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74)
관존 이강진 (74)
파탄
화산의 정문이 열리고, 쉰 명의 일대제자가 일제히 문을 통해 나갔다.
일대제자 쉰 명이라면 대문파인 화산에서도 전력의 이 할에 가깝다.
화산 고수들 쉰 명의 몸에서는 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찾아라! 그리고 죽여라!”
화산의 자랑이자 정파의 희망인 검성 성기륭과 화산오검의 하나인 서여명의 죽음.
그건 화산에 큰 타격이었고, 흉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은 수치였다. 그래서 일대제자가 쉰 명이나 한꺼번에 산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광동제일문파인 구룡무관의 관주 구태성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얼마 전 그의 환갑연을 축하하기 위해 오던 화산사절단의 몰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가 없었다. 광동성에서 화산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문파는 오로지 그의 구룡무관뿐이기 때문이었다.
“진호는…… 아직인가?”
구태성은 대청을 오가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관주, 소관주는 오늘 내로 도착할 테니 여유를 가지십시오. 관주께서 그러시면 제자들도 불안해합니다.”
무관의 대교두이자 자신의 의제인 수암보의 말에 구태성은 걸음을 멈췄다.
“그렇지. 일단 침착해야지. 그런데 흉수에 대한 단서는 조금도 찾지 못했으니 어떡하나?”
“소관주는 현명한 분이니 오면 무슨 단서를 찾을 겁니다.”
“그렇지. 진호라면 찾을 수 있을 게야.”
구태성은 아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정할 수 있었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아들이었다. 무공도 무공이거니와 회시에 급제한 문사이기도 했으며, 또 놀라운 통찰력으로 구룡관을 광동제일세로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아들이었다.
관직에는 관심 없다고 하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시 준비를 한다고 개봉에 가 있는 녀석이 돌아오면 분명 무슨 수가 날 터였다.
“화산에서는? 언제 도착한다던가?”
“거리가 거리이니만큼 열흘은 걸릴 겁니다. 그사이 소관주가 단서를 찾고 협조하면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겁니다.”
구태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우리를 추궁하려 할걸.”
“죽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검성입니다. 그리고 화산오검의 하나인 서여명도 있었고요. 광동에서는 관주님 말고는 아무도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 관주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계셨지요. 화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함부로 우리에게 책임을 추궁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니 더 환장할 일이지. 이 광동에서 우리 말고 화산을 건드릴 수 있는 놈들이 있다는 게 말이야. 도대체 누굴까?”
광동성에는 많은 무관들이 모여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세력은 모두 고만고만했다.
그 와중에 구태성이 다른 무관의 관주들을 압도하는 실력으로 제일무관을 만들고 이만큼 세를 불린 것이다.
그리고 무관이긴 하나 다른 명문정파 못지않은 규율을 세우고 제자가 된 자를 물심양면 지원하여, 그 어느 문파보다 사제의 관계가 끈끈한 곳이기도 했다.
이제는 광동성의 패자로 우뚝 섰는데 자신들 말고 화산을 상대할 수 있는 다른 세력이 있다는 사실에 구태성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관주님! 소관주가 도착했습니다.”
그때 들리는 소리에 구태성은 문을 박차듯 하며 나갔다.
“왔느냐?”
“네, 아버님.”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화산에서 열흘 안에 사람이 도착할 것이다.”
구진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이 참사는 우리는 물론이고 광주에 있는 그 어떤 곳과도 무관한 일입니다. 아버님의 환갑연에 광동에서 제법 세력을 이루고 있는 단체의 수장들은 모두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더 환장할 일이지. 우리 말고 다른 세력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
“소자 이미 현장을 보고 왔습니다.”
“그러냐?”
“네. 그들은 세력이 아닙니다. 화산의 제자들은 최소 둘, 최대 세 명에게 당한 겁니다.”
구태성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고작 두셋만으로 검성과 서여명을 비롯한 화산의 제자들을 해하였단 말이냐? 그게 말이 되느냐?”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이 그러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사실이 그러하니 화산은 우리는 물론이고 광주 그 어떤 문파도 의심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아버님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단인 만큼, 우리는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그들에게 협조하면 될 겁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쏟아 내는 아들의 말에 구태성은 적지 않게 안심했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일까, 그런 극강한 고수가?”
“검성이라 하나 솔직히 오존과 칠마, 구괴에는 손색이 있지요. 그리고 화산과 연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용의자는 몇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
구태성이 자신을 보자 구진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단지 화산의 조사를 도울 뿐이라는 걸 잊지 마셔야 합니다. 오존, 칠마, 구괴 누가 되더라도 부딪치면 손해만 날 뿐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반드시 그래야 됩니다. 괜히 말려들어 봤자 우리에게 이익이 될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구진호의 말에 구태성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 * *
신의현에 눈이 왔다.
그것도 매우 많은 눈이었다.
광동성에서 눈이 온다는 건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곽노는 창으로 그 눈을 보았다.
북방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봤지만, 그의 부인 이 씨는 그렇지 못했다.
곽노는 신기한 듯 눈을 보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부인, 미안하네.”
곽노의 말에 이 씨는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당신이 미안할 게 뭐가 있다고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 씨는 다른 손으로 곽노의 손을 덮으며 말했다.
“당신을 만난 후로 항상 감사했어요. 제가 뭘 믿을 게 있다고 빚도 다 갚아 주시고 항상 존중해 주시고, 고마워요.”
“고맙기는…….”
“솔직히 계속 거기에 있는 게 불편했어요. 하지만 여기는 우리 집이니 마음이 이리 편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여기저기 일을 좀 하면 먹고살 걱정도 없고요.”
“내가 저금한 게 있는데…….”
“그건 당신 돈이에요.”
“내 돈이 어디 있어. 우리 돈이지.”
이 씨는 움직임을 멈추고 곽노를 보며 말했다.
“아서요. 남자란 모름지기 돈이 있어야 어디서든 어깨를 펴고 다니는 법이에요. 집도 있고 땅도 있으니 당신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부인…….”
“저 만나고 좀팽이가 됐네 어쨌네 하는 소리는 듣기 싫어요. 예전처럼 계속 친구분도 만나고 그러세요. 살림은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부인…….”
곽노는 감동한 듯이 이 씨를 바라보았다.
“두 분 어르신, 죄송해요. 저 때문에…….”
방 정리를 하던 미영이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곽노는 이가장을 나오면서 미영을 데리고 나왔다. 자신이 없으니 모든 화살은 미영에게 쏠리게 될 터, 일단 데리고 나와야 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생각을 잘못했어. 살살 달래야 하는데……. 그런데 미영아.”
“네, 어르신.”
곽노는 물었다.
“아직 마음은 변치 않은 거지?”
“…….”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기다리라고 하기는 뭐하다만…… 나는 그래도 네가 좀 더 버텨 주었으면 한다.”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미영이가 뭐가 아쉽다고. 미영아, 자고로 여자는 자기 좋다고 하는 남자한테 시집을 가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행복해지는 거야.”
이 씨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미영과 이 씨는 사이가 무척 좋았다.
미영은 똑똑한 여자였고, 똑똑했기에 곽노와 그의 부인이 된 이 씨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대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계산을 하고 대했지만, 나중에는 곽노와 이 씨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그녀도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그들과 헤어지기 싫었다.
“제가 모아 둔 돈이 있으니 두 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힘겹게 번 만큼 꽉 움켜쥐어야지. 착한 남자 만나면 그때 네 혼수나 마련하거라.”
이 씨의 대답에 미영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이 모았어요. 저기…….”
미영이 말끝을 흐리자 곽노와 이 씨가 그녀를 보았다.
“두 분만 괜찮으시다면 두 분을 부모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저 같은 딸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정말? 나야 좋지. 당신은 어때요, 이렇게 예쁜 딸이 생긴다면요?”
곽노는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나야 괜찮지만…… 미영아, 진심이냐?”
미영은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두 분이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저는 진심으로 두 분을 부모님으로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곽노는 잘 알고 있었다.
미영이 어떤 아이인지. 왜 강진에게 정을 주고 싶어 했는지를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너는 내 딸이다. 아니, 우리 부부의 딸이다. 미영아. 우리 예쁜 딸.”
“네, 아버지.”
미영이 자신을 보며 대답하자 곽노는 활짝 웃었다.
자신도 그렇고 이 씨의 나이도 애를 갖기에는 이미 늦었다. 애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딸이 생겼다는 기쁨에 곽노는 잠시 강진에 대한 걱정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이 그렇게 울고 웃으며 감정을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
강진은 이미 한 시진도 넘게 곽노의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一. 들어가서 사과할까? 하지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선택은 내가 하는 거라고 사부가 말했고, 나는 그렇게 선택을 한 것뿐인데.
二. 이건 사부가 잘못한 거다. 자기가 그리하라고 해 놓고서 이제 와서 말을 바꾼 거잖아. 거기에 때리긴 왜 때려? 어디 가서 한 번도 맞아 본 적이 없는 나를. 그것도 얼굴을 왜 때리냐고.
三. 돌아갈까? 하지만 사부가 없으면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잖아. 아직 물어보고 싶은 일도 잔뜩인데…….
四. 그것보다, 화를 냈으면 그냥 화만 내면 되는 거지 집은 왜 나가냐고.
五. 내가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누가 보면 내가 사부를 쫓아낸 것 같잖아. 그럼 대인으로서의 내 명성은 어쩌냐고.
六. 그냥 어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적당히 둘러대면 되는 건데…….
七. 그래도 사부가 윗사람이니 내가 숙이고 들어간다고 해도 내 체면이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들어갈까 돌아갈까를 수백 번 고민하다가 굳게 마음을 먹고 들어가려는 순간, 집 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때문에 강진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왠지 자신이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저 웃음소리 가득한 집에 자신이 들어가는 순간 그 좋은 모든 것이 깨질 듯했다.
‘나랑은 상관없잖아. 내가 잘못한 것도 없고.’
어떠한 일에든 자신의 이익이 최우선인 강진이었지만 그 대상이 곽노였기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우람이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똑똑한 녀석이니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인지 알려 줄 것이다. 하지만 그도 이곳에 없었다.
‘아, 씨!’
결국 강진은 걸음을 돌렸다.
돌아가다가도 몇 번이나 다시 발걸음을 돌렸지만 결국 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기분이 더욱 더러웠다.
기분이 더러우니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고, 눈앞의 모든 것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런 강진 앞에 그들이 나타난 건 엄청난 불운이었다. 그들에게나 그리고 강진 스스로에게나 말이다.
어떠한 말도 없이 강진을 공격해 오는 사내들.
그들이 들고 있는 칼에는 공력이 희미하게 묻어 있었다. 일반인이 아닌 무림인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지금 강진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으니까.
씨이이잉.
제법 공력이 담긴 칼들을 피하며 강진은 무심한 표정으로 상대를 살폈다.
고수가 아닌 조무래기들이다.
내공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수준이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제압할 만한, 이삼류를 오가는 무림인이었다.
강진은 습관대로 몽둥이를 뽑아 들었다. 그러다 몽둥이에 꽂힌 칼 손잡이를 보고 그냥 뽑아 들었다.
휘이익!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복면인 하나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휘이익. 휘이익. 휘이익.
그냥 휘두르는 칼에 복면인들은 계속 쓰러져 갔다.
하지만 칼이 그들을 가르기 직전, 강진은 손목을 비틀어 도 면으로 쳤다.
그냥 베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절대. 죽이지만은 마라!”
사부가 눈물로 호소했던 말이 강진의 마지막 이성을 잡아 주고 있었다.
그렇게 강진은 복면인들을 기절시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십여 명의 복면인 중 남은 자는 다섯도 채 되지 않았다.
“도망쳐!”
누군가 소리를 질렀고, 그들은 그대로 칼을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진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다 걸음을 옮겼다.
제대로 된 신법은 아직 배운 게 없지만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강진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으훼훼훼훼훼훼.
환청인가 싶은 소리와 함께 강진의 칼은 허공을 갈랐고, 복면인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다.
강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그냥 친 거지?’
스스로의 행동에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지 않던 강진이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에 놀랐다.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첫 번째 행동.
-으웨훼훼.
강진은 손에 든 칼을 바라보았다.
“너냐?”
강진은 칼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환청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강진은 자신이 날린 복면인의 머리를 보았다.
복면인의 머리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보고 있었다.
‘내 의지로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그간 공들여 올린 탑이 한번에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강진은 망연자실했다.
자신의 손을 잘라 버려 돌이킬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한 손보다는 자신의 선택이, 그리고 의지가,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처럼, 그건 되돌릴 수 없는 문제였다.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 괴물이 되는 건가? 난…….’
“으아아아아아!”
강진은 노성을 토해 내며 남은 복면인을 뒤쫓았다. 그리고 그들의 목을 날렸다.
돌아와서 혼절한 복면인들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음훼훼훼훼.
다시 환청이 들렸다.
강진의 눈에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마지막 남은 복면인을 쳤다.
복면인이 그 충격에 정신을 차렸다가 눈앞의 강진을 보고 다시 혼절하려 했다.
“누구냐, 너희는?”
지옥에서 온 야차의 목소리도 이보다 더 무섭지는 않았을 것이다.
복면인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걸 느끼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대답했다.
“혈붕파. 혈붕파란 말이지. 그래, 혈붕파.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감히 먼저 손을 썼단 말이지.”
“사실대로 말했으니 목숨만…….”
그것이 복면인의 마지막 말이었다.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좌우로 꺾었다. 그리고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랬단 말이지. 그런 조무래기들이 감히 내 의지를 꺾었단 말이지?”
강진의 미소가 점점 더 짙어지더니, 순간 그의 신형이 앞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진은 그렇게 달렸다.
목적지는 광주였고, 단 한숨도 쉬지 않고 달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혈붕파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낮이 되고 다시 밤이 되고, 또다시 해가 떴다.
그 시간 동안 강진은 오로지 숨만 쉬며 달릴 뿐,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천하제일고수라 하더라도 그렇게 달리면 진기가 불순해질 법도 한데 강진은 이상하게 그런 걸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달리면 달릴수록 신선한 진기가 몸에서 새롭게 솟구치는 것 같았다.
진기가 괜찮다면 육체의 피로라도 와야 했다. 하지만 육체의 피로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흥분에 오히려 달릴수록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뜻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으며, 실제로도 그러했다.
강진이 몰랐던 건 손에 사기가 잔뜩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 사기는 강진의 진기가 불순해질 때마다 신선한 진기를 공급했고, 육체의 피로를 빨아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칼은 붉게 물들어 갔고, 사기는 더더욱 커져 갔다.
광주에 도착한 강진은 곧바로 혈붕파를 찾았다.
하지만 커다란 광주 거리에서 혈붕파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강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광동제일흑사회라고 했다. 그렇다면 시시껄렁하게 다니는 놈들에게는 아주 유명할 터.
하나씩 조지다 보면 결국 도착할 것이다.
“하아!”
강진의 미소가 짙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