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35)
관존 이강진 (35)
강진은 집에 돌아온 후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一. 집에 온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二. 왜 운 것일까? 정말 슬퍼서 운 것일까? 아니면 울어야 하기 때문에 운 것일까?
三. 울어 주는 사람을 돈까지 주고 사 온 걸 보면 울어야 하기 때문에 운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울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강진은 남들처럼 서문우람을 위해서든 돌아가신 어머님을 위해서든, 여하간 울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돈 주고 사 온 사람들은 오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애간장이 탈 정도로 우는데 자신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친구이니 남들이 하는 것처럼은 다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울지 못했으니 서문우람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사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도 친구로서의 의리에 충실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래도 눈물 한 방울 정도는 흘려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는 것도 훈련해야 하나?’
남들은 다 우는데 자신만 울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할 일. 남들처럼 보이려면 울 수도 있어야 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
강진은 울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역지사지. 만약 내가 서문우람이었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아! 어머님이 돌아가셨으니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끝나자마자 강진은 곧바로 칠덕네에게 달려갔다.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물어봐야 할 일이기도 했고.’
그때 좀 이상한 기분도 들었기에 이번 기회에 모두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칠덕네!”
방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피던 강진은 쉰이 넘어 보이는 여인 하나를 발견하고는 크게 그녀를 불렀다.
“아이고! 귀청 떨어지겠네. 그리고 유모라고 부르시지 왜 꼭 칠덕네라고 부르신데요.”
“그게 더 부르기 편하니까 그렇지.”
칠덕네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래요?”
“물어볼 게 있어서.”
“쇤네에게요?”
“응. 칠덕네,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다고 했지?”
칠덕네의 표정이 순간 살짝 굳었다.
“그건 갑자기 왜 또 물으신데요?”
“잔말 말고 이야기나 해 봐.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우리 어머니는?”
칠덕네는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원래 몸이 약하셨어요. 장주님이 좋다는 약재란 약재는 다 구해 오시고, 의원도 황실에서 어의까지 했다는 양반을 데려와서 돌보게 하셨어요. 그런데 워낙 몸이 약하셔서 방 안에 앉아 계신 시간이 많으셨어요. 그러다 병이 심해지시더니 돌아가셨어요.”
“그게 내가 세 살 때였지?”
“네. 도련님이 세 살 생일을 치르고 얼마 못 돼서…….”
“우리 어머님은 예쁘셨어? 아프셨다면 나랑 오래 놀지 못하셨겠네? 그때 나는 어땠어?”
쉴 새 없는 질문에 칠덕네는 하나씩 천천히 대답했다.
“아름다우셨지요. 우리 현은 물론이고 광동성 최고 미녀라고 소문이 자자하셨지요. 아프셔서 더더욱 도련님을 품에 끼고 사셨어요. 장주님이 일부러 떼 놓을 정도였지요. 그때 도련님은 너무 어리셨어요. 마님이 돌아가신 것이 뭔지도 모를 나이셨지요.”
“그런데 말이야…….”
강진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말했다.
“내가 웬만한 일은 다 기억하고 있거든. 모든 걸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충은 다 기억해. 그런데 왜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지? 어머니와 놀았던 기억조차 없어.”
“도련님이 너무 어리셨다니까요.”
“세 살 때라면 드문드문 기억해. 내 어머님인데 얼굴조차, 안겨 있던 것조차 기억 못 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칠덕네도 알잖아. 나 똑똑해. 내가 기억 못 하는 일 봤어?”
칠덕네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자 강진은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안 한 거 있지? 빨리 말해 봐.”
“제가 도련님에게 숨길 게 뭐 있다고요. 도련님 유모로서 그렇게 저랑 같이 계셨으면서 모르세요? 도련님 말대로 모두 기억하실 테니 생각해 보세요. 제가 언제 도련님에게 거짓부렁하는 거 보신 적 있나요?”
“없어. 그러니까 이상하지. 집안 하인들이 모두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수군거릴 때도 칠덕네만 펄쩍 뛰면서 뭐라고 했잖아.”
칠덕네는 대경하며 말했다.
“에구머니나, 도련님! 무슨 그런 큰일 날 말씀을. 이 집안의 어떤 잡놈이 감히 도련님에게 그런 소리를 한데요. 그런 놈이 있었으면 제가 가만두지 않겠구먼요.”
“큰일 날 일이니까 가만히 있었지. 그래도 오랫동안 본 사람들을 내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야기해 봐, 숨기고 있는 게 뭐야?”
“숨기는 거 없대도요. 왜 자꾸 그렇게 말씀하신데요.”
“칠덕네가 자꾸 숨기면 나 화낼 거야. 내가 화를 내면 어찌 되는지 잘 알지?”
강진의 협박에도 칠덕네는 꿋꿋했다.
“숨기는 거 없어요. 도련님이 저를 믿지 못하시면 이 유모 크게 슬픕니다.”
강진은 찬찬히 칠덕네를 살폈다.
아까 표정이 굳었을 때 몰아붙였어야 했는데 이미 마음을 다잡았는지 이제는 뭐라 협박해도 꿈쩍 않을 것 같았다.
다른 하인들이라면 매질을 해서라도 알아내겠는데, 칠덕네는 강진에게 있어서 조금 특별한 사람이었다. 무표정한 아버지도 칠덕네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표정을 조금 달리하며 대할 정도였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인 칠덕이에게 사업장 하나를 맡긴 것도 칠덕네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어머님의 몸종이었다는 칠덕네.
‘분명 다른 게 있어. 그런데 다그치기도 뭐하고…… 뭔 일을 숨기는 거지?’
결국 강진은 포기하고 다른 걸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무엇을 즐겨 하셨는지, 자신과 있을 때는 어떻게 놀아 주셨는지 등을 물었고, 칠덕네는 평상시보다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랬단 말이지?’
칠덕네의 말로만 표현하면 어머니는 보살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제원이 광동 제일갑부로 등장한 것도 더 이상 어머님이 남을 도와주지 못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외모도 아름답고 마음도 아름다우셨다는 거지. 그런 분이 내 어머님이었다는 거지?’
강진은 그런 어머니를 잃었다는 걸 생각하며 눈물을 흘려 보려 했지만 끝내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 * *
“후우우!”
강진의 깊은 호흡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정적.
“후우우!”
반 각 만에 다시 호흡 소리가 대기를 가르고 사라졌다.
“후우우!”
정적 속에서 정확히 반 각마다 들리는 호흡 소리.
반 각마다 한 호흡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고, 그건 곧 강진의 내력이 어느새 경지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콩알보다 조금 큰 진기로 임독양맥을 두들기고 있던 것이, 곽노의 조언으로 의식적으로 막고 있자 진기만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와서는 초란(初卵) 크기로 자라 있었다.
‘길을 막으니 오히려 진기가 커졌네. 그런데 좀 답답해.’
강진은 몸속의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콧구멍 위와 항문 아래로 진기를 내려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곽노의 반대가 마음에 걸렸다.
“후욱!”
강진은 심호흡을 하며 내기를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집중하지 않으면 호흡은 반 각의 반도 못 가게 빨라지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강진이었다.
저릿.
“그런데 손발은 왜 이리 저리는 거지?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가? 그럴 거면 예전부터 그랬어야지. 요새 부쩍 이런단 말이야.”
사실 손발이 저린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찌릿찌릿이 아니라 약간 시큰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호흡법을 수련한 후에는 마음대로 주먹과 발을 휘둘러 몸을 풀어야 했다.
부우웅! 부우웅!
손과 발을 허공에 뿌릴 때의 제법 묵직한 느낌을 만끽하며 흐뭇해하는 순간, 강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났다.
‘혹시 나 이제 장풍을 쓸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사부는 아랫배를 전부 감쌀 정도로 커져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제대로 된 장풍일 때 소리고. 약한 장풍은 나도 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호기심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강진은 방으로 들어와 초에 불을 피웠다. 그러고는 반 장 정도 떨어져 촛불을 노려보았다.
“요 녀석이 나간다는 느낌으로 해야겠지?”
강진은 중얼거리며 심호흡을 하고는 주먹을 세차게 뻗었다.
휘르.
그냥 바람이 분 것처럼 살짝 흔들리자, 강진은 인상을 찌푸리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러고는 곽노가 가르쳐 준 봉술을 할 때처럼, 하체를 굳건히 하고 허리에서 주먹으로 힘이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뻗었다.
샤르르르르.
크게 흔들리며 촛농을 태우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은 크게 기뻐하며 재차 시도했다.
‘이번엔 이렇게. ……이게 아닌가? 가슴까지 끌어 올렸다 써야 하나? 봉술처럼 주먹에도 힘을 싣는 방법이 있을 거야. ……호흡도 중요한 건가? 쉴 때와 내뱉을 때 해 봐야지.’
촛불은 계속 흔들렸고, 강진은 여러 차례 방법을 바꿔 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스윽!
그리고 어느 순간 촛불이 꺼지자 강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이거구나!”
강진은 곧바로 다시 초에 불을 켜고는 재차 시도했다.
스윽!
이번에도 촛불이 꺼지자 강진은 확신하고는 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주먹을 뻗었다.
몸에 익었다 싶을 때 강진이 멋지게 자세를 잡아 가며 두 손바닥을 내뻗자, 이제는 촛불이 아닌 탁자에 놓여 있던 책장이 넘어갔다.
“장풍이다! 내가 장풍을 쏜 거야!”
강진은 하늘을 날고 장풍을 쏜다는 목적에 가까이 왔음을 깨달았다. 둘 다 아직은 제대로 못하지만 제법 흉내를 내는 건 사실.
‘하면 된다니까. 역시 사부가 거짓말하지는 않았네.’
강진은 이 사실을 곽노에게 빨리 알려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뭐 하나 성공할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던 곽노이니 이번에도 크게 기뻐할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잠깐. 이 녀석을 꼭 손과 발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잖아? 혹시?’
방 밖으로 나가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강진은 진기를 움직여 전신에서 뿜어낸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전신이 저릿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그 상태로 집중했다.
강진은 밀실에서 수련했던 것처럼 전신에서 뭔가를 느끼고자 했다.
이렇게 하면 감각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각을 끌어 올리면 소리가 나지 않는 그것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강진은 천천히 걸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방 앞에 널려 있는 봉 하나를 주워 들었다.
홱!
순간 강진의 신형이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봉을 뻗어 자신의 거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와라!”
정적이 흘렀고, 강진의 감각에 걸렸던 그것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진은 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거처로 달려들더니 순식간에 지붕 위로 올라갔다.
“누구냐, 넌?”
강진은 당황한 눈빛을 하고 있는 복면인 하나에게 봉을 뻗으며 소리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