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66)
관존 이강진 (66)
후보
검마 강무수.
검에 관해서라면 최고라 손꼽히는 자이지만, 사문이 마교라는 이유로 중원에서 배척당하는 고수.
정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명문에서는 검의 최고수가 마교에 있다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억지로 만들어 내었다.
검성 성기륭.
검마에 비하면 분명 그 무게가 떨어지긴 했으나 화산오검의 제일로 손꼽히는 검사였다.
나이 역시 이제 마흔인지라, 명문정파의 사람들은 그가 더 수련하여 검의 최고수 자리를 차지하길 바랐다.
정파들이 서로 경쟁하기는 했으나 검의 최고수 자리를 마교의 인사가 가지고 있는 건 누구도 원치 않았으므로.
그런 성기륭이 광동에 나타났다.
“구룡관이 광동제일이라 하나 아직 우리와 비교하여 손색이 있는데 장문인께서 어찌 사형을 보내는지 모르겠소.”
화산오검의 막내 서여명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구룡관이 광동제일이라 하나 화산에 비해서는 확실히 손색이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문인은 구룡관주인 구태성의 환갑연에 화산오검을 둘이나, 그것도 화산의 얼굴인 성기륭을 보낸 것이다.
“손색이 있다 하나 광동제일세력이다. 아예 보내지 않으면 모를까, 보낸다면 예의를 갖춰야겠지.”
“아무리 그래도 나 혼자 가도 충분한데.”
“스스로 얼굴에 금테를 두르려 하는구나. 왜, 나 없이 뭘 하려고?”
“흐흐흐, 뭘 그렇게 묻을 것까지야 있습니까?”
“나이가 들면 철도 들어야 하는데 너는 점점 애가 되어 가는구나. 너도 이제 서른이다. 예전엔 실수를 하더라도 나이가 어려 넘어갔지만 이제는 그러지도 못한다. 제발 말과 행동 좀 조심해라. 구룡관주 앞에서 그런 실수를 했다가는 큰일이니.”
“사형도. 제가 그리 멍청하지는 않습니다.”
두 사형제는 그리 말을 주고받으며 산길을 부지런히 내려갔다.
“잠깐.”
그때 갑자기 성기륭이 손을 들었다.
“사형,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서여명의 물음에 성기륭은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주변을 살폈다.
평범했다. 흔하디흔한 산길일 뿐이었다.
‘내가 착각했나?’
애검에 손을 올리며 전방을 주시하는 성기륭의 모습에 서여명도 검을 뽑으려는 찰나, 그가 다시 말했다.
“아니다. 내가 착각한 것 같다.”
잔뜩 긴장했던 서여명은 성기륭의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사형도. 깜짝 놀라지…….”
서여명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으악!”
서여명의 뒤에 서 있던 화산의 제자 하나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전 사제!”
서여명이 고개를 돌려 쓰러진 무인을 향해 달릴 때 성기륭이 검을 뽑으며 소리를 질렀다.
“매화검진. 봉화(奉花)!”
아홉 명의 화산 제자들이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더니 성기륭의 뒤에 섰다.
서여명마저 쓰러진 사제를 돌보지 못하고 성기륭 바로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
쓰러진 사제를 돌보지 않고 바로 매화검진을 펼친 성기륭의 생각이 옳았다.
쌔애애앵!
강렬한 파공음을 울리며 화살 세 대가 동시에 날아오고 있었다.
“산개! 조심해!”
성기륭이 검을 앞으로 날리며 소리치자, 화산의 검수들이 그를 기준으로 날개를 펼쳤다.
서여명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한 대의 화살을 보며 잔뜩 긴장하여 검을 밀었다.
성기륭과 서여명은 고수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이대제자들과 삼대제자들 역시 그리 떨어지는 실력의 무인들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뒤에서 습격을 당했다면 모를까, 저렇게 대놓고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일반적인 화살 공격이었다면 선두에 있던 성기륭 혼자 세 대의 화살을 다 쳐 냈을 터.
하지만 성기륭이 산개를 외치는 순간 보통 공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성기륭이 급히 화살을 두 동강 내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몸을 날리는 사이, 서여명 역시 화살을 쳐 냈다.
하지만 남은 한 대의 화살은 삼대제자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겨냥을 당한 화산검수는 급히 검면으로 화살을 막았지만, 위력이 너무 강했다. 화살은 검날을 상하게 하고 그대로 삼대제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민아!”
허민은 삼대제자 중 유일하게 매화검수의 자격을 받은 아이였다. 성격 또한 밝아 서여명이 특히 좋아해, 바깥 구경 시켜 주겠다고 직접 데려온 사질이기도 했다.
“이놈!”
서여명은 분노에 가득 차 성기륭이 달려간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챙챙!
성기륭은 이미 한 복면인과 치열하게 검을 주고받고 있었다.
“누구냐? 누구이기에 이런 치졸한 암습을 한 것이냐?”
외침과 동시에 서여명이 성기륭과 합수하기 위해 몸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너의 상대는 나다.”
분노에 시야가 너무 좁아져 있었던 듯, 오른쪽에서 쇄도해 오는 복면인을 보고 서여명은 기겁을 하며 몸을 회전하여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사제, 우리보다 하수가 아니다. 흥분하지 마라!”
성기륭은 사제가 급한 성격 때문에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하고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외쳤다.
하지만 그건 큰 실수였다. 상대하고 있던 복면인은 절대 그보다 하수가 아니었는데 신경을 딴 곳으로 돌렸고, 말을 하느라 호흡이 살짝 흐트러진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복면인의 검이 성기륭의 검막을 뚫고 들어왔다.
‘아! 어떻게……!’
성기륭은 자신의 방심, 아니 판단의 실수가 죽음을 부른 것이라 생각했다.
변초 없이 일직선으로 들어오는 검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피하고자 하면 요행으로라도 살 수는 있으나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 서여명과 싸우는 상대가 자신의 앞에 있는 자와 같다면 다른 사형제와 삼대제자들이 돕는다 하더라도 몰살이었다.
‘결국 내가 죽어야 하는구나!’
성기륭은 복면인의 검을 그대로 가슴으로 받으며 자신 역시 검을 휘돌려 찔렀다.
“으음!”
성기륭과 복면인이 동시에 신음을 터트렸다.
‘제발 살아 돌아가라…….’
손끝에 감각이 있었다. 죽이진 못했지만 중상을 입힌 것은 분명했다.
남은 복면인 하나를 사제와 다른 제자들이 상대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십 년만 지나면 진정한 검성이 될 거라 기대를 모았던 성기륭은 그렇게 너무도 쉽게 세상을 떠났다.
서여명은 정신없이 복면이의 검을 막느라 성기륭의 최후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한숨을 돌릴 때, 한 명의 복면인이 피에 젖은 옷을 입고 다가오는 걸 보고서야 성기륭이 죽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형!”
서여명이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화산의 다른 검수들도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싸움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피 흘리는 복면인 하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나씩 제거당했다.
그렇게 혈풍이 몰아치고 잠시 후, 화산의 제자 중 남은 자는 서여명 하나뿐이었다.
“누구냐? 누구이기에…… 그런 실력들을 가지고 비겁하게 이렇게 기습을 하느냐!”
서여명이 피를 토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복면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다! 원혼이 되어서라도 반드시 복수하고 말 테다!”
이미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서여명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복면인이 검을 쓰기 전에 자신의 검으로 목을 그었다.
싸우던 복면인은 검을 집어넣고 급히 부상당한 복면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몇 마디 하더니 급히 그를 부축하여 사라졌다.
광동성 이름 모를 야산에는 그렇게 열 명의 화산제자들의 시체만 남았다.
* * *
“너 뭐냐?”
강진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미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무하세요. 내려가시면서 소첩에게는 한마디 말씀도 없으시고.”
“뭐? 소첩? 네가 왜 본관의 소첩이야?”
“어머! 상공과 소첩의 사이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사람들이 아는데…… 설마 그사이에 벌써 다른 여자가 생긴 건가요?”
다른 사람이라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겠지만 강진은 달랐다.
그는 이 사태를 깔끔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나가라. 네가 본관을 도운 공로는 갚아 주마. 본관은 상벌이 분명한 사람이니까.”
“이제 제 집은 여기인데 가긴 어딜 간단 말씀이세요? 소첩은 이제 이씨 가문의 사람이고 죽어서도 이 씨 가문의 사람인데, 어찌 이리 내치려 하십니까?”
환하게 웃고 있던 미영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남자 하인들은 안쓰러워하면서도 묘한 눈빛으로 강진을 쳐다보았다.
여자 하인들은 더 노골적이었다.
그녀들의 표정은 마치, 우리 작은주인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사고를 치고 모른 척하는 파렴치한이구나 하고 말하는 듯했다.
강진의 얼굴이 붉어지며,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칠덕네가 나서지 않았다면 가문의 하인들에게는 나름 살뜰하게 대했던 강진이 어떻게 나왔을지 모른다.
“잠시만, 작은주인님. 이미 날이 깊었습니다. 주인님은 이가장의 문을 두드리는 손님을 한 번도 내친 적이 없으시지요. 일단 저 아가씨를 안으로 모셨다가 내일 장주님이 돌아오시는 대로 다시 이야기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 가문에 언제 손님이 왔다고. 그리고 저 여자와 나는 아무런 사이가 아닌데 왜 우리 집에서 재워? 얼른 쫓아 보내.”
강진이 한마디 하고 홱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가 버리자 칠덕네도 어찌할 줄 몰랐다.
자리에서 이제 미영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곽노밖에 없었다.
곽노는 미영을 보며 생각했다.
‘이 녀석, 내가 오고 나서 사고를 친 건가? 사실 사고라고 할 것도 없지. 남자가 기녀를 품는 게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그걸 저 아이도 모르는 바는 아닐 텐데…… 정말 녀석이 저 아이와 뭔 약속이라도 한 것인가?’
곽노는 강진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강진은 책임감이라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장삼의 일을 끝까지 도운 것도 책임감보다는, 자신이 대인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다는 목적 때문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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