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98)
관존 이강진 (98)
“그러니까 너를 죽여도 된다, 다만 못 죽이면 소가에게 해명할 시간을 달라?”
귀마의 물음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거요. 우리 사부가 당신의 제자를 해쳤다고 하니 본관도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거요. 좋은 제안 아니오? 당신은 다른 제자가 있지만 우리 사부에게 제자는 나밖에 없으니까.”
귀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왜 그 제안을 따라야 하지? 그냥 죽여도 되는데?”
“이유야 많지요. 첫째, 당신네들이 사부와 나를 죽이려고 하면 그 피해가 얼마나 될 것 같소? 당신들 둘은 몰라도 나머지는 다 죽을 게 확실하지. 둘째, 정당한 복수를 할 수 있는 거요. 보아하니 당신이나 저 옆에 있는 노인도 명성이 있을 텐데, 쪽팔리게 다수로 소수를 핍박했다는 소리 듣고 싶소? 셋째…….”
“그만, 네놈 말은 다 알았다. 그런데 네놈이 죽으면 저 소가는 어찌할까?”
“그건 두 분이 알아서 할 일. 이미 죽었는데 내가 그런 데까지 신경 써야 되겠소?”
귀마는 머리를 굴렸다.
‘보아하니 저놈도 만만치 않은 놈. 둘이서 협조해서 싸우면 피해는 클 것이다. 하지만 하나를 먼저 제거하면 그만큼 피해는 줄 터.’
귀마는 계산을 마치고 말했다.
“오냐! 그렇게 하자. 네놈의 제안이니 내 손에 죽어도 원망하지는 말거라.”
“잠깐. 그 전에, 만약 당신이 나를 죽이지 못했는데도 당신이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 해야 하오?”
“놈! 나를 너무 무시하는구나! 본 마는 평생 허언을 한 적이 없다. 그건 저 소가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소양풍이 뭔 말을 하려는 순간 독마가 말했다.
“그건 내가 보증하지. 만의 하나 귀마가 자네를 죽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부리면, 내가 자네 사부를 돕지. 나 역시 허언을 하지 않는다는 건 자네 사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네.”
그제야 소양풍이 날카롭게 말했다.
“두 늙은이가 뚫린 입이라고 잘도 말하는구나. 그 나이 처먹고 이제 스물이 갓 넘은 애 하나랑 싸우는 게 자랑이냐? 차라리 나랑 하자. 네놈 둘이 나랑 싸워서 이기면 네놈들 말이 맞고, 지면 내 말이 맞는 거다.”
귀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지만, 창피한 것은 사실이었다. 강호에서 칠마로 인정받는 자신이 소양풍의 제자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한, 철모르는 애 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었다.
“흥! 저 녀석이 제안한 일이다. 싫으면 그냥 싸우든가!”
강진이 급히 소양풍을 보며 말했다.
“아, 씨! 사부, 다 된 밥에 재 뿌리지 마요.”
“이놈아, 귀마가 어떤 놈인지 모르느냐? 천단공 팔 단에 이르렀다고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소양풍은 답답한 듯이 말하면서도 어떻게든 강진을 빼내기로 마음먹었다.
고작 약관이 조금 넘은 나이에 이미 팔 단에 이른 아이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될 때쯤이면 그 성취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강진을 살려야 했다. 강진의 진도로 봐서는 복수는 십 년도 걸리지 않을 터.
소양풍이 그리 마음먹고 있을 때 강진이 말했다.
“제가 이길 필요가 있나요?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건데. 너무 무시하지 마세요.”
그때 귀마가 말했다.
“소가야, 네놈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이렇게 하겠다. 백 초로 제한하마. 백 초 안에 네놈 제자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진 걸로 하겠다.”
귀마는 사실 오십 초라고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단공이 팔 단에 이르렀다는 강진의 이야기에 백 초라 한 것이다.
“그럼 백 초요. 백 초 안에 당신이 나를 죽이면 마음대로 하고, 죽이지 못하면 제대로 재조사를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거요.”
“허언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소양풍이 말했다.
“현혹되지 마라. 저놈이 귀신 부리는 재주만큼은 천하제일이니까. 실체만을 봐야 한다.”
강진은 씩 웃어 주고는 앞으로 나섰다.
포위하고 있던 무인들이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고, 귀마가 앞으로 나섰다.
“못난 사부 만나서 황천길로 갔다고 원망하지 말거라.”
젊은 놈을 때려죽이는 것이 찝찝했는지 하는 귀마의 말에, 강진은 반도가 꽂힌 몽둥이를 들었다.
“선수를 양보하마. 와랏!”
귀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진은 광충유영의 초식으로 달려들었다.
“백귀출몰!”
귀마는 뒤로 슬쩍 물러나며 강진에게 부적을 뿌렸다.
순간 강진의 눈에 수많은 인영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인영들을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귀신도 사람의 형상을 할 줄 알았는데, 정상으로 보이는 귀신은 하나도 없었다. 팔 떨어진 놈, 다리가 없어 머리로 바닥을 콩콩 찧어 오는 놈, 눈알이 툭 튀어나와 헤롱대는 놈. 평범한 사람이라면 보기만 해도 질겁할 놈들이었다.
“잡귀는 때려야 맛!”
강진의 몽둥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몽둥이에 주술적 능력이 있을 턱이 없었지만, 천단공의 내력은 잡귀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서너 마리의 귀신들이 쓸려 나갔다.
순식간에 잡귀들이 반수가 떨어져 나가자, 귀마는 여유롭게 다시 부적을 뿌리며 소리쳤다.
“백귀출몰! 백귀출몰!”
잡귀들이 한 공간에서 밀려 나오더니 자연스럽게 강진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잡귀들을 때려잡았다.
“실체를 봐야 한다. 그렇게 때려잡다가는 네놈이 먼저 지친다!”
소양풍은 강진이 허공에 몽둥이질을 하는 걸 보며, 귀마의 술수에 벌써 걸려들었다는 걸 깨닫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강진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부지런히 몽둥이질만 할 뿐이었다.
“강진아!”
소양풍이 다급히 그를 부르자 귀마가 그를 보며 냉랭히 말했다.
“괜히 애쓰지 마라. 거긴 이미 내 공간이다. 천둥 벼락이 쳐도 듣지도 보지도 못할 것이다!”
“이놈아! 창피한 줄 알아라. 새파란 애송이한테 부적술을 펼쳐?”
소양풍이 분통을 터트리자 귀마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내 제자는 새파란 애송이가 아니냐?”
“네놈 제자는 대부분 마흔이 넘었는데 그게 새파란 애송이냐?”
“너에 비하면 새파란 애송이지.”
소양풍은 더 이상 말할 가치를 못 느낀 듯 귀마를 무시하고 강진을 보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언제든지 출수할 준비를 하고 말이다.
하지만 큰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강진은 춤을 추듯 계속 움직였고, 귀마를 보니 조금씩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흥! 어린놈이 제법이로구나. 확실히 나에게 대들 능력이 있어. 좋아. 이건 어떠냐?”
귀마는 소매에서 작은 깃발 하나를 꺼내 들더니 손끝에서 빙빙 돌렸다.
퍼러러럭. 퍼러러럭.
작은 깃발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는 전장에서도 들릴 듯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야차출두!”
귀마가 허공에 던지는 순간 깃발은 연기처럼 사그라지더니 커다란 야차가 강진에게 쏘아졌다.
“백귀출몰! 백귀출몰! 백귀출몰!”
그리고 귀마는 곧바로 다시 백귀들을 불러들이는 술수를 썼다. 야차를 보조하기 위해서였다.
여유 있게 잡귀들을 제거해 가던 강진은 심상치 않은 기운에 고개를 들었다.
‘잡귀로 안되니 이제는 큰 귀신이로구나. 하지만 그래 봤자 잡귀지.’
강진은 잡귀들의 숫자도 늘어난 것을 보고는 숨을 토해 내며 새로운 진기를 돌렸다.
소양풍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역시 귀마의 속셈을 알아차린 것이다.
‘귀신 영감, 하지만 이런 놈들로는 준비운동도 안 되는 걸 알아야지.’
강진은 세찬 몽둥이질로 잡귀를 소멸시키는 한편, 새롭게 등장한 야차의 움직임을 살폈다.
‘뭐야, 그냥 잡귀들을 합친 거랑 비슷한 거 아니야?’
야차는 잡귀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퍼부어 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강진에게 있어서 야차는 단지 잡귀들보다 좀 더 빠르고 강한 공격을 하는 귀신에 불과했다.
‘그리고 맷집만 좀 있는 것뿐이지.’
강진이 정확히 이마를 타격했음에도 야차는 비틀거리면서도 끝까지 그를 공격했다.
“맷집 한번 보자!”
강진은 잡귀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야차의 이마를 연타하기 시작했다.
손에서 묵직한 타격감을 몇 번이나 느꼈을까, 결국 야차도 다른 잡귀처럼 소멸하는 순간, 새로운 야차들이 등장했다. 그것도 다섯이나 말이다.
‘물량 공세란 말이지.’
강진은 그제야 아주 살짝 위기감을 느꼈다. 잡귀들은 몰라도 야차를 소멸시키려면 내력을 써야 했던 것이다.
그것도 하나를 상대하는 것과 다섯을 상대하는 건, 내력의 소모가 단순히 하나를 쓰다가 다섯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수배 많은 내력을 써야 할 터.
‘쌓일수록 내가 손해란 말이지?’
강진은 속전속결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상대는 사람이 아니잖아. 내가 왜 괜히 걱정했지? 닥치는 대로 죽이면 되는 건데.’
강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몽둥이에서 반도를 뽑았다.
죽을까 봐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손을 쓸 수 있는 기회도 드물었다. 그것도 살아, 아니 죽어 움직이는 것들을 상대로 말이다.
광충난행.
강진의 자세가 낮아지더니 미친 듯이 손을 움직였다.
-끼아아아아아! 꺄아!
몽둥이로 그리 때려도 소멸될 뿐 아무런 반응도 없던 것들이 갑자기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귀신도 사람처럼 쇠붙이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군.’
강진이 그렇게 게 눈 감추듯이 잡귀를 소멸시키는 걸 보고 귀마는 크게 놀랐다. 그리고 소양풍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어린놈의 무공이 참 무섭구나. 저놈이 그토록 제자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한 이유를 알겠다. 저런 무공을 누구나 배울 수 있다면 천하는 저 소가 놈의 것일 터.’
귀마는 이리 공격하다가는 저놈이 지쳐 쓰러지기 전에 부적들이 먼저 바닥날 것이라 판단했다.
‘젠장, 이걸 여기서 쓸 줄이야!’
귀마는 품에서 누런 황지로 만든 부적이 아닌, 금빛으로 자체 발광하는 종이 몇 장을 꺼냈다.
‘한 장만 써? 아니야, 저 속도로 봐서는 한 장으로는 별 효과가 없을 거야. 젠장, 들어간 비용은 둘째 치고 공력이 얼마만큼인데!’
귀마는 눈살을 찌푸리다 발광하는 부적 세 장을 강진에게 뿌리며 소리쳤다.
“천귀출몰, 금강야차출두, 천귀대장출두!”
부적이 강진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터지는 순간, 검은 안개가 주변을 둘러쌌다.
귀마의 절기가 펼쳐지면 검은 안개가 보인다는 걸 알고 있는 소양풍은 긴장하며 검을 들었다. 그때 독마가 전음을 보내왔다.
-자네가 여기에서 나선다면 정말 돌이킬 수가 없을 걸세. 칠마란 호칭은 강호상에서 사라지겠지.
-빌어먹을 녀석아, 그러면 내 제자가 죽도록 내버려 두란 말이냐!
-걱정과는 달리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위급하면 그때 나서도 늦지 않을 거야.
-도와주려면 진작 도와주지, 이제 와 이러는 이유가 뭐냐?
-귀마의 성격을 몰라서 하는 소린가? 자네를 여기서 제압해도 죽이지는 않을 거야. 울분이 풀릴 때까지는 자네가 참아야지.
소양풍이 뭐라 전음을 날리려는 순간, 강진의 주변으로 커다란 폭발음이 터졌다.
강진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소양풍은 강진이 천단공 팔 단을 극성으로 올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검을 굳게 쥐었다.
붉은 기운이 검은 안개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귀마를 제외한 사람들의 눈에는 강진이 허공에서 발광을 하는 것 같았지만, 주술을 물리친다는 건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소양풍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귀마와 그의 수하들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진의 상황은 생각만큼 좋은 게 아니었다.
‘단단하구나!’
족히 천은 넘어 보이는 잡귀들은 대부분 제거한 것 같았지만, 번쩍이는 야차와 하늘의 신장의 모습을 한 귀신은 아직 멀쩡했다. 그 순간 다시 천은 되어 보이는 잡귀들이 나타나자 강진은 질려 갔다.
‘그냥 몸을 빼내?’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번쩍이는 야차의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늘어지는 순간 다른 귀신들이 몰릴 터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귀마의 속셈대로 본인을 상대하기 전에 지칠 것이 분명했다.
부르르르.
방금 천단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광충난행을 전개해서 그런지 손마저도 떨리는 것 같았다.
‘잠깐만, 너무 떠는 것 같은데?’
강진은 반도를 든 손을 내려다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