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92)
관존 이강진 (92)
충돌
“쪽수가 많아 다구리 당하면 어떡합니까?”
“다구리?”
생소한 단어에 강진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정 포두가 급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인데 적은 최소 둘 이상은 되면 그걸 어떻게 다 막느냐는 물음입니다.”
“아! 그런 뜻이군. 좋은 말을 두고 왜 그딴 말을 써? 여하간, 그럴 때는 확실하게 한 놈씩 제압하면 되지. 한주먹에 한 놈씩.”
강진의 대답에 정 포두는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대장님, 저희는 대장님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땀 흘리고 있는 거 아니야? 한 방에 한 놈씩 제압할 수 있도록.”
“그럼, 아무리 수련해도 한 방에 제압하지 못할 놈이면 어떡합니까?”
강진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면 튀어야지. 딴 수 있어?”
강진은 포두들과 포졸들을 훈련시키며 알려 주었던 방법을 몸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숫자가 많았다. 거기다 강하기까지 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한 대 맞고 열 대를 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 대가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그걸 무시하고 싸우려면 독기가 필요했고, 독기는 살기를 불러온다.
살기는 사람을 죽인다.
아직 곽노를 납치한 놈들인지 확인도 못 한 터에 그러기는 싫었다.
강진은 그들과 싸우면서 이놈들이 곽노를 납치한 놈들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왈패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잘난 놈들이었다.
사 단의 천단공을 어렵지 않게 막아 내는 놈들. 이런 놈들이 흑사회였다면 자신이 폭주했을 때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여하간 강진은 처음 공격을 한 장소에서 반경 백여 장을 벗어나지 않고 사내들의 공격을 피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사내들은 어떻게든 강진을 포위하려고 했지만, 강진은 화가 날 정도로 몸을 잘 빼냈다.
포위를 위해 약간의 무리라도 하려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반격까지 하니, 사내들은 강진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강진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기회를 보았다. 그러다가 사내들 중 하나가 무리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공격을 하자, 사내들은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무리로는 강하지만 개개인으로서 강진의 무위를 따를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포위하는 것을 포기하고 진형을 짜 대치하는 것을 선택했다.
강진은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누구냐, 너흰?”
강진의 물음에도 사내들은 입을 열지 않고 강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무슨 일이냐?”
잠깐의 대치 상태에, 사당에서 누군가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귀신처럼 날아와 사내들의 앞에 섰다.
“대주!”
사내들이 눈빛에 안도감이 서렸다. 자신들의 대장이 온 것이다.
그들의 앞에 떨어진 홍안의 사내는 강진에게 시선을 돌리고 그의 옷차림을 보며 물었다.
“관원이신가?”
“관원 맞지. 나쁜 놈들 잡으러 다니는.”
강진은 살짝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놈 강하다!’
홍안의 사내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강진은 느낄 수 있었다.
강한 놈이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분명 강한 놈이었다.
허리 아래로 내린 손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분명 험악한 싸움이 벌어질 터였다. 그가 싸움을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게 분명했다.
놀란 건 홍안의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변두리, 그것도 이름 모를 야산에서 이런 고수를 만날 줄은 몰랐다. 거기다 포졸 차림이라니.
‘설마…… 그 사람과 관련된 건 아니겠지…….’
홍안의 사내는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한 사람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그리고 긴장을 풀기 위해 크게 심호흡하는 순간, 강진이 말했다.
“본관이 다시 한 번 묻겠다. 누구냐, 너흰?”
“포졸 나리가 신경 쓸 일은 없소.”
“그렇다면 본관이 저기에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군?”
강진이 턱짓으로 사당을 가리키자 홍안의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곤란하오. 귀빈을 모시고 있어서.”
“그래도 본관이 봐야겠다면?”
홍안의 사내는 천천히 검을 뽑으며 말했다.
“관인과 싸우는 건 원치 않소만.”
“나도 나쁜 놈이 아닌 사람들과 싸우길 원하지는 않아. 그러나 본관은 꼭 저기를 봐야겠어.”
강진은 입을 열며 조용히 천단공을 끌어 올렸다.
충돌해야 한다면 단숨에 홍안의 사내를 제압해야 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은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홍안의 사내가 왼발을 뒤로 끌며 자세를 잡는 순간 강진의 입이 열렸다.
“그 전에 내 수하들은 돌려보내야겠네. 괜히 싸우다가 내 수하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당신들은 정말 나쁜 사람이 되는 거거든.”
홍안의 사내는 잠시 망설였다.
괜히 관인들이 다쳐 봤자 좋을 게 없었다. 내려간 포졸들이 상부에 보고는 할 테지만, 그사이 자신들이 사라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대로.”
홍안의 사내의 말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말 잘 통하네. 잘됐어. 괜히 저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나도 독기가 생길 수밖에 없거든.”
강진은 곧바로 미보와 포졸들에게 말했다.
“너희 먼저 내려가.”
“대장님, 하지만…….”
“너희 전부가 와도 저기 있는 사람 중 하나를 제압하기도 힘들어. 그냥 내려가.”
미보는 두려운 얼굴로 망설였다.
상대가 아무리 무섭다 해도 강진을 혼자 두고 가는 게 마음이 좋질 않았다.
“내려가래도. 또 포졸들이랑 다시 올라올 생각도 하지 말고.”
“……그럼 조심하십시오, 대장님.”
미보가 포졸들과 산길을 내려가는 걸 끝까지 본 후 강진이 홍안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군. 좋아, 그러면…….”
홍안의 사내가 강진이 무슨 말을 할지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시작하지.”
강진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홍안의 사내는 급히 몸을 뒤집었다. 눈앞으로 도신이 부러진 칼 하나가 보였다.
‘반도?’
홍안의 사내는 허리를 뒤로 꺾은 채로, 발을 뒤틀어 강진의 복부를 향해 검을 돌렸다.
강진은 검이 회전하는 쪽으로 같이 움직이며 사내의 손목을 내려치려 했다.
사내는 급히 몸을 일으켜, 검막을 뿌려 강진의 도를 튕겨 내었다.
순식간에 수 초의 도와 검의 공방이 오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홍안의 사내는 몸을 띄우더니 개천낙뢰의 초식으로 강진을 향해 검을 마구 뿌려 댔다.
‘지랄맞은 변초로세.’
강진은 허공에서 잔영을 뿌려 대며 떨어지는 검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씩 쳐 낼까 생각했지만 거기에 맞는 마땅한 초식이 없었다.
‘어차피 한 방. 너만 제압하면 걱정할 게 없으니까.’
강진은 사내의 변화를 빠름으로 제압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변화가 많아도 결국 실존하는 건 하나이니 말이다.
고수와의 실전 경험이 극히 짧은 강진의 실수였다.
고수의 변화는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허(虛)를 언제든지 실(實)로 만들 수가 있다. 고수는 그래서 고수이고, 홍안의 사내도 그런 고수였다.
그래서 강진은 크게 손해를 봐야 했다. 하지만 강진의 초식은 먹혀들었다.
강진이 빠르게 개천낙뢰의 초식 속으로 도를 집어넣자 놀란 홍안의 사내가 몸을 돌려 바닥에 내려앉은 것이다.
그도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 경험은 강진과는 다른 경험.
하수든 고수든 실전 경험이 풍부한 그도, 개천낙뢰의 초식을 무식하게 뚫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동귀어진의 기세도 아니었다. 지금 강진이 쓴 방법은 그야말로 나 죽고 네 팔 자른다는 무식하다 못해 파격적인 짓거리였던 것이다.
잠깐의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홍안의 사내는 강진의 공력이 자신보다 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수가 이런 무식한 방법을 쓸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 무식하다고 생각한 초식에 뭔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홍안의 사내는 결국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제대로 다 전개하지 못한 초식 때문에 강진에게 큰 빈틈을 주었다.
“대주!”
강진이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반도를 휘두르는 순간, 주변에 있던 사내들의 검이 강진의 반도를 막았다.
워낙 급박한 상태라 공력을 제대로 주입하지 못한 다섯 개의 검은 강진의 반도 하나의 힘에 바닥에 내려앉았다.
강진은 도를 회수하는 순간 발을 내밀어 다섯 개의 검신을 밟았다.
후우웅!
그리고 반사적으로 위로 올린 사내들의 검의 도움을 받아 허공에 높이 떠올랐다.
덕분에 강진은 약간의 진기도 소비하지 않고, 한 호흡의 진기를 온전하게 공격하는 데에만 쓸 수가 있었다.
‘너도 당해 봐랏!’
개천낙뢰의 초식이 강진에게서 펼쳐졌다.
비록 홍안의 사내가 펼친 초식처럼 개천(開天)의 범위와 낙뢰(落雷)의 위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무지막지하다고 느낄 만한 내공의 힘을 바탕으로 비슷하게 흉내는 내었다.
홍안의 사내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을 보았다. 그러고는 급히 뒤로 물러나 허공에 검막을 뿌려 가며 반도를 막아 갔다.
‘아, 이렇게 막아야 되는 거구나.’
강진이 홍안의 사내의 초식들을 유심히 살피고는 무명도법의 초식을 전개하려는 순간, 사내들이 뒤에서 검을 날려 왔다.
몇 초만 더 사용하면 홍안의 사내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검들의 기세가 사나웠다.
강진은 몸을 띄워 홍안의 사내의 반대편에 내려앉았다.
‘포위당하면 곤란한데.’
강진은 고민했다.
계속 사내들을 무시하고 홍안의 사내를 공격함으로써 제압하고 포위를 당하느냐, 아니면 물러나 안전을 도모하냐의 문제였다.
그러다 강진이 크게 소리쳤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야! 이놈들 강하다고!”
그러고는 곧바로 광충유영의 초식으로 홍안의 사내를 압박했다.
염려대로 사내들의 포위망이 완성되고, 홍안의 사내의 어깨에 반도를 한칼 먹이는 데 성공했다.
“대주!”
큰 소리를 지르며 팔방에서 강진을 공격하려던 순간, 몇몇 사내들이 흠칫하며 몸을 뒤틀었다.
“무모합니다.”
복면인 하나가 사내들의 포위망을 밖에서 뚫고 들어왔다. 덕분에 큰 압박에서 벗어난 강진은 사내들의 칼을 쳐 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등에 복면인이 붙는 걸 느끼며 강진이 말했다.
“네가 있는 걸 깜빡했어. 아니, 여태 구경만 한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이리 무모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몸을 빼내실 수 있었습니다.”
“들었을 거 아니야. 난 저길 꼭 확인해 봐야겠어.”
둘은 더 이상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대주의 부상에 크게 분노한 사내들이 달려든 것이다.
“죽여!”
강진은 그들의 기세가 방금 전까지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사내들, 천랑대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절대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 특별한 경우가 발생되었고 상대를 죽일 수 있으니, 기세가 방금 전과 같을 수가 없었다.
쌔애애액!
소름이 돋는 파공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강진과 복면인은 정신없이 사내들의 공격을 막아 내야 했다.
포위만 당하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낼 터였지만, 천랑대원들은 완벽하게 두 사람을 포위한 상태였다.
“누구도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해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압하라!”
다친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일어난 천랑대주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필요 없는 말이었지만 상대에게 위축감을 주기 위한 외침이었고, 공식적으로 명령을 받은 천랑대원들은 더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의 맹공에 강진은 결국 틈을 보였다.
“으음!”
왼쪽 옆구리에 천랑대원의 검을 허용한 강진은 신음을 내었다.
화끈한 통증에, 순간 강진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의 눈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