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74)
관존 이강진 (174)
다른 이유
一. 죽일 놈만 죽인다.
二. 죽이지 않아야 할 놈은 죽이지 않는다.
三. 위 두 가지는 반드시 지킨다.
잘 지켜 왔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이유를 고민했다.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그와 자신은 다 비슷했지만, 그는 자신이 없는 걸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곽노와 서문우람이었다.
정당한 방법으로 곽노와 서문우람을 그의 곁에서 쳐 내기 위해 오랜 시간 그 두 사람을 뒷조사했다.
구진호는, 곽노는 몰라도 서문우람은 쳐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서문우람은 관에 있는 사람이다. 먼지가 안 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털었는데도 먼지가 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강진은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은 점점 고독해지는 느낌이었다.
불안정한 정신 상태는 구진호에게 그의 철칙을 어기게 만들었다.
급작스러운 건 아니었다.
이미 강진의 비밀을 덮기 위해, 아무런 죄가 없는, 오히려 정의감에 넘치는 이 포두를 죽였다.
거기서부터였을 것이다, 철칙이 무너진 것은.
지금도 규칙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하아!”
구진호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뿌듯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인형을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대신 그만큼 더 쾌락이 몰려왔다. 오래 걸려서 세심한 작업을 더 많이 할수록,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인형들을 모아 둔 자신의 공간에서는 그야말로 천국을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인형들을 만들던 때의 쾌감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으니까.
스윽.
다시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에 인형의 피부는 정확히 근육에서 분리되었다.
이제는 그 피부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피부는 얇았다. 얼마나 얇게 벗겼는지, 활짝 펼쳐 들면 사물이 비쳐 보일 정도였다.
그것을 자신의 팔에, 다리에, 그리고 가슴에 붙여 보기도 했다.
종종 손을 뻗어 모래 만지는 것보다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근육을 만지기도 했다.
“흐음!”
그리고 크게 심호흡하면서 인형에서 풍겨 나오는 비릿한 피 냄새를 맡기도 했다.
‘이걸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인간의 오감은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인형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시각과 촉각 그리고 후각뿐이다.
‘미각과 청각은 어떻게?’
구진호는 잠시 인형을 보다가 이내 칼을 들어 인형의 근육을 잘게 저미기 시작했다.
근육은 피부만큼이나 얇게 떨어져 구진호의 손바닥에 놓였다. 구진호는 잠시 그 근육 조각을 보다 조심스레 입속에 넣었다.
쩝. 쩝. 쩝.
워낙 얇은 조각이라 이와 침 속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말로 미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이 아닌가?’
인형으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데 대해서 구진호는 기뻤다.
그의 인형 기술은 진일보하였다.
‘이걸 그와 즐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구진호의 욕망이 날뛰기 시작했다.
욕망은 이성을 짓누르고, 이성이 짓눌리니 인내심이 사라져 갔다.
‘그래, 뭘 망설이는 거지? 놈들만 죽이면 돼, 그 두 놈만. 그 두 놈으로 안 되면?’
그래, 다른 방법도 많다.
그에게는 지킬 사람이 많았다. 가족이라는 게 있었다. 그걸로 그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러면 되는 거였어.’
구진호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얇디얇은 근육이 아닌 덩어리를 잘라 씹기 시작했다.
입속에서 씹히는 충만함이 곧 기분의 충만함으로 바뀌었다.
구진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새로운 인형을 만들 것이다.
일단은 서문우람이라는 재료로 인형을 만들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곽노의 인형을 만들 것이다. 인형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강진에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며 구진호는 자신의 공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벼락을 맞은 듯이 움직이지 못했다.
“구 대장.”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그리고 장소에 강진이 앞에 서 있자 구진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장님이 이곳엔 어쩐 일로?”
강진은 그런 구진호를 보고, 그 뒤에 있는 작은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좋은 곳인가 봅니다.”
구진호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강진은 그대로 작은 입구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콧속을 찌르는 혈향에 강진은 얼굴을 굳혔다.
‘아니길 바랐는데…….’
이 년이었다.
그 이 년은 구진호가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호의적이었으며, 자신의 규칙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 왔다.
묻고 싶을 정도였다.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훌륭하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근래 곳곳에서 인형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한 번이면 실수라지만 두 번째 인형이 발견되었을 때, 강진은 그 예술가가 폭주했음을 깨달았다.
폭주는 이성을 멀게 하고 실수를 남긴다.
강진은 추적했고, 그 예술가가 구진호라는 걸 알아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확신을 얻기 위해 구진호를 열두 시진 감시했다.
얼마 전 천단공 십 단의 성취를 이룬 강진이었고, 그런 그의 미행을 구진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말 아니길 바랐는데.’
진작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에게 호의적이었으므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서로의 심정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터였다.
혼자가 아니므로.
나만 그런 게 아니므로.
그가 하면 나도 할 수 있으므로.
같은 친구란 그런 엄청난 자산이 되었을 터였다.
어느 순간 피비린내가 심해지더니 강진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형. 인형. 인형. 인형들.
아니, 인형이 아닌 시체들.
못해도 백 구가 넘는 시체들이 그렇게 동굴을 장식하고 있었다.
강진은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당황한 표정의 구진호가 있었다.
“구 대장…….”
“나쁜 놈들이었습니다. 모두 죽일 놈들이었지요.”
“…….”
“우리 임무가 아닙니까, 나쁜 놈들을 잡아 죽이는 건?”
강진은 대답했다.
“우리의 임무는 나쁜 놈들을 잡아 심판을 받게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이 대장님은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사람을 괴롭히고 구타함으로써 욕구를 푼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습니까?”
그래, 아니라고는 말 못 했다.
사람을 죽였다.
첫 살인이었던 마적 떼 놈은 나쁜 놈이었고, 신교와 당문의 무사들과 싸울 때도, 그리고 전방에 쫓길 때에는 살기 위해서였지만, 살인은 살인이었다.
자신의 논리대로라면…… 그런 자들은 잡아서 관아에 넘겨야 했다.
“살인을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겁니다. 죽일 놈들을 죽였을 뿐입니다. 다만 좀 취향에 맞게 죽였을 뿐이지요.”
강진도 그렇게 말하는 구진호를 믿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 정말 믿고 싶었다.
그의 입가에, 또 말을 하는 그의 혀 속에 피가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근래 들어 죄가 없는 일반인들을 인형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그렇게 납득하고 싶었다.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강진은 입을 열었다.
“아깝지 않습니까? 그렇게 잘 참아 왔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는데……. 무너지는 것이 정말 아깝지 않습니까?”
“참는다고요……? 아, 그렇군요. 참을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반드시 죽일 놈만 죽인다는 내 규칙을 지켰다면 그렇게 남들에게 칭송을 받으면서 살 수 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요?”
“…….”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렇게 까다롭게 조건을 만들었는데. 훌륭하게 지켜 왔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요?”
구진호는 원망의 눈빛으로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대장님 때문 아닙니까?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대장님이 내 눈에 띄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다 이 대장님 때문 아닙니까?”
강진은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정심이 뭔지 알고 느끼는 듯 행동해 왔지만 진심으로 그런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진심으로 불쌍해 보였다. 자신은 그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진심으로 묻습니다. 다시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구진호는 간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대장님만 있다면, 이 고통과 쾌락을 같이 나눌 수만 있다면, 다시 해 볼 수야 있겠지요.”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고통은 나눌 수 있겠고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겠지만, 천하에 죽일 놈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을 이렇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왜요? 죽일 놈인데! 당신도 이렇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도 나와 같은 사람인데!”
“구 대장과 나는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뭐가 다릅니까?”
“규칙의 목적! 나는 내 악을 막기 위해, 사람처럼 살고 싶어 규칙을 만들었지만, 구 대장의 규칙은 스스로의 쾌락을 위해 만든 것 아닙니까?”
“그게 다릅니까? 어차피 죽일 놈을 죽이는 건 같지 않습니까?”
“다르죠. 이유가 다른데 같을 수가 없지요. 그리고 이제 죽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약속했거든요. 죽일 놈은 개작두에 목을 날리겠다고. 힘이 들긴 하지만…… 그게 사람답게 사는 거 아닙니까?”
“우리도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
강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물었다.
“안 되겠습니까?”
“그 다름을 인정 못 하겠습니다. 참아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래도 다시 규칙을 지키면 죽일 놈만…….”
“그렇게 해서는 평생 싸워야 할 겁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흔들리는 순간…….”
강진은 구진호가 먹다 만 인형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되는 거지요.”
“흐흐흐흐, 같은 줄 알았는데 달랐다니…… 당신과 내가 달랐다니…….”
말을 하는 구진호의 전신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그렇게 집착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분노만이 그의 몸을 감쌌다.
강진이 그런 자신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자 더욱더 분노가 끓어올랐다.
“미친놈!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둘이나 있다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던 거지!”
그리고 파멸의 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통제가 불가능했다.
강진은 더 이상 말로 그를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가 거짓을 연기하는 순간 자신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진호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형을 만든 놈은 반드시 죽여야 할 존재였다.
“같지 않다면 죽어!”
구진호가 검을 뽑아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절정을 뛰어넘는 고수. 그의 검에 푸른 기운이 어렸고, 동굴 안에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며 먼지 폭풍이 날리기 시작했다.
강진은 검을 뽑지 않았다.
천단공 십 단을 완성한 후로 그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의기상인의 경지라는 건 그랬다.
강진은 두 손을 벌려 구진호의 검을 그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이……!”
검이 움직이지 않자 구진호는 더욱 분노하며 진기를 한층 끌어 올렸지만, 강진이 벌린 두 손의 공간에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야아아아아!”
그리고 터지는 기합에 검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눈은 붉게 충혈되다 못해 피를 터트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코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만. 가진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상태…… 정상이라 생각되십니까?”
강진의 담담한 말에도 구진호는 힘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퍼어어어엉!
강진의 천단공의 진기와, 구진호가 가진 내공의 힘에 결국 검은 폭발하고 말았다.
퍼버버벅!
강진은 두 손을 휘저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의 파편들을 막았지만, 구진호는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전신에 작은 검 조각들을 붙인 구진호는 피를 토하며 강진을 보았다.
“쿨럭! 내가 당신과 다른 게 뭐지……? 나는 왜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지지 못한 걸까요?”
피를 계속 토해 내며 묻는 그의 질문에 강진은 대답했다.
“다르니까. 달랐기에 내가 가진 걸 구 대장은 가지지 못한 겁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운이 더 좋은 걸지도 모르지요. 나에겐 그 차이를 알려 준 사부가 있었고, 당신에겐 없었으니까.”
구진호는 피식 웃었다.
“좀 억울하군요.”
“세상이 모두에게 공평한 게 아니라는 건 알지 않습니까? 또, 그걸 안다면…….”
강진이 다시 먹힌 인형을 보며 하는 말에 구진호는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크크크, 쿨럭! 정말 당신과 나는 목적이 달랐군요. 쿨럭! 크크크, 목적이…….”
구진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그가 바닥에 닿기 전에 강진은 그를 잡았다.
강진은 부릅뜨인 구진호의 두 눈을 감기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보다 운이 좋은 거였습니다.”
강진은 한동안 그렇게 우두커니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한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와 자신의 다른 점.
어쩌면, 목적의 이유 따위가 아니라 정말 운이었을지도 모른다.
곽노와 같은 사부를 만났느냐, 아니면 만나지 못했느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