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29)
관존 이강진 (29)
대인
“뭐라고?”
정 총관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확실한 거냐? 정말 소주인께서 자객보를 수련하고 계시다고?”
“속하가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마차를 따라다니실 때 분명 자객보로 움직이셨습니다. 일 단계는 능숙하셨고, 이 단계를 훈련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콰아앙!
가내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인 정 총관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탁자 하나가 박살이 나 버렸다.
“도대체 어디서? 어떤 새끼가 소주인에게 자객보를 알려 드린 거야?”
“그건 저도……. 속하 역시 너무 놀라 이곳으로는 접근하지 말라는 총관님의 명령도 어기고 달려왔습니다.”
“그건 잘했어. 그런데 어떤 새끼인 거야?”
정 총관은 분을 토해 내며 난리를 떨었다.
주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어도 책임을 물게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노인이 알려 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곽 노인은 그런 걸 알 능력이 안 돼. 평생을 군대에서 보낸 자가 어떻게 자객보를 알아?”
“군대에는 갖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군대로 피신한 자객이 있을 수도 있고, 은퇴한 자객도…….”
“어떤 은퇴한 자객이 사람 죽이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래도 도련님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은 그 노인입니다.”
“그건 맞지. 도대체 어디서…….”
정 총관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고민할 시간도 없다. 당장 곽 노인을 다시 조사해. 그리고 근래의 행적도 다 조사하고, 앞으로 사람도 붙여. 엉뚱한 일 벌이지 못하게.”
“네.”
사내가 사라지자 정 총관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눌렀다.
‘이 노인네가 사달을 일으키는군, 사달을 일으켜. 이 일을 어쩌지? 보고하지 않으면 더 큰일이 날 텐데.’
다행히 주인은 며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사이 알아내야 했다.
최소 어떤 놈이 그걸 가르쳐 줬는지는 알아낸 후에 보고해야 자신의 목이 붙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노친네, 확 죽일 수도 없고. 미치겠네.”
주인 역시 곽노를 어찌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는지라, 정 총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성질만 버럭버럭 낼 수밖에 없었다.
* * *
순식간에 야차상을 하게 된 강진의 얼굴이 서서히 고리대금업자들과 마른 사내에게 돌아갔다.
“뭣들 해! 당장 이놈 집에 가서 딸년 잡아 와!”
우락부락 사내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비쩍 마른 사내에게 말했다.
“그년이면 몇 달 이자는 될 거야. 하지만 몇 달 후에도 갚지 못하면 그담엔 네 마누라가 될 거고, 그래도 못 갚으면…….”
우락부락 사내는 비쩍 마른 사내의 배를 보며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는 아마 배때기가 찢어지겠지?”
“네 배때기부터 찢어 줄까?”
“어떤 녀석이 감히…….”
우락부락 사내가 고개를 드는 순간 작은 발 하나가 보였다.
콰아앙!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노란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이었다.
팍! 팍! 팍!
그리고 가해지는 충격에, 우락부락 사내는 반사적으로 사지와 고개를 숙이며 방어했다.
강진은 이미 눈이 반쯤 돌아간 상태로 사내를 밟고 또 밟았다.
“이 애새끼가!”
“저 새끼 뭐야!”
우락부락 사내의 부하들이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이 잡것들은 또 뭐야?”
강진은 여전히 반쯤 돌아간 눈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내들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먼저 달려든 사내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허억!”
달려들던 사내는 헛바람을 삼키며 배에 손을 올리더니 그대로 주저앉았고, 곧바로 이어지는 강진의 발길질에 우락부락 사내와 똑같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야차 같은 강진의 행동에 같이 달려들던 사내 둘이 겁먹은 듯 주춤거리는 순간, 곽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강진아! 그만!”
곽노의 외침에도 강진의 구타는 계속되었다.
결국 곽노가 강진의 뒤로 다가가 그를 번쩍 안아 들었다.
“뭐야!”
강진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팔꿈치를 뒤로 휘둘렀다.
“어이쿠야! 나 죽는다.”
곽노가 머리를 움켜잡으며 바닥을 뒹구는 순간 강진은 제정신을 차렸다.
“사부!”
강진은 깜짝 놀라 급히 곽노에게 다가가 일으키려 했다.
“이놈아, 이제 보이는 것이 없어 사부도 치는구나. 아이고, 나 죽는다!”
하지만 곽노는 바닥을 빙그르르 구르며 강진의 손길을 피하더니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댔다.
“아, 내가 잘못했어요, 사부! 일어나 봐요. 많이 아파요?”
아프지 않았다.
이미 강진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했기 때문에, 팔꿈치가 닿으려는 순간 먼저 몸을 뒤집어 바닥으로 쓰러진 곽노였다. 그리고 강진의 화를 가라앉힐 시간을 벌기 위해 아픈 척하며 바닥을 뒹구는 것뿐이었다.
“제대로 맞지 않은 거 알아요. 느낌이 달랐으니까. 내가 잘못했으니까 일어나 봐요, 사부.”
강진의 말에 곽노가 움직임을 뚝 멈추더니 곧바로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놈아, 제대로 맞지 않았다니. 재수 없었으면 한 방에 골로 갈 뻔했어. 사부를 죽이는 제자라니, 그런 패륜아도 없을 거다, 이놈아.”
“안 죽고 안 다쳤잖아요. 멍 하나 들지 않았구먼.”
“그래도 이 녀석이 잘했다고 큰소리네.”
“내가 언제 큰소리를 냈다고. 괜찮은 거 맞죠?”
강진은 그래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지 곽노를 살피며 말했다.
“괜찮구먼. 그러니까 왜 나서요?”
“이놈아, 사람을 그리 죽일 듯이 패면 어떡해?”
“이 새끼들이 먼저……. 아, 그러고 보니 이 새끼들 때문이 아니라 저 새끼 때문인가?”
강진의 눈빛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른 사내에게 향했다.
“그게 또 어떻게 저 사람 때문이냐? 저 사람은 맞고만 있었는데.”
“그럼 이 새끼들이 한 거 맞잖아요.”
강진이 어느새 기절해 쓰러져 있던 우락부락 사내의 머리에 발을 올리며 하는 말에 곽노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머리에서 발 안 떼냐? 그깟 피 좀 묻었다고 사람을 치는 건 보통 사람들이 할 짓이 아냐!”
“그럼 그깟 돈 좀 못 받았다고 사람을 이리 패고 딸까지 잡아 팔겠다는 놈들은 보통 사람들인가요?”
“그렇게 말하는 놈이 아깐 왜 아무 상관도 안 했냐?”
“그때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지금은 관계가 있잖아요.”
곽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그깟 옷에 피 좀 묻었다고? 그냥 가서 빨면 되는 걸 가지고 사람을 죽일 듯이 패냐?”
“이놈들도 보통 사람이 아닌데 나만 보통 사람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나요?”
“궤변이다, 이놈아. 하여간 적당히 손 좀 봐 주면 될걸. 나하고 약속하지 않았냐?”
그제야 강진은 조금은 잘못한다는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기절한 우락부락 사내를 보았다.
“숨은 쉬어요. 안 죽었으니 됐죠?”
“하이고, 내가 너만 생각하면 골이 아파 온다.”
“저도 사부 잔소리를 들으면 골이 아파요. 됐으니까 가요. 얼른 가서 씻어야겠어요.”
자신만 생각하는 강진을 보며 곽노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기회에 강진에게 뭔가 가르치고 싶었다. 분명 뭔가 도움 될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가물가물 잡히지가 않았다.
“녀석아, 사람이 이렇게 쓰러져 있는데 그냥 가면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다른 놈들도…….”
강진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고리대금업자의 멀쩡하던 부하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얼른 가서 옷을 빨고 싶었다.
“이놈들도 저 사람에게 똑같이 했지만 의원을 불러 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러니까 우리도 그냥 가요.”
“이놈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사람은 집에라도 데려다 줘야 하지 않겠냐? 그냥 지나쳤다면 모를까, 이미 끼어든 일인데. 이 사부는 양심 때문에 그리 못 하겠다.”
곽노가 마른 사내에게 다가가며 하는 말에 강진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 뭔가 깨달은 듯 곽노에게 다가가 말했다.
“봐요, 사부.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저들도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잖아요. 저들도 다 보통 사람인데.”
아닌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돕겠다고 나서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강진이 우락부락 사내를 한 방 칠 때에는 좋아라 하는 표정을 지었던 사람들이 말이다.
곽노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힘없는 보통 사람이지. 괜히 도와줬다가는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런 거지.”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요?”
“그건 네 핑계고. 너는 보통 사람이지만 보통 사람보다는 특별하지 않냐? 너에게는 이놈들을 때려눕힐 힘이 있고, 이놈들이 감히 해코지할 수 없는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냐?”
“그럼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피 묻기 전에 이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는 거였잖아요.”
곽노는 순간 말이 막혔다.
“그러게 말이다. 사부도 저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이제 일에 끼어들었고 제자가 힘이 있으니 이럴 때 어깨에 힘을 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
“이해하기 힘든 게 조금 있지만 지금은 넘어갈게요. 이 사람을 객잔에 데리고 가서 의원을 부르면 되죠?”
“그래. 부축 좀 해 봐라.”
“더러워서 싫어요. 먼지랑 피가 묻을 텐데. 사부가 업고 데려가요.”
“이 늙은 사부가 뭔 힘이 있다고?”
“전우 둘을 업고 달리셨다면서요. 아직도 끄떡없고.”
곽노는 속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알겠다.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
곽노는 마른 사내를 부축하고는 객잔으로 갔다.
객잔에 도착하자 강진은 사람을 시켜 의원을 부르게 하고는 곽노에게 말했다.
“이제 됐죠?”
“그래.”
“그럼 나가요.”
“또 나가자고?”
“이 사람 때문에 구경하다가 돌아왔잖아요.”
곽노는 강진을 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이 사부가 가르쳐 줄 것도 있고.”
곽노는 다시 강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 *
“사부, 시장은 저기예요!”
곽노가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려 하자 강진이 시장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시장 구경은 아까 많이 했잖냐. 이번엔 다른 곳 구경해야지. 똑같은 걸 왜 계속 보냐.”
“거기 볼 게 뭐 있다고.”
강진이 투덜거렸지만 곽노는 무시하고는 계속 골목길로 들어갔다.
“사부!”
강진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르며 투덜거렸다.
“볼 게 뭐 있다고요? 더럽고 냄새만 나는데.”
아닌 게 아니라 골목에는 갖은 쓰레기가 널려 있고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런 곳 본 적 있냐?”
“아니요. 그래도 이런 집들은 봤어요. 우람이네 집 수준이네요. 하지만 냄새가 이렇게까지 나지는 않았는데. 빨리 돌아가요.”
“보지 못했던 곳을 보는 게 구경이다. 구경하려고 나왔으면 구경을 해야지.”
“구경할 게 없잖아요. 쓰레기며 더러운 사람 구경하러 나온 것도 아니고.”
곽노는 강진의 손을 잡고 걸으며 말했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산다. 그들은 여기서 사는데, 너는 단 한순간도 있지 않으려고 하는구나.”
“가난한 사람들이란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제가 살 것도 아닌데 신경을 써야 하나요?”
“아까 네가 이야기했잖냐.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너도 별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이다.”
“그들은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라서 그렇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곽노가 고개를 돌려 강진의 눈을 보며 물었다.
“그게 끝이냐?”
“제 평생을 가도 이런 곳에 살지 않을 텐데 여기에서 사는 법도 알아야 하는 건가요?”
곽노가 대답 대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강진은 다시 말했다.
“사부가 그렇다고 하면 이렇게 만들고 살아 볼게요.”
“그게 아니다. 만약 내가 너였다면 아까 그 상황에서 그들을 모른 척했을까?”
“또 그 측은지심인지를 알려 주려고 하시는 거예요? 그거 이제 안다니까요. 그래서 객잔에 데리고 가서 의원도 불러다 준 거잖아요.”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무시하려 했지만, 너는 도와줄 능력이 있음에도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냐?”
“사부도 아무 말 하지 않았잖아요.”
“내가 잘못한 거다. 아까 이야기했지? 사부가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랬던 거라고. 하지만 너는 특별하잖냐. 그럼 최소 신경은 써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물음이 억지라는 건 곽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에 강진이 자발적으로 착한 일이라는 것을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우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사람은 측은지심이라는 게 더 많아야 한다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있을 때에도?”
곽노는 강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너는 강진이잖냐. 특별한 사람. 앞으로 크게 될 사람.”
“에이! 그런 거 필요 없어요. 크게 되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건데요, 뭘.”
“이놈아, 사부가 진지하게 말하면 좀 진지하게 받아 주면 안 되냐?”
“그럴 필요가 없는데 사부가 자꾸 그러라고 시키니 짜증 나잖아요.”
곽노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강진에게는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럴 필요가 있다.”
“왜요?”
“너 요새 학당에서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했잖냐. 그때 너 되게 좋아하지 않았냐?”
“그랬죠.”
“왜 좋아했냐? 그들이 너에게 무관심해도 너 잘 먹고 잘 사는 데는 지장이 없잖아.”
강진은 그 무슨 말도 안 되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뭐가 다른데? 큰사람이 되면 학당뿐만이 아니라 네가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 네 이름자를 듣는 것만으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너를 한번 보기라도 하면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며 사람들에게 평생을 자랑할 텐데.”
그제야 강진이 조금 관심 갖는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그래요?”
“너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거 싫어하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을 성현이라 추앙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잖냐. 그건 그들이 큰사람이라 그런 거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건가?”
“그런 것도 있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꼭 대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아니지. 대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대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따르지.”
강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궁리하다가 물었다.
“아무리 봐도 그 대인이라는 거 되려면 아주아주 귀찮고 힘들 것 같은데, 그렇죠?”
“개나 소나 다 될 수 있는 게 대인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냐?”
“…….”
“그리고 너는 지금도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 위해 네가 하기 싫은 것도 하고 배우지 않냐? 어차피 똑같이 힘들 거, 기왕이면 평범한 사람을 넘어 대인이 되면 더 좋지 않겠냐?”
강진이 슬쩍 곽노를 보며 말했다.
“똑같이 힘들 것 같진 않고, 더 힘든 거 아니에요?”
“대신 결과는 더 달콤하지. 그리고 네가 하고 있는 노력보다는 더 쉬울 게다. 너에게는 그럴 만한 배경과 능력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 대인이라는 거, 어찌 되는 건데요?”
‘그럼 그렇지.’
강진의 물음에 곽노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그리 어렵지도 않다.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책임감만 있으면 된다.”
“무슨 책임감요?”
“군대에서는 말이다, 장군들의 손짓 하나와 말 한마디에 수많은 병사들이 죽고 산다. 자신의 판단이 옳아 싸움에서 이기고 아군이 많이 살아남는다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아주 괴로울 거야. 그 괴로움이 책임이다.”
“그래서 모두 장군이 되려고 기를 쓰는 거 아니에요? 나는 안전하니까.”
강진과의 대화에서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상한 생각으로 말문이 막히게 하니까.
곽노가 대답했다.
“백 명, 이백 명 정도를 지휘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생각으로도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천 단위와 만 단위의 생명을 책임지는 대장군 자리에는 절대 그런 생각을 가지고는 올라갈 수 없다. 미친놈들이나, 입에 황금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그 수많은 죽음에 책임을 지지 못한다.”
곽노는 자신이 군대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병사들 중에도 자신이 뒤를 지키지 못해 전우를 잃은 죄책감 때문에 평생을 말문을 잃은 사람도 있는데, 하물며 수천 명의 죽음을 책임지는 장군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 그래서 그들은 밤잠 안 자 가면서 옳은 판단을 내리고자 노력하는 거다.”
“역시 힘들단 소리네요.”
“개나 소나 모두 대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래도. 하지만 도전해 볼 가치가 있지 않냐? 네가 책임을 지는 그만큼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생각을 하면 말이다.”
강진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그 책임감이라는 것도 배워야겠네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