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9)
관존 이강진 (9)
내공
꼬꼬댁. 꼭꼭.
강진이 돌아오자마자 닭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듯이 달려오며 강진의 주변을 돌았다.
“이게!”
평상시라면 바로 먹이를 주고 관찰 일지를 썼을 강진이지만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닭을 향해 냅다 발길질을 했고, 닭은 아슬아슬하게 그걸 피했다.
“피했어?”
어느새 강진의 눈가에 살기가 돌더니 닭을 향해 손을 뻗쳤다.
“왜 닭에게 화풀이냐?”
“사부.”
어느새 곽노가 나타나 닭의 날갯죽지를 잡고 멀리 보내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오자마자 씩씩거리고.”
“그럴 일이 있었어요.”
“그럴 일이라는 게 학당에서 애 취급 당한 거냐?”
강진이 곽노를 보며 물었다.
“그걸 사부가 어찌 아세요?”
“사부가 되어 가지고 제자가 어찌 지내는지도 모르면 그야말로 직무 유기 아니겠냐?”
“사부가 언제부터 그런 걸 따지셨다고…….”
“그런데 그렇게 분하냐?”
곽노가 슬그머니 묻는 말에 강진은 분노를 터트렸다.
“무시도 그런 무시를 당했는데 기분이 좋겠어요?”
“무시 안 당하면 되지 않느냐? 네가 예전에 글을 배울 이유를 느끼지 못해 안 배우는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지만?”
강진은 이를 꽉 물어 보이고는 말했다.
“무시당할 수는 없으니 공부해야죠. 그래서 노대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어요.”
“평생을 글만 배운 사람인데 그게 가능하겠냐?”
“어디서 멍청하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어요. 마음만 먹는다면야…….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무슨 문제?”
“사부가 시키는 게 많아 글공부를 할 시간이 없잖아요.”
“머리 나쁜 녀석들이 변명은 많더다니만. 네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잘 시간을 줄여 가며 했을 거다.”
“빨리 납작하게 해 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곽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임무를 줄여 주면 빨리 할 수 있다는 소리구나.”
“당연하죠.”
“좋아, 그럼 산을 달리고 대나무를 뛰어넘는 것만 하자. 그럼 되겠지?”
강진은 화색을 띠며 곽노를 보았다.
“정말요?”
“그래. 나도 내 제자가 어디 가서 무시를 당하는 게 좋진 않으니까.”
“그럼 빨리 시작하죠.”
강진은 의욕이 넘치는 듯이 책 보따리를 방에다 던져 놓고는 뒷산으로 앞장섰다. 그러고는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뒷모습이 순식간에 길을 따라 사라지는 걸 보고 곽노는 혀를 내두르며 생각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보다 뛰어나기는 한데 말이지.’
처음에는 두 시진을 넘겨야 갔다 왔는데 이제는 한 시진을 조금 넘길 뿐이었다. 어른들도 그리 달리라고 하면 백의 아흔아홉은 실패하는 걸 말이다.
‘머리 역시, 그 꼬장꼬장한 전 노사가 데려다 수제자로 삼았다고 하니 정말 하늘이 내린 기재일 수도 있는데…….’
곽노는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검증되지도 않은 엉터리 이론으로 강진의 천재성을 소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경험을 곁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곽노는 금방 마음을 바꿔 먹었다.
‘녀석의 성격을 고치는 게 제일 큰 목적이니 죄책감 느낄 필요가 없지. 암, 장주 역시 그걸 바라고 있으니 나를 그렇게 우대하는 것 아닌가?’
곽노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사이 강진이 헐떡이며 돌아왔다.
곽노는 헥헥거리며 달려오는 강진을 잡으며 말했다.
“그렇게 입으로 숨을 쉬면 안 된다고 했잖아.”
“코로 숨 쉬다가는, 헥헥,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입으로 숨 쉬면 별 효과가 없다. 어떻게든 코로 숨 쉬어야 한다.”
곽노의 말에 강진은 혓바닥까지 내밀고 있던 입을 다물며 애써 코로 숨 쉬려 했다.
“크으으응. 크응. 크응.”
공기가 모자랐는지 강진은 괴이하게 숨을 쉬더니 반 각이 지나서야 겨우 숨을 골랐다.
“것봐라. 하면 할 수 있지 않으냐?”
“코로 숨 쉬나 입으로 숨 쉬나 똑같은데…….”
강진은 곽노의 말에 토를 달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묻지 않고 넘어가자니 궁금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렸다.
곽노는 강진의 그런 편법쯤은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 주기로 마음먹었다.
“녀석아, 눈은 보라고 있는 거고, 코는 숨을 쉬라 있는 거고, 입은 먹으라고 있는 거다.”
“코는 냄새를 맡는 거고, 입은 말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요?”
“쯧! 또 말대꾸한다. 또 스스로에게 거짓부렁할 테냐?”
“혼잣말이에요, 혼잣말.”
곽노는 강진을 흘겨보며 말했다.
“여하간 숨을 쉬는 건 반드시 코로 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길게 쉬고 길게 내뱉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하는 강진에게 곽노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자,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다음 거 해야지?”
곽노는 강진을 번쩍 안아 들고는 다른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대나무 숲이었다.
“이건 사기야, 사기.”
닷새 만에 자신의 어깨까지 자란 대나무를 보며 강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매일 뛰다 보면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사부의 말은, 얼핏 들었을 때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군소리 없이 따랐는데, 오후에 대나무를 넘었을 때는 몰랐는데 하룻밤 자고 오면 부쩍 자라 있는 것이다.
‘이미 한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고.’
곽노는 뒤에서 강진이 고민하는 걸 보며 실실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뭐 하냐? 시작해야지.”
“사부, 하는 건 하는 건데 말이죠.”
“그래, 하는 건 하는 건데?”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무턱대고 뛰어넘으라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방법? 물론 있지.”
강진은 화색을 띠며 물었다.
“무슨 방법인데요?”
“허공에서도 달리듯이 움직이는 거지.”
“네?”
“너는 오른발로 도움닫기를 하지 않느냐? 그 순간 다시 왼발을 내디뎌라.”
“어디다가요?”
“물론 허공이지.”
“밟을 것도 없는데요?”
“왜 없어? 대나무를 밟으면 되지.”
말도 안 되는 말이었지만 강진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좋아요. 그리고요?”
“그리고는 뭘, 다시 오른발을 내딛는 거지.”
“물론 대나무에다가 말이죠?”
“그렇지. 그렇게 한 서너 번만 하면 이것보다 훨씬 긴 것도 넘을 수 있지 않겠냐?”
강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곽노를 보다 물었다.
“그게 돼요?”
“하다 보면 된다.”
강진은 얼굴 가득 불신 어린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휴, 내가 어쩌다 그리 멍청한 약속을 했는지.”
어리숙하게도 속은 자신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진은 대나무를 노려보았다.
‘뭐, 어깨높이는 가능할 거야.’
강진은 그렇게 마음먹으며 대나무에서 멀찌감치 물러섰다. 그러고는 크게 호흡하고는 대나무를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다, 탓!
대나무를 향해 높이 뛴 강진은 곽노의 말대로 떨어진다 싶은 순간 왼발을 내디뎠다.
‘어?’
왼발이 대나무의 두 마디 끝에 닿는 순간 다시 몸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휘리리릭!
바닥에 착지한 강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보고 다시 곽노를 보았다.
곽노 역시 강진과 마찬가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진이 말도 안 되는 자신의 방법으로 어깨높이의 대나무를 뛰어넘은 것이다.
“어? 정말 되네요?”
강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 말에 곽노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당연하지. 사부가 불가능한 일을 시켰겠느냐?”
“다시 한 번 해 볼래요.”
강진은 신기하다는 듯이 뒤로 물러서더니 아까와 같이 다시 한 번 힘차게 대나무를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 탓! 휘리리릭!
다시 한 번 대나무를 뛰어넘자 강진은 크게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오, 신기하다! 다시 봤어요, 사부! 이게 정말 되다니.”
“허허, 여태 의심했다는 말이냐?”
말은 그리했지만 곽노는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처음은 정말 기적적으로 성공했다고 쳐도 두 번이나 성공했다는 건 정말 된다는 소리였다.
강진이 계속해서 대나무를 뛰어넘는 걸 보며 곽노는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보면 알겠지…….’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났다.
대나무는 급격히 자라 강진의 머리까지 닿을 정도였다.
강진은 그 높이에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나무를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 탓! 휘리리릭!
놀랍게도 강진은 자신의 머리 높이까지 자란 대나무를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사부! 정말 천재셨군요.”
신기하고 설명할 수 없는 쾌감에 강진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 열심히 하면 대나무가 일 장 높이까지 자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게다.”
“열심히 할게요. 이제부터 사부의 말이라면 돌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게요.”
연신 대나무를 뛰어넘는 걸 보며 곽노는 스스로에게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누구를 가르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건 아닐까?’
강진의 움직임은 곽노의 그런 착각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자신감이 붙은 곽노는 강진을 불렀다.
“강진아.”
“네, 사부.”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은 듯 강진이 숨을 살짝 헐떡이며 곽노에게 다가왔다.
“대나무 넘는 수련은 앞으로 한 시진만 하고, 남은 시간에는 다른 걸 하자.”
“어떤 걸요?”
“장풍 쏘는 방법 배워야 하지 않겠냐?”
“장풍요?”
“그래. 대나무 수련이 익숙해진 것 같으니 장풍 수련도 같이 해야지.”
“좋아요!”
희희낙락하는 강진의 모습을 보며 곽노는 말했다.
“장풍을 쏘기 위해서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내공요?”
“신체 외부, 즉 근육과 피부를 단련하는 공부를 외공이라 한다면, 신체 내부를 단련하는 공부를 내공이라고 한다. 장풍을 쏘기 위해서는 이 내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게 있었군요. 처음 들어 봐요.”
“이 사부처럼 강호인이 아니라면 보통 알 수가 없는 법이지.”
“빨리 알려 주세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잔뜩 기대하는 강진을 보며, 곽노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내공을 쌓으려면 일단 숨쉬기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숨쉬기요?”
“그래. 제대로 숨을 쉬어야 하는 거지. 사부가 숨 쉴 때 어떻게 하라고 했지?”
“아무리 힘들더라도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힘들면 입으로 뱉어도 되지만, 들이마시는 건 반드시 코로 하라고 하셨지요.”
“그래. 그게 올바른 숨쉬기고, 내공은 그런 숨 쉬는 방법으로 쌓는 거란다.”
곽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숨은 천천히 길게 들이마셔야 하고, 뱉는 것 역시 천천히 길게 내뱉어야 한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지만, 할수록 점점 길게 할 수 있다.”
“그것뿐인가요?”
“아니다. 들이마실 때 배는 들이밀어야 하고, 내뱉을 때는 내밀어야 한다.”
“완전 반대네요?”
“그래, 반대지. 그래서 내공을 역천(逆天)의 공부라고도 한다. 사람은 사람의 기운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자연의 기운을 몸에 담으려 하니 그게 바로 역천이라는 거지.”
“으음.”
강진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그럼 이렇게 숨만 쉬면 되는 건가요?”
곽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집중을 해야 한다.”
“집중요?”
“그래. 오로지 숨을 쉬는 데 집중하는 거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요?”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지속하는 게 어려울 뿐이지. 특히 네 성격이라면 더더욱 어려울 거다.”
곽노는 강진에게 턱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 바로 한번 해 보든가.”
강진은 곧바로 바닥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숨을 쉬는 데 집중했다.
‘이게 뭐 어렵다고.’
강진은 곽노가 숨 쉬라고 한 방법에 집중했다.
‘들이쉴 때 훌쭉 들어가게 하고, 내뱉을 때 배를 볼록 튀어나오게 하고.’
그렇게 일각이 지나자 강진은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쉬운 데다 꼼짝 않고 앉아만 있어야 하니 전신이 쑤시는 듯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