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7)
관존 이강진 (7)
노력
첫날.
아침 여섯 시.
백미를 모이로 주었다.
분량은 내 손으로 한 줌. 잘 먹질 못한다.
양 씨에게 물으니 병아리라면 조가 좋을 거라 했다.
조를 주었다.
반의반도 먹지 못했다. 앞으로는 조금 적게 줘야겠다.
둘째 날.
간장 종지에 물을 반쯤 채워 주었지만 제대로 마시질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새끼손가락에 물을 찍어 녀석에게 먹였다.
다섯 방울을 먹이니 더 먹지 않으려는 것 같다.
조의 분량을 줄였다.
새끼손톱 정도가 최적이라 판단 내렸다.
…….
여섯째 날.
녀석이 조금 큰 것 같다. 무게를 달아 보려다 놔뒀다.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
열여섯째 날.
조를 세 숟가락 먹이고 물은 간장 종지에 두면 며칠 간다.
무게는 반 근이 아직 안 된다.
곽노는 강진의 사육 일지를 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잘하고 있었다.
단, 그건 키운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였다.
강진은 병아리의 먹이 양은 물론이고 하루에 몇 번씩 똥을 싸는지 그리고 잠은 얼마나 자는지, 움직이는 시간까지 아주 세세하게 적고 있었다. 그야말로 병아리의 관찰 일지만으로 보면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키운다는 목적에만 충실할 뿐, 은근히 바랐던 다른 감정은 일절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귀엽다거나 애정이 간다거나 그런 문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삐악거려 시끄러워 죽겠다는 한마디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키운다는 목적을 철저히 지킬 뿐, 다른 데에는 일절 무관심했다.
다만 자신에게 지나가는 말로 귀찮아 죽겠다고 알려 주었을 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성공한 편이다.
일단은 죽이지 않고 키운다는 게 중요한 터였다.
강진의 머릿속에서 작은 동물은 생명체가 아니다. 장난감일 뿐이었고, 죽이는 감각에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익숙해 있었다.
바꿔야 할 건 그거였다.
죽이는 감각보다 키우는 감각을 더 키워 인식을 바꾸게 하는 것.
병아리를 키우는 건 그런 훈련의 일종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작은 동물만 보면 드러나던 살기가 조금씩 사라지니 일단은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사부!”
학당에서 돌아오자마자 강진이 곽노를 찾았다.
“왔느냐?”
“조금만 기다리세요. 병아리 새끼 밥 좀 주고 올게요. 그다음에 수련 가요.”
“그래.”
강진이 병아리를 키우는 훈련에 완전히 적응한 듯하여 곽노는 만족했다.
잠시 후 강진이 돌아왔다.
“학당에서는 별일 없었냐?”
매일 던지는 질문이고 늘 별일 없었다고 하던 강진인지라 오늘도 별생각 없이 던진 의례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대답이 달랐다.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
곽노가 호기심을 가지며 묻는 말에 강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재수 없는 놈이 있거든요.”
“재수 없는 놈?”
“있어요. 저보다 특별난 놈요.”
곽노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너보다 특별난 녀석이 있어? 그것 참 궁금하구나. 어떤 녀석이냐?”
“속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놈이에요. 이걸 해도 하하하, 저걸 해도 하하하.”
“호인이로구나.”
“호인은 무슨. 실속 없는 놈이라니까요.”
강진이 입술을 삐죽이며 하는 말에 곽노는 다시 히죽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네가 왜 화를 내냐?”
“화는 무슨요. 그냥 짜증이 나서 그런 거죠.”
“네가 짜증이 왜 나는데?”
“그냥 신경에 거슬리잖아요.”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냐?”
“네.”
곽노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네가 왜 신경에 거슬리는지는 나도 아는데 너 스스로가 모를까? 거짓부렁은 하지 말거라.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변할까?”
곽노의 꾸중 어린 말에 강진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기분 나쁜 거라니까요.”
“임무를 내려야겠구나.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걸로 말이지.”
“불가능한 임무는 내리지 않는다면서요?”
“거짓말하지 말라는 게 불가능한 거냐?”
이번엔 강진이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
“사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게 가능하세요?”
곽노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 대답했다.
“세상을 진실만으로는 살 수 없겠지.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노력은 해 줄 수 있겠지?”
“뭐, 사부에게는 노력해 볼게요.”
“그래. 그럼 이제 왜 네가 기분이 나쁜지 알려 줘야겠지?”
“그냥 신경에 거슬리는 것뿐이라니까요.”
“노력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
아무 말 못 하는 강진을 보며 곽노는 말했다.
“그 재수 없는 녀석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바글거릴 거야. 너는 친구를 사귀는 게 죽을 만큼 힘들고 열심히 노력해도 잘 생기지 않는데, 그 녀석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친구들이 많으니까 넌 그게 불만이고, 그 불만 때문에 녀석이 신경에 거슬리는 거지.”
“…….”
“이 사부가 정곡을 찔렀지? 그렇지?”
“사부 말을 들어 보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런 영양가가 없지. 녀석은 네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졌으니 넌 어떻게든 그 능력을 배워야 할 것 아니냐?”
“저도 그럼 이래도 하하, 저래도 하하 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일단 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강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자존심 상하게. 그렇게까지 해서 친구를 사귀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게까지 하는 게 아니라 네가 못하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구나.”
“…….”
“그런 자존심은 네게 없는가 보구나?”
곽노는 계속해서 강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누가 그렇대요!”
강진이 발끈 화를 내는 걸 보며 곽노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똑똑한 녀석이긴 하지만 역시 아직 애였다.
“그럼 할 테냐?”
“하죠. 이래도 하하, 저래도 하하 하는 게 능력이라면 말이죠.”
“그래, 해 봐라.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테니까.”
“좋아요. 하지만 제가 해내면 사부는 뭘 해 줄 거예요?”
“모두 네게 득이 되는 건데 그걸 해냈다고 내가 뭘 해 줘야 하냐?”
“사부가 절 인정하지 못한 거잖아요. 사부의 말이 틀린 거니 사부도 뭔가 거셔야죠.”
곽노는 웃으며 말했다.
“흐흐, 좋다. 내가 해낸다면 달리는 걸 줄여 주고 새로운 걸 가르쳐 주마.”
“정말이죠?”
“당연하지.”
“알았어요. 흥! 바보 같은 짓을 해야 하는 게 못마땅하긴 하지만 그것도 능력이라면.”
“그래, 능력이라면 배워야지.”
씩씩거리는 강진을 보며 곽노는 다시 한 번 빙그레 웃었다.
‘학당에 녀석이랑은 정반대의 녀석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가 볼까?’
곽노는 조만간 학당을 한번 찾아가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 * *
“불왈여지하여지하자(不曰如之何如之何者), (오말여지하야이의吾末如之何也已矣).”
전인문의 선창에 세 명의 어린 학생들이 똑같이 외쳤다.
“불왈여지하여지하자, 오말여지하야이의.”
전인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며 물었다.
“강진아, 이게 무슨 뜻이냐?”
강진은 조금의 생각도 없이 그대로 대답했다.
“모르겠는데요.”
“모르니 배우는 거다. 무슨 뜻인지 생각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
‘모르니까 배우는 거니까 알려 줘야지.’
강진은 그리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말을 하는 순간 폭풍 잔소리가 이어질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은 대답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전인문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놈! 수업 태도가 불량한 것도 모자라 이제 이 스승을 무시하려고 하느냐?”
“그런 게 아니라 잘 몰라서요.”
“모르니 생각하라고 하는 거 아니냐!”
“…….”
탁!
전인문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회초리를 책상에 소리 나게 내려친 후 소리쳤다.
“놈! 그런 식으로 수업을 하려면 당장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발붙일 생각 하지 마라!”
전인문은 과할 정도로 노한 표정을 지으며 강진을 슬쩍 바라보았다.
‘버릇을 확실히 고쳐 줘야지. 엄하게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엇나갈 거야.’
전인문은 강진이 당연히 무릎이라도 꿇고 싹싹 빌 거라 생각했다.
“너…… 지금…… 뭐 하느냐?”
하지만 강진의 행동에 전인문은 당황스러운 듯 말을 더듬거렸다.
“제자 된 도리로 스승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스승님께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말라 하시니 그래야겠지요.”
콰앙!
한평생 붓만 잡아 온 그였기에 망정이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책상을 쪼개고도 남을 힘이었을 터였다.
“이놈! 네가 언제부터 내 말을 그리 잘 들었다고!”
“제가 그간 속을 썩여 드린 것 같으니 오늘이라도 스승님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가 않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것이 분명했다.
전인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몸만 부르르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천하의 전인문이 고작 애 하나 못 가르쳐서 출당시켰다는 소문은 너무나 치욕적이지 않은가? 그것도 직접 가르치는 제자는 고작 셋밖에 없는데 말이다.
거기다 외부에서는 강진을 두고 기부금 입학이다, 전인문도 돈에는 별수 없다 하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리는 마당에 말이다.
물론 강진의 부친인 이제원이 후학 양성에 힘써 달라며 돈을 주긴 했다. 하지만 그건 강진을 제자로 거두고 한 달이 지난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절대 돈 때문에 강진을 거둔 건 아니건만, 소문은 이미 그렇게 난 상황이다.
‘녀석을 출당시키면 이제는 빼먹을 거 다 빼먹었으니 버렸다고 할 거 아니야?’
스스로 자신의 흉을 볼 이유를 하나 만들어 낸 전인문은 강진을 노려보다 말했다.
“앉아라.”
“저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이곳을…….”
“앉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네.”
강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자 전인문은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보통 세 명의 제자만을 앞에 두고 수업하지만 오늘은 매주 한 번씩 학당의 모든 학생을 모아 두고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