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72)
관존 이강진 (172)
“어떻게 사람이…… 이건 정말 미친놈이라는 말도 모자랍니다. 이건 정말…….”
정 포두는 피해자의 시체를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쉿!”
그런 정 포두의 옆구리를 치며, 석 포두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올렸다. 정 포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강진은 피해자의 시체 옆에 바짝 앉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하아!”
그리고 작은 신음을 내었다.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가해자의 희열이 느껴지는 건 고쳐지지 않았다. 아니,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강진은 몇 번의 극광 사건을 통해 그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피해자에게, 아니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죽은 사람을 상대로 그런 건 가치가 없었다.
희열은 느끼되 가해자를 잡아 피해자가 겪은 것과 같은 고통을 안겨 주는 게 훨씬 생산적이었다. 죽은 사람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말이다.
그게 계속되니 자신의 이런 즐거움을 정당하게 만들 논리 하나를 찾아내었다.
강진은 눈을 뜨며 누구도 듣지 못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 복수의 권리는 내가 이어받는다. 당신도 그걸 원하지?”
그건 바로 피해자의 복수할 권리를 이어받는 것.
자신은 그것을 이어받고 직업적으로 접근한다.
피해자도 덜 억울할 테고, 강진에게도 이익인 이 논리는 효과가 있었다. 자극이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미친놈들이 정말 많아. 도대체 그 영감은 상품을 얼마나 공급해 왔던 거지?’
극광 사건이 한 달에 한 건 정도로 발생하고 있었다.
‘이것 말고도 더 있을 텐데.’
이렇게 시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놈은 대부분 멍청했고 잡힐 확률도 높았다.
문제는 각 현마다 쌓인 미해결 사건들이었다. 극광 사건은 그중에도 숨겨져 있을 터.
‘하나씩 처리하자. 이것부터 처리하고, 미제 사건을 훑어보자.’
강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에 서 있던 포두들을 향해 말했다.
“근처의 객잔, 주루 등에서 일하는 숙수들 싹 조사해. 솜씨 좋은 도축꾼들도 파악하고.”
“숙수와 도축꾼이라면?”
정 포두의 물음에 강진은 대답했다.
“식인을 위한 거야.”
“네?”
포두들은 기겁을 하며 강진을 보았다.
“시체를 토막 내긴 했으나 잘 맞춰 보면 빈 곳이 많을 거야. 식인 맞아. 내장은 부패해서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나, 크기가 너무 작아. 그런데 깨끗이 잘랐네. 식자재를 많이 만져 본 놈이야.”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만약 숙수나 도축꾼이 아니라면, 굉장히 많이 잘라 본 솜씨이니 시체가 이것만은 아닐 터. 주변을 샅샅이 뒤져. 시체가 더 나오면 우리가 곤란해질 거야. 일반인이 이 정도로 칼을 쓰게 되려면 꽤나 많이 잘랐다는 의미일 테니까.”
포두들은 질색하면서도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에 불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처리는 어찌하는지 알지?”
“네. 사람들에겐 일반 살인 사건으로 알게 하겠습니다.”
“식인을 위한 살인임을 알아차렸다는 걸 범인이 눈치채면 잡기 힘들어진다. 한번에 들이쳐야 해. 그리고 피해자들의 신원 조사도 조심하고.”
강진은 몇 가지 더 지시를 하고는 먼저 현장을 떠나며 생각했다.
‘어쩌면 일반인일지도 모른다. 덜 미친, 독특한 미각을 가진 놈들. 아니면 치료 목적으로 먹는 놈들.’
흑점이란 게 있다.
예전, 먹을 게 없어서 죽은 사람을 먹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먹으면 정신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먹고살 만하게 된 이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놈들이 그렇다.
또한 나병 환자들이 어린아이를 먹으면 나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태아를 먹으면 회춘한다는 속설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한, 그렇게 움직이는 하나의 사업체.’
범인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경우의 수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경우 오히려 단서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이고, 사람이 많을수록 그 실수는 더더욱 많아질 테니.
강진은 일단 일차 조사를 한 후 별 단서를 찾지 못하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나저나 그놈은 또 나타날까?’
솔직히 범인보다는 그 뛰어난 예술가에게 더 호기심이 생기는 강진이었다.
포두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극광 사건을 처리하면서 놈과는 종종 부딪치고 있었다.
범인을 확신하고 덮치는 순간 이미 하나의 예술품이 되어 있는 범인들.
만나 보고 싶었다.
욕구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 놈이었다.
‘어쩌면…….’
이 깊은 욕망을 나눌 수 있는 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놈을 만나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사실.
놈의 규칙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쁜 놈들만 골라 그리 만드는 거라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놈이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건 자신의 통제를 위한 규칙이 아닌, 목적에 의한 규칙이었다.
죽이는 것과 그렇게 만드는 것의 차이가 뭔지 묻는다면 대답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면, 놈은 이미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이야기는 해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숙소로 돌아가고 있는 강진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 대장님.”
“구 대장님, 이곳엔 어쩐 일로.”
강진도 웃는 얼굴로 구진호를 반겼다.
동료와 적, 구진호가 그 경계선 사이에서 머문 지도 일 년.
그에 대한 이유 없는 적의를 버리니 그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 타고난 재능, 그리고 너무나도 특별한 그것.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고 했던 건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도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방법을 찾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충 감은 왔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자신이 공권력이라는 정당한 방법으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듯이 그도 그러할 거라는 감.
그렇지 않다면 구룡무관의 후계자란 사람이 뭐가 아쉬워 포도대장 노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구진호가 말했다.
“또 벌어졌을 것 같다는 예감이지요.”
“식인 쪽입니다. 그래서 다른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식인이라면…… 확실히 다른 쪽도 생각해 봐야겠군요. 피해자 신원 확인은 하셨습니까?”
“지시는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연고가 없는 자를 가져다 썼겠지요.”
강진과 구진호. 둘 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처럼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럴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시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걸 보니 아직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날이 더운 때에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럼 먼저.”
강진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구진호도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러고는 강진이 사라진 방향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생각했다.
‘정말 잘 참는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무너질 줄 알았는데.’
매번 극광 사건에서 자신이 먼저 잡을 경우, 강진을 자극시킬 목적으로 범인을 인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강진은 정말 잘 참았다.
충분히 자극했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름 전, 여섯 놈이 한 계집을 윤간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니, 윤간이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점잖다 싶을 정도로 잔인하게 다룬 사건이었다.
그중 다섯 명을 인형으로 만들고 한 놈은 묶어 두었다. 그 옆에는 자신의 도구들을 남기고.
하지만 그때도 강진은 넘어가지 않았다.
인형들을 없애고, 실성한 한 놈을 관할 현으로 넘겨 버렸다.
‘차라리 인형도 넘겼다면 포기라도 했겠지만…….’
분명 욕구가 있었다. 인형을 넘기지 않고 스스로 처리한 것을 보면 분명 그러한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함께 인형을 만들, 그리고 그러한 이유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동료를 갖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말이다.
‘역시 그 두 사람 때문인가?’
자신은 갖지 못하고, 그는 가진 것.
사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잔소리하고 반감시하며 반협박까지 서슴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
부러웠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남들처럼 지켜야 할 것을 가지고 있는 그가.
‘나도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구진호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은 아버지.
하지만 그는 구진호가 어떤 아들인지는 모른다.
그에게 구진호는 그저 자랑스러운, 어디에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아들일 뿐.
그래서 강진을 질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만 없다면 강진은 자신의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제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는 자신부터 찾아올 것이고, 절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구진호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