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53)
관존 이강진 (53)
개혁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나였단 말이지?’
강진은 분노했다.
그간 자신이 처리했던 것들을 사흘 밤낮을 재검토하고, 발로 뛰어서 직접 확인까지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법대로 처리한 일들은 하나같이 돈이 있는 자들에게만 유리했다. 더 나아가서는 두 종사관과 포두들에게 돈을 쓴 자들이 항상 유리했다.
‘하긴 법은 있는 자들이 만든 것이니 있는 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하지만 거기에 나를 이용했다는 건 아주 기분 더러운 일이지.’
세상은 그리 돌아가니 그럴 수 있다 쳐도, 거기에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덕분에 범죄자로 몰리고 억울하게 곤장을 맞은 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터.
대인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목적과는 크게 어긋나고 있었다.
‘거기다 이건 뭐야?’
강진은 포졸들의 순찰 근무표를 보았다.
열의 아홉은 현 중심, 그러니까 부유한 층이 살고 있는 마을에만 순찰이 집중되어 있었다.
“두 종사관을 들라 하라!”
결국 강진은 크게 소리침으로써 유실계와 미보를 불렀다.
두 종사관이 오자 강진은 근무표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거 제대로 작성한 게 맞나?”
미보가 근무표를 받아 확인하더니 말했다.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포도대장님.”
강진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잘못된 게 없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일만 현민 중 고작 수백이 사는 상수에는 한 시진이 멀다 하고 순찰을 돌고, 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하수는 이틀에 한 번꼴인데?”
“아!”
미보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이게 어떻게 당연한 건지 설명 좀 해 볼까?”
“순찰은 도적들에게 경계심을 품게 하고 혹시 모를 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상식적으로 도적들은 돈이 있는 곳을 노리지 돈이 없는 곳은 노리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순찰은 당연히 상수 쪽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강진은 콧방귀를 뀌며 다른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이고는 물었다.
“이게 뭔지 아나?”
“소관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각 지역의 범죄율을 나타내는 서류다. 여길 보니 신의현 범죄 발생수를 백으로 보면, 상수는 십이 되지 않고 하수는 구십이 넘네. 이건 또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말이 막힌 듯이 미보가 우물쭈물하자 유실계가 거들었다.
“범죄율만 보면 그게 맞지만 피해액을 보면 상수가 훨씬 높습니다. 하수에서 강도질이 있어 봤자 그 금액은 은자 한두 냥이지만, 상수에서는 한번 발생하면 은자 수백 냥이 넘어가니까요.”
“그러니까 유 종사관의 말은, 하수에서 강도가 백 번 들었다고 해도 상수에서 일어난 강도질 한 번의 피해 액수보다 낮다는 말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상수에 순찰을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도대장님의 안가인 이가장도 상수에 있지 않습니까?”
강진은 두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래서 나 때문에 상수 쪽으로 순찰을 더 돈다는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소관은 단지 그렇다는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흥, 피해 액수는 그렇다 치고, 그럼 흉악 범죄는 어찌할까? 하수 사람들이 훨씬 많이 죽고 있다는 건 말일세.”
미보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수 거리에서도 가장 못산다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로서도 뚜렷한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끼리 사람을 죽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암매장하는 데다 또 피해자의 가족조차도 쉬쉬하는 판이라,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이 없다?”
“아시다시피 주어진 인원은 한정이 있는지라……. 정 마음에 걸리신다면 하루에 한 번꼴로 하수에 순찰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똑같이 보내! 아니, 사람은 하수 쪽에 많이 사니 그쪽으로 더 많이 보내.”
유실계가 급히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상수 쪽에 살고 있는 사람의 불만이 커질 겁니다.”
“여태 하수 쪽 사람들은 불만이 없었고?”
“그건…….”
강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어차피 상수에서도 있는 집이면 대부분 호위 무사를 둬. 포졸 몇 따위는 덤벼도 거뜬할 사람들을 말이지. 본관의 안가에도 호위 무사 숫자가 꽤 많아. 그러니 두 종사관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그렇게 순찰을 돌려.”
미보와 유실계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자 강진이 계속 말했다.
“또, 앞으로 우리가 잡아들인 범죄자들은 내가 일차적으로 사정을 알아본 후 현령에게 이송시킨다.”
미보가 급히 말했다.
“포도대장님, 그건 월권입니다. 송사는 현령 나리의 직무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잡아들인 범죄자라고 했잖아.”
“하지만…….”
“본관의 말이 말 같지 않다는 것인가? 본관이 그리하라고 하면 따르는 것이 귀관들이 할 일 아닌가?”
강진의 말에도 두 종사관은 제법 완강하게 저항했다.
“일이 늘어나 포두들도 질색을 할지도 모릅니다. 포도청의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니, 대장님께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나중에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강진은 기회를 잡았다. 이거야말로 자신의 권위를 무시당한 일이 아닌가?
강진은 싸늘하게 말했다.
“문책? 그대들의 직속상관이 나인데 무슨 문책? 당해도 내가 당하지. 그리고 사기가 떨어진다는 거지? 좋아, 그럼 원리 원칙대로 해 보지. 포두들 소집해. 흉악범을 잡기 위한 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훈련은 원래…….”
“포도대장의 의무지, 아랫사람들을 단련시켜 흉악범에게 입을지 모르는 만의 하나의 부상을 방비하기 위한 훈련은. 당장 소집해!”
결국 두 종사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가자 강진은 크게 기지개를 폈다.
사흘 동안 꼼짝도 안 해 몸이 찌뿌둥하다 못해 굳어 버린 것 같았다.
“일석삼조. 몸도 풀고 건방진 네놈들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면서 나를 이용한 것에 대한 복수도 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이건 합법적이란 말이야.”
강진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부 말은 버릴 게 없어.”
* * *
“순찰 중인 포졸들을 제외한 포두 여덟 명과 포졸 일흔두 명, 집합 완료했습니다.”
유실계의 보고에 강진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유실계와 미보의 뒤에 팔열종대로 서 있는 포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이레 동안 흉악범 대치를 가정한 훈련을 시작한다. 훈련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모두 몽둥이 들어.”
종사관들을 비롯하여 포두들, 포졸들까지 모두 당황하자 강진이 말했다.
“제일 느리게 뽑은 놈은 곤장 열 대다.”
사사삭.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포두들과 포졸들이 허리춤의 몽둥이를 손에 들었다.
강진은 아직도 멀뚱멀뚱 서 있는 유실계와 미보를 보며 말했다.
“귀관들은 뭐 하나? 안 뽑나?”
유실계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저희도 하는 겁니까?”
“허리춤에 찬 몽둥이는 장난감인가?”
미보가 먼저 몽둥이를 뽑아 들자 강진이 말했다.
“종사관 유실계.”
“네, 대장님.”
“곤장 열 대다.”
유실계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대장님! 그게 무슨…….”
“본관은 분명 가장 느리게 뽑는 사람은 곤장 열 대라고 말했다. 군에만 군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청에도 군법이 있다. 거기 이 포두, 정 포두.”
앞줄에 서 있던 포두 둘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대장님.”
“데려가서 곤장 열 대를 쳐라. 사정 봐주면서 치다가는 너희도 곤장 열 대다. 참고로 나는 청각이 아주 좋다. 실시.”
“실……시!”
두 포두가 조심스럽게 유실계에게 다가가자 그는 이강진을 보며 외쳤다.
“이런 법은 없습니다, 대장님!”
이강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이런 법 있다. 포도청의 훈련은 모두 포도대장이 주관하고 책임진다. 귀관은 모르겠지만 본관은 형법은 물론이고 관리 지침까지 모두 외우고 있다. 의심스러우면 찾아보도록. 일단 맞고 나서.”
잠시 후 곤장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미보를 비롯한 포두들과 포졸들은 바짝 긴장했다.
강진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훈련 방법은 간단하다. 본관은 흉악범이 되고, 각 조는 힘을 합쳐 본관을 제압한다.”
포두들과 포졸들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표정을 들을 때, 강진이 말을 이었다.
“본관을 제압한 조는 바로 훈련을 끝내고 은 스무 냥을 포상금으로 내리겠다.”
눈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훈련이 끝나는 건 물론이고 은 스무 냥이다. 못해도 두당 은 한 냥씩은 떨어진다는 소리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겉보기에 강진은 비리비리하게 생겼다. 거기에 약관에 과거에 급제했으니 하루 종일 책만 봤을 것이 분명할 터.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거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먼저.”
“나 포두, 짬밥순으로 하자고.”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하는 포두들이었다.
강진은 여유롭게 웃으며 그들이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았다.
‘어찌 된 게 쓸 만한 놈이 한 놈이 없어.’
자신이 이리 나왔을 때는 분명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포두나 포졸이 한 놈도 없었다. 그 정도의 간단한 생각도 못 하면서 어찌 범인을 잡을지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강진의 생각과는 달리, 이 문제는 그들을 탓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강진은 이미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러, 웬만한 무림인이 그를 봐도 그가 무림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할 터. 하물며 포졸들이 그를 알아보기는 무리다.
어느새 순서가 정해졌고 포두들 중 가장 고참인 정 포두와 포졸 아홉이 강진의 앞으로 나왔다.
“정 포두가 먼저인가?”
“네, 대장님. 크게 다치지 않게 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유롭게 미소까지 지으며 정 포두가 고갯짓을 하자 포졸들이 강진을 빙 둘러쌌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전력을 다하도록.”
“제압해랏!”
강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 포두가 외쳤고, 포졸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일단 포졸 둘의 몽둥이가 좌우로 휘둘려 오자 강진은 마치 겁이 난 것처럼 머리를 감싸며 몸을 숙였다.
머리 위로 몽둥이가 지나가자 강진은 그 자세 그대로 포졸들에게 몸을 기대었다.
퍽! 퍽!
순간 타육음이 들리며 달려들던 포졸 둘이 이 장은 넘게 날아가 바닥에 뒹굴었다.
가볍게 어깨를 부딪치면서 발경으로 날려 버린 것이지만, 겉보기에는 강진이 기대는 힘에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소리가 너무 크고 너무 멀리 날아가는 게 이상할 뿐이었다.
“뭣들 하는 거야! 일단 다리부터 제압해!”
정 포두의 지시에 또 포졸 둘이 양옆에서 다리를 노리며 달려들었고, 다른 포졸들은 정면과 뒤에서 달려들었다.
“아얏!”
강진은 다리에 힘을 살짝 주며 포졸들의 몽둥이를 맞았다. 그러고는 가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숙이고 있는 포졸의 옆구리를 살짝 밀었다.
휘리리리릭!
밀린 포졸과 그 뒤에 있던 포졸이 삼 장은 날아가 꼬꾸라졌으나, 강진은 아프다는 듯이 허벅지를 손으로 싹싹 밀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정 포두는 포졸들을 재촉했다.
“뭐 해! 다 잡은 걸 놓칠 생각이야?”
남은 포졸들이 살짝 몸을 숙이고 있는 강진에게 덮치듯이 몸을 날렸다. 강진이 포졸들에게 덮쳐지고, 정 포두가 허연 은자 생각에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빡! 빡! 빡!
갑자기 소리가 들리더니 포졸들이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팍! 팍! 팍!
그리고 소리가 난 숫자만큼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낙하 충격에 포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고, 웅크리고 있던 강진은 몸을 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이! 지금 이게 뭣들 하는 짓이야? 지금은 포도대장님이 아니라 흉악범이라고!”
정 포두는 포졸들이 감히 포도대장의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없어서, 거짓으로 날아간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포졸들은 극심한 고통에 입도 제대로 벌리지 못하며 바닥만 뒹굴 뿐이었다.
강진은 정 포두를 보며 말했다.
“봐주지 않아도 된다니까. 포두 최고참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 포두가 이리해 버리면 다음 포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그런 게 아니라…….”
정 포두가 뭐라 말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포두들은 모두 이게 무슨 짓이냐는 눈초리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사실 내심 주저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강진이 자신을 제압하라 했지만 그러다가 어디 한 군데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그 후환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실제로 전전 포도대장도 강진처럼 객기를 부린 적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기에 몇 마디 했더니 계급장 떼고 붙자는 말에 순진하게 진짜 싸웠고, 포도대장의 얼굴에 멍이 들었다.
그때는 의기양양했지만 그 후에 자신의 인사고과는 형편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절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수하들을 시켜 제압하려 한 건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두 나가떨어졌으니 환장할 일이었다.
하지만 동료 포두들의 눈빛에 정 포두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다.
정 포두가 마침내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봐주지 않아도 돼. 난 흉악범이라니까.”
강진이 살살 약을 올리자 정 포두는 몽둥이를 빙빙 돌리며 주변을 빙빙 돌았다.
“에이!”
그러다 빈틈을 발견하고는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어이쿠! 봐주지 않아도 된다니까.”
강진은 정 포두의 몽둥이를 살짝 옆으로 피하고는 몸을 돌려 정 포두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러고는 손에 힘을 주어 뒤로 홱 낚아챘다.
잽싸게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정 포두는 목덜미에서 어마어마한 압력을 느꼈다.
“어?”
그리고 발이 붕 뜸과 동시에 뒤로 맹렬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십 년 넘게 포졸 생활을 한 정 포두였다. 요새는 수하들이 다 처리하지만, 한때는 왈패들이 그만 봐도 벌벌 떨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
밀려가는 힘에 저항하다가는 정말 어디 한 군데 부러질 거라 생각한 그는 그대로 날아가 땅에 몸이 닿는 순간 낙법으로 몸을 굴렸다.
“우우우우우!”
다른 포두들과 포졸들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비리비리한 신임 포도대장이 그의 목덜미를 잡자마자 자기가 혼자 뒤로 나뒹구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게 아닌데…….’
정 포두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하지만 결과가 이러니 할 말이 없었다.
“정 포두 조는 실패네. 이거야 원, 우리 포도청에는 이런 약골들밖에 없는 건가?”
“저희가 하겠습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이 포두와 그 밑의 포졸들이 나섰다.
그 후로 정 포두는 더 이상 억울해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조보다 더 형편없이 나뒹구는 것을 보며 고소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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