기 때문이다.
“와, 대장님이다!”
구진호의 등장에 관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창을 들었다.
구룡무관은 광주제일이고, 광주제일은 광동제일이다.
그런 구룡무관의 후계자인 구진호가 자신들의 상관이라는 건, 광주 포도청 관병들에게 없는 능력까지 만들어 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처음 복면인의 고함에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구진호가 진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복면인은 구진호와 손을 섞기도 전에, 기세등등하게 창을 들고 달려오는 관병들을 보며 그대로 몸을 빼냈다.
“어딜!”
구진호가 그의 앞을 막았지만, 몸을 빼내려는 복면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십 장 이상 움직이면서 열 차례 이상의 공방이 오갔지만 결국 복면인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우와아아아!”
관병들은 창을 높이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대장에게 경애를 보냈다.
“괜찮으십니까?”
구진호가 다가오며 묻는 말에 강진은 우거지상을 지었다.
이런 환호성은 원래 자신의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내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는 두 사람이었다.
신의현 포도대장과 광주현의 포도대장.
둘 다 과거에 급제했음에도 직접 나쁜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포도대장이었고, 이가장과 구룡무관이라는 배경도 어마어마했다.
이건 이 대장이 낫네, 저건 구 대장이 낫네 하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대홧거리.
하지만 내일부터는 다르게 될 것이다.
겉에서 봤을 때는 강진이 구진호의 도움을 받았으니까.
아니, 강진이 피를 토하는 것도 봤으니 구진호가 그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질 것이다.
그렇다는 건 곧 강진이 구진호보다 아래라는 것!
“대장님, 잡았습니다.”
강진이 구진호를 무시하고 있을 때, 포두 하나가 정해걸을 끌고 왔다.
구진호는 질질 끌려온 정해걸을 보고, 다시 포두에게 물었다.
“증거들은 찾았나?”
“현의 상여꾼이란 상여꾼은 전부 불러서 확인했는데, 놈에게 처리를 부탁받은 시체가 스무 구가 넘습니다. 그런데 올해 죽은 아이는 다섯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방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포두가 께름칙한 표정으로 뭔가를 건넸다.
구진호가 그것 받아 들고는 인상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강진도 호기심에 들여다보았다.
그건 작은 크기의 어금니들이었다.
“미친놈.”
구진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그것들을 다시 포두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관의에게 아직 부패하지 않은 시체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도록 해라.”
“네.”
포두가 사라지자 구진호는 집안의 모든 사람을 추포하라 이르고, 정해걸은 곧바로 옥에 가두라 지시했다.
포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걸 보며 강진은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극광 사건까지 구진호가 해결한 것으로 될 것이다.
“그때 살려 두신 보람이 있지요?”
구진호의 물음에 강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하지 않으셨습니까? 하하하.”
강진은 크게 웃는 구진호를 보며 말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후회가 될 것 같긴 하군요.”
“서로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뭘 돕습니까?”
강진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구진호는 웃음을 지웠다.
“모두 말입니다. 남들이 이해 못 하는 것도 이 대장님과 저는 서로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남들이 이해 못 하는 걸 구 대장님은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십니다?”
“이 대장님은 저를 이해 못 하십니까?”
구진호의 반문에 강진의 표정도 굳기 시작했다.
‘무슨 뜻일까?’
그가 자신에게 호의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호의에는 이유가 없었다.
‘왜?’
일반인도 아닌 자신처럼 특별한 놈이, 이유 없이 호의적이다. 그건 강진에게 찝찝한 수준을 넘어 혐오에 가까운 느낌을 갖게 했다. 아니, 처음 보는 순간부터 놈이 싫었다.
‘역시 그때 죽였어야 했다!’
방금 전 구진호가 자신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싫었다.
자신답지 않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바람에, 고작 스스로 만든 조건 따위에 휘둘려 죽일 놈을 죽이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그 탓에 후회라는 게 뭔지 알게 되는군!’
강진은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 상태도 문제지만 몸 상태도 좋은 편은 아니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돌아가겠소.”
강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 강진을 보며 구진호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강진은 구진호의 시선을 느끼며 걸었다.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응급조치는 한 것 같은데…….’
한 달은 족히 요양해야 할 내상이었지만, 이렇게 어지러울 까닭까진 없었다.
강진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해걸 앞에서 스스로 찌른 손을 지혈도 못 한 채 포두들에게서 도망치고 복면인과 싸웠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출혈 과다로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 하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구진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은 없었을 터.
강진은 자신이 약간 비틀거린다는 걸 느끼지 못한 채 계속 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