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4
163. 기선제압 (2)
한편, 국회 의원회관 구윤서 의원실에는 협상장에 나왔던 대리인이 구윤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임건식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 단장한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가버리더라니까요.”
자신의 대리인이 그렇게 말해오자 구윤서는 씩 웃으며 대리인을 바라보았다.
“한윤성이 진땀빼고 있겠구먼.”
“예.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기자들한테 둘러싸여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우리는 이대로 쭉 가는 거야.”
“정현석 쪽에서 한윤성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버린 거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는 이대로 가는 거야. 지금은 우리가 생떼를 쓴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런데 후에도 그럴까?”
“무슨······.”
“협상이 일주일, 이주일 지체되면 한윤성이 그걸 지켜보겠냐고. 허훈한테 달려갈 거고, 허훈은 또 어떻게 하겠어? 제아무리 정현석 편이라고 해도 중립을 지켜야 하는 처지에서는 다수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어. 그게 우리가 가지는 첫 번째 우위네 다수라는 것! 결국, 최종회의 때는 다수의 손을 들 수밖에 없어.”
“그럼 두 번째는······.”
대리인의 물음에 구윤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윤성.”
“한 단장 말씀입니까?”
“그래. 한윤성.”
구윤서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말했음에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대리인을 보며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한윤성이 초기부터 경선흥행을 부르짖는 이유를 모르겠나?”
“하기야, 좀 이상하긴 합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정현석이라는 1강의 후보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경선흥행을 말한다는 게······ 좀 우습습니다.”
“그렇지. 한윤성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이유라면······.”
“한윤성의 생각대로 우리 당 경선 상황이 매일 언론을 타고, 결국 대선까지 승리하게 되면 누구의 공이겠나?”
“그거야 후보의 공이지요.”
“이 친구 참 답답하네. 당연히 1순위는 후보겠지. 2순위는 한윤성이야.”
구윤서의 말에 대리인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손뼉을 짝치고는 구윤서를 바라보았다.
“자기 정치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대선을 승리로 이끈 대선 기획단장 타이틀 달고,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란 말이야.”
“너무 넘겨짚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대선 기획단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는 인터뷰들을 보게. 경선흥행에 모든 것을 건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어. 그것 말고는 답이 없지 않나?”
“하하, 모든 의문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경선흥행이라는 말을 계속해야 해. 한윤성 속에 있는 자기 정치 욕심을 계속해서 끌어내야 한다는 말이야. 그리고 말이지, 우리가 계속해서 다수로 밀고 나가면! 결국, 합의 해주지 않고 버티는 건 정현석 쪽이 되는 거야.”
구윤서는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마음에 든다는 듯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표께서는 뭐라셔?”
지훈이 정현석과 통화를 마치자 임건식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강하게 밀어붙여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이거지······ 근데 이 양반은 왜 안 와?”
당직자의 뒤를 따라온 지훈과 임건식은 대선 기획단의 사무실에서 한윤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을 부른 한윤성이 오지 않고 있었다.
“많이 늦는데.”
임건식과 지훈이 당직자의 뒤를 따라온 지 30분이 지나도록 한윤성은 오지 않았는데, 임건식이 기다림에 지쳤다는 듯 말을 하자 지훈은 시계를 힐끗 바라보고는 임건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어나실까요?”
“그래, 그러지. 우리도 이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까.”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직자는 안절부절못했는데 그때, 문이 열리며 한껏 지친 모습의 한윤성이 들어왔다.
“아이고, 임 의원 그렇게 가버리시면 어떡합니까?”
한윤성의 모습은 딱 봐도 기자들에게 시달렸는지 엄청나게 지친 모습이었는데, 임건식은 그런 한윤성을 향하여 지지 않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 단장님 너무 늦으신 거 아닙니까?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두 분에겐 정말 미안합니다. 기자들이 보내주려고 하지를 않아서······ 자자, 일단 자리에 앉읍시다.”
한윤성의 말에 임건식과 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 자리에서 못했던 말씀 여기서 다 하시지요. 불만이든 뭐든 듣겠습니다.”
“협상장에서 드린 말이 다입니다. 중립을 지키시지요.”
“아니, 임 의원. 나는 후보들 사이와 이견들을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중립을 지키시라는 말씀입니다. 상대 후보의 대리인이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을 다른 후보들에게 어떻겠냐라고 물으셔야지, 단장님이 그 자리에서 의견에 대해 호불호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임건식의 말에 한윤성은 아무런 말 없이 임건식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한 가지 더! 1위 후보를 견제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선흥행 같은 건 없습니다. 우리 후보는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지표가 아니란 말입니다. 대다수가 지지하는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협상 내용을 우리에게 받아들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또 지지자들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임건식이 꽤 강하게 얘기하자 한윤성은 한참이나 임건식을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1위 후보를 견제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선흥행은 없다’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정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경선흥행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팀장, 자네 생각은 어때?”
한윤성의 말을 들은 임건식은 지훈의 의견도 듣고 싶다는 듯 말을 건네왔고, 지훈은 한윤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정현석 캠프 총괄팀장 김지훈입니다.”
“아아, 그래요. 김지훈 팀장에 대해서는 국회에 있을 때부터 얘기를 왕왕 들어왔습니다.”
“한 단장님께 경선흥행이 과연 경선 후보들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지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한윤성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입니까?”
“한 단장님께서 하신 언론 인터뷰나 발언들을 생각하면 과연 경선흥행이 후보들을 위한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봐요, 김 팀장.”
“경선흥행은 한 단장님께서 나서신다고, 또 한 후보가 희생한 규정에 따라서 경선이 치러진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중립만 지켜주신다면, 우리 쪽에서도 양보할 수 있는 건 양보해서 한 단장님께서 원하시는 경선흥행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하, 알려줄 수 없는 걸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한윤성의 물음에 지훈은 아무런 대답 없이 확신에 찬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한윤성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는데 이윽고 고민이 끝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내가 정 대표님과 인연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과거 정 대표께서 나를 한 번 밀어주신 적도 있으니 이번엔 내가 그 호의를 갚는 셈 치겠습니다.”
한윤성은 지훈과 임건식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자, 그렇다면 두 분 말씀을 들어보니 내가 중립만 지킨다면 협상에 임하겠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후보들의 대리인끼리 협상을 하도록 해주십시오.”
“좋습니다. 내가 각 후보 캠프에 공지하기로는 5차 회의 안에 경선 규정이 나와야 한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최종 회의까지는 어느 안에도 내 개인적인 사감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한윤성이 그렇게 말하지 임건식은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고, 지훈 또한 표정이 밝아졌다.
“최종 회의에서 만약 다수의 후보가 한가지 규정에 대해 찬성을 한다면 그때는 내가 개입을 해 중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갚을 수 있는 호의는 거기까지입니다. 두 분께서도 이의 없지요?”
“물론입니다.”
임건식과 지훈은 한윤성이 중립만 지킨다면 만족한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최종 회의 때까지는 후보의 대리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윤성이 그렇게 말하며 임건식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임건식은 한윤성의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저녁, 정현석 캠프에는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은 정현석을 지지하는 현역의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놓고 우리 보고 다 내려놓고 참여하라는 거 아닙니까? 이거 절대 받으시면 안 됩니다.”
협상장에서 나온 얘기를 전해 들은 김규섭은 무언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모두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상대가 아주 촘촘하게 망을 짰습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경선을 진행하면서 대표님을 지지하지 않는 표의 역선택을 노리면서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결선투표까지.”
임건식은 김규섭의 말을 받아 진지한 표정으로 정현석을 바라보며 사안의 심각성을 얘기해오고 있었다.
“일단은, 한윤성 단장이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으니 시간은 벌었습니다.”
임건식의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석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내가 양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대표님께서 양보하지 않는다고 하신다면, 냉정하게 봤을 때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양보는 있을 수 없어요!”
이영식이 최대한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얘기하자 김규섭은 여전히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
“내가 만약에 양보를 하게 된다면, 둘 중 무엇을 양보해야겠습니까?”
“대표님!”
“김 의원님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상황에 대해 듣고 싶을 뿐입니다.”
정현석은 김규섭을 진정시키고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김 팀장이 한 번 얘기해보지.”
“두 가지 조건 모두가 장단점이 있습니다.”
지훈은 그렇게 운을 떼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선투표를 받게 된다면 장점은 대표성입니다. 네 명의 후보들 사이에서 과반을 달성했다는 것은 이 당의 후보로서 정통성을 얻게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단점은?”
“앞서 여러분들께서 말씀해주셨듯이 지지율 1위임에도 불구하고 탈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세 명의 후보가 뭉쳤을 때 얻는 표를 생각한다면요.”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정현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지훈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완전 국민 경선제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입니다. 아무래도 모든 국민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승리한다면 국민의 뜻을 반영한 후보가 된다는 점에서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이 뽑은 후보라는 점을 탈피할 수 있습니다. 또, 지지율이 가장 높고 인지도가 가장 높은 대표님께 유리한 방식이겠죠.”
“단점은?”
“반대로 우리 당원들에게 우리 후보라는 유대감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결선 투표제와 합쳐진다면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이 역선택을 노리고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지훈의 설명이 끝나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 팀장, 네 생각은 어때? 둘 중 하나를 받으라면 뭘 받겠어?”
“저라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받겠습니다.”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장점이 그 이유입니다.”
“나한테 가장 유리한 방식이다?”
“그렇습니다.”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픈 프라이머리 받읍시다.”
“대표님!”
정현석이 결단을 내린 듯 말하자 김규섭을 제외한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의원님, 저를 위한 마음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도 김 의원과 같은 마음입니다. 내가 왜 양보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럼 대표님의 뜻을 관철하지요!”
“한데,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내가 하나를 포기해야 그나마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김 의원도 조금만 화를 삭이시지요.”
“쩝······ 그래요, 저보다는 대표님께서 더 화가 나실 텐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김규섭이 안타깝다는 듯 말해오자 정현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로 갑시다.”
정현석의 결단에 모두는 알았다고 대답했고,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았다.
“다만, 쉽게 양보할 수는 없겠지? 장난질을 쳐오는 상대는 조금 골려주고 싶은데.”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지훈은 씩 웃으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받는다고 결정하신 이상, 경선흥행을 원하는 한윤성 단장의 움직임은 묶어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현석의 물음에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에 구윤서, 마상천, 김준태의 이름을 적었다.
“일단,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의 연대부터 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