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60)
관존 이강진 (60)
두려움
“광인루(光人樓)?”
처음 들어 보는 이름에 강진은 잠시 생각했다.
이가장이 관여하고 있는 주루에는 그 이름이 없었고, 광동성에서 이가장이 관여하지 않는 주루는 신경 쓸 가치가 없는 작은 사업장들이기 때문이다.
“네. 아주 유명한 기루입니다. 호남 장사성에 본점이 있는데 워낙 유명해서 분점도 몇 개 있고, 이곳도 그런 분점 중 하나입니다.”
“유명해 봤자 기루지. 워낙 유명할 것까지야.”
강진의 말에 송두이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건 대장 나리께서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풍류를 아는 자라면 반드시 광인루로 가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때문에 한번 들어가려면 은자가 아닌 황금을 지녀야 할 정도로 비싸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남공진이 자주 간다는 곳이 그곳이란 거지?”
“네. 소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래, 광인루의 어떤 기녀인가?”
“그게…….”
송두이는 갑자기 쩔쩔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 층의 기녀라는 것밖에는…….”
“사 층 기녀는 또 뭐야?”
“그게, 광인루는 총 사 층으로 되어 있고, 기녀들도 미모와 기예에 따라 등급이 있는데 이, 삼, 사 층 기녀로 나뉜답니다. 그런데 가격이…….”
“층마다 다 다르다는 거군.”
“네. 층간의 차이가 거의 두 배나 되는지라……. 대장 나리께서 주신 돈은 간신히 이 층 구경할 정도의 수준인지라…….”
송두이가 눈치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사 잘하는 집이네. 격을 나눠서 허영심을 자극한다라……. 우리 집 총관한테도 이야기해 줘야겠어.”
강진은 송두이를 보며 물었다.
“그래, 그 사 층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줄 테니 다시 한 번 가 봐.”
“그게…… 황금 스무 냥은 있어야…….”
“황금 스무 냥? 기녀 몸에 금테 둘렀대?”
“거기에, 거시기도 하지 못한답니다. 기녀 마음대로랍니다. 그마저도 거시기를 하려면 아예 들어앉혀야 한다고 합니다.”
“하하하, 색다른 표현이군. 거시기라……. 좋아, 스무 냥을 줄 테니 거시기까지 해 봐.”
강진이 크게 웃으며 하는 말에 송두이는 이번에도 난색을 표했다.
“돈도 돈이지만, 손님의 신분이나 학식 수준도 따진다고 합니다. 장사성 본점은 칠 층으로 나뉘는데 그곳 칠 층은 고관대작이나 유명한 학사, 무인이 아니면 꿈도 못 꾼다고 하더군요.”
“허영심에 호승심까지 자극하네.”
“그래서 소인은 돈이 있어도…….”
“뭔 소린지 알겠다. 수고했다.”
“대장 나리께서 명령하시면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됐어. 나가 봐.”
축객령이 떨어졌는데도 송두이가 어영부영 눈치만 보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본관은 기억력이 무척 좋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눈치 보는 짓 따윈 하지 말도록.”
송두이가 급히 고개를 숙이자 강진은 손을 휘저어 그를 내보내고는 생각했다.
‘광인루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되는 법. 직접 가서 볼까?’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사부도 데려갈까? 황금 스무 냥짜리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기겁을 하겠지만.’
얼마 전에 사부가 죽는다면 하는 몹쓸 생각을 한 이후로 곽노에게 내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강진은 이 기회를 사부 공경(?)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 * *
“어디?”
“좋은 곳이에요. 이게 다 잘난 제자 둬서 갈 수 있는 곳이니 따라오시기만 하세요.”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광주까지 가려고?”
곧 혼인을 앞뒀기에 이래저래 일이 많은 곽노였다. 무엇보다도 요새는 집을 보러 다니느라 바빴다.
강진은 혼인 후에도 이가장에서 살라고 강권했고, 부인 될 이 씨에게도 공손하게 대하긴 했다.
하지만 곽노는 강진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있기에 잘하는 것이지, 자신이 죽고 나면 이 씨는 그냥 아는 사람이 될 터. 자신이 죽고 난 후에 이 씨가 마음 편하려면 집은 있어야 했다.
“좋은 술이 있는 곳이니 따라오기나 하시라니까요.”
하지만 강진은 그런 곽노의 속도 까맣게 모른 채 끌다시피 곽노를 마차에 태웠다.
“광주까지 가려면 며칠 걸릴 텐데 포도청은 괜찮겠냐?”
마차에 오른 후 곽노가 묻는 말에 강진은 대답했다.
“휴가 냈어요. 작년에 하루도 안 쉬었잖아요. 그놈의 대인 되려고요. 덕분에 요새는 저 없어도 잘 돌아가요.”
“미리 이야기나 해 주지. 그럼 좀 서둘러서 준비했을 텐데.”
“아직도 집 보러 다니시는 거예요? 그럴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내 집 하나 있는 게 든든하지.”
“저 살아 있는 동안은 걱정하실 게 없대도요. 혹시 저보다 오래 사시려고 하는 거예요?”
“염병. 빨리 죽으라고 하는 말보다 더 무섭다, 이놈아.”
“으음, 사실이 그렇잖아요. 제가 사부보다 어리고 더 건강하니까.”
곽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됐다. 그나저나 정말 어디 가는 거냐?”
“사부, 기루 가 본 적 있으세요?”
“기루? 설마 기루에 가는 거냐?”
“가 본 적 없으세요?”
“가 본 적이야 있지. 내 돈으로 간 건 아니지만. 그런데 뭐하러 광주까지 가냐?”
“엄청 좋은 곳이 있대서요. 사부도 많이 가 본 적이 없다 하셨으니 좋은 구경이 될 거예요.”
곽노는 약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씨가 알면 좋은 게 없는데…….”
“가기 싫다는 말씀은 안 하시네요.”
“가기 싫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어여쁜 처자들 구경하는데 싫다고 할 사내가 있겠냐?”
“진짜 예쁜 여자들만 있는 곳이래요. 은자도 아닌 황금을 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얼만데?”
“사부가 알면 기겁하실 거예요. 그냥 아무 말씀 마시고 구경이나 하세요.”
“그러니까 얼만데?”
강진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곽노는 예상대로 기겁을 했다.
“마차 돌려라. 어떤 미친놈이 기루에서 하루 노는 데 그 돈을 써? 웬만한 갑부가 아니라면…….”
“저 갑부예요. 모르세요?”
“야야, 암만 그래도…… 에이! 모르겠다. 그래, 잘난 제자 덕분에 그런 곳도 좀 구경해 보자. 그런데 이건 네 사모한테는 비밀이다. 알았지?”
“아직 혼인도 안 했는데 벌써 그렇게 잡혀 사시려고 하세요? 사부만 보면 혼인은 왜 하나 싶다니까요.”
“어디 보자, 네놈은 어떻게 살지.”
두 사람이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도 마차는 부지런히 광주를 향해 달렸다.
광인루.
마차가 마침내 광인루 앞에 서자 점소이가 마차 문을 열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광인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른 주루나 객잔과는 달리 호들갑은 없고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는 점소이였다.
“아! 광인루로구나. 나도 소문은 들었다.”
곽노는 마차에서 내려 광인루의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사 층 건물의 광인루는 그 크기와 화려한 외관만으로도 곽노 같은 촌뜨기를 압도할 만한 뭔가가 있었다.
“사부.”
강진이 옆에서 부르는 소리에 곽노는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예약은 하셨습니까?”
점소이의 물음에 강진이 대답했다.
“예약은 안 했고. 내 소문을 듣고 저기 사 층에 오르려 하는데 말이지.”
강진 같은 사람이 많은지 점소이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소문을 듣고 오셨다면 소인이 말씀드리기 편하겠군요. 그냥 편하게 노시겠다면 예약 없이도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예약 없이는 힘듭니다. 그리고 사 층은 명망 있는 분들만 찾으시는 곳이라…….”
“됐고. 그건 누가 결정하는 거지?”
“네?”
“명망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누가 결정하는 거냐고.”
강진의 물음에 점소이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그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요. 보통 저희 광인루를 몇 번 찾으시면 총관이 알아서 모실 겁니다.”
“총관을 불러와. 본관은 몇 번이나 올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니.”
강진의 대답에 점소이는 생각했다.
‘본관이라는 말은 관리라는 건데, 새파랗게 어린 것이 벌써부터……. 어디 포졸쯤 되나 본데, 여기를 보통 기루처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강진 같은 사람이 은근히 많았다. 특히나 세상 물정 모르고 본관 운운하면서 관리 행색을 하며 뒷돈 받기를 원하는 멍청한 포졸 녀석들이 말이다. 아니면 주대를 못 내겠다고 뻗대는 놈들이나.
그리고 그런 놈들은 대부분 광인루 손님들의 면면을 알고 꼬리 내리며 사라지고 만다.
“손님의 존함을 알려 주시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나 이강진이야.”
“이, 강 자, 진 자 쓰는 나리시군요. 그럼 제가…….”
순간 점소이의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강진? 신의현의 포도대장이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설마 그 이강진은 아니겠지?’
점소이라 하나 광인루 정문을 맡은 점소이는 다른 점소이들과 달랐고, 정문에서 접대를 맡은 점소이는 또 달랐다.
글자를 만 자 이상 알고 있고, 광동성 관리 서열 백 위까지의 이름은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포도대장은 현에서는 서열 삼 위지만 광동성 전체로 따지면 백 위 안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기루의 특성상 성의 포도대장들은 모조리 기억해야 했다.
거기에 신의현 포도대장의 이야기는 요새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광동제일갑부의 외동아들이면서도 백성들의 사정을 잘 헤아린다는 소문으로 말이다.
“혹시…… 신의현 포도대장님이십니까?”
“어라, 네가 날 어찌 아느냐?”
강진의 되물음에 점소이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허리가 직각으로 꺾였다.
“신의현 포도대장님이셨군요. 소인도 나리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 명성이 여기까지 알려졌나?”
떠받들리는 걸 좋아하는 강진은 자신의 명성이 광주에까지 알려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총관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점소이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씩 웃으며 곽노에게 말했다.
“사부, 봤죠? 제 명성이 여기까지 알려졌다네요.”
“너는 어째 겸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냐?”
“잘난 걸 잘났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흠이라고. 그리고 이런 대인이 되길 바란 거 아니셨어요?”
“대인은 겸양을 떨 줄도 알아야지,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너 다른 데서도 이러고 다니냐?”
“괜히 부러우니까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두고 보세요, 지금은 광동뿐이지만 나중에는 제 명성이 중원에 널리 퍼질 테니까요.”
“에효, 그래라. 하지만 정신 바짝 차려라. 명성을 쌓는 건 힘들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모두 무너져 내리는 거니까.”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배운 건 잊지 않아요.”
잠시 기다리는 사이 점소이와 중년 사내가 급히 달려 나왔다.
“삼총관 길범찬이라고 합니다. 포도대장 나리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년 사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자 하니 사 층에 올라가려면 무척 힘들다던데. 본관은 괜찮나?”
“무슨 그런 말씀을.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길범찬의 안내에 강진과 곽노는 그 뒤를 따랐다.
“거기, 점소이.”
광인루로 들어가면서 강진은 점소이에게 은자 덩어리를 던지며 말했다.
“상이다.”
점소이의 입이 좌악 찢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