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1
011. 국회의 꽃, 국정감사 (1) >
“하하, 그래 그놈이 그랬단 말이지?”
당양 군 외곽에 있는 한 고택.
현석의 아버지 정필상은 현석의 동정을 보고 받고 있었다.
“네, 보수연 중앙당에 확인 해 본 결과 국토해양위원회로 상임위 배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 그놈을 여의도로 보낸 보람이 있구먼, 허허”
정필상은 아들인 정현석이 국토해양위원회로 들어간 것이 마음 한쪽으로 기특했다.
몰라도 아들인 정현석은 태산그룹을 돕기 위해 그곳으로 갔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놈 밑에 있는 놈은 어때?”
“김지훈은 그냥 9급 비서직을 받았습니다. 지난 한 달간 조사해본 결과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고, 고향에도 모친 한 사람만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본색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지금처럼 매달 나한테 보고하게.”
“네, 회장님.”
정필상은 자신에게 보고하고 나가는 박 전무를 보며 마음 한편으로는 아픈 손가락이라 생각했던 정현석이 기특했고,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이 자신의 최대의 약점이라 생각했다.
‘제법이구나···.’
마음에 들지 않아, 쫓아내듯 여의도로 보낸 작은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자신에게 반항하기보다 도움이 되는 일을 선택했으니, 기특하다고 생각한 정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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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이름에 걸맞았다.
현 대통령이 세금으로 편성되는 특수활동비로 사적 모임을 열었다는 언론 보도가 시발점이 되어 스캔들로 번졌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진보당은 대여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섰고, 정현석의 소속당인 보수연조차 여당인 보수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보수연은 교섭단체가 되지 못해 국회 일정을 위한 회의에 원내 대표가 들어갈 수 없게 되자, 2석을 보유한 국민행복당과 합당을 추진하였다.
이름은 그대로 보수연을 사용하지만, 2석을 보유한 국민행복당 의원들을 당내 최고 위원으로 임명하면서 소규모의 당에 당내 요직을 넘겨주었다.
두당의 합당은 원내교섭단체의 요건인 20석을 딱 알맞게 맞춘 것이었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지훈은 지난 넉 달을 정신 없이 보냈다. 정현석을 향한 언론의 인터뷰와 지역구에서 올라오는 지역의 민원들을 점검해야 했고.
곧 있을 국회 회기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했다.
정기국회는 매년 9월 1일에 열려 따로 합의가 없다면 100일간 열리는데 이 기간은 보좌진과 국회의원에게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렸다.
사무실의 보좌진이 여섯 명밖에 되지 않아, 입법보조원을 채용하게 되었는데 이도 두 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올리자마자 지원자가 몰릴 정도였다.
법에서 무급으로 채용할 수 있게 허용했지만, 현석은 본인의 세비(국회의원 활동비)를 사무실에서 사용 하도록 했기 때문에, 월급이 있는 인턴 한 명과 입법보조 한 명을 채용했다. 업무의 양 보다는 적게 받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그림이네.’
일에 집중하던 지훈이 기지개를 켜며 사무실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찰나, 사무실에 누군가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의원님 어서오···.”
정현석이 한 노인과 동행하며 의원실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지훈은 매일 아침 출근길 그 노인을 지나친 적이 있었다.
‘매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할머니잖아.’
정현석이 데려온 뜻밖의 손님에 지훈은 노인을 자리로 안내하고선 시원한 매실 음료를 대접했다.
지훈이 주위를 살피니 강승태와 정현석이 한창 얘기 중이었고,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니, 노인네 햇볕이 뜨거운데 저기 세워두면 쓰러질 거 같더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의원님···.”
정현석의 말에 쩔쩔매는 강승태였다.
지훈이 다가가 정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의원님, 강 수석님 말이 맞습니다. 이런 일로 매번 이러시면 정작 해줄 수 없을 때 형평성 시비가 일어납니다.”
“야,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노인네 모습을 봐. 하여튼 잘 보내드리고. 가시면 모두 다 내 방으로 들어와요.”
그렇게 강승태와 지훈에게 말하고선 현석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지훈은 홀로 앉아 있는 노인에게 향했다.
“할머니, 무슨 일인지 좀 알 수 있을까요?”
지훈이 다가가자 노인은 평소 길에서 뿌리던 전단을 지훈에게 건넸다.
전단을 받아 들고 사건을 읽어나간 지훈은 회귀 전 어렴풋이 기억하던 사건이란 걸 떠올렸다.
한창 시끄럽긴 했지만, 자신과 조재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던 일이다.
“할머니, 전화번호 여기 적어주시고 댁으로 모셔다드릴게요. 내일부터는 시위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아이고, 젊은 총각 고마워요. 아무도 만나주지 않으려고 해요. 지역구 의원도 만나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저기 젊은 의원님이···.”
노인은 푸념하듯 한참이나 말을 토해내곤 최준호의 안내를 받아 집으로 향했다.
정현석의 명령에 따라 노인이 사무실을 나서자 강승태가 모든 보좌진을 이끌고 현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원탁에 둘러앉기 바쁘게 정현석이 지훈에게 말을 꺼냈다.
“야, 김 비서 무슨 일인지 말해봐.”
지훈은 노인이 건네준 전단을 토대로 기사도 몇 가지 조사했고, 그것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충남 웅천시에 있는 향도라는 섬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갑자기 해일이 덮쳐 인근 선착장과 갯바위에서 낚시하던 수십 명이 파도에 휩쓸려 7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친 상황입니다.”
지훈이 짧게 브리핑을 하자 현석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방금 나랑 같이 온 노인네는 왜 땡볕에 저러고 있는 거야?”
“웅천시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자연 재난’으로 발표하며, 관련 보상을 지시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보상 지시를 했으면 끝난 사건 아닙니까?”
지훈의 설명을 듣고 있던 보좌관 윤성준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을 꺼냈다.
“살펴보니 해양 연구원과 기상청이 말이 갈립니다. 그리고 웅천시에서도 사고수습이 다 끝나지 않은 이틀 만에 서둘러 자연 재난으로 발표했다는 게 수상하긴 합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지훈을 바라봤다.
정현석 또한 지훈에게 빨리 설명해 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상청은 해일이 일어날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구축된 방파제와 구조물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 해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해양 연구원은 먼바다에서 일어난 너울성 파도가 원인이라 발표했습니다.”
“그래? 이거 파볼 수 있겠습니까? 김 비서 쟤 설명 들었죠? 구린내 안 납니까?”
현석이 4급 보좌관인 강승태와 윤성준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자 윤성준이 입을 열었다.
“곤란합니다.”
“곤란하다고요?”
정현석은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말을 꺼낸 윤성준의 얼굴을 기가 막힌다는 듯 바라보았다.
“네, 웅천시장은 현재 우리 당 소속 인물입니다. 하시면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안 될 것 같습니다’도 아니고 안 됩니다?”
정현석은 윤성준의 말투에 열이 받은 듯 말꼬리를 잡기 시작했고,
윤성준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 윤 보좌관님은 중앙당에서 오셔서 그런가 초선이라고 나를 무슨 어? 그걸로 보시네.”
정현석은 한바탕하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마지막엔 약간 순화했지만, 여전히 표정은 굳어있었다.
윤성준의 모습 또한 그래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윤성준이 아무 말도 없자 오히려 더 화가 난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았고.
지훈은 이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정현석은 입을 열었다.
“야, 김지훈 넌 할 수 있어 없어?”
지훈은 정현석이 생각보다 막무가내란 걸 알고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왔다.
“야, 할 수 있냐고 없냐고.”
지훈은 자신을 채근하는 정현석의 물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의원님 말대로 조금 구린내가 나긴 합니다.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대답하자 정현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윤성준을 바라보았다.
“저기, 윤 보좌관님 9급 비서도 알아보겠다고 하잖아요. 예? 저런 건 좀 보고 배웁시다. 알았어요?”
윤성준은 정현석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자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고 회의를 끝내버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정현석은 지훈만 남게 하고 나머지 보좌관들에게 나가보라고 했고, 지훈이 혼자 남자 말을 꺼냈다.
“야, 진짜 할 수 있어?”
‘아니, 아까 지르기 전에 그렇게 생각하지 그랬어요.’
지훈은 정현석의 말에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고할 수 있다는 답을 건넸다.
“그래, 이참에 저 중앙당에서 나온 두 사람 기강도 좀 잡자. 아까 봤지? 나보다 나이 많다고 숙여줬더니. 진짜 무슨 사람을 좆으로 보고 있어.”
“네, 안 그래도 중앙당 정책만 고집하는 모습이 저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한번 파보겠습니다.”
“아우, 새끼 2년만 참으라더니 크큭, 너도 열 좀 받나 보다?”
지훈은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앙당에서 내려온 윤성준과 김용일 두 사람이 괘씸했다.
의원 사무실을 총괄하는 강승태는 패스하고 정현석에게 보고하지를 않나.
아예 정현석도 패스하고 중앙당에 미리 의견을 보낸 적도 있었다.
강승태는 그때마다 허허 웃으며 넘겼지만, 아무리 초선이더라도 이런 식으로 의원을 대하는 방은 아무 곳도 없었다.
지훈은 정현석에게 이른 시일 내에 보고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지훈이 현석의 방에서 나오자 의원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는데,
윤성준은 지훈을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 비서, 너 똘똘한 자식 같아서 몇 번 월권하는 것도 그러려니 넘어가려 했는데 뭐? 할 수 있어? 네가 뭘 어떻게 할 건데 이 자식아.”
지훈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윤성준을 바라보며 표정이 굳어갔다.
“어? 저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윤 보좌관님이 강승태 수석님 건너뛰고 보고하시길래.”
“야, 김지훈!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까!”
지훈이 비아냥대자 김용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버럭하며 지훈에게 손가락질했다.
“두 분이야말로, 당헌·당규 수정 건도 의원님 패스하시고 바로 당에 따르겠다고 보고하셨잖습니까.”
지훈이 자신들의 잘못을 콕콕 집어내자 김용일과 윤성준은 더욱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자자, 그만들 하시고요. 의원님 듣는다.”
강승태가 지훈과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하자 윤성준은 팔을 쳐내며 강승태에게도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강 보좌관님도 라인 잘 타세요. 예?”
뜬금없이 자신을 향한 삿대질에 강승태의 표정도 굳어갔지만, 윤성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정 의원님이 뒤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군의원으로 다시 공천받고 싶거든 줄 잘 타시라고.”
윤성준의 말에 강승태는 불편한 심정을 표정으로 드러냈지만, 이내 갈무리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훈은 저들의 무례한 행동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입을 열었다.
“아까, 저보고 네가 어떻게 하냐고 하셨죠? 제가 이 사건 판 키워보겠습니다.”
“하하, 이거 미친놈이네.”
지훈의 말에 윤성준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제가, 이 판 크게 만들면 윤 보좌관님은 의원님과 강승태 수석님한테 사과해주세요.”
“네가 못 키우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그거론 부족하지. 너 사표 쓰고 이번 일 중앙당에 정식으로 보고한다.”
지훈은 윤성준의 말에 주먹을 꽉 쥐고 그러시든가라고 맞받아 친 후 의원실을 나섰다.
끝
ⓒ 네시십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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