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9
168. 대권가도 (5)
보수당 대선 후보 경선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고, 정현석은 영남, 호남, 충청, 강원·제주 경선에서 1위를 달리며 마지막 경선인 서울·인천·경기지역 경선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보수당의 서울·인천·경기지역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리고 있는 서울 장충체육관에는 꽤 많은 지지자가 자리하고 있었고,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정현석은 단상 위의 후보 석으로 향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 축하 인사를 받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정현석이 단상 위로 올라오자 김준태는 반갑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정현석을 향해 손을 내밀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정 대표님,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닙니까? 하하, 지금까지 경선 결과를 보면 ‘혹시’라는 이변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혹시가 오늘 나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김준태의 너스레에 정현석은 웃음으로 대답하고는 옆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마상천과도 손을 맞잡았다.
“마 후보님, 끝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이면 지긋한 경선도 끝이군요.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마상천마저 축하의 인사를 미리 해오자 정현석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마상천의 옆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구윤서에게 다가갔다.
“구 의원님!”
자신이 왔음에도 알은 채를 하지 않는 구윤서를 향해 정현석은 웃으며 그를 불렀고, 구윤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정현석의 손을 잡았다.
“구 의원님, 오늘 이후에 우리는 한 팀이 될 겁니다. 결과가 어찌 되든 저는 구 의원님과도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정현석의 말에 구윤서는 잔뜩 찌푸리고 있던 인상을 풀고는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그··· 경선 기간 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낮추라고 지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윤서의 말에 정현석이 놀란 표정을 짓자 구윤서는 정현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승호 그 친구가 지난 경선 때 제게 와서 살짝 말해주더군요.”
“하하, 제 대변인인 줄 알았더니 구 후보님 캠프의 프락치였네요.”
정현석이 웃으며 농담을 하자 구윤서 또한 표정을 풀고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많은 얘기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꼭 그런 자리를 만들어 우리가 함께 정권 창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구윤서와도 웃으며 손을 맞잡은 정현석이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구윤서가 웬일이래?”
이승호가 옆에 와서 시치미 떼듯 말해오자 지훈은 피식 웃으며 이승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뭐야? 김 팀장 날 왜 그렇게 쳐다봐. 나 아니야.”
“뭐가 말입니까?”
지훈의 물음에 이승호는 말문이 막힌 듯 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이대로 뒀다가는 상처뿐인 경선이다 뭐다 말 나올까 봐 슬쩍 가서 정 대표가 구 의원 공격 수위 낮추라고 했다고 그것만 말했어.”
이승호의 실토에 지훈은 웃으며 이승호를 바라보았다.
“잘하셨습니다. 저 모습이 오늘 나오지 않았으면 지지자들의 행동이 더 거칠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정현석을 상대로 한 구윤서의 흑색선전 이후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서로를 향해 거친 말들로 의사 표현을 해오고 있었고, 영남 경선 바로 이후인 호남 경선에서는 구윤서가 연설할 때 야유마저 나오는 상황까지 갔었다.
“그래, 구윤서도 생각을 바로잡았는지 아니면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저런 장면 보여주니 괜스레 고맙네.”
이승호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상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예정된 행사 시각이 다가왔고, 단상 위에 선 사회자의 행사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각 후보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 정견발표를 이어나갔고, 정견발표가 끝이 나자 현장투표가 진행되었다.
“참, 대세론이니 뭐니 떠들어대도 이 시간이 제일 괴로워.”
이승호의 말소리에 지훈은 고개를 돌려 이승호를 바라보았다.
“저기 현장 투표하러 기표소 들어가는 사람들 한명 한명 붙잡고, 우리 후보 찍으세요! 라고 말하고, 확답받고 싶어져.”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이승호의 말을 들은 지훈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투개표 시간이 다가오면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혹시’라는 걱정만 늘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고민 좀 덜어놔도 될 것 같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얘기하자 이승호는 피식 웃었다.
잠시 후, 현장투표가 끝이 난 후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축하 행사들이 끝나고 당 선관위원장이 단상으로 올라와 본격적인 개표 결과가 발표하기 시작했다.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인천·경기지역 경선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보수당 선거 관리 위원장은 후보별 서울·인천·경기지역 득표율을 발표해나갔다.
“서울·인천·경기지역 총 투표인단은 29만 7321명이고, 이 중 19만 3279명이 투표하여 투표율은 65%입니다.”
선관위원장의 발표에 행사장은 순식간에 놀라운듯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투표율이 높아.”
이승호가 말을 해오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바일 ARS 투표인단으로 등록해놓고, 실상 전화가 가면 투표를 하지 않는 투표인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우려를 불식시키는 투표율이었기 때문이다.
“후보자별 모바일 ARS, 현장투표 합산결과는 기호 1번 정현석 후보 11만 3491표, 득표율 58.7%”
선관위원장의 입에서 정현석의 득표율이 나오자 이승호는 지훈의 손을 잡고 들어 올렸고, 지훈 또한 나머지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승리를 확신하기 시작했다.
“정현석! 정현석! 정현석!”
정현석의 지지자들은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정현석의 이름을 환호했고, 선관위원장은 환호성이 끝나자 다른 후보들의 득표율도 발표했고 모든 후보의 서울·인천·경기지역 득표율 발표가 끝나자 최종 득표율 발표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후보자별 최종 합산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전체 선거인단 수는 108만 8622명이고, 이 중 69만 5402명이 투표하여 투표율은 63.8%입니다.”
선관위원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 다음 발표를 이어나갔다.
“기호 1번, 정현석 후보 38만 7209표, 득표율 55.6%.”
선관위원장이 정현석의 득표율을 발표하자 이번에 이승호는 지훈을 끌어 앉았다.
“아이씨, 결선투표 받을 걸 그랬다.”
기쁜 와중에도 농담을 해오는 이승호의 말에 지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후보의 득표율 발표가 끝나고 선관위원장은 큰소리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당규 제 17조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 제 42조 규정에 의거 기호 1번 정현석 후보가 55.6%의 득표율로 보수당 제19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선관위원장이 정현석의 승리를 말해오자 다시 행사장은 정현석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로 뒤덮였고, 사회자는 큰소리로 결과를 다시 한번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정현석 후보가 우리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뜨거운 축하와 환호의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정현석은 모든 후보와 손을 맞잡고 모두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렇게 인사를 마친 정현석은 단상 중앙에 있는 연단 앞으로가 고개를 한번 숙인 후 후보 수락 연설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와 함께 마지막까지 선의의 경쟁을 해주신 구윤서, 마상천, 김준태 후보님 그리고 당 지도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현석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저 정현석은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보수당의 대선 후보로서 당당하게 우뚝 서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정현석의 자세는 꼿꼿했고, 눈빛은 한치의 두려움도 없어 보였다.
“한 달 전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여러분과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바른말을 한 사람이 피해받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입니다.”
정현석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우리나라 헌법이 정한 정신입니다. 평등과 공정이라는 단어 앞에 불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가난 때문에 내 자식의 교육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도록! 불공정한 취업시스템에 의해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청년이 없도록! 부조리 때문에 나라를 원망하고 사회를 원망하는 국민이 없도록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국가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고 마이크에서 입을 떼자 행사장은 삽시간에 정현석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메워졌다.
“15년 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며 웰빙시대를 맞았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청년들의 입에서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양극화 문제부터 개선에 착수하겠습니다. 점점 늘어가는 가계부채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겠습니다.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기업이 먼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도록 만들겠습니다. 다만, 기업들은 보장받은 자유만큼 사회에 공헌해야 할 것입니다.”
정현석은 이후로도 자신의 정책들을 얘기하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야당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야당의 정책이 타당하다면 그를 포용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저는 당 대표 시절 진영과 이념을 넘어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여당과 정부에 협력했고, 나라를 위한 일에는 이념도 진영도 없다는 말을 실천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수시로 야당과 만나 나라를 위한 고민을 함께하겠습니다.”
정현석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연설을 이어나갔다.
“오늘 이후 저는 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그 길의 끝에는 정의와 신뢰라는 두 단어만이 공존할 것입니다. 정의로운 사회에서야말로 모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분열과 사회적 분열이라는 늪에서 탈출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정현석은 앞자리에 앉은 당 지도부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보수당을 지지하는 것이 쪽팔리는 일이 아니 게만 해달라던 한 당원의 목소리가 아직도 제 귀에 생생히 들려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실수들을 바로잡고 다시 국민의 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지막으로 행사장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 정현석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권위를 버리고 항상 낮은 곳을 지향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손을 뻗으면 제가 거기 서 있겠습니다. 저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향합시다. 감사합니다.”
정현석은 연설을 마치고는 고개를 깊이 숙여 모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