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91)
관존 이강진 (91)
“서라! 누구…… 충!”
포도청 문을 지키고 있던 포졸들이 강진을 알아보고 급히 차렷 자세를 하며 소리쳤다.
“종사관하고 포두들 불러.”
강진이 포도청으로 들어가며 하는 말에 포졸 하나가 급히 안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앉은 강진은 생각에 잠겼다.
‘어디 계시는 거지?’
곽노의 성격상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외박을 할 리 없었다. 게다가 사부도 나름 신혼이었다.
문제가 생긴 것이 확실했다.
‘어떤 새끼일까?’
강진이 걱정하는 건 혹시 이 문제에 자신이 처리했던 흑사회 조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가족을 협박하고 상해하여 당사자를 압박하는 건 흑사회 놈들의 생리 중 하나였고, 그렇게 일어난 살인 사건이 적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앞에서 대놓고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소리친 놈도 여럿 있었다. 강진은 그런 놈들은 이를 모조리 박살 내었고, 확실한 공포를 심어 주어 자신의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놈들의 수하 또는 가족은 그런 자신을 모른다.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사부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었다.
‘이래서 한번 손을 쓰면 확실하게 손을 쓰라고 했던 거로군.’
송두이가 그랬다. 한 놈을 처리하면 그 주변 놈들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강진은 갑을병정으로 죄의 경중을 나눠서 처리했다. 살려도 될 놈은 살렸고, 풀어 줘도 될 놈은 풀어 줬다.
‘내 실수야!’
송두이 따위의 의견이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결국 놈의 말이 옳았다. 확실하게 손을 썼어야 했다.
강진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미보와 포두들이 몰려왔다.
“대장님,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습니까?”
미보와 포두들이 급히 인사를 올리며 한마디씩 하자 강진은 싸늘하게 말했다.
“편하지?”
“네?”
미보가 대표로 묻는 말에 강진은 그의 늘어진 뱃살을 보며 말했다.
“내가 종사관에게 대행을 맡긴 지 세 달도 되지 않았는데 뱃살이 참 많이 나왔어. 편한가 봐, 포두들도 그렇고.”
강진의 싸늘한 물음에 미보와 포두들은 당황했다.
사실 강진이 자리를 비운 후에 조금 느슨해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놓고 그렇다고 할 수는 없기에 강진의 눈치만 살폈다.
“지금부터 딱 하루 준다. 내 사부 찾아.”
강진의 냉랭한 말에 미보가 물었다.
“대장님의 사부가 사라지셨다는 신고는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백방으로…… 꺽!”
순간 강진의 얼굴이 코앞에 바싹 다가오자, 미보는 깜짝 놀라 숨을 멈췄다.
“신고받았다는 놈들이 지금 이 시간에 포도청을 지키고 있어? 백방으로 찾고 있다고? 그런데 왜 아직 못 찾았어? 백방이 아니라 천방, 만방으로 찾아.”
“네! 알겠습니다!”
미보와 포두들은 황급히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들의 뒤로 강진의 싸늘한 목소리가 또 들렸다.
“하루라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단서라도 들고 온다면 상을 주겠지만, 빈손으로 오는 놈들은 죽는다. 하루다.”
염라대왕의 목소리도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며, 미보와 포두들은 혼까지 담아 빠르게 걸음을 놀렸다.
강진은 그런 그들을 보며 송두이가 자리에 없는 게 안타까웠다. 놈이라면 포두들보다 더 빨리 찾을 터였다.
‘아,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나 혼자 다 뒤져 볼 걸 그랬나?’
포졸들이 발견한다면 자신에게 찾아올 것이 분명했기에, 강진은 나갈 수가 없었다.
‘찾을 수 있겠지. 찾을 거야.’
강진은 안절부절못하며 방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 * *
미보는 똑똑했다.
강진의 활약에 신의현은 평화로웠고, 흑사회는 명맥만 겨우 유지되고 있었다. 그 왈패들도 적당한 선에서 필요하다는 그와 포두들의 의견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사라졌을 것이다.
여하간 중요한 건, 포도청이 흑사회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왈패들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현 내의 사람들이 그 영감님을 납치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그러면 결국 외지인이라는 소린데.’
사실 미보는 이 사건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납치라니.
그의 생각에는 곽노가 마작이나 술에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에 안 돌아오는 것이지 싶었다. 대부분의 실종 사건, 특히 성인 남성의 사건은 대부분 집에 알리지 않고 노느라 정신이 팔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말했다가는 경을 칠 테니,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미보는 포도대장이 사부라 부르는 노인을 떠올렸다.
냉정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강진에게 욕을 하는 유일한 노인이었다. 그리고 놀러 올 때마다 이것저것 신경을 써 주니 포두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아이고, 제때제때 집에 들어가셔야지, 영감님 신선놀음 탓에 우리만 죽어나질 않습니까.”
미보는 중얼거리며 조사에 충실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곽노의 행방을 묻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 건 이미 다른 포두들이 하고 있을 터.
미보가 사람들에게 물은 건 외지인을 보았냐는 것이었다.
남쪽 끝에 특별한 관광할 곳도 없는 신의현에서 외지인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 대부분 성내의 현을 오가는 상단만이 유일한 외지인.
그렇게 탐문을 하다, 미보는 결국 외지인을 보았다는 사람을 찾았다.
미곡을 취급하는 장 씨였다.
“어디 사투리인지 모르지만, 억양이 상당히 독특한 사람들이 쌀을 사러 오긴 했지요.”
“몇 근이나 사 가던가?”
“스무 근 정도 사 갔습니다.”
“스무 근? 어디 먼 길이라도 간다던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먼 길 가느라 준비를 한다고 해도 스무 근은 너무 무겁지요.”
“그럼 일행이 있다는 소리겠지?”
“아마 그렇겠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났습니까?”
“아니야. 고맙네. 장사 잘하시게.”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장 씨가 허리를 숙이며 하는 말에 미보는 손을 휘저으며 그의 가게를 나왔다.
‘일행이 있단 말이지? 객잔에 없다면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는 소리인데, 근처에 그럴 만한 곳이 어디 있지?’
신의현에서만 삼십 년 이상을 돌아다닌 미보였다. 순식간에 몇 군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몇 군데 모두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사당이었다.
미보는 곧바로 그곳으로 가려다 몸을 멈췄다.
‘재수 없게, 정말 마적 떼들이라도 들어와서 납치했다면 나만 거시기 되잖아. 안전하게 가자, 안전하게.’
미보는 객잔에서 수소문하고 있는 포졸 하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어디어디에 외지인이 있는 것 같으니 강진에게 알리라 말했다.
그리고 또 포졸 몇을 불러 자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보가 점찍은 장소 중 하나는 근처에서 멀지 않았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야산 중턱에 있는 사당이었다.
잠시 후 미보는 세 명의 포졸들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두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숫자가 많으면 싸우지도 말고. 괜히 죽으면 개죽음이니까.”
산을 오르며 하는 미보의 주의에 포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 힘들어. 운동 좀 해야지.’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자 미보는 금세 숨이 차는 것을 느꼈다. 숨을 헐떡이고 싶었으나 자신의 뒤로 포졸 셋이 바짝 따르고 있어 그러지도 못했다.
‘포도청 밥이 얼만데 쪽팔리게 대놓고 힘든 표정도 못 짓겠고. 죽겠구나.’
미보가 이를 악물고 오르다가 결국 거친 숨을 토하는 순간이었다.
“허억!”
깜짝 놀라 급히 바닥에 몸을 낮추며 손을 휘젓는 순간, 바람이 불었다.
“허억!”
다른 의미로 숨을 토해 낸 미보는 눈앞에 선 사람을 보았다.
‘무림인! 하늘을 난다는 그 무림인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십여 장은 족히 되는 거리를 단숨에 날아왔다. 눈앞의 사람이 귀신이 아니라면, 무림인이 확실했다.
“누구냐?”
미보의 머릿속이 팽팽 돌며 동시에 입이 열렸다.
“허! 놀랐구려. 본관은 신의현 종사관 미보라는 사람이오. 귀하는 누구시오?”
사내는 미보의 차림새와 그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포졸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지나가는 사람이오. 그런데 포졸 나리들은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옆 동네에 일이 있어서 말이오. 그럼 이만.”
미보는 포졸들에게 눈짓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던져 오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미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렸다. 그러고는 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사당 쪽을 곁눈질했다.
‘하나가 아니다…….’
몇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최소 다섯 이상의 사람이 사당 주변에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데리고 오는 건데……. 아니지, 상대가 정말 무림인이라면 우리 몽땅 덤벼도 안될 텐데…….’
미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떨어져 내렸다.
“어이쿠!”
미보는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상대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뒤에 있던 사내였다.
“그래, 포졸 나리들께서 옆 동네에는 무슨 일 때문에 가시오?”
의심이 가득한 눈이었다. 조심스럽게 본다고 봤지만 사내가 눈치챈 듯했다.
“포졸들이 무슨 일이 있겠소? 도적들이 들었다고 해서 조사하러 가는 길이지.”
미보가 간신히 대답하는 순간 누군가 사내를 불렀다.
“아육, 무슨 일이냐?”
이 중년 사내도 귀신인 양 순식간에 나타나긴 마찬가지였다.
“이곳 포졸들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뭔가 수상쩍어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중년 사내가 자신들을 훑어보자 미보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흠, 수상한 건 당신들 아닌가? 조사를 하려면 우리가 해야 할 것 같네만…….”
무슨 용기가 나서 이런 말을 한 건 아니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워 보여야 하고, 이 말이 가장 자연스러워 한 것뿐이었다.
다행히 먹혀든 듯했다.
중년 사내는 미보 일행에게서 시선을 떼고 사내에게 말했다.
“소동이 일어나면 좋을 게 없다.”
“네.”
사내는 길을 비켜 주며 말했다.
“조심히 내려가시오. 그리고 괜한 소란은 원치 않소.”
미보가 살았구나 하면서 급히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종사관님, 좀 수상쩍지 않습니까? 혹시 이 사람들이 납치범 아닐까요?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 포졸의 물음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야! 이 멍청한 새키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미보가 소리를 버럭 지르는 순간, 중년 사내가 말했다.
“곤란해졌구나. 죽이지 말고 제압해라.”
“네!”
사내의 대답이 나오는 순간 미보는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튀어!”
팍! 팍! 팍!
제대로 뛰기도 전에 포졸 셋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손 하나가 자신에게 오는 걸, 미보는 정말 본능적으로 피해 냈다.
하지만 두 번은 없었다. 사내의 손이 닿고 몸이 뻣뻣해진다고 느끼는 순간, 미보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대장님! 여깁니다!”
사내의 고개가 돌아갔고, 순간적으로 양팔을 붙여 올렸다.
파파파파파파파팍!
허공이 무슨 평지라도 되는 듯 사내에게 십여 차례의 발길질을 해 대는 강진을 보며 미보는 득의양양해서 소리쳤다.
“너희 다 죽었어!”
상대가 무림인이든 뭐든 중요하지 않다. 강진이 오면 무조건 이기는 거다.
일 년간의 학습은 똑똑한 미보도 단순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