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93)
관존 이강진 (93)
“니들만 안 죽이려고 한 줄 아냐? 마음먹었으면 어깨가 아니라 네 목을 날렸어!”
강진은 크게 분노하며 천단공을 팔 단까지 끌어 올렸다.
강진도 천랑대와 똑같았다. 천랑대가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그도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살심을 최대한 억제했다.
하지만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 그런 억제심이 풀렸다.
곽노와 만들었다, 언제 사람을 죽여도 되는지에 대한 목록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거기에 해당되었다.
죽이지 않기 위해 죽을 수는 없는 법.
천랑대원이 날뛴 것처럼, 강진도 날뛰기 시작했다.
도에 담긴 공력이 매서워졌으며, 초식은 호시탐탐 천랑대원들의 요혈을 노렸다.
“공자님!”
강진이 날뛰자 복면인은 크게 당황했다. 강진이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 탓에 강진의 허점을 가리기 위해 복면인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또다시 강진이 폭주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폭주를 하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싸움에서 흥분은 자제해야 합니다!”
복면인의 외침에도 강진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성과도 있었다. 포위망이 크게 흔들리고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복면인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강진과의 공조는 효율적이지 못했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며 기회를 노리던 복면인은 포위망에 생긴 구멍을 공략하여 포위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포위망 외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건 확실하게 효과가 있었다. 이미 강진의 맹공에 휘둘리던 천랑대원들은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는 복면인의 공격에 크게 흔들렸다.
“으윽!”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강진의 공격이 성공했다. 복면인 하나가 검을 떨어트리고는 급히 뒤로 물러나야 했다.
“으윽!”
한 명이 떨어져 나가니 그만큼 포위망이 약해졌고, 강진은 얼마 안 가 또다시 천랑대원 하나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물러난다!”
응급처치가 끝난 천랑대주가 상황을 보고 빠르게 판단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면 승산이 있을 것도 같지만, 그렇게 이겨 봤자 도움이 될 게 없었다.
천랑대의 목적은 한도의 회수.
한도의 행방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데 괜히 여기서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천랑대주의 명령에 천랑대원들은 빠르게 물러났다. 그리고 몇 명이 부상자를 부축하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강진은 추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추적보다 먼저 해야 할 게 있었다.
아닐 확률이 높았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일.
강진은 곧바로 사당으로 달려가 문을 박살 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사부!”
강진은 별로 살펴볼 필요도 없는 사당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했다.
‘이건…….’
강진은 바닥에서 작은 천 조각을 주워 들고 살폈다.
‘맞지? 이거…….’
기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진은 스스로의 기억을 의심하며 다시 한 번 살폈다. 그의 눈이 붉게 물들어 갔다.
“공자님!”
그때 복면인이 뒤따라 들어오며 강진을 불렀다.
“응.”
강진이 고개를 돌리자, 복면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기 풀풀 날리던 기세가 죽은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아. 생채기가 조금 났을 뿐이야.”
강진이 옆구리를 보며 하는 말에 복면인은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한 거지?’
복면인은 강진의 손에 들린 작은 천 조각을 보고는 물었다.
“그게 뭡니까?”
“이거?”
강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부한테 사 드린 내복의 외피 같아. 그놈들이 납치한 것 맞아.”
“네?”
“의외지? 저만한 놈들이 왜 우리 사부를 납치했을까? 궁금해 죽겠네.”
“공자님…….”
“우리가 싸울 때 사부를 빼돌린 것 같네. 난 찾으러 갈 건데, 너도 같이할 거야?”
복면인은 대답 대신 물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지. 네 말대로 흥분을 가라앉힌 것뿐이야. 사부를 구하러 가야 하는데 냉정해야지.”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복면인은 차라리 그가 흥분한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 * *
“뭐냐, 저거?”
천랑삼대주 곤담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사내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주시했다.
천랑대원들이 경계하며 검을 뽑는 순간, 달려오던 사내가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대주!”
곤담은 자신의 앞에서 쓰러지면서 숨을 헐떡이는 사내를 보며 말했다.
“너 일대에 있는 놈 아니냐?”
얼마나 달렸는지, 찾는 사람을 발견했음에도 사내는 계속 숨을 헐떡이며 말을 못 했다. 곤담은 손을 뻗어 사내의 호흡을 도왔다.
“커어억!”
사내는 극히 불순한 진기를 토해 내자마자 소리쳤다.
“상황 노랑(怒狼). 작전지역 삼십일 번의 인물을 확보하라는 일대주의 명령입니다.”
곤담이 고개를 돌리자 몇 명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대열을 이탈해 어디론가 달렸다.
곤담은 사내를 보며 물었다.
“뭐냐, 갑자기?”
“한도의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관원과 충돌하여 도망치고 있습니다. 삼십일 번의 인물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좀 차분히 말해 봐. 단서를 발견했는데 왜 관원과 충돌해? 그리고 누구한테서 도망치고 있는 건데?”
사내가 급히 숨을 고르며 신의현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자 곤담은 놀라 말했다.
“뭐야, 그럼 포졸 하나한테 일대가 당했다는 거야?”
“방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면 둘? 아니, 지금 일대주는 어디 있나?”
“대주님은 삼십일 번 인물부터 확보하라고…….”
곤담은 고개를 돌려 대원 하나에게 말했다.
“이조도 따라붙어. 그리고 신호 네가 이대에 달려가 지원 요청하고.”
몇 사내가 대열을 이탈하자 곤담이 말했다.
“일대주 지금 어디 있냐?”
잠시 후 곤담과 천랑이대 대원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 강진은 천랑일대의 대원 하나를 제압하고 있었다.
강진은 제압한 천랑대원을 보며 말했다.
“너흰 도대체 누구냐? 왜 별 힘도 없는 노인을 납치한 거지?”
“…….”
“너도 입 다물고 있으려고? 결국 불게 될 걸 왜 이리 버티냐?”
사내가 계속 입을 꽉 다물고 있자 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이지, 고문 같은 건 못해. 하지만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 놓는 건 잘해. 고문이랑은 전혀 다른 거야. 그게 어떻게 하는 거냐면…….”
강진의 손이 사내의 몇 개의 혈을 치는 순간,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윽!”
그리고 숨 몇 번 쉬기도 전에 사내의 눈은 붉게 충혈되고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강진은 그런 사내를 담담하게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복면인을 보았다.
“혹시 짐작 가는 거 없어? 봤겠지만, 이 녀석들 무슨 왈패들 따위가 아니야. 모든 무림인들이 이런 건 분명 아닐 텐데. 네가 견식이 나보다는 나을 거 아니야?”
복면인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만?”
“초식이 무척 패도적이고, 근방에 그런 기운을 보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구룡무관?”
“네. 하지만 구룡무관의 초식은 아니니 더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든 광동의 무인은 아닐 겁니다.”
“그럼 나랑은 연관된 게 눈곱만큼도 없을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사부를 납치해?”
복면인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하나는 곽 노사와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
“너도 사부 알 거 아니야? 힘없는 노친네가 이런 놈들이랑 관련될 게 뭐 있다고?”
“수십 년을 전장에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무슨 은원이 생긴 건지도 모르지요.”
강진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또 한 가지는?”
“역시 공자님과 연관되어 있겠지요. 광동이 아닌 다른 곳의 일에 휘말린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 성을 벗어난 적도 과거를 치를 때…….”
순간 강진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태어나서 광동성을 벗어난 적은 딱 한 번. 그리고 그때…….
“있으시죠?”
복면인이 확인하듯이 묻는 물음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었지. 딱 한 번. 너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이번엔 복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론은 하나밖에 없군요. 그 요도 말입니다.”
강진은 반도를 눈앞으로 들어 보였다.
두 동강이 난 데다 칼날을 하도 갈아 대서 원래의 모양새는 찾기 힘들었지만, 예기 하나만큼은 그대로였다.
강진은 걸음을 돌려 천랑대원에게 다가갔다.
“인정하지. 너희가 대단하다는 걸.”
강진은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사내를, 사내들을 인정하기로 했다.
탁! 탁! 탁!
강진은 사내의 혈을 건드려 고통을 멈추게 했다. 그러고는 사내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한없이 위로 치켜 올라갔던 사내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자, 강진은 그의 앞에 칼을 들이밀며 물었다.
“이거냐, 너희가 원하는 것이?”
사내는 강진과 칼을 번갈아 보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강진은 칼을 들고 손짓을 해 가며 설명했다.
“원래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길이는 이만했고, 도폭도 더 넓었지. 아! 손잡이에는 한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걸 찾는 게 맞아?”
사내는 계속 입을 열지 않았지만, 강진은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확인했다.
“맞구나. 이거 때문이구나. 그런데 무슨 연유로 사부를 납치한 거지? 사부는 이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
“나를 너무 자극하지 마. 이 상황에서도 나는 너희를 죽이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뿐이야. 너희가 납치한 그 노인이 나한테 사람 죽이지 말라고 지겹도록 말해서야. 그러니까 더 이상 자극하지 말고 말해. 우리 사부 어디 있지?”
사내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자 강진은 살기가 치솟았다. 말보다 일단 다 죽이고 나서 찾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사가 알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당신 때문에 공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걸 알면 말입니다.”
복면인이 그런 상태를 눈치채고 하는 말에 강진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강진은 다시 사내를 보며 말했다.
“사부가 손끝 하나라도 다치는 순간 너희는 죽을 거야. 내 장담할 수 있어. 누가 와도 너희는 반드시 죽어. 그러니까 말해. 사부 어디 있지?”
사내도 대단했다. 강진의 엄청난 살기 앞에서도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보자고. 다음에 깨어나면 너는 산 거고, 아니면 그대로 염라대왕을 보게 될 거야.”
강진은 사내를 쳐 혼절시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속 추적해야 했다.
반도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강진은 듣지 못했다.
* * *
“이보게, 정말 왜 이러는 건지 이유나 아세. 내가 곽노가 맞고 신의현에서 사는 것도 맞네만, 정말 그 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모른다니까.”
곽노가 답답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그를 지키고 있던 사내가 말했다.
“혈붕파가 어찌 멸망했습니까?”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모른다고. 흑사회 왈패 놈들이 저들끼리 죽이는 게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노부가 그걸 어찌 아나?”
“혈붕파의 생존자들을 노인장이 빼돌렸는데 이유를 모른다고요?”
“모른다고. 그 생존자들 얼굴이나 보세. 내가 도대체 뭘 했다고.”
사내는 곽노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저도 노인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건 믿습니다. 하지만 뒷수습은 하셨지요. 누굽니까, 혈붕파의 왈패들을 몰살시킨 사람이?”
“모른다고!”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노인장은 자유롭지 못하실 겁니다. 그리고 피해는 더더욱 커지겠지요.”
“피해? 무슨 피해?”
“노인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저희도 인명 피해는 없기를 바라지만 결국 누군가는 피를 흘리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 쪽 인원일 것 같지는 않군요.”
곽노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쫓는 사람이 관원이던가?”
“포졸들이 관심을 보이긴 하더군요. 그들과 부딪치기 싫어서 제가 노인장과 함께 여기에 온 거 아니겠습니까?”
곽노는 포졸들이라는 말에 강진이 자신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광주에 있을 놈이 왜?’
곽노의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