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57)
관존 이강진 (57)
남공진의 집의 모든 식솔들이 포도청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서, 강진은 짜증이 났다. 이 일 때문에 퇴청을 한 후에도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칠색 보옥 반지라…….’
칠색 보옥 반지는 말 그대로 일곱 가지 색을 지닌 옥으로 만든 반지라는 뜻이고, 굉장히 희귀한 물건이니 그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서수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 역시 상당히 착한 사람이라는 건데…….’
강진은 무척 객관적이다. 정확히는, 성격에 문제가 있어 주관이 개입할 여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서수현의 말이 사실일 경우의수도 놓치지 않았다.
장삼의 십 년 세경이 아니라 백 년 치를 모아도 부스러기조차 살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반지.
그걸 매를 때리고 세경을 압수한 것만으로 용서했다면, 건방지긴 하지만 나름 착하고 제대로 배운 여인일 터.
하지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장삼이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을 터였다.
장삼도 그 반지의 가치를 알 터이고, 몇 대 맞고 세경을 빼앗긴 걸로 그 일을 넘어갈 수 있었다면 몇 년 조용히 있다가 반지만 들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 훨씬 유리했을 터이니 말이다.
진실의 무게는 장삼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만약 제삼자가 팔았다면 찾지 못할 것도 아니잖아.’
강진은 곧바로 정 총관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우리 상단도 귀금속, 보옥을 취급하지?”
“네. 상단, 전장 모두 취급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물으십니까?”
정 총관의 반문에 강진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원하는 걸 물었다.
“칠색 보옥으로 만든 반지라면 우리 쪽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지?”
“칠색 보옥이라면 흔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런 물건은 팔지 않고 보관했다가 나중에 급한 일이 있을 때 씁니다.”
“급한 일이라는 건, 뇌물에 쓴다는 건가?”
“도련님께서는 모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 내가 알면 아주 곤란해지지. 하여간 그렇다면, 근래에 이 보옥 반지가 우리 쪽에 들어왔다면 금방 알 수 있겠네.”
“어디에선가 그걸 사들였다면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혹시 누가 그걸 잃어버렸다고 한 겁니까?”
“우리가 장물도 사나?”
정 총관은 곤란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장물을 구매하는 건 법에 어긋납니다. 다만 우리가 장물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확인할 수 있다는 거지?”
“네, 도련님. 그런데 혹시 남씨 집에 도둑이라도 들었답니까?”
“정 총관도 알고 있었나?”
정 총관은 다시 곤란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도련님이 궁금해하신다는 건 포도청, 그것도 우리 현에서 일어날 일이라는 의미이고, 또 그런 반지를 가지고 있을 사람은 그 집안 큰부인밖에 없으니까요. 사실 그 칠색 보옥 반지는 우리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겁니다.”
“그녀 가문의 권력이 그 정도란 말이야?”
“실세 중 하나이니 환심을 사서 나쁠 건 없지요. 도련님도 사업을 물려받으시면 다 알게 되실 겁니다.”
자신의 가문에서 그녀에게 그 정도의 예물을 줬다면, 그녀의 말마따나 섣불리 행동해서 가문에 좋은 일은 없을 터.
강진은 잘 참았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그 반지 도난당했다. 그걸 수사 중인데 성에 그 반지가 있는지 알아봐 줘. 고가이니 그걸 소화해 낼 만한 사람이 많지 않잖아?”
“우리 쪽이 아니더라도 확인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그래.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정 총관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틀이면 됩니다. 제가 도련님을 도와 드릴 수 있게 되어 크게 기쁩니다.”
“곤란해질 수도 있어. 서수현이라는 여자가 거짓말을 했으면 그냥 두지는 않을 생각이니까.”
“도련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법대로 처리하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혹시라도 이가장 일 때문에 도련님의 심신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장주님의 엄명이 있었으니까요.”
강진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요새 일이 많아 바쁘시긴 하지만, 도련님이 어찌 지내시는지 꼬박꼬박 확인하십니다. 현 내 사람들이 도련님을 칭송한다는 이야기에는 아주 크게 웃기까지 하셨지요.”
“그래? 그랬단 말이지?”
“네. 아주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은근히 영전하기도 바라시지요. 솔직히 도련님 능력에 포도대장직은 너무 낮지 않습니까?”
기대받는 걸, 특히 부친에게 기대받는 걸 무척 좋아하는 강진이었다.
“그런 걸 나에게 직접 이야기하시면 좀 더 힘을 낼 텐데 말이지.”
“아버님 성격을 모르십니까? 일단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결과만 내시면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 이미 다른 현 포도대장의 실적을 추월한 지 오래니까.”
“아무렴요. 우리 도련님이 누구신데요.”
정 총관이 치켜세우자 강진은 짜증 났던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 걸 느끼며 말했다.
“그럼 좀 알아보고 곧바로 나에게 알려 주도록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정 총관이 사라지자 강진은 기분이 한결 나아져 느긋하게 생각했다.
‘성내에 있다면 반드시 알려질 터. 일단 좀 쉬자. 대인이 되기 전에 내가 먼저 과로로 쓰러지겠네.’
그리고 히죽 웃으며 크게 기지개를 폈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군.’
강진은 곧바로 산 공터로 올랐다.
‘집에 연무장 하나 만들면 좋겠는데 말이지.’
다른 건 무조건 준비해 주는 정 총관이 연무장만큼은 난색을 표하며 이런저런 변명을 해 대서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었다.
“뭐, 여기가 좋긴 더 좋지. 잘라 버릴 것도 많고.”
후원에서도 못 휘두를 건 아니지만, 얼마 전에 몇 시진이나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 사람들이 겁내 한다는 곽노의 주의를 들은 터라 이 공터까지 오른 것이다.
“후우!”
가볍게 몸을 푼 후 강진은 선 자세로 천단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팔 단의 천단공은 몇 번의 호흡만으로 전신을 진기로 충만히 채웠고, 강진은 서서히 칼을 뽑아 들었다.
‘나도 이제는 고수라는 건 알겠지만, 그때 오룡삼봉인가 뭔가 하는 애들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인지는 모르겠네.’
천단공 팔 단을 이룬 후에 소양풍은 강진에게 너는 고수이고, 너를 이길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들에게 받은 충격은 강진에게 있어 특별했기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기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영감님은 간 지가 일 년이 넘었는데 왜 안 돌아오는 거야? 수십 년 동안 제자를 찾아 헤맸다면서 뭐 이리 무관심해?’
소양풍이 급한 일이 있다고 사라진 지도 일 년이 넘었지만 아직 소식 한 장 없었다.
하지만 이내 강진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칼의 마력에 빠져 또다시 무아지경인 상태로 움직였다. 어느 순간 자신은 사라지고 공간에는 칼만이 남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리고 사기(邪氣)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강진은 그걸 자각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는 사기마저도 힘의 한 부분일 정도였다.
원한다면 저 달마저도 베어 버릴 듯한 충만한 기운에 강진은 점점 칼에 빠져들었다.
사기는 점점 형체화돼 가며 강진을 조금씩 삼키기 시작했다.
만약 소양풍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당장이라도 중단시켰을 것이다. 또 다른 주화입마인 광인(狂人)의 징조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양풍은 자리에 없었고, 사기는 점점 기세를 더해 가며 강진을 집어삼켰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강진의 앞으로 날아드는 복면인이 있었다.
하지만 강진은 복면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집중하여 칼만 휘두를 뿐이었다.
복면인은 그런 강진의 모습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았다.
천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작 이 년도 안 돼 이런 힘을 가지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르신도 없는데…… 아저씨라면 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강진의 상태는 지금이라도 당장 광인이 될 것 같았다.
‘어차피 그분이 주신 생명!’
복면인은 검을 뽑아 들고 검병을 꽉 쥐었다.
목숨을 건다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으로 강진에게 사달이 났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
복면인은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뭐야?”
강진이 칼을 휘둘러 복면인의 검을 쳐 내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너무나도 태연스럽게 묻는 강진을 보며 복면인은 경악했다.
분명 요도(妖刀)에 취해 광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목숨까지 걸고 달려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신이 소리친 것만으로 제정신으로 돌아오더니 검을 쳐 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아니었다. 분명 그 기운은 지나치게 사이했고, 강진의 표정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단숨에 그 기운을 떨쳐 낸 거지?’
복면인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강진이 말했다.
“뭐가 어떻게야? 그것보다는, 호위 무사 주제에 그렇게 다짜고짜 달려들면 어떡해?”
“…….”
“뭘 그리 봐?”
“그게…….”
복면인이 우물쭈물하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내 무공을 보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인 거지? 무인은 호승심이 강해서 강한 사람을 보면 막 한번 붙어 보고 싶어진다던데, 그런 거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복면인이 딱 잘라 말했지만 강진은 이미 싸울 생각에 좋아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렇게 무공을 열심히 익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당신 때문이었어. 옛날엔 한 대도 못 때리고 맞기만 했잖아.”
강진이 요도를 빙빙 돌리며 다가가자 복면인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그 칼 어디서 났습니까?”
강진은 칼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어때, 멋지지 않아?”
“어디서 나신 겁니까?”
“주웠지.”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복면인은 심각하게 다시 물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 칼 어디서 나신 겁니까?”
강진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이기면 말해 주지.”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나도 장난하는 거 아니야. 너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내가 워낙 강해져서 네가 크게 다칠까 봐 부르지 않았던 거야. 그래도 내 호위 무사인데 다치게 할 순 없잖아. 그런데 지금 보니 쓸데없는 기우인 것 같아. 한번 해보자고.”
복면인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기면 그 칼,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그건 곤란하지.”
“저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거짓이었습니까?”
“좋아. 그럼 내가 이기면 어떡할래?”
“뭘 원하십니까?”
“거래 잘하네. 좋아, 내가 이기면 그 복면을 벗어. 그리고 날 감시하지 마. 이제 호위 무사는 필요 없거든.”
“남아일언…….”
“중천금이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강진이 칼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잡자 복면인도 몸을 낮추고는 검을 수평으로 세웠다.
“신기한 자세네. 그럼 간다!”
선공은 강진이었다.
광충유영의 초식으로 복면인처럼 몸을 낮추고는, 복면인의 옆을 쳤다.
복면인은 해룡출해(海龍出海)의 초식으로 검을 재빠르게 수직 이동시켜 칼을 막아 내며, 해룡낙하(海龍落下)의 초식으로 강진의 어깨를 베어 나갔다.
전광석화 같은 공수 전환에 강진은 신기해하면서도 급히 바닥에 몸을 굴려 피한 후 일어나며 말했다.
“괜찮은걸.”
“약속 잊지 마십시오.”
복면인은 짧게 말하며 노룡전진(怒龍前進)의 초식으로, 마치 바닥을 쓸어 나가듯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강진은 광충난행으로 자제를 낮춘 상태에서 같이 칼을 마구 휘두르며 맞았다.
챙! 챙! 챙!
칼과 검이 마구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두 사람은 일진일퇴를 반복했다.
하지만 무기의 특성상 휘두르는 초식끼리 부딪치면 칼이 훨씬 유리했고, 강도 역시 칼이 더 강한 편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복면인의 검면은 흠집투성이였고, 검날 역시 몇 군데 작게 이가 빠졌다.
‘도대체 무슨 칼이기에…… 내 해왕검이!’
강진이 쥔 칼이 요도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검도 그런 칼에 밀릴 것은 아니었다.
복면인은 어쩔 수 없이 강진의 요도와 부딪치는 방법 대신 비껴 내는 방법을 취했다. 때문에 복면인의 움직임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팽팽히 맞설 수 있는 건, 강진의 실전 경험이 극히 적은 까닭이었다.
더 밀어붙여야 할 때는 뒤로 물러서고, 물러서야 할 때 힘으로 맞부딪치는지라 복면인은 아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내력 싸움만 피하면 돼!’
고수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서로의 내력 때문에 무기가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수가 있었고, 제대로 당기면 내력 싸움으로 변하기도 한다.
복면인은 그런 상황은 철저하게 피했다. 강진의 내공은 그가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복면인은 오로지 초식의 유리함과 경험의 풍부함으로 강진의 공격을 막아 내고 역습하며, 자신의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노렸다.
싸움이 오십여 초가 지나자 강진은 점점 호흡이 곤란해졌다. 몇 번의 호흡만으로도 충만한 진기를 만들어 주는 천단공이었지만, 거듭되는 거친 호흡에 진기가 불순해지기 시작했다.
강진이 다시 광충유영을 시전하며 내력이 잠시 끊기는 순간을 복면인은 놓치지 않았다.
해룡잠행의 수법으로 여태 피했던 내력 싸움을 걸었고, 복면인의 내력이 요도를 따라 손으로 침투했다.
‘지금!’
복면인은 순간 발경으로 내기를 터트리면 반드시 강진이 저 요도를 놓칠 거라 확신했다.
“기다렸어!”
복면인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강진은 자신의 의도대로 칼은 놓았지만, 그걸 준비했다는 듯이 내기가 터지기 전에 손을 놓고 터진 후에 칼을 잡으며 그대로 밀어낸 것이다.
급히 검을 꺾어 강진의 역습을 막았지만, 그 여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퍼어어엉!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소리가 나더니 복면인은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그대로 뒤로 쭉 밀려났다.
“쿨럭!”
복면인은 한 모금의 검은 피를 토해 내며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여유롭게 칼을 거두며 말했다.
“내가 이겼지?”
“어떻게 아신 겁니까?”
복면인의 반문에 강진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고수, 나도 고수. 내가 네 상황을 아니 너도 내 상황을 알았겠지. 고수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 난 그 기회를 내주고 다른 기회를 잡아야 했지. 그리고 성공했고.”
말은 참 쉽게 하지만 엄청난 배짱과 자신감이 없이는 절대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었다.
그걸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강진이 해낸 것이다.
“이제 약속을 지켜. 일단 얼굴부터 보자. 도대체 몇 년이나 내 곁에 있었던 거야?”
순간 복면인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 야!”
강진도 신법을 전개하며 복면인을 뒤쫓았다.
허나 보법은 배웠지만 신법은 그저 날아 걸어가는 것밖에는 모르는 강진이었다. 반면 복면인은 땅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강진과의 거리를 조금씩 벌렸다.
“야! 남아일언중천금이라면서?”
복면인은 뒤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뭐야?”
강진이 머뭇하는 사이 복면인은 강진이 쫓을 수 없을 거리까지 멀어졌다.
“그럼 그냥 싸우기라도 해. 재미있었으니까.”
복면인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달리다가 이내 강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재미있었는데. 뭐, 호위 무사라면 또 보겠지.”
강진은 깨끗이 포기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