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82)
관존 이강진 (82)
“문제는 강진이를 어찌 설득하냐인데, 강제로 시키는 것보다는 스스로 납득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껄껄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늙은이가 생각해 둔 게 있으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볼일 다 봤으니 이제 나가라는 듯한 이제원의 말투에도 곽노는 익숙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크게 기뻐해 주십시오.”
“뭘 말입니까?”
“그건 잠시 후 두고 보면 아실 겁니다. 아마 제가 없는 걸 보면 우물쭈물할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부디 크게 기뻐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리고 가는 곽노를 보며 이제원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이가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
“어동아!”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이어동은 강진이 부르는 소리에 잽싸게 그 앞에 달려갔다.
“네, 포도대장님.”
“상금이다.”
이어동은 날아오는 뭔가를 본능적으로 받아 냈다.
“포도대장님…… 이건…….”
허연 게 아니라 누런 내용물을 확인하고 이어동은 깜짝 놀라 강진을 보았다.
“뭘 그리 보냐? 잘되면 상금을 준다고 했잖냐.”
“하지만 이건…….”
“금원보 처음 보냐?”
“네.”
이어동의 대답에 강진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씩 웃었다.
“그럼 더 잘됐네. 그게 금원보다. 봉급이랑 같이 해서 선물 잘 사 드려라. 효과가 좋더라.”
몇 년을 모아야 만질까 말까 한 한 냥짜리 금원보를 보며 이어동은 뭐라 할 말을 잃었다.
“고참들한테는 이야기하지 말고. 괜히 한턱내라 뭐라 하면서 다 뜯어먹을 테니. 원래 그런 거라면서?”
강진의 말에 이어동은 급히 금원보를 품에 쑤셔 넣고는 말했다.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포도대장님의 명령이라면 타오르는 불 속에라도 뛰어들겠습니다.”
“본관은 그렇게 멍청한 상관이 아니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충성을 바치는 건 아주 좋아.”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본관이 너를 한번 키워 주도록 할까?”
“명령만 내리십시오.”
“가서 송두이를 불러와.”
“송두이요?”
“변권파라고, 저잣거리에서 목에 힘주는 놈 있어. 정 모르겠으면 정 포두에게 물어보고.”
“알겠습니다. 금방 찾아오겠습니다.”
이어동이 급히 포도청 밖으로 나가자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효과가 아주 좋았단 말이지.”
강진은 어제 일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이제원의 감격스러운 표정.
처음 보는 그 표정에 강진도 감격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느꼈다.
물론 죽을 이유를 느낀 적도 없지만, 그렇게 삶에 애착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여간 설명할 수 없는 좀 복잡한 감정이었으나 어제는 확실히 살아 있음에 기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어동은 몇 년 치 봉급에 해당되는 돈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었고 말이다.
강진이 관청에서 서류를 잠시 들여다보는 사이 이어동과 송두이가 들어왔다.
“포도대장님을 뵙습니다.”
강진 덕분에 얼굴이 활짝 편 또 한 사람, 송두이가 강진의 앞에 넙죽 엎드리며 인사했다.
해 먹을 것 없다고 해도 신의현에서 흑사회라고는 자신의 조직밖에 없으니 그럭저럭 살 만한 송두이였다. 거기에 또 엄청난 대사가 남지 않았는가?
“변권이 왔구나.”
강진은 여전히 그를 똥주먹이라 불렀지만, 송두이는 오히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소인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 주시니 감격스럽습니다.”
“흰소리하지 말고. 본관은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고, 또 떠보는 사람도 싫어한다 했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일을 꽤 잘했더구나.”
강진이 서류를 슥 보며 하는 말이었다. 서류에는 남공진이 도둑을 크게 맞아 거의 빈손으로 신의현을 떠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송두이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인이 제대로 하는 게 뭐 있겠습니까? 그저 포도대장님이 저를 예뻐해 주시니 그렇게 되는 거겠지요.”
강진은 송두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네 주제를 잘 알아서 다행이다. 그러면 본관도 약속을 지켜야겠지. 광주 일 들었지?”
고개 숙인 송두이의 눈이 빛났다.
“광주 일이라 하시면?”
“혈붕파.”
“아! 저들끼리 싸우다가 괴멸했다는 조직 말씀이시군요.”
말은 그리해도 송두이는 그런 헛소문을 믿지 않았다.
소규모 조직도 아니고 혈붕파 정도의 대규모 조직은 내분을 일으켜도 괴멸되지는 않는다. 단지 그 우두머리만이 바뀔 뿐이다.
그 소문을 듣자마자 송두이는 강진을 떠올렸다. 그리고 예상이 오늘 이리 들이맞은 것이다.
강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송두이에게 말했다.
“덕분에 그쪽이 무주공산이라고 하더구나.”
“네.”
“본관은 아주 걱정이 돼. 광주 떨거지들이 괜히 우리 현에 내려와서 지랄을 떨면 아주 귀찮아질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지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가 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파악 좀 해 봐라.”
강진이 이어동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송두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소인이 무엇을 파악해야 됩니까?”
“나쁜 놈들. 그쪽 흑사회를 장악할 만한 나쁜 놈들 말이다.”
송두이의 머릿속이 팽팽 굴러갔다.
“그쪽의 나쁜 놈들을 말이지요?”
“그래. 단, 네놈이 기억해야 할 건, 반드시 나쁜 놈들이어야 한다. 세상 그 누가 봐도 이놈은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할 만한 놈들. 그 증거까지 가지고 와야 한다. 본관이 적당한 법에 의한 정당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말이지.”
“문제없습니다. 곧바로 조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은 송두이에게 다가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잘 기억하거라. 반드시 나쁜 놈들이어야 한다는 본관의 말뜻을. 본관이 네놈을 기특히 여기긴 한다만, 다른 누군가가 네놈이 나쁜 놈이라고 하면 본관으로서도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송두이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소인은 소인의 주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 그런 말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강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먼저 가 보거라. 이 포졸이 잠시 후에 너를 찾아갈 것이니.”
“네, 알겠습니다.”
송두이가 사라지자 강진은 이어동을 보며 말했다.
“어동아.”
“네, 대장님.”
“본관이 너를 키워 주겠다고 했으니 키워 주려 한다. 아까 나간 놈 잘 감시해야 한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만, 사람이라는 게 잘 알 수 없는 동물이라 종종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려 하더구나.”
“제가 뭘 해야 합니까?”
“아까 나간 놈이 조사할 때 옆에 있거라. 그리고 그 조사에 거짓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본관에게 보고하면 된다.”
이어동은 이해가 잘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강진을 불렀다.
“대장님.”
“왜?”
“이런 조사는 포도청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거기다 우리 포도청이 아닌 광주 포도청에서 말입니다.”
“나쁜 놈들 잡는데 내 구역 네 구역이 어디 있냐? 그냥 때려잡으면 되는 거지. 그리고 포도청에서 얼마나 조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끼리끼리 논다고, 그런 건 같은 나쁜 놈들이 더 잘 아는 거야.”
“하지만 아까 나간 그놈은…….”
강진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너 아직 멀었다. 너도 보면 알겠지만 포두들은 잔챙이들은 그냥 놓아주곤 한다.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느냐?”
아직 신입인 이어동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강진은 다시 한 번 혀를 차며 말했다.
“그냥 정 포두에게 맡기려다가 특별히 너를 시킨 거다. 정 모르겠으면 정 포두에게 물어보든가.”
“네, 대장님.”
“실수하지 마라. 아차 하면 너도 나쁜 놈 된다.”
“헤헤, 나쁜 놈들 잡으려고 포졸이 된 겁니다.”
이어동이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강진은 씩 웃으며 손짓으로 그를 내보냈다.
이어동이 사라지자 강진은 중얼거렸다.
“쉽진 않을 거다. 송두이가 어떻게든 너를 구워삶으려고 할 테니까. 이 시험을 잘 통과하면 너도 앞길이 쭉쭉 뚫릴 거다. 광동 최고의 흑사회 조직 우두머리를 정보원으로 두는 것이니.”
강진은 그렇게 이어동을 시험에 빠지게 하고는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종사관들을 찾았다.
송두이에게 약속했던 것을 주기 위해서는 종사관들과 의논할 것이 있었다.
그리고 종사관들은 강진의 말을 듣고서는 난색을 표했다.
“월권입니다.”
“맞습니다, 대장님. 우리 관할이 아니라서 힘듭니다.”
강진은 두 종사관이 그렇게 나올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미 그 관할이란 것 때문에 남공진을 어찌하지 못해 결국 송두이에게 맡긴 것 아닌가?
“본관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두 종사관에게 상의하는 것이 아닌가? 방법을 찾아라. 경험 많은 두 사람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터.”
강진의 막무가내에 두 종사관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높은 사람이 좋은 거지.’
그리고 강진은 탁자에 놓인 차를 홀짝이며 두 종사관이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