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64)
관존 이강진 (64)
소문은 반나절도 안 돼 광인루 전체에 퍼졌다.
몰유공자 이강진이 미영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평생을 같이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 이제 소문은 구체화되기까지 했다.
강진이 총각이니 미영이 본처로 들어갈 것이라는 의견과, 신분의 차이가 있으니 일단 첩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립했고 이걸로 내기를 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강진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대놓고 아니라고 하는 게 꼴이 더 우스워 보일 듯해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하루가 지나니 소문은 손님들에게도 퍼져 나가 미영을 첩실로 들어앉히길 원하던 고관대작들의 눈총까지 받게 되었다.
‘미치겠구먼.’
남공진을 덮칠 생각에 계속 머무른 게 실수였다.
‘깜찍한 계집이네.’
여전히 화는 나지 않았다.
솔직히 외모도 되고 현명하기까지 한 미영이 자기 좋다고 달라붙는데 싫지는 않았다.
‘돈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관직이라면 나 말고 다른 놈들이 더 높은데.’
순수하게 자신의 매력 때문에 미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에 강진은 약간 우쭐해지기까지 했다.
‘뭐, 내가 잘났으니…… 그런 뻔뻔함은 이해해 줘야 하나?’
하지만 강진은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당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건 강진의 취향이 아니었다.
‘에이, 일단 남공진 그놈부터 잡고 나서.’
강진은 참기로 결정했다. 일의 효율상 여기서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며칠 후.
소문은 계속해 부풀어지는 와중에 드디어 기다리던 남공진이 광인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남공진은 광인루 총관 길범찬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내 일이 있어 지난달에는 들르지 못했지만 분명 예약을 했는데.”
“그게…… 미영이는 곧 광인루를 떠날지도 몰라서 말입니다.”
“뭐라?”
광인루의 기녀가 광인루를 떠난다는 건 누군가의 첩실로 들어간다는 의미라는 걸 남공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놀라며 물었다.
“누가? 내가 그리 권해도 싫다고 했고, 다른 누구에게도 갈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럴 리 없네.”
“남 대인, 하지만…….”
길범찬이 난처해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 대인 오셨군요.”
남공진을 본 미영이 화사한 웃음과 함께 반기자, 남공진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웬일이냐, 네가 이렇게 먼저 올 때도 있고.”
“소녀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어서 오세요.”
“그래, 가자. 길 총관, 뭐라고? 내가 그럴 리 없다고 하지 않았나?”
길범찬은 의아해하며 미영을 보았다.
며칠 전 미영이 강진과 함께 떠날 것이니 더 이상은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분명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미영은 그런 길범찬을 보며 눈짓으로 뭔가를 알렸다.
길범찬은 여전히 의아해했지만 무슨 뜻인지 알기에 일단 물러섰다.
“들어가시지요. 소인이 바로 술상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미영아, 들어가자.”
남공진이 미영을 보며 헤헤거리자 미영은 빠르게 먼저 앞장서서 남공진을 안내했다.
길범찬은 잠시 뺨을 긁은 후 곧바로 그곳을 떠나 후원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강진에게 갔다.
“이 대인.”
“무슨 일인가?”
“그게…… 미영이를 찾는 손님이 있어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손님이 혹시 남공진인가?”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제가 이 대인을 봐서 거절하려 했지만 미영이가 먼저…….”
“그리고 나에게 알리라던가?”
“네, 그런 눈치를 주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길 총관은 상관이 없어. 그나저나 정말 똑똑한 계집이구나. 어디 있나?”
“매화실에 있습니다.”
길범찬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이 대인,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커지면 이 대인은 상관이 없으나 미영이에게는…….”
“뭘 걱정하는지 알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 그냥 모른 척하고 있어.”
강진이 미영에게 가려 하자 길범찬이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이 대인!”
“뭔가?”
“여쭐 게 있습니다. 정말 미영이를 맞아들이려 하시는 겁니까?”
강진은 무슨 가당찮은 말이냐며 되물었다.
“내가 왜?”
“이 대인! 하지만 그때…….”
“그때 아무 일 없었어. 믿기 힘들겠지만 본관은 거짓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똑똑한 그 계집이 나에게 오려고 일을 벌인 것뿐이야.”
“하지만 이미……. 그럼 미영이는 어쩝니까?”
강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를 도와주고 손해를 입었으면 보상은 해 주어야겠지. 그 아이의 빚이 얼마나 있나?”
“미영이는 이미 빚을 다 갚았습니다. 그러니 이 대인도 미영이를 맞이할 때 부담은 없으실 겁니다.”
“그럴 생각이 없대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게. 본관은 그 계집을 책임질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까.”
강진이 그 말만을 남기고 사라지자 길범찬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자고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쳐다보았더냐. 자유의 몸이니 차라리 너 좋다는 사내를 가질 것이지…….”
길범찬은 사 층 기녀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미영이를 잘 알고 있었다. 동기(童妓)였을 때부터 지켜봐 왔고,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컸다. 이가장의 후계자이고, 그 스스로의 능력으로 포도대장에 오른 사내였다. 그런 집에서 기녀를 첩으로라도 받아들일 리 없었다.
길범찬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강진은 이미 매화실 앞에 있었다.
‘지금 들어가 봤자 아무런 증거도 없을 터. 계집이 나를 불렀다면 뭔가 수가 있어서일 테니 기다려야 하나?’
강진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이 매화실에 울렸고, 강진은 단번에 매화실의 문을 걷어차며 들어섰다.
“무슨 일이냐?”
그러자 미영이 겉옷이 반쯤 벗겨진 채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달려왔다.
“이 대인, 저 사람이…… 저 사람이…….”
미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쏟았고, 남공진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고 있었다.
“이 대인……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강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본관은 잠시 휴가를 즐기고 있소. 그런 남 대인은 여기서 뭐 하십니까?”
“나도 잠시 놀려고……. 그런데 미영아, 갑자기 왜 우느냐?”
남공진의 물음에도 미영은 대답 대신 강진의 가슴에 안긴 채 계속 울기만 했다. 강진은 그녀를 떼어 내려 했지만 자석처럼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하간 문이 박살 나는 소리와 미영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뒤늦게 달려온 길범찬은 이 광경을 보고 설마 했던 일들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광인루에 온 손님들까지 모조리 모이니 그제야 미영이 입을 열었다.
“이 대인, 소녀 이 대인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저자가 이 반지를 끼워 주고는 억지로…… 억지로…… 흐으으윽.”
미영은 강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사람들이 보란 듯이 손만 들어 올렸다.
미영의 백옥 같은 손에는 칠색의 광채를 발하는 반지가 끼여 있었다.
“하…….”
순간 강진은 헛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사실 남공진이 어떻게 저 칠색 보옥 반지를 미영에게 주었는지 증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영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빼도 박도 하지 못하는 증거를 만들어 주었다.
“옷은 왜 그리 입은 것이냐?”
강진이 위로해 주는 척 안아 주며 속삭여 묻자, 미영의 작은 대답이 들렸다.
“반지 하나로 충분하시겠습니까? 강간미수로 묶어 두면 저자를 다루기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강진은 다시 한 번 헛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참으며 말했다.
“훌륭하구나. 나까지 묶었으니.”
미영은 남공진과 함께 자신마저도 묶었다.
미영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남공진을 놓칠 것이고, 이대로 남공진을 잡는다면 자신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다는 약속을 자신이 인정하게 되어 버린다.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어요. 버리지 마세요.”
“나중에 보자. 본관을 도왔다 하나 기만한 것도 사실이니.”
강진은 미영에게 그렇게 속삭이고는 남공진을 보며 외쳤다.
“남공진, 타인에게 본을 보여야 할 명망 있는 자가 기루에 와서 기녀를 강간하려 하다니. 그리고 이 반지는 칠색 보옥 반지가 아닌가? 그대의 집안에서 일하던 장삼이 훔쳤다는 그 반지 말이다.”
남공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반지는 우길 수 있다지만 강간은 벗어날 수 없어 보였다. 아니, 이미 여기 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에게 들킨다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본관은 남공진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장삼의 건과 연계하여 네놈의 죄를 철저하게 밝히겠다.”
강진이 미영을 떼어 놓으며 남공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때 남공진이 소리쳤다.
“본인은 억울하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지긴 했소만 그 칠색 보옥 반지를 준 적도, 그리고 저 계집을 어찌할 생각도 없소!”
“그건 포도청에서 조사하면 알게 될 터.”
강진의 으름장에 남공진이 말했다.
“물론 성실히 조사받을 것이오. 하지만 이 대인의 포도청은 아니겠지. 여기는 광주이니 광주 포도청에서 조사받아야겠지.”
남공진은 길범찬에게 말했다.
“길 총관, 광주 포도대장 홍서민에게 전하게. 남공진이 누명을 써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이네.”
강진이 생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
그건 바로 관할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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