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70)
관존 이강진 (70)
“담들이 그렇게 작아서야. 들어 보니 누군가를 해치울 것 같던데, 누구냐? 종사관들은 밖으로 잘 나가지 않으니…… 정 포두? 유 포두? 누구를 잡아치우려고?”
석두와 왕손 두 사람은 급히 자세를 잡았다.
“너는…….”
석두가 손가락질을 하며 입을 열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포도청에 들어오면 될 것을 그러지 않고 여기에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으니 나쁜 놈들일 텐데. 누구를 해치우려고 했어? 그놈 포상 좀 해 줘야겠다.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기에 너희 같은 놈들이 이리 숨어 있는지.”
왕손과 석두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순식간에 강진에게 달려들었다.
석두와 왕손.
명색이 포도대장을 잡는 일이니 혈붕파에서 보낸 행동대장 격인 사람들이었다. 돌 같은 머리와 큰 손이라는 이름이 말해 주는 듯 석두는 몸을 일자(一字)로 세워 머리를 날렸고, 왕손이는 큰 손으로 강진의 목덜미를 잡으려 했다.
“이것들 보게, 본관이 누군지 알고도 덤비네. 혹시 해치우겠다는 게 다른 사람이 아닌 본관이었던 거냐?”
강진은 석두의 머리를 손으로 밀어내고 왕손의 손목을 그대로 낚아채며 말했다.
“일단 맞고 나서 이야기하자.”
강진이 자신들의 일격을 너무나도 쉽게 막아 내자 석두와 왕손은 당황했다. 급히 강진의 손을 벗어나려 했지만, 마치 자석처럼 착 달라붙어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엇차!”
강진은 소리를 내며 가볍게 두 사람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내려치고는 가볍게 밟아 주기 시작했다.
자신을 해치려 했지만 수준이 워낙 낮은 놈들이라 살기도 일어나지 않았다.
“으악!”
“살려 주십시오!”
강진은 가볍게 밟았지만, 밟히는 당사자들은 그게 아니었다. 톡톡 건드릴 때마다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실신 직전까지 계속 가볍게 밟아 주고는 물었다.
“누구냐? 여기 놈들이라면 감히 본관을 어찌할 생각을 하지 못할 텐데.”
밟는 건 멈췄지만 석두와 왕손이 여전히 고통에 입을 열지 못하자 강진이 계속 말했다.
“먼저 이야기한 놈은 덜 맞는다.”
“대방파 놈들이……!”
“혈붕파에서……!”
석두와 왕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제각기 자신의 말을 해 댔지만, 강진은 두 사람의 소리를 이미 다 따로 구분해서 정확히 들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변권파 놈이랑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싹 쓸어 줘야 했는데 마침 딱 이리 와 주는구나. 그리고 혈붕파? 재미있겠네. 거기는 좀 손쓸 재미를 느낄 만한 녀석들이 있으려나?”
강진은 발로 두 사람을 톡 치며 말했다.
“뭐, 살살 하겠다는 말이 가당치도 않다만, 그래도 마음은 그랬다 하니 이 정도로 해 두마. 저기 포도청 대문이 보이지? 거기로 들어가 네놈들의 죄를 낱낱이 고해라.”
제 발로 포도청으로 가라는 말에 두 사람이 눈치를 살피자 강진이 한 발을 들며 말했다.
“나한테 맞는 것보다는 저기가 훨씬 나을 텐데?”
석두와 왕손이 기겁을 하며 포도청으로 달려가자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
“오랜만에 손맛이 좀 있었는데, 좀 아쉽네. 뭐, 대방이라는 녀석에게서 느낄 수밖에.”
강진은 그대로 어디론가 몸을 날렸고, 얼마 안 가 신의현 뒷골목 어디에선가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 *
‘뉘미, 날 밝고 찾아도 되는데 이 새벽에 사람을 오라 가라 하네.’
송두이는 한 포졸의 뒤를 따르며 속으로 구시렁댔다.
‘날까지 오달지게 춥네. 도대체 뭔 일이야?’
송두이는 계속 구시렁대며 포도청에 도착했다.
“변권아!”
도착하자마자 철권 송두이는 똥주먹이라 불렸지만, 조금의 기분 나쁜 기색도 없이 잽싸게 달려가 한 사람 앞에 엎드렸다.
“대장 나리를 뵙습니다. 무슨 지시할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말만 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 같은 송두이를 보며 강진은 크게 만족해하며 말했다.
“본관이 너를 찾은 이유를 알겠느냐?”
“소인이 대장 나리의 큰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강진은 씩 웃으며 송두이를 포도청 안에 있는 옥으로 데려갔다.
“쟤들 말고 또 남아 있는 애들 있냐?”
옥을 보자마자 송두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옥에 갇힌 놈들은 하나같이 신의현에 기생하고 있는 왈패들이었던 것이다.
송두이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자 그가 말했다.
“본관은 한번 뱉은 말은 철저히 지킨다. 이놈들이면 네가 그쪽을 먹는 데 지장이 없겠냐?”
송두이는 잽싸게 강진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소인이 뭘 하겠습니까? 그저 대장 나리의 일이 최우선이다 하며 조심스럽게 살아가겠습니다.”
옥에 있던 왈패들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송두이를 보았지만 강진의 눈치를 보느라 감히 입을 열지는 못했다.
“조심스럽게 살아야지. 적당히. 본관의 귀에 네놈이 일정 선을 넘었다는 소리가 들리면, 저기 있는 놈들의 처지가 곧 네 처지가 될 거야.”
“소인 우둔하지만 대장 나리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럼 다음 이야기를 좀 해 볼까?”
강진이 밖으로 나가며 하는 말에 송두이는 급히 그 뒤를 따랐다.
뒤에서 따가운 눈총들이 느껴졌지만 송두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줄을 잡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은 송두이를 자신의 집무실로 데려가 물었다.
“혈붕파가 어떤 곳이냐?”
“혈붕파요? 그놈들은 갑자기 왜……?”
“질문은 본관이 하고, 네놈은 답만 잘하면 된다.”
송두이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혈붕파는 광동제일의 흑사회 조직입니다. 장악하고 있는 건 성도 광주지만, 그 세력이 커 다른 현에서 혈붕파에 조금씩 상납을 하고 있습니다.”
“너도 상납했냐?”
“저는 아직 그럴 수준이……. 하지만 이제 곧 그래야 할 겁니다.”
“그래?”
강진은 잠시 생각하다 송두이를 보며 물었다.
“만약 네가 혈붕파를 먹는다면 본관에게 도움이 될까?”
순간 송두이의 머릿속이 고속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대장 나리, 혈붕파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왈패들도 그렇지만 거기 간부들은 무림인입니다. 거기 간부들은 하늘을 날고 장풍을 쏜답니다.”
강진은 피식 웃었다.
자신도 한때 무림인은 다 그런 줄 알았지만 지금은 그런 소문들이 모두 터무니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날고 장풍을 쏘는 건 고수 중에서도 고수.
‘바로 나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지.’
강진은 말했다.
“혈붕파 놈들이 감히 본관을 건드렸어. 그래서 본관은 친히 놈들을 싹 없애려 하는데, 생각해 보니 내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게 없더란 말이지.”
“…….”
“하지만 네가 광동성 흑사회 수장이 된다면 본관에게 이익이 좀 되지 않을까?”
송두이의 머릿속이 다시 고속 회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사실 하나가 계속 걸렸다.
“대장 나리, 하지만…….”
“나는 네게 그럴 만한 담이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다른 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송두이는 고민했다.
‘뉘미,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정말 되기만 한다면…….’
그리고 입에 온 힘을 주며 말했다.
“있습니다. 대장 나리가 시켜만 주시면 이 송두이, 대장 나리께 평생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런 말뿐인 충성은 필요 없고. 일단 일 하나만 해라. 그럼 신의현만이 아니라 광동성에 변권파만 존재하게 해 주마.”
송두이는 이마를 땅에 찧으며 소리쳤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능력도 없는 놈을 키우고 싶진 않아. 그러니 내가 주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송두이는 강진의 입술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남공진, 그자의 집을 털어라. 그리고 밤마다 두려움에 떨게 해 봐라. 그럼 네 소원을 들어주마.”
“남공진 말씀입니까?”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본관은 상벌이 확실한 사람인데, 합법적으로 벌을 주지 못했으니 비합법적으로라도 줘야겠다. 어떠냐, 할 수 있겠냐?”
“정말 이 일만 해낸다면…….”
“싫으면 그냥 신의현에 만족하든가. 능력 없는 놈은 나도 필요치 않으니.”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굳이 하겠다고 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연스럽게 송두이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강진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굳이 하겠다면 한번 믿어 보마. 단, 일이 잘못된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은 소인 혼자서 생각하고 행동한 겁니다.”
강진은 씩 웃으며 물었다.
“본관이 무슨 생각이라도 했던 거냐?”
송두이는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소인은 그저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대장 나리께 말씀드리기 위해 직접 온 것뿐입니다.”
강진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왈패치고는 무척 똑똑한 놈이로세. 이렇게 똑똑하면 남공진에게도 잘 해내겠지?’
강진은 송두이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오, 착하구나. 그래, 그렇게 착하게 살면 무슨 문제가 일어날까? 그런데 말이다.”
두 무릎으로 다가오는 송두이를 향해 강진은 손을 뻗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송두이는 강진의 손이 닿는 순간 전신이 분해되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뼈란 뼈는 모두 부서지고, 힘줄은 배배 꼬이고, 내장이 곧 터질 것만 같았다.
“본관이 요새 느끼는 건데, 어떤 사람은 꼭 이렇게 경험을 해 봐야 내뱉은 말을 잘 지키더구나.”
“끄으으으, 으으으.”
너무나 심한 고통에 비명마저 시원하게 내질리지 않았다.
고통은 둘째 치고 비명만이라도 시원하게 내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또 시원하게 내지르는 순간 숨이 막혀 죽을 듯했다.
이 정도의 고통이라면 저절로 기절이라도 할 법한데 그러지도 못했다.
송두이가 그렇게 지옥을 체험하기를 반 각.
강진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강진은 몸에 붙어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두 체액과 피를 토하는 송두이에게 말했다.
“잘 새겨 두거라, 본관은 이런 사람이니. 물론 이런 사람인 만큼 네놈에게 약속한 것도 잘 지키는 사람일 거다.”
상대가 혈붕파든 무림인이든, 그 뭐든 간에 송두이는 강진에게 절대 거역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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