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67)
관존 이강진 (67)
‘기녀만 아니라면 일단 잡아 두는 게 좋긴 한데…….’
곽노는 미영이 기녀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광인루가 어떤 곳인지는 알지만 곽노도 옛날 사람이었다. 기녀를 강진의 짝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이 책임질 일을 했다면? 뭔가 약속을 했기에 이리 찾아온 거라면?’
곽노는 칠덕네에게 눈을 돌렸다.
강진이 내쫓으라고 했으니 칠덕네도 궁금하긴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을 터였다.
“칠덕네, 일단 방을 내주는 게 좋겠네. 강진이가 뭐라 하면 내 핑계를 대고. 날이 이렇게 저물었는데 젊은 처자를 쫓아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칠덕네도 그런 마음이었는지라 미영에게 말했다.
“아가씨, 일단 이리로 오시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미영이 곽노에게 예를 올려 보이고는 칠덕네를 따라가자, 곽노는 급히 강진의 방으로 달려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그 계집은 쫓아냈어요?”
“이 밤에 어디로 쫓아내냐? 일단 하루 재운 뒤 이야기하자고 그랬지.”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여자예요.”
“그래도 이 밤에 보내는 건 옳지 않다. 그러니까 이야기해 봐라. 광인루의 기녀가 왜 온 거냐?”
강진이 귀찮다는 듯이 미영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자 곽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책 없는 아이구나. 하지만 네 행동은 뭐냐? 어찌 됐든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냐?”
“광인루에서도 잘나가는 기녀인데 뭐가 문제예요. 빚도 없다는데.”
“벌써 그런 것도 알아본 거냐?”
“알아본 게 아니라 총관이라는 자가 설명해 주더라고요. 빚이 없으니 부담도 덜할 거라고.”
“그게 오히려 문제가 아니냐?”
“뭐가요?”
“광인루의 총관이라는 자가 그 정도로 말했다는 건 다른 사람도 싹 알고 있는 일이라는 건데, 그 아이가 어떻게 광인루로 돌아가서 일하겠냐?”
“…….”
“거기다가 남공진에게 죄를 덮어씌우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너를 상공이라고 불렀다면서. 너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럼 어떡해요? 아니라고 하면 남공진을 놓칠 판인데.”
“그럼 그 아이는 어떡하냐? 남공진을 잡은 것도 아니고 풀려났는데, 손님에게 누명을 씌운 기녀를 어느 기루에서 쓰겠냐는 말이다.”
“누가 그러라고 했나요? 저는 단지 보옥 반지를 남공진한테 받았다는 증언만 해 주길 바랐는데 혼자 일을 키운 걸.”
“널 위해서가 아니냐?”
“그러니까 그러라고 한 적 없다니까요. 그런다고 그 계집이랑 혼인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돌봐야 하지 않겠냐? 남자라면 말이다.”
“혼인할 생각 없다니까요.”
순간 곽노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혼인할 생각이 없다고만 할 뿐이지 미영이 싫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호불호가 확실한 제자 녀석이 말이다.
“혼인만 안 하면 괜찮다는 거냐?”
곽노의 물음에 강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뭐, 예쁘긴 하니까요. 거기에 똑똑하고요. 곁에 둔다고 나쁠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럼 그냥 제 시녀나 하라고 할까요?”
“일단 장주와 이야기해 보자.”
“이걸 왜 아버님이랑 이야기해요?”
“이미 광주에는 네가 저 아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을 테고, 내일이면 신의현에도 퍼지겠지. 네 부친이 밖에서 듣는다면 더 분노할 테니, 미리 이야기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나을 거다.”
강진은 수긍했다.
“아, 그렇겠네요.”
“거기다 그냥 두면 네가 일 년 동안 잘 가꾼 평판이 한순간에 망가질 거다. 현민들을 살피는 청렴한 포도대장에서 한 여자를 농락한 부잣집 아들내미로 말이다.”
그건 강진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 그것도 그러네요.”
곽노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모든 걸 네 위주로만 생각하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아! 대인 때려치울까 보다. 뭐가 그리 복잡하데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너도 느끼고 있잖냐? 신의현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보는지 말이다. 정말 그걸 포기할 수 있냐?”
“그 좋은 걸 왜 포기해요? 다만 좀 더 쉬운 방법을 찾긴 해야겠어요.”
곽노는 졌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 *
내일이면 돌아올 거라던 이제원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원이 돌아오면 미영의 일을 상의하려던 곽노는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리러 온 강진에게 물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거 아니냐?”
“별걱정을 다 하세요. 정 총관까지 데리고 갔다는 걸 보면 큰 계약 건이 있어서일 거예요.”
“이제는 좀 쉬어도 될 텐데 말이다.”
“돈은 많을수록 좋은걸요.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셔야 제가 물려받는 부가 커지죠.”
“싸가지없게도 이야기한다.”
“좋아서 하시는 일인데요, 뭐.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저는 왜 이 이른 아침부터 포도청에 나가나요? 안 나가도 잘 먹고 잘살 수 있는데.”
“네 말이 맞다. 조심히 다녀와라. 그런데 매일 이 새벽에 나가는 게 힘들지도 않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온전한 제 시간이에요. 달릴 때 기분도 좋고요.”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 미영이에요. 들어가겠습니다.”
방문이 열리며 미영이 쟁반에 하얀 그릇 두 개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상공이 언제 나가실지 몰라 빨리 일어났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군요.”
미영은 재빨리 하얀 그릇 하나를 곽노에게 올리고는, 나머지 하나를 강진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냐?”
“마를 갈고 꿀을 조금 탔습니다. 빈속으로 출근하시면 나중에 몸이 상한답니다. 소첩이 이제 매일 챙겨 드릴게요.”
강진은 그릇 안의 내용물과 미영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나 아침에는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어.”
“그럴 것 같아서 이걸 만든 거예요. 속이 부대끼지도 않고 든든하실 겁니다.”
강진이 인상을 찌푸리자, 곽노가 그릇을 들어 마시고는 말했다.
“맛있네. 먹고 가라. 저 아가씨 말대로 빈속은 좋지 않다. 나가서 잘 먹지도 않으면서. 마시고 가라.”
그제야 강진은 미영에게 그릇을 받아 들고 한번에 마시고는 말했다.
“내일부터는 이럴 필요 없을 거야.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가라. 네 살길은 마련해 줄 터이니.”
미영은 그릇을 받아 내려놓고 강진의 옷매무새를 만져 주며 말했다.
“아직 날이 밝지도 않았는데 길 조심하세요.”
“됐대도. 사부, 저 가요. 이 계집은 꼭 내보내시고요.”
“어서 가기나 해라. 조심하고.”
강진이 밖으로 나가자 곽노가 미영을 보며 말했다.
“괜한 심술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으냐? 사내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거. 그런 거다.”
미영이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제 마음을 알아주시겠지요. 입맛에는 맞으세요? 어르신은 단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꿀을 조금 많이 넣었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나?”
“저번에 뵈었을 때 잘 살펴보았지요. 그때 단 음식을 즐기시던 것 같아서요.”
저번에 봤다고 하지만 한 번뿐이다. 미영이 처음으로 자신과 강진이 있는 방에 들어왔을 때 말이다.
곽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억력이 좋구나. 관찰력도 좋고.”
“별거 아닙니다.”
소매를 들어 웃음을 가리는 미영을 보며 곽노가 물었다.
“그래, 처자는 몇 살이고?”
“이제 스물이 되었습니다.”
“스물이라. 좋은 나이구나. 그런데 광인루는 완전히 떠난 것이냐?”
“네. 완벽하게 정리했습니다.”
곽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크게 숨을 쉬고는 미영을 직시하며 물었다.
“그럼 이제 이 늙은이와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꾸나. 무슨 생각인 거냐?”
순간 미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화사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뭐, 첫눈에 반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거라. 이 늙은이가 배운 건 없지만 사람은 꽤 잘 보는 편이란다.”
“…….”
“솔직히 말해 다오. 거짓이 하나라도 섞여 있다는 게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너는 절대 강진의 곁에 있을 수 없을 게다.”
곽노의 단호한 말에 미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말해 보거라. 단순하게 강진의 배경과 능력만 보고 이러지는 않을 터.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미영은 입을 열었다.
* * *
새벽부터 포도청 정문에서는 한 사내가 왔다 갔다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강진이 뭔가 하는 사이, 사내가 그의 앞에 달려오며 넙죽 절을 했다.
“나리, 감사합니다. 나리가 아니었다면 이 장삼이 이 흙바닥에 콱 머리 처박고 죽을 뻔했습니다.”
“장삼이로군.”
강진이 사내가 장삼이라는 걸 알아보고는 입을 열자, 장삼은 절을 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나리 덕분에 어제 풀려났습니다.”
“일어나게. 진범은 잡지도 못했으니 그리 절까지 할 건 없네.”
“아닙니다. 나리가 아니었다면 누가 소인 같은 사람을 믿어 주겠습니까? 그리고 어찌 됐든, 제가 대대손손 잊지 않을 겁니다.”
“무슨 대대손손까지. 그래, 몸은 괜찮나? 죄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소인은 멀쩡합니다. 오히려 나리께서 소인 때문에 매우 골치 아프시다는 말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본관이 공무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거니 자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고. 그래, 앞으로 어쩔 셈인가? 계속 남씨 집안에서 일할 수는 없을 텐데.”
강진의 물음에 장삼은 갑자기 어쩔 줄을 모르더니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게 감사하게도, 마님께서 소인에게 일자리를 주셨습니다.”
“서수현이?”
“네. 제가 범인도 아닌데 범인이라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광주 본가로 저를 데려가겠다고 하셨습니다.”
강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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