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59)
관존 이강진 (59)
“너 잡으러 온 거 아니니 울지 마. 재수 없게.”
정 포두가 말했다.
“이놈아, 뭐 하냐? 포도대장님이시다. 얼른 인사드려.”
앳돼 보이지만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닌 사람이 포도대장이라는 말에 송두이는 얼른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송두이입니다. 포도대장님을 뵈어서…… 뵈어서…….”
“영광인 거 나도 알고 있으니 고개 들어 봐.”
송두이가 고개를 들자 강진이 물었다.
“정 포두 말로는 네가 이 바닥에서 발이 좀 넓다면서? 일도 꼼꼼하게 처리하는 편이고 말이야.”
“아는 사람이 조금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송 모, 친구를 팔 생각은 없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강진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정 포두가 말했다.
“가끔씩 왈패들을 정보원으로 쓰곤 해서, 저놈이 지레짐작으로 저리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정 포두는 다시 송두이를 보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장님이 물으시는 말에나 제대로 대답하라고. 네 식솔들 먹여 살려야지.”
강진은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송두이를 향해 말했다.
“너 홍등가 쪽에도 아는 사람이 좀 있냐?”
그제야 송두이의 안색이 환해지며 대답했다.
“아! 포도대장님도 그런 쪽에 생각이 있으신 거군요. 역시 영웅은 호색이라, 포도대장님 정도면 모두 맨발로 나와 환영할 겁니다.”
강진은 피식 웃고 송두이를 보며 말했다.
“지레짐작으로 계속 그딴 말 하면 죽는다.”
“네? 네! 알겠습니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내가 하는 말만 잘 따르면 먹고살 길이 열릴 거야. 솔직히 내가 지금 너 같은 놈들을 많이 잡고 있지만, 아주 없앨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아. 그럴 바에는 적당히 내 앞길에 도움이 되는 녀석이 해 먹게 하는 게 낫겠지.”
강진의 말에 송두이는 이것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명만 하십시오. 소인, 목숨을 걸고 해낼 것입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마음에 든다. 그럼 몇 가지 묻겠다. 신의현에 기루는 몇 군데나 되고 기녀는 모두 몇 명이나 되냐?”
“신의현에서만 말입니까? 현 내라면 일단 정식 영업하고 있는 곳이 네 군데에, 그저 오입질만 하는 곳이 한 군데 있습지요. 기녀 숫자는 모두 백이 조금 넘어갑니다.”
“신고가 안 된 곳도 있단 말이지?”
송두이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조만간 없어질 겁니다. 원래 그런 곳은 여자가 계속 바뀌어야 하는데…… 포도대장님이 오신 후로는 여자 공급하는 곳이 모두 사라져서…….”
“그래야지. 인신매매는 안 되지. 그럼 또 묻겠다. 혹시 남공진이라는 자에 대해 아나?”
“남공진이라 하면…… 상수에 사는 그 남공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남공진이 맞다. 아는 게 있구나?”
“혼인 전에는 큰손으로 꽤나 이름을 날렸습니다만, 혼인을 한 후에는 신의현 기루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그럼 다른 현에는 간다는 소리냐?”
“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성도에 있는 기루에 출입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기루가 어딘지 알고 있느냐?”
“잘 알지 못하지만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거기에도 네 인맥은 있는 거냐?”
“성도는 저희와 노는 물이 달라서 아는 형제가 적고 영향력도 크지 않지만 사람 하나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럼 됐다. 그리 어려운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니니. 남공진이라는 자가 어느 기녀와 어울리는지만 알아보면 된다.”
그 정도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송두이는 희망을 품고 강진을 보며 확인하듯이 물었다.
“그것만 알아보면 됩니까?”
“그 기녀가 어떤 여자인지도 알아내야 되겠지. 얼마나 걸리겠느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니 한 달 정도면 충분합니다만…….”
“합니다만?”
강진의 물음에 송두이가 정 포두를 보며 곤란한 눈빛을 하자, 정 포두가 무서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푼돈에 연연하지 마라. 포도대장님이 누군지 몰라서 그러느냐?”
“아! 돈이 필요하단 소리군. 그걸 뭘 그리 빙빙 돌려 말해?”
강진은 품에서 전낭 하나를 꺼내 주며 말했다.
“제대로만 알아 와. 그럼 신의현에서 조직이라 불릴 만한 곳은 네놈의 철권판지 변권파인지밖에 없을 테니까.”
“소인, 그년의 속옷 색깔까지 알아내 오겠습니다.”
“한 달이다. 본관은 그리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상벌이 아주아주 확실한 사람이기도 하고.”
“목숨 걸고 완수하겠습니다.”
“그럼 기대해 보지. 그리고 좀 치우고 살아라.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러 참을 수가 없네.”
넙죽 엎드려 절하고 있는 송두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자 정 포두가 조심히 물었다.
“대장님, 정말 녀석의 조직만…….”
“본관이 언제 장난으로라도 거짓말하는 거 봤나?”
“못 봤습니다. 그래서 여쭙는 겁니다.”
“물을 게 뭐 있어? 현 내에는 변권파만 남겨 둘 거야.”
“하지만…….”
강진은 깜짝 놀라 뭐라 말하려는 정 포두를 제지하며 말했다.
“알아. 뿌리 뽑는 건 불가능하다는 정 포두의 말은 이해했어. 그러니 변권파를 남겨 두겠다는 거 아니야? 또 자네가 그랬잖나, 꽤 쓸 만한 녀석이라고. 어차피 뿌리 뽑는 게 불가능하다면 쓸 만한 녀석을 두고 관리를 해야지.”
“현명하십니다.”
“현명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 앞으로 이렇게 은밀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종종 생길지도 모르니까. 하나 키워 두면 두고두고 편하겠지.”
“그런데 다른 흑사회 조직들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너희를 훈련시킨 거잖아. 훈련이 모자라? 감히 내게 훈련을 받고도 왈패 따위를 못 당할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정 포두는 기겁을 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래,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강진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아주 흉악한 놈들은 따로 작성해서 보고해. 내가 직접 잡아 오지.”
“곧바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정 포두는 강진의 마음이 바뀔세라 재빨리 대답했다.
* * *
밤이었다.
강진은 퇴청한 후 공터에서 칼을 보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네가 명도이긴 한가 보다. 내 호위 무사도 너를 탐내는 것 같았거든.”
장삼의 일을 제외하면 무료하다 싶을 정도로 잘 돌아가는 포도청이었기에, 강진이 칼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멋지긴 멋지지. 그런데 혼란스럽게는 하지 마라. 가끔씩 짜증 난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내기도 아니고 칼이 가지고 있는 서늘함이 들어온다는 건, 처음 휘두를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그 강도가 점점 심해져, 얼마 전에는 거북할 정도로 침범해 오는 바람에 칼을 집어 던질 뻔했다.
기이이이이이.
강진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손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요도라는 건가? 이야기책에서만 나오는 건 줄 알았더니.’
강진은 칼을 몇 번 휘두르며 말했다.
“마지막 경고야. 제가 무슨 여자라고 앙탈이야, 앙탈이.”
그리고 칼을 넣으려는 순간 강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급히 칼을 쳐 올리며 소리쳤다.
“왔구나.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지이이이잉!
동시에 괴이한 소리가 들리며 칼이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칼과 함께 춤을 추는 검이 있었다.
“이제는 안면 몰수했구나! 암습이라니 말이야.”
암습을 당했음에도 강진은 즐거워 소리쳤고, 검의 주인인 복면인의 말이 그 뒤를 따랐다.
“암습이란 몰래 하는 것이고, 공자님은 이미 알고 계셨으니 암습은 아니지요.”
강진은 멋들어지게 검을 밀어내고는 몸을 회전하여 복면인을 공격하며 말했다.
“그래도 저번에는 비겁한 건 사실이었잖아.”
복면인 역시 같이 회전하며 계속해 도를 비껴 치며 대답했다.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강진은 공격을 멈추며 말했다.
“그럼 당신 여자야?”
“…….”
“어라, 정말이었어?”
강진은 감히 여자 따위가 고수인 자신과 맞먹을 실력이라는 데 신기해하며 말했다.
“여자는 살림이나 하지, 무공은 익혀서 뭐해?”
“허튼소리!”
항상 중성적인 목소리이던 복면인에게서 여인의 앙칼진 소리가 튀어나오더니 곧바로 강진의 허리를 베어 왔다.
“워워, 잠깐만.”
복면인의 움직임이 멈추자 강진은 칼을 거두며 말했다.
“군자는 소인과 여자랑은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대인이 될 사람인데 더더욱 싸우면 안 되지.”
강진의 황당한 소리에도 복면인은 별다른 희로애락을 나타내지 않고 말했다.
“그럼 그 칼 내놓으십시오.”
“그건 안 되지. 이건 내 거야.”
“그럼 계속하는 수밖에요.”
복면인이 다시 공격함에 강진도 다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열 번의 공방이 순식간에 오간 후, 강진이 외쳤다.
“너 어떻게 이리 금방 강해진 거지?”
강진도 이제 알았다.
일정 수준에 이른 무공, 한마디로 고수가 된 후로는 그 능력이 증가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한 달 전 복면인과 싸웠을 때, 초식은 밀리지만 내공은 자신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제 그녀의 내가공부가 자신과 대동소이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고작 한 달 사이에 말이다.
“공자님이 그런 말을 하시면 안 될 겁니다. 고작 일 년 만에 저를 능가하려 했으니까요.”
복면인이 계속 공격하면서 하는 말에 강진은 계속 수세에 몰리며 소리쳤다.
“야! 나는 천재잖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하고 태연스럽게 자신을 천재라고 하는 강진이었다.
“잠깐, 그럼 너도 천재인 거야? 뭔 천재가 이리 많아?”
강진이 투덜거렸지만 복면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해룡환희의 수법으로 강진의 좌우를 오가며 빈틈을 노렸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변화에 강진은 당황하여 연거푸 뒤로 몸을 날리며 검을 쳐 내기에 바빴다.
‘이래서 나도 제대로 된 초식을 배워야 하는 건데. 무명도법으로는 무리잖아.’
사실 무명도법도 제대로 쓰기만 하면 충분히 훌륭한 무공이었지만, 아직 강진에게는 그런 안목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스승 없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라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강진은 독하게 마음먹었다.
변화를 모른다면 철저하게 무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변검은 모르지만 쾌검은 자신이 있지 않은가?
씨이이이이이잉!
순식간에 소리만으로도 베여 나갈 듯이 강진의 칼이 빨라졌다.
변화를 무식하게 하나의 선만으로 제압하려 했고, 또 그 방법은 꽤나 효과가 있었다. 그야말로 한칼 맞아 줄 테니 너도 한칼 맞아라 하는 듯한 공격에 복면인이 당황하며 오히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운인지 아니면 재능인지, 이제 헷갈릴 정도의 적절한 대처에 복면인은 잠시 방어에 집중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에 반해 강진은 점점 기세를 올리며 칼의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는 듯했다.
싸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복면인은 애초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괴이한 사기가 다시 강진에게 몰려든 것이다.
“잠깐!”
복면인은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저 사기가 강진에게 큰 해를 끼칠 거라는 생각에 급히 물러나며 소리쳤다.
“뭐야?”
강진도 칼을 물리며 입을 여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기가 사라졌다.
“공자님, 그 칼 저에게 주십시오. 공자님에게 큰 해를 불러올 겁니다.”
복면인의 간곡한 목소리에 강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뭣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혹시 칼을 쓰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하셨습니까?”
강진은 칼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가끔씩 이상하긴 하지. 쇳덩어리 주제에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거? 혹시 그것 때문에 이 칼을 달라고 한 거야?”
복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도일 확률이 높습니다. 계속해서 그 칼을 쓰시다가는 공자님에게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저에게 그 칼을 주시면 내력을 알아보고 그것을 없앤 후에 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아,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먼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공자님!”
“내가 고작 이따위 쇳덩어리에 휘둘릴 것처럼 보여? 그런 일 없대도. 칼 쓸 맛 나게 해 주는데 왜 너에게 이걸 줘? 오히려 그게 이놈의 장점이라고.”
장점이 맞다.
어떤 요도인지는 모르나 제대로 제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병기에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제어할 수 있다면 또 요도가 아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듯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용자의 혼을 잠식해 가는 것이 요도다.
“주실 생각이 전혀 없으시군요?”
“내가 왜? 그리 갖고 싶으면 힘으로 뺏어 보라고.”
강진의 대답에 복면인은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천 초를 겨룬다면 뺏을 수 있을 터였지만, 그 전에 강진이 요도에 혼을 잠식당해 광인이 될 확률도 있었다.
그 확률이 얼마가 되든 복면인은 그런 모험은 하기 싫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요. 하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그 칼을 내놓으셔야 할 겁니다.”
“능력껏.”
복면인이 사라지자 강진은 칼을 보며 중얼거렸다.
“요새 너랑 노느라 내가공부에 소홀했나 보다.”
강진은 칼을 나무 방망이에 꽂아 넣고는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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