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71)
관존 이강진 (171)
흔들리지 않는 완성
강진은 나문경의 앞에 서서 말했다.
“무례하지만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그 확인할 게 자네 사부의 안전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자네의 목적 때문인가?”
“둘 다라고 해 두죠.”
“말해 보게.”
“당신은 누굽니까? 사부가 있던 곳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게 이상합니다.”
나문경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자네 사부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당신 같은 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나 같은 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특별한 사람이 있다는 건 들었겠지.”
“…….”
“나는 특별하네.”
강진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지만, 나경문은 계속 말했다.
“아, 이건 자네 사부식 표현이구먼. 보통 사람들은 미친놈이라고 하지, 특별하다고는 하지 않으니까. 특별한 사람에 대해 들었나?”
“그 이야기는 들은 것 같군요.”
나경문은 다시 물었다.
“특별한 사람끼리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도 들었나?”
“못 들은 것 같군요.”
“하지만 알고 있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 맞습니까?”
이번엔 나경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도. 숨기지 않고 말하겠네. 난 자네를 죽이러 왔었네.”
“기회는 있었을 텐데요.”
“맞아. 그것도 많이 있었지.”
“아쉽겠군요.”
“지금이라고 못 할 것 같은가? 괴마 늙은이가 왔어도 자네를 죽이는 건, 입속에 있는 밥을 삼키는 것과 같지.”
강진은 천단공을 운기하며 대답했다.
“제 내상이 나았다는 건 모르나 보군요.”
“죽인다! 이거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면 어려운 건 아니지. 자네는 나와는 달리 지킬 게 많지 않은가?”
강진의 몸에 살기가 어렸다.
“그럼 지금 손을 쓰는 게 나한테 최고의 판단이 될 것 같은데요.”
“아니지. 내가 왜 손을 쓰지 않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자네에게는 더 이익이지.”
“…….”
“사실 엄청난 충격이었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지킬 게 없으니까. 충격 후에는 엄청난 호기심이 들더구먼. 뭐, 그래도 자네를 죽이려는 계획에는 변화가 없었어.”
강진이 생각하다 말했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난 건 사부 때문인 겁니까?”
“그렇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같은 사람에게 친구라는 건 그림 속의 떡 아닌가? 그런데 신은 우리같이 미친놈을 만든 것처럼, 그런 놈들마저 포용할 수 있는 사람도 만들었어.”
“사부를 말씀하시는군요.”
“그래. 곽노, 이십 년을 같이 다니면서도 나를 단 한 번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친구. 상상이 가는가? 우리 같은 사람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그건 가족도 하기 힘든 거란 말이지.”
“확실히 그렇군요.”
“나는 계산이 빠르다네. 이건 산수랑 똑같은 거라 자랑할 건 아니지만. 곽노가 자네를 무척 아끼더구먼. 그 조건까지 감안하여 나는 자네를 죽이지 않았네. 죽여야 할 놈은 많지만 친구는 하나뿐이니까.”
강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확실히 할 일이 있습니다. 어떤 일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내 정체 말인가?”
“생명매매. 당신입니까?”
“멍청한 질문을 하는구먼. 어떤 일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해도, 확신이 있는 건 확인을 할 필요가 없는 거야. 일이 꼬일 뿐이니까.”
강진은 잠시 망설였다. 아니, 언제나 그렇듯이 계산하기 시작했다.
나문경을 지금 죽여야 하는지 죽이지 말아야 할지.
곽노가 사실을 알면 받게 될 충격.
그 전에, 이놈이 자신의 기준에 맞춰 죽일 놈인지 아닌지.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할 때 나문경이 물었다.
“자네의 규칙은 뭔가?”
“…….”
“뭘 그리 놀란 척하지? 자네가 미친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이까지 남들에게 지탄받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지 않은가?”
“그런가요?”
“자네를 미친놈들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게. 겉가죽이라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으로서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고민은 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아직 강진의 계산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흥미가 생겼다.
자신보다 두 배 이상을 더 산 사람이다. 그 말은, 자신보다 해결에 대한 고민을 두 배 이상 더 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처럼 똑똑하다.
“답은 찾으셨습니까?”
“멍청한 놈들은 미친놈으로 오래 살지 못하지 않나? 결국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개작두에 목이 날아가거나 피해자의 가족, 동료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찾았다고 봐야 할까?”
반문하는 그를 보며 강진은 말했다.
“그게 지금의 방법입니까? 대리 만족이라는 방법이 말입니다.”
“대리 만족이라…… 그것도 말이 되지. 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의 규칙에 따라 살고 있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고, 나는 정당한 방법으로 공급을 하고 있는 것일 뿐. 상품이 사람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나는 정당한 상인일세. 힘으로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사. 거기에 대한 죄는 파는 놈들이 책임이지, 내 책임은 아니란 말이야.”
“궤변일 뿐입니다.”
“내 규칙을 자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어. 어찌 됐든 난 뭔가를 죽이지 않고도 이렇게 사는 걸로 만족하니까. 내게 중요한 건…….”
나문경은 강진을 직시하며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네. 자네의 규칙은 뭔가? 아니, 그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가?”
강진은 생각했다.
‘그가 내 규칙 안에 있는가?’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을 해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이 특별한 사람으로 만인의 지탄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 그럼 반은 들어가 있고 반은 들어가지 않았다.
강진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나문경이 말했다.
“대답 못 하는 걸 보니 불완전한 규칙을 가지고 있군. 조건을 내걸 때 상충되는 조건은 없애야지. 내가 여태껏 잘 살아남은 방법을 알려 주지.”
“…….”
“난 규칙을 만들 때, 철저하게 내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네. 그것 하나만 생각하면 문제 될 게 없지.”
“그게 당신이 찾은 방법이로군요.”
강진은 다시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강진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하나는 확실히 했다.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나문경과의 충돌은…….
‘미련한 짓이지.’
그와 자신의 관계가 나중에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강진은 웃었다. 그러고는 나문경에게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푹 쉬다 가시기 바랍니다. 사부께서 좋아하실 겁니다.”
“다음 약속은 없는 걸로 알겠네.”
나문경도 웃었다.
* * *
날파리들은 여전히 이가장을 감시 중이었다.
강진은 그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기회를 잡으려 했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내 이득을 생각하면…….’
나문경은 그에게 엄청난 해법을 주고 갔다.
강진은 특별한 사람이고, 남들에게 칭송을 받아 대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옳은 선택이라 믿었고 그렇게 하려 노력했지만, 어느새 그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
하지만 나문경의 말에 그 틀을 깨 버렸다.
대인이 되고자 하는 것도 결국은 스스로의 이득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다시 생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가 이십 년이나 준비한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중얼거렸던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말, 거기에 너무나 잘 들어맞았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학습 능력이 없는 바보가 아니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한다는 것.
설사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한다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그들마저 그렇게 처리된다면 의심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이득에 어긋난다.
“그래, 그때가 훨씬 낫지.”
강진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 처리했다.
이제 자신에게 문제 될 만한 건 하나뿐이었다.
‘구진호!’
동료와 적.
강진은 구진호와의 관계를 그 경계선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자신은 그를 죽이지 않았고,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강진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고민했던 일들이 사라지니 여유가 생겼다. 천단공을 수련할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나문경은 말했다.
“더 이상 이곳에 공급을 하지 않을 거야. 내 하나뿐인 친구를 위해서, 자네와의 충돌은 피하고 싶으니.”
“도움이 될 거야. 자네의 규칙에 맞는 놈들이 우글댈 테니.”
나문경은 도움이 될 거라 말했지만, 강진은 그것이 자신을 돕는 건지 아니면 타락에 빠지려 하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극에 약하다는 건 이미 경험했다.
제일 좋은 건 처음부터 그런 미친놈들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미친놈들이 생김으로써 자신의 욕구 충족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생기지도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지는 말자.’
강진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죽일 놈은 죽이고, 살릴 놈은 죽이지 않으면 된다.
죽일 놈이라면, 어차피 개작두에 목이 날아가든 자신의 손에 죽든 똑같은 결과다.
물론 웬만하면 법에 절차에 따라 개작두에 목이 날아가게 할 것이다. 그거면 서문우람과의 약속도 지키는 것이 된다.
강진은 완전히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