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55)
관존 이강진 (55)
마찰
강진이 포도대장을 맡은 지 일 년.
반년 동안 신의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허구한 날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하던 신의현 사람들 입에서 제법 살 만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둑질은 여전히 있었지만 흉악 범죄는 자취를 감췄다.
전에는 해가 떨어지면 거리에 사람이 없었지만, 요새는 종종 야시장까지 열릴 정도로 밤에도 사람이 오갔다.
이 모든 게 포도청의 포두들이 사리 분별 명확하게 행동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사람들 입에서 강진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고, 어느샌가 강진은 돈 많은 이가장의 외동아들이 아닌 현에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강진은 그런 걸 사양하지 않았다.
저잣거리에 나가기만 하면 열의 아홉은 그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존경을 표했고, 말 한마디 나누면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생겼다.
자기 좋다고 따르는 사람들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강진은 유독 그걸 좋아했다.
자신의 손에 일만 명의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할 수 있는 통제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항상 웃으며 자신을 지금처럼 존경의 눈빛으로 보기를 원했다.
내친김에 나라에서 받은 봉록을 모조리 털어 현 내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까지 하자, 사람들은 더더욱 그를 칭송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이 생겼으면 그 반대인 자들도 생기는 법이다.
고리대금업자, 도박장을 가지고 있는 사업체, 이리저리 상점을 돌며 보호비를 걷는 왈패들은 강진이라고 하면 이를 갈았다.
호시탐탐 강진을 헐뜯고 쫓아낼 방법을 생각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였다.
강진은 여색도 도박도 좋아하지 않았다. 뇌물도 소용이 없었다.
언젠가 몰래 뇌물을 건넨 사람에게 강진은 이리 대답했다고 했다.
“뇌물이란 건 비합법적인 일을 원할 때 그걸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뭔가를 주는 것이지만, 돈은 나도 많으니 이건 뇌물이 될 수가 없다.”
그 후 뇌물을 주려던 사람과 연결시킨 종사관에게서 곡소리가 났고, 연대책임을 물어 종사관 아래 포졸들에게서까지 곡소리가 이레 동안 울린 후로는 그 누구도 뇌물을 쓸 생각조차 못 했다.
종사관부터 포졸까지, 뇌물의 뇌 자만 들어도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기겁을 했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자들은 이제 저리대금업자가 되고, 도박장 역시 큰돈을 만질 수가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새해 들어서 이 미친 포도대장이 범죄가 없는 신의현을 선포한 후로는 모두 목구멍에 풀칠하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밑에 딸린 식구들은 많은데 벌어들이는 돈은 적으니 작은 조직들부터 와해되기 시작하고, 신의현에서 가장 큰 대방파마저도 와해될 조짐이 보였다.
대방파의 두목 이대방은 이렇게 살다가는 말라 죽을 거라는 걸 직감하고는 방법을 생각했다.
‘우리만으로는 포도청을 상대할 수 없어. 그럼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공짜로는 안 될 테고…… 아냐! 여태 상납한 돈이 얼만데. 이런 때를 대비해 피 같은 돈을 상납한 것이 아닌가? 또 우리가 무너지면 매달 받는 돈도 사라질 테니 분명 도와줄 거야.’
이대방이 생각한 것은 광동성 최대 조직인 혈붕파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혈붕파는 자신과 같은 왈패들이 아니었다.
혈붕파의 간부들은 무림인이었고, 그 세도 삼백이 넘을 정도로 큰 조직이었다. 게다가 들리는 소문에는 녹림채와도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사실 정의에 불타오르는 포도대장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돈맛을 보며 타락해 가거나 아니면 흑사회의 협박에 그렇게 변하게 된다.
물론 그 체면도 살려서 혹시 모를 미친 짓은 미리미리 방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정의에 불타오르던 포도대장도 모른 척해야 하는 일들은 모른 척해 주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도 통하지 않는 포도대장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면 그만.
물론 대방파는 이런 작업을 할 실력은 되지 못했지만, 혈붕파는 그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이대방은 혈붕파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청했다.
* * *
“오라버니.”
서문정화가 포도청으로 출근하려는 강진을 불렀다.
“이 새벽에 일어났어? 그러고 보니 내 바빠서 너희에게는 신경도 못 썼네. 지내는 데 불편한 건 없어?”
“모두 잘 대해 주시는걸요. 미아랑 훈이는 살도 많이 쪘어요. 보시면 못 알아보실걸요.”
“쪄야지. 어린애가 비쩍 마르면 있던 복도 달아난다더라.”
“오라버니.”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강진의 물음에 서문정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오라버니 소식 들으신 거 있으신가요?”
“우람이? 그러고 보니 이 시키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나보다 더 무심한 놈이라니까.”
“모르시는 거예요?”
“알아볼게.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
“듣자 하니 오라버니가 하시는 일이 아주 위험한 일이라던데요.”
시어사는 권력이 있는 자리지만, 서문우람의 성격대로 움직이면 그 권력보다 더한 위험이 있는 자리였다.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쥐도 새도 모르게 시어사를 죽이는 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걸리면 일족이 몰살당하지만, 치부가 알려지면 어차피 죽을 거, 그런 모험을 하는 관리들이 없지는 않았다.
“걱정 마. 시어사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황실 무사들이 있으니까. 여차하면 현에 있는 병사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도 있고.”
“그래도…… 백 명 보내면 몇 분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강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누가 너에게 그런 걸 알려 주더냐?”
“그냥 듣기에 그랬어요. 누가 알려 준 건 아니고요.”
서문정화가 급히 하는 말에 강진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네 오라비다. 너희 때문에, 그리고 여태 공부한 게 억울해서라도 아무 일 없이 돌아올 거야.”
“그럴까요?”
“당연하지. 그리고 나도 사람을 시켜 알아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넌 미아랑 훈이만 잘 챙기고 있으면 돼. 그러고 보니 너 시집갈 나이구나.”
“오라버니!”
서문정화가 얼굴을 붉히며 외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우람이만 돌아오면 널 맞겠다고 매파가 줄을 설 거다. 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관리나 잘하고 있어.”
“오라버니!”
“하하하, 오랜만에 웃어 보네. 이래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놀리는 거구나. 그럼 난 나간다.”
손을 흔들어 보이며 집을 나오는 순간, 강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서문정화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녀석의 성격에 동생들을 이리 버려둘 리가 없는데. 아무리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말이지.’
서문우람은 유일한 친구고, 평생을 사귈 사람이다. 곽노를 제외하고 자신을 보일 수 있다면 그건 서문우람뿐이었다.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무슨 일이든 말하고 조언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은 엄청난 재산이자 복이었다.
강진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경험자이기도 했다.
곽노가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얼마나 변했는가?
‘분명 사부가 나보다 먼저 죽을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우람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되지.’
순간 강진은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듯했다. 그러고는 입술을 깨물고는 바닥을 마구 차기 시작했다.
‘나는 변할 수 없는 건가?’
보통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거였다.
곽노를 만난 후 곽노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지 않았건만, 생각할 때가 되니 계산적으로 변하는 자신이 왠지 괴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一. 사부는 내게 뭐지?
二.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가?
三. 나는 내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인가?
四. 아니, 내가 생각했던 좋아하는 감정이란 게,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었던가?
五. 그럼 서문우람은? 그는 내게 뭐지?
六. 어쩌면 나는 정말 괴물이지만, 사부가 알려 준 대로 사람의 탈을 뒤집어쓴 것인가?
七. 나는 정말 이런 괴물인 건가?
강진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건 강진에게 있어 큰 충격이었다.
어쩌면 깊숙한 내심에는 자신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곽노를 만난 후 사람인 것처럼 행동할 뿐이다.
강진은 고개를 크게 저었다.
一. 선택이라고 했어.
二. 똑똑한 사람이라고 했어.
三. 그 전장을 선택했던 사람처럼, 나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한 나는 사람이야.
四. 나는 괴물이 아니야.
그렇게 결론 내리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기분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 순간 강진은 허리춤에 찬 칼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나를 휘둘러 봐. 그럼 기분이 좋아질 거야.”
칼은 마치 사람인 양 말을 거는 듯했다.
“흥!”
하지만 강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일이 있어. 일이 끝나면 신 나게 휘둘러 주마. 나는 현명하고 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니까.”
강진은 포도청으로 향하는 걸음에 힘을 주었다.
마음이 가니 자연스럽게 진기가 일어나 강진의 몸이 붕 뜨고 마치 날아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도청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원래 강진에게 무척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애초에 이 기분에 무림인이 되고 싶었고 고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새벽에 말을 타는 대신 이렇게 신법을 이용해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한 거리를 달렸지만 나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리,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그리고 포도청 대문 앞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내를 보고는 더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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