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50)
관존 이강진 (50)
“그럼 네가 포도대장(捕盜大將)이 되는 거냐?”
곽노가 기뻐하며 묻는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신의현의 포도대장인데 뭐가 그리 기쁘세요?”
“대단한 자리지. 군대로 치면 교위로서 백 명은 책임지는 자리인데.”
곽노가 기뻐하는 걸 계속 보니, 강진도 오전에 곽재형에게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나빴던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포도대장이란 자리는 신의현 일만 현민들의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지 않더냐. 앞으로 잘해야 한다. 네 밑으로 부하들도 잔뜩 있으니 모범도 보이고.”
“윗대가리가 좋은 이유는 아랫사람들 눈치 안 보여서 좋은 거예요. 위로 현령이 있긴 하지만 업무가 다르니 별문제 없겠죠.”
“그래도 조심해야지. 현령에게는 언제 갈 셈이냐?”
“내일이라도 가서 신고하고, 포도청에 가서 업무 인계를 받아야지요.”
“원래 포도대장은 어디로 가는데?”
“글쎄요. 실적이 좋지 않아 좌천될 거라던데요.”
강진의 말에 곽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승진해서 비우는 것도 아니니 끝이 좋지는 않을 거다. 행동 조심하고, 인계받을 때 조심해라. 자신의 잘못을 몰래 숨겨 놓는 바람에 훗날 네가 덤터기 쓸지도 모르니까.”
“흐흐흐, 좌천되어 내려가는 거라면 자기가 나에게 조심해야죠. 품이 저보다 낮을 텐데. 또 신의현에서 계속 살려면 알아서 기어야 되지 않겠어요?”
“하긴. 네 부친이 계시니.”
강진과 곽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며칠 보이지 않던 소양풍이 돌아왔다.
“삐쳐서 돌아가신 거 아니었어요?”
“흥! 반드시 네놈에게서 사부 소리를 듣고 말 테다.”
“부지런히 가르쳐 주세요. 앞으로는 배울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이제 출사하게 되었으니까요.”
옆에서 곽노가 보충 설명했다.
“소 형, 우리 강진이가 포도대장이 되었다네. 밑으로 최소 백 명은 거느리게 될 거야.”
“흥!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내 제자가 돼서 무공만 잘 전수받으면 무공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수천은 될 텐데.”
소양풍이 콧방귀를 뀌며 하는 말에 강진이 말했다.
“더럽게 배우기 힘든 무공이라면서요. 수천 중에 배울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흠흠, 하여간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 따지고 들긴. 알려 준 건 다 익혔냐?”
“몸에 익으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있어요.”
“좋아.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곽 형, 갑시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쉬고 내일부터…….”
“곽 형!”
소양풍이 눈썹을 치켜뜨자 곽노는 속으로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갑시다, 가. 그리고 오늘은 좀 빨리 끝내세. 강진이가 포도대장 된 기념으로 한잔 먹어야 하니.”
“곽 형이 빨리 배우면 빨리 끝나는 거요.”
소양풍이 곽노를 끌다시피 하며 데려가자 강진은 피식 웃었다. 곽노가 앓는 소리는 해도 실상 배울 때에는 누구보다 진지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도 미리 준비 좀 할까?”
곽노가 천단공 오 단공을 가르쳐 주기 전에, 자신은 사 단공의 움직임을 확실히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은 항상 수련하는 공터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후우! 몸 쓰는 법이 더 재미있는데. 최소 칠 단공은 익혀야 낙양검을 익힐 수 있다 하니.”
소양풍이 제대로 보여 준 낙양검은 강진마저도 넋을 잃고 볼 정도로 아름답고, 기세는 해일 같은 검법이었다.
목표가 생기니 천단공의 수련이 더욱 재미있어지는 강진이었다.
천단공.
소양풍의 사문인 천문의 내공심법으로, 탑을 쌓아 올리듯이 아래부터 착실하게 다져 가야 하는 정종무공이었다.
한 단 올라갈수록 위력은 세 배 가까이 올라가는 심법이었지만, 익히기가 힘들어 그 위력만큼 강호에 명성을 떨치지는 못한 심법이었다.
소양풍은 십 단의 천단공으로도 강호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중요한 건 천단공은 십 단 그 이상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무공이라는 점이었다.
다만 천문의 그 누구도 십 단 이상을 올라간 적이 없을 뿐이었다.
강진은 천천히 운기하여 천단공의 일 단부터 서서히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후욱!”
강진의 코에서 긴 콧바람이 나오는가 싶더니 그의 몸에서 서서히 열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만 없애 버리면 빨리 움직일 것 같은데 말이지.’
강진은 진기를 움직이면서 중간중간 걸리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진기를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지만 대롱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부분 부분 속도가 확 늦춰지는 혈도가 있었다.
‘한번 해 봐?’
단전에서 가슴까지 진기를 한 번 움직이는 것을 일주천이라고 했다. 그 일주천을 한 번 할 때마다 진기의 크기가 커졌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걸리는 부분만 진기를 움직이면 분명 속도는 빨라질 터였고, 이물질 같은 이 부분을 뚫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진은 진기를 단전으로 보내는 대신 빨리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텅. 텅. 텅.
소리가 날 리 없지만 마치 그런 느낌의 막히는 부분을 강진의 진기가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오락가락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진기의 속도는 빨라져 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날뛰어 댔다.
깜짝 놀란 강진은 급히 진기를 다시 단전으로 보내 통제하려 했지만 이미 한번 날뛰기 시작한 진기는 좀처럼 단전으로 가려 하지 않았다.
‘이거…… 뭐야…….’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강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들어가. 들어가!’
강진은 필사적으로 진기를 잡아 단전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강진의 몸에서 더욱더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아직 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변은 후끈해졌다.
계속 그리 시간이 흐르자 강진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붉어짐은 전신으로 뻗어 갔다. 그러다 강진의 온몸이 마치 불붙은 것처럼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이걸 먼저 뚫어야 하는가?’
진기가 뜻대로 통제되지 않자 강진은 이판사판으로 오히려 그 진기에 힘을 보태 거슬리는 혈도를 뚫어 버리려 했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막힌 부분이 하나씩 뚫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소위 말하는 십이경맥 혈도가 뚫리자 강진은 이내 진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거칠 것이 없어진 진기는 이내 머리를 향해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멈춰!’
강진은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던 곳으로 올라가려는 진기를 필사적으로 멈추려 했다.
툭툭툭툭!
귀에서 멍한 소리가 들리며 진기는 이내 얼굴 쪽으로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강진의 필사적인 노력 때문일까? 순간 진기가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강진은 이번에는 급히 진기를 끌어 올리려 했지만, 진기가 회음혈까지 순식간에 내려가자 순간 오금이 저려 오줌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미친!’
강진이 놀라는 사이 진기가 급상승해 버렸다.
‘어…… 어…….’
콰아아아앙!
어 하는 사이 강진은 진기가 안면을 강타하는 충격을 받았다.
그 뻐근함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강진의 몸이 뒤로 넘어가려 했다.
순간 그의 몸을 부축하는 이가 있었다.
“이게 무슨……. 왜 벌써?”
강진은 몽롱한 상태에서 그 목소리가 소양풍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양풍은 벌게진 채로 비틀거리고 있는 강진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고는 경악했다.
아직이었다.
강진의 내공이 탄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임독양맥을 뚫을 경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 상태를 보니 분명 임독양맥을 공략하고 있었다.
“뭔 짓을 한 거냐!”
소양풍은 다급하게 외치며 강진의 명문혈에 손을 올렸다.
원래는 칠 단을 익히게 한 후 천천히 임독양맥을 뚫으려 했지만 이제는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뚫지 못하면 평생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찾은 녀석인데! 절대 그럴 수는 없어!’
소양풍은 천단공을 구 단까지 끌어 올려 미쳐 날뛰는 강진의 진기를 잡았다.
‘이건 또 뭐야?’
강진의 진기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몸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건…….’
소양풍은 이내 강진의 몸속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떤 ×새끼가…….’
강진이 원래 배운 심법은 삼재심법이었고 그건 절대 주화입마를 당할 수 있는 심법이 아니었다. 자신의 천단공 역시 양의 성질의 정종무공이라 기초를 착실히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에 주화입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문제는 강진의 몸속에 있던 일음지의 내공이었다.
극양의 내공이 몸속에서 극음의 내공과 충돌했으니 강진의 몸이 붉어지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소양풍은 급히 천단공을 십 단까지 끌어 올렸다. 진원이 다소 훼손되겠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 이걸 말끔히 제거해야 임독양맥을 뚫을 수 있다.
소양풍은 자신의 진기를 더해 천천히 강진의 몸속에 있던 일음지의 무공을 지우면서 생각했다.
‘이런 음의 무공이 뭐가 있더라?’
소양풍의 머릿속에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무공이 줄줄이 떠올랐다.
‘이런 고급심법은 많지 않아. 일음지와 북해의 빙심결이나 가능할까? 하지만 이렇게 진기를 심어 두려면 나보다 하수는 아닐 터인데. 이 어린놈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소양풍은 더 이상 생각을 잇지 못했다.
일단 강진을 살리는 게 우선.
-이놈아, 정신 차려라.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너 평생 불구가 된다. 나도 타격이 클 테고. 내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있어라.
소양풍은 강진에게 전음을 날리며 강진의 진기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강진은 소양풍의 진기가 몸에 들어오면서 몸이 조금은 편안해진 상태에서 그의 전음을 들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 영감 정말 고수구나!’
자신이 죽도록 해도 제어가 안 됐던 진기가 순식간에 통제되는 것을 보며 강진은 감탄했다.
강진은 정신을 집중하며 진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회음혈과 승장혈을 오가던 진기는 이내 장강혈과 은교혈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임맥은 스스로 뚫었고 그 결과로 진기가 심하게 날뛰었지만, 독맥은 소양풍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양맥이 완전히 뚫리는 순간 소양풍의 진기는 사라지고 강진은 스스로 진기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천을 열 번 정도 한 강진이 길게 호흡하며 눈을 떴다.
안절부절못하는 곽노와 기진맥진한 상태로 자신을 보고 있는 소양풍이 보였다.
“어떠냐? 너도 이제 임독양맥을 뚫은 절정의 고수다. 이제 내가 사부로 보이냐?”
소양풍의 물음에 강진은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는 그에게 천천히 구배지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제가 은혜를 모르는 놈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사부님, 제자 강진이 사부님에게 인사 올립니다.”
강진은 절을 끝내고 다시 빙그레 웃었다.
몸속에서 아직은 적응되지 않은 기운들이 날뛰고 있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이제 고수라는 것을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